〈 92화 〉 장난1
* * *
자신의 몸에 고개를 파묻고 움직이지 않는 레이시를 가만히 쳐다보는 미스트.
미스트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도 못하는 레이시를 보고는 귀엽다는 듯 턱을 간질였고,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행동에 몸을 베베 꼬다가 천천히 미스트를 올려다봤다.
“아, 우…….”
분위기가, 그런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부끄러워하면서 미스트의 소매를 잡아당겼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손길에 미스트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다음 레이시와 함께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러고 보니 여기가 원래는 어디인지 기억하세요?”
“네……? 으응, 그러니까, 선대 국왕의 별장, 이니까 엘라의 할아버지가 사용하셨던 별장이죠?”
“후후, 잘 기억하고 계시네요.”
잘 사용하지 않는 방에 들어가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가 자신을 데리고 아무것도 없는 방에 오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미스트를 바라봤다.
뭔가 있는 방이라면 왜 데려왔는지 추리라도 해보겠는데 왜 아무것도 없는 방에 들어온 걸까?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미스트가 자신의 손을 잡고 벽을 문질거리자 점점 더 모르겠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으응……?”
그러다가 손끝의 감촉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이시.
뭔가 평평한 벽인 줄 알았는데 손 끝에 걸리는 감각이 다르다.
알아차리기 정말 힘들 정도로 약간의 홈이 있는 벽.
미스트는 레이시가 그런 벽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자 레이시의 귀에 속삭였다.
“왕족들의 패닉 룸이에요. 왕궁의 기사들과 경비병들이 지키고 있긴 하지만, 뚫려서 위험에 처할지도 모르니까 준비한 대피소죠. 자, 꾹 눌러서 문을 열어보세요.”
“네에.”
대피소……?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점점 더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면서 문을 열어보았고, 계단이 나타나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스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얼른 들어가보라고 말하는 미스트.
레이시는 약간은 어두운 계단에 잠시 침을 꿀꺽 삼키다가 미스트가 건넨 등불을 들고 계단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려가는 계단이 끝나자 또 다른 문이 나타났고, 레이시는 그 문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문을 열었다.
그러자 레이시를 반겨주는 건 딱딱한 침대와 질 나쁜 침구류, 그리고 작은 탁자와 의자였다.
근처에 화장실이나 식품 저장고도 달려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정말 대피소인 모양.
레이시는 그 모습이 신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미스트가 왜 자신을 여기로 데리고 왔는지 이해할 수 없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런데 여기에는 왜 데리고 왔어요?”
“으응? 으음……, 레이시랑 하는데 누가 방해하면 싫을 거 같아서요.”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의 뺨을 만지작거리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아까까지 잊고 있었던 분위기를 떠올리고는 쭈뼛거리며 부끄러워하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쿡쿡 웃으면서 패닉 룸의 문을 닫았다.
“후우~.”
“흣……!”
그리고는 레이시의 귀에 바람을 불어넣으며 어깨를 쓰다듬는 미스트.
평소와 똑같다고 생각하자면 그렇게 생각하지 못 할 일도 없었지만, 다르다고 생각하자면 무언가 평소와 다른 점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손놀림.
레이시는 뭔가 미묘한 미스트의 손놀림에 움찔움찔 떨다가 미스트를 올려다봤고, 이내 미스트가 무서울 정도로 공허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걸 보고는 흠칫 떨었다.
이제는 딱히 겁에 질린다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무서웠기에 레이시는 어깨를 움츠리며 미스트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머리를 손으로 받치더니 천천히 입을 맞췄다.
“으읍……, 응흐으…….”
평소처럼 리드하며 부드럽게 레이시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미스트.
레이시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키스에 안심하면서 미스트에게 몸을 맡기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레이시가 팔에 힘을 풀고 자신에게 안기자 천천히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츄우……, 쪽, 쪼옥…….”
혀를 적당히 섞다가 떨어지자 가볍게 입술을 맞대었다가 떨어지는 레이시.
레이시는 상의가 벗겨지자 부끄러워하면서도 미스트의 목에 팔을 걸고 애교를 부리듯 계속해서 입맞춤을 이어갔다.
그러자 미스트는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차근차근 옷을 하나씩 벗기더니, 레이시가 나체가 되자 다시 한번 입을 맞췄다.
레이시가 하던 키스와는 다르게 상대방의 입에 혀를 집어넣고 타액을 뺏어 삼키는, 상대방의 영혼을 빼놓는 키스.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키스에 천천히 몸에 힘을 빼고 미스트에게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
“하에, 하에엣…….”
“후후, 귀여워라……. 그것보다 레이시, 이제부터 레이시에게 장난칠 건데 받아주시겠어요?”
“으, 으응…….”
미스트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대답에 고맙다는 듯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더니 부드러운 천으로 레이시의 손을 묶었고, 이어서 레이시의 눈에 안대를 채우기 시작했다.
눈앞이 안 보이자 잠시 떠는 레이시.
하지만 미스트가 자신을 안아주자 숨을 크게 몰아쉬면서 긴장감을 풀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계속해서 레이시의 어깨를 쓰다듬어주었다.
“하으……, 흐으……. 힉!?”
그리고 스킨십이 계속 이어지자, 갑자기 떨어지는 물방울.
차갑다거나 악취가 난다거나 그러진 않고, 따뜻하고 향기가 나는 물방울.
꽤 익숙한 냄새가 나는 걸 보면 아마 향유일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한 방울씩 똑똑 떨어트리는 걸까?
평소라면 자신의 손바닥에 여유 있게 뿌린 다음 손바닥으로 데워서 마사지하듯 발라줬었던 미스트기에 레이시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향유가 떨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대 때문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고개를 돌리자 떨어지는 곳이 달라진 걸 보면 아무래도 미스트가 병을 잡고 한 방울씩 떨어트리고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마법으로 한 방울씩 떨어트리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스트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안대로 눈이 가려진 채 자신을 바라보는 레이시를 보고는 작게 웃었다.
“레이시, 향유가 몇 초에 한 번씩 떨어지고 있나요?”
“……네?”
“그냥 말해주세요.”
“에, 5초……?”
“그럼 이제부터 몇 방울 떨어졌는지 잘 기억해주세요? 나중에 필요할 거니까.”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이해가 잘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향유가 5초에 한 번씩 떨어진다는 걸 왜 기억해야 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가 없어 레이시는 미스트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가 마냥 귀엽다는 듯 웃다가 앞으로 자신이 할 장난질을 떠올렸다.
“후우우…….”
“응, 으으응……, 간지러워요.”
“그래요?”
테이블에 앉힌 레이시의 귓가를 간지럽히다 천천히 몸을 더듬기 시작하는 미스트.
레이시는 자신의 몸을 스치듯이 만지는 미스트의 행동에 의문을 접고 천천히 신음하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앞으로의 즐거움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음~ 쯧, 쯔으읍…….”
레이시의 귀를 혀로 핥으면서 레이시의 가슴과 허벅지를 계속해서 쓰다듬는 미스트.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애무에 몸을 비틀다가, 점점 몸에 열기가 쌓이기 시작하자 축 늘어져서 미스트가 만지기 쉽게 다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스트는 레이시의 앞으로 가 한쪽 가슴을 가볍게 쥐어잡고 문질거리면서 입으로는레이시의 가슴을 혀로 핥아주었다.
딱딱하게 굳은 유두를 애태우듯 주변을 핥으며 유두는 직접 자극해주지 않는 미스트.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애무에 뜨거운 숨을 연신 내뱉어내며 몸을 연신 비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미스트가 레이시를 계속해서 애태우자 레이시는 인내심을 잃고선 다리를 쩍 벌린 채 테이블을 적시기 시작했다.
“미, 미스트흐으으……?”
혀가 풀린 목소리로 미스트를 찾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목소리에 허벅지에 입을 맞추던 것을 멈추고 레이시의 뺨을 잡아, 자신이 레이시의 얼굴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러자 레이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쭈뼛거리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키득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입을 맞췄다.
“쮸압, 쮸부으읍…….”
허리를 살살 간질이면서 혀를 레이시의 입안에 집어넣는 미스트.
레이시도 처음과 달리 꽤 흥분했는지 적극적으로 미스트의 혀를 핥으며 미스트의 타액을 핥기 시작했고, 추잡한 소리가 패닉 룸의 안쪽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이시의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하자 미스트는 여기까지라며 입을 뗐고, 레이시는 자신의 입을 데워주던 미스트의 혀가 사라지자 혀를 길게 내밀고 미스트를 애원했다.
“어, 어째서허어……?”
“레이시?”
“흐에……?”
“레이시의 어깨에 닿는 향유, 몇 방울 떨어졌죠?”
“……에?”
“천천히 세어주세요. 백까지 세어주면 레이시가 하고 싶은 거 해드릴게요.”
키득키득 웃으면서 레이시의 귀에 속삭이는 미스트.
미스트는 혀를 길게 내밀어 레이시의 귓바퀴를 핥다가 레이시의 귀를 약하게 깨물었다.
그러자 엉덩이를 가볍게 튕기며 5초에 한 번씩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레이시가 천천히 숫자를 세기 시작하자 미스트는 레이시의 어깨에 입을 맞춰주며 레이시의 몸 곳곳을 애무해주기 시작했다.
아랫배를 살살 만지다가 유두를 꼬집고 비틀기도 하고, 귓가를 약하게 깨문 채 허벅지를 만져서 음부를 예민하게 만들기도 하고…….
평소에도 하는 애무였지만, 눈이 가려진 채 그런 애무를 받아내자 레이시는 평소보다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패닉 룸에 들어오기 전부터 약간은 흥분한 상태였으니 더욱 빠르게 젖은 걸지도 모르겠다.
레이시의 반응에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는 레이시가 숫자를 세고 있을 때,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가볍게 레이시의 음부를 훑었다.
“스물일곱……, 스물여히이잇……!?”
스치듯이 만지는 손길.
거의 닿지 않고 깃털이 스치듯이 음부를 만지고 간 손가락이었지만, 레이시는 갑자기 찾아온 강한 자극에 숫자를 세는 것을 잊고 새된 소리를 내며 쾌락을 탐했다.
하지만 레이시가 스스로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려고 하자 미스트는 그대로 손을 빼내고 레이시에게 다시 숫자를 세라며 레이시의 목덜미를 핥기 시작했다.
탁자가 작았기에 편하게 레이시를 편하게 괴롭히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가 자꾸만 숫자를 세는 걸 방해하자 당황하며 어째서 자신을 방해하냐며 칭얼거렸다.
“가, 갑자기 왜 그래요!?”
“백까지 셀 때까지 방해하지 않는다고는 안 했잖아요?”
틀린 말은 없지만, 뭔가 치사한 말.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입술을 샐쭉거리다 다시 향유가 떨어지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숫자를 세려고 했지만, 이내 숫자를 얼마까지 세었는지 기억이 안 나자 입을 오물거렸다.
그러자 미스트는 레이시가 귀엽다는 듯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레이시가 말할 숫자를 가르쳐주었다.
스물여덟을 스물여섯으로 바꿔서.
숫자를 열 개 단위로 속였다면 아무리 멍한 상태의 레이시라도 곧바로 눈치채겠지만, 고작해야 2개.
제정신을 붙잡는데 온 신경을 쓰는 레이시에게는 의심하기 어려운 숫자였고, 그렇기에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의심없 이 열여섯부터 다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긴 10초의 공백.
무척 짧은 시간이었지만, 레이시를 미치게 하는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애초에 공백이 이 10초만 있는 것도 아니다.
미스트가 원한다면 공백의 시간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었고, 미스트는 그동안에 레이시의 몸을 마음껏 애무하고, 자신이 장난칠 수 있는 상태로 만들기 시작했다.
“아헷……, 헷…….”
“레이시? 숫자 세어야죠?”
“어, 어라……? 며, 몇까지 세었더라……?”
“푸훗. 마흔이에요.”
얼마나 정신이 없는지 미스트가 분신까지 만들어 전신을 애무하고 있는데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숫자와 향유에 집중하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붉게 충혈되어 딱딱하게 된 클리토리스를 보고는 아랫배를 꾹 눌러주었다.
그러자 다시 숫자를 세다 말고 자신의 허벅지를 적시는 레이시.
말을 멈추고 ‘아헷. 아헷’ 거리면서 자신의 엉덩이까지 애액으로 적시고 있는 레이시를 보자 미스트는 키드득키드득 웃으며 불길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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