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화 〉 당신이 어떤 사람이라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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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샤가 반쯤 화풀이로 몬스터들을 학살하고 있을 때, 미스트는 도시 안에 있는 골목을 누비며 첩자를 찾기 시작했다.
“힉, 히익…….”
“어디로 갔을까요? 손가락 떨어트리고 가셨어요~.”
자신이 잘라낸 사람의 손가락을 입에 물고 꺄륵 웃는 미스트.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메이드 복장에 어울리지 않는 더러운 거리를 걷던 미스트는 열심히 달리는 사람을 보고는 눈을 초승달처럼 휘면서 입안에 있는 손가락을 씹었다.
그러자 우득거리는 소리를 내며 다시 한번 절단되는 손가락.
상어를 죽일 때부터 참아두었던 살해 욕구가 치솟자 미스트는 자신의 충동을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빨리 상대방을 붙잡아 고문하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사람을 고문하고 나면, 이 충동도 어느 정도 참을 수 있겠지.
사용하는 도구는 독이 좋겠지.
그나저나 이제쯤이면 같은 곳을 빙빙 돌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텐데,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나…….
첩자가 이 근방의 지리를 모를 리도 없고…….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는 잠시 눈을 왼쪽으로 굴렸다가 다시 고개를 똑바로 돌리며 첩자의 정체에 대해서 떠올려봤다.
자세한 상황은 모르지만, 다른 척후 부대보다 인원수가 적었던 부대.
포트리스는 정기적으로 군사와 모험가를 보내 몬스터의 동태를 파악하려고 하니, 정찰을 나갔다가 되려 당해, 첩자가 되는 조건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리라.
그리고 그들을 찾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다른 경비병들이 멍하니 있다가 엘라를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할 땐, 그들은 뭔가에 홀린 듯 도망쳤으니까.
반신반의하면서 낙인을 확인하자 그들은 반응을 보였고, 그래서 미스트는 자신의 방식대로 그들을 처리했다.
세뇌를 풀어주고 다시 병사로 삼으면 되지 않는 반문이 있었지만, 그들의 몸에 새겨진 주인은 레어도 7 이상의 저주.
그것도 저주가 걸리고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났으니, 아마 잘은 모르겠지만 모판이 되는 여자들을 몇몇 바치고 목숨을 연장했을 게 틀림없다.
그러니, 자비는 없다.
차라리 자신이 저주가 걸렸다고 신관에게 빌어서 몸이 망가지는 격통을 느끼며 참아냈으면, 살려주고 영웅으로 대접해줬을 텐데…….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 남성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콧노래를 부르면서, 천천히.
선택한 그동안 저주를 피해 다른 사람을 모판으로 마친 대가를 느낄 수 있게 천천히 신체를 망가트리는 독.
열꽃이 피어오르다가 전신의 뼈가 으스러지고 살이 뜯어지는 고통을 느끼게 하는 극약.
주사기를 꺼낸 미스트는 왼손의 검지, 중지를 잃은 채 오들오들 떠는 남성에게 다가갔다.
“어머나, 출혈이 심하시네요?”
“히, 히이이익!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으으응? 저기요~? 저는 당신을 죽일 생각이 없는걸요?”
“……네? 가, 감옥으로 보내주시는 겁니까?”
“아하하, 그럴 리가 없잖아요. 당신을 죽이는 건 당신이 될 거라고요?”
“어……?”
상처 부위에 주사기를 꽂고 천천히 독을 주입하는 미스트.
남성은 자신의 손가락이 있을 자리에 손가락을 대신해서 박힌 주사기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독이 돌기 시작하자 입을 벌리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전신에 돌기 시작하는 격통.
세포 단위로 뼈에 망치질하는 것 같은 고통에 남성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몸을 쥐어뜯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그 모습을 보면서 키드득키드득 웃기 시작했다.
“멋진 댄스네요~.”
관절의 기동 범위를 넘어서 몸을 비틀어대는 남성.
살결을 뜯다가 손가락이 기묘한 방향으로 뒤틀리고, 넘어지면서 무릎이 박살이 나도 남성은 계속해서 자신의 몸을 뜯어 재끼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내 약효가 떨어지자 땅바닥에 쓰러져서 숨을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두 병은 약효가 짧죠? 정신을 안 망가트리고 고통을 철저하게 느낄 수 있도록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답니다.”
“히, 히, 히, 히익!”
“아하하, 그렇게 울지 마세요. 금방 다시 약을 드릴게요.”
“자, 잘못! 그냐, 그냥 죽여주세요!”
“그럴까요?”
“네, 넵! 제발! 제발 그 약만은!”
“10분 만에 삶을 포기하다니, 정신력이 약하시네요.”
남성의 애원에 키득 웃은 미스트는 남성의 머리를 잡더니 이내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러자 남성은 다시 그 미친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얌전히 죽음을 기다렸다.
하지만 미스트는 곧바로 남성을 죽이지 않았다.
단검을 들고 뼈 채로 무언가를 베어냈고 피를 쏟아지게 했지만, 남성은 죽지 않았다.
다만, 그의 턱 아래로 무언가가 축 늘어지기 시작했다.
“해적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랍니다.”
“아, 아, 아헤엣!?”
남성의 턱 아래로 나온 것은 남성의 혀.
미스트는 그 혀를 잡더니 이내 마법을 사용해 남성의 혀를 밧줄처럼 쭉 늘어트렸고, 그 혀로 남성의 목을 묶어 교수형을 시키듯 근처 건물, 제일 높은 곳에 남성을 걸어버렸다.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래로 쭉 늘어지는 남성의 신체.
하지만 남성은 숨이 막히고 있을 터인데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손가락을 들어 올리기만 할 뿐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하핫, 어떠신가요? 교수형에 걸린 사람이 호흡곤란으로 죽는데 걸리는 시간은 5분이라는데……, 한 5시간 동안 그 갑갑함을 느긋하게 느껴주세요.”
고통을 60배로 늘려서 느끼는 느낌은 어떨까?
미스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본래의 고통보다 몇십 배는 길어진 고통을 겪고 있을 남성을 보고 키득키득 웃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미스트는 자신의 등 뒤에 내려오는 자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하고 말았다.
“에……? 미, 미스트……?”
“아?”
멍하니 전신에 피를 묻힌 채 웃는 미스트를 바라보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멍한 얼굴에 당황하다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며 자신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다급하게 얼굴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레이시는 이미 미스트의 얼굴을 보고 말았고, 레이시는 미스트를 보고 이를 다다닥 떨면서 뒷걸음질 쳤다.
그러자 씁쓸하게 웃는 미스트.
미스트는 더 이상 표정 연기를 하지 않고 레이시에게 다가가더니 레이시의 뺨을 가볍게 쓰다듬어주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손이 자신의 뺨에 닿자 파르르 떨었다.
눈을 질끈 감고 움찔움찔 떠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먼저 가볼게요. 천천히 돌아오세요.”
“아……!”
미스트의 말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미스트에게 손을 뻗는 레이시.
하지만 미스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미네르바는 손을 뻗은 채 멍하니 있는 레이시를 보고 미스트를 쫓을지 물어봤다.
그러자 정신을 차리고 미네르바를 보는 레이시.
레이시는 목이 매달린 남성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지만, 미네르바는 이미 죽었다며 미스트에 대한 것만 말해주라고 말했다.
그러자 레이시는 흠칫 떨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그게에…….”
“어떻게 할까?”
미네르바의 말에 혼란스럽다는 듯 눈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레이시.
방금 미스트는, 분명 살인을 즐기고 있었다.
뭔가 잘 알지는 않지만, 그것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기에 레이시는 미스트를 쉽게 쫓지 못했다.
그러자 미네르바는 레이시에게 그냥 엘라에게 돌아가도 좋지 않냐고 물어보며 천천히 레이시를 안아 들었다.
“아……, 엘라…….”
그리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엘라와의 일을 떠올렸다.
처음 싸웠을 때도, 이번에 싸웠던 것도 전부 제대로 대화하지 않아서 생긴 일.
……미스트가 무섭기는 하지만 대화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침을 꿀꺽 삼키고선 미네르바에게 엘라에게 돌아가 달라고 말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눈빛이 뭔가 단단하게 변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날갯짓했다.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가 자신에게 다급하게 달려오자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봤고, 레이시는 엘라에게 미스트에 대한 걸 물어봤다.
그러자 엘라는 올 게 왔다고 생각하며 미스트가 직접 말해야 하는 것과 자신이 말해도 되는 것을 구별하며 입을 열었다.
“미스트가 사람을 죽인 건, 내가 임무를 내려서야. 보통 이렇게 무작정 한 곳으로 모여서 달려들 때는 내통자가 있는 경우가 많거든. 실제로 내통자들이 움직이는 걸 보기도 했고, 증거도 찾았어. 아까 미스트가 건네줬거든.”
레이시에게 사람의 몸에서 잘라낸 피부를 보여주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손에 들린 걸 보고 순간 헛구역질했지만, 이내 꾹 참아내고는 엘라에게 계속해서 이야기해달라고 말했고 엘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미스트는 사람을 죽이는 걸 좋아하는 건 맞아. 하지만 그건 미스트가 원해서 그러는 건 아냐.”
“네?”
“이건 내가 말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야, 미스트에게 가서 들어.”
“네……, 그런데 미스트는…….”
“저기. 저 건물에 있어. 혼자 가봐.”
엘라의 말에 고개를 돌리는 레이시.
엘라의 손가락을 따라서 시선을 옮기자 레이시의 눈에는 이상할 정도로 작은 창문이 달린 건물이 보였고, 건물의 차가운 분위기에 움찔 떨다가 엘라에게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한 다음 건물로 달려갔다.
그 모습에 따라가려고 하는 미네르바.
엘라는 그런 미네르바를 잠시 멈춘 다음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러자 미네르바는 엘라가 무얼 말하려고 하는 건지 깨닫고는 잠시 마음이 걸린다는 듯 자리에 앉았다.
“많이 성장했네, 너도.”
“주인에게 좋은 미네르바이고 싶으니 어쩔 수 없다.”
“아하핫! 그러게. 참 힘든 일이지.”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미스트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는 엘라의 말.
미네르바는 그런 엘라의 말에 잠시 눈을 깜빡이다 이내 흥미가 식었다는 듯 빠르게 달려가는 레이시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레이시는 그런 두 사람의 시선을 뒤로 한 채 엘라가 말해준 건물에 들어갔다.
경찰소로 사용하고 있는지 수배지가 목판에 잔뜩 박혀 있는 건물.
레이시는 그제야 건물에 창문이 작은 이유를 깨달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치안과 관련된 건물은 시민들의 민원을 받는 곳이 아니라면 창문이 작았으니까 비슷한 이유로 이런 거겠지.
“미스트? 미스트 안에 있어요?”
“아…….”
이곳이 어느 용도로 사용되는지 알아차려서인지 좀 더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미스트의 이름을 부르는 레이시.
그러자 건물 안에서 미스트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목소리에 방문을 열고 전등 하나 켜져 있지 않은 방 안에 들어갔다.
“어, 어두워…….”
보통 전등은 여기에 있을 건데…….
레이시는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어가며 마석을 찾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고, 다행히 얼마 안 가서 방 안에 불을 켤 수 있었다.
몸을 닦고 있었는지 테이블에는 피가 잔뜩 묻은 수건과 미스트의 메이드 복장이 보였고, 레이시는 그것들을 보고 잠깐 굳었다가 자신의 뒤에 그림자가 지는 걸 보고 고개를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미스트는 레이시가 몸을 돌리려고 할 때, 등 뒤에서 몸을 밀착한 채 한 손으로는 레이시의 입을 약하게 틀어막고 다른 한 손으로는 레이시의 배를 끌어안았다.
갑자기 납치당하듯이 몸이 제압당하자 화들짝 놀라며 굳어버리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소리 죽여 웃다가 레이시의 귀를 깨물며 작게 속삭였다.
“보여주기 싫은 모습이어서 도망쳤는데 따라오다니, 레이시는 나쁜 아이네요.”
“……흡!?”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거죠? 이 상태로도 좋다면 이야기해드릴게요. 얼굴은 보여주기 싫어요. 아시겠죠?”
“……네헤.”
평소와 똑같은 목소리.
하지만 등 뒤에서 느껴지는 맨살의 감촉 때문인지 레이시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입에서 손을 떼 천천히 손에 깍지를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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