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 합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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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린 자신이 묻기엔 이상한 질문이라는 건 이해하고 있었지만, 가장 먼저 그 생각이 떠오른 엘라는 레이시에게 아프지는 않았냐고 물어보면서 입을 맞췄다.
엘라가 혀를 집어넣자 아까와는 다르게 입을 조심스럽게 벌리며 혀를 받아들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뺨을 잡고 혀를 계속해서 섞다가 가볍게 떨어진 다음에 레이시에게 엎드리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쭈뼛거리다 엎드렸다.
그러자 훤히 드러나는 손바닥과 채찍의 흔적.
탱탱하게 부어올라 손가락으로 만지면 울룩불룩하게 올라오는 감촉에 엘라는 한숨을 내쉬며 약을 꺼내 레이시의 엉덩이에 발라주기 시작했다.
“고집스럽게 버티기나 하고……, 시작부터 미안하다고 말했으면 적당히 밖에서 안 보이는 곳으로 돌아다니고 끝냈을 거였다고.”
“흐끙……, 그치만, 저, 바, 바람……. 바람을 피웠……는 걸요.”
“레이시.”
“훌쩍……. 네?”
“나는 레이시가 한 행동을 딱히 바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하, 하지만……, 저는…….”
엘라의 말에 울먹거리면서 다시 수치심에 얼굴을 가리는 레이시.
엘라가 화가 풀렸다고 말해도 자신이 한 행동은 해서는 안 되는 짓이었기에 레이시는 눈물을 삼키며 작은 쿠션에 얼굴을 파묻었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사고방식이 다르기는 하구나…….
자신이 괜찮다고 해도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레이시의 모습에 엘라는 아무 말 없이 레이시의 엉덩이와 등에 약을 전부 발라준 다음 천천히 레이시의 뒤에 올라타 목덜미를 약하게 깨물었다.
“응읏.”
“내가 괜찮다고 하는데도 안 돼?”
“네…….”
“흐응…….”
레이시의 땅속으로 기어가는 대답에 콧소리를 내다가 레이시의 귀를 깨무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애무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 눈을 지그시 감았고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혀를 꺼내 귓바퀴를 핥기 시작했다.
“쯉……, 쮸읍…….”
천천히 귓바퀴를 따라 움직이는 혓바닥.
레이시는 엘라의 혀가 자신의 귀를 간질일 때마다 조금씩 반응하다가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뒤에 올라탄 엘라를 살며시 밀어냈다.
그리고는 엘라가 떨어지자 몸을 돌려서 우물쭈물 망설이기 시작했고, 엘라는 레이시가 망설이자 조용히 키스해주었다.
“후웃……, 하아, 하읍…….”
혀를 닿을 듯, 말 듯 애태우듯 놀리면서 천천히 입을 맞추는 두 사람.
두 사람은 서로 말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생각을 읽은 듯 서로의 몸을 애무하면서 마차 안을 천천히 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차의 안이 마석을 작동시키지 않으면 숨을 쉬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더워지자 엘라는 마석을 작동시키며 레이시를 눕히고 천천히 위에 올라탔다.
“하아아아……, 자신의 행동이 옳지 못했다고 이렇게 벌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어. ……때리는 내 마음도 막 편하지는 않았다고.”
중간부터는 약간 흥분하긴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따져보면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레이시가 몸을 돌려준 덕분에 등과 엉덩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 레이시가 몸을 돌리면 그 약한 피부가 울룩불룩하게 올라와 있겠지.
엘라는 손가락에 스쳤던 그 감촉에 자기가 맞은 것처럼 가슴이 미어지기 시작해 한숨을 내쉬며 레이시의 목덜미를 약하게 깨물면서 레이시를 껴안았다.
등을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자신이 때린 흔적을 찾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몸을 살짝 틀면서 엘라의 손길을 최대한 피했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그대로 눕혔다.
“우웃…….”
“레이시. 왜 그렇게 벌을 받고 싶어 했던 거야? 레이시는 아픈 것도 싫어하잖아. 눈을 가리거나 애완동물처럼 흉내 내는 건 할 수 있으면서, 스팽킹이나 이런 건 허락 안 해줄 정도로……. 그런데 왜? 말해주면 좋겠어.”
강압적으로 매트리스에 눕힌 것과 반대로 조심스럽게 레이시의 머리카락을 떼어주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움찔 떨면서 시선을 피하다가 엘라가 자신의 품에 안기자 쭈뼛거리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에, 엘라가 저 싫어할까 봐요…….”
“……내가 레이시를? 왜?”
또 이 이야기다.
엘라는 레이시의 대답에 그렇게 생각하며 화를 낼 뻔했지만, 간신히 화를 참아내고 레이시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다.
만약 이유가 별 어처구니없는 거라면, 이번에는 화를 내자.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끈기를 가지고 레이시가 말할 때까지 기다렸고 레이시는 엘라의 끈기에 힘입어 떨어지지 않던 입술을 억지로 떼어내며 목소리를 냈다.
“다른 사람하고……, 그걸, 했잖아요. 미워할까 무서웠어요…….”
“하아……, 그러니까 그런 거 신경 안 쓴다고.”
“그치만…….”
엘라가 볼 땐 다소 갑갑할 정도의 반응.
하지만 레이시에게 있어서는 무척 중요한 일이었다.
레이시가 야차가 된 건 이제 고작해야 3~4개월, 그리고 그전에는 26년 동안 평범하지만, 성실하고 예의 바른 한국의 청년으로 살았다.
그리고 첫 경험의 나이가 낮아지고 있어도 한국은 정조에 있어서 전 세계에서 상당히 엄격한 편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나라 중 하나였다.
애초에 성인에게 성인물을 금지하는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조금은 엄격한 사람들 사이에서 자랐던 레이시는 성인용품을 두고 애널로 즐겼던 것도, 3p를 했던 것도, 아무것도 안 하고 종일 섹스만 했던 것도 부담이었다.
마치 시험 기간 전에 책상을 청소하고 게임을 하며 일상생활을 즐겨놓고 부담감을 느끼는 것처럼……, 그런 종류의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그 죄책감이 터지고 말았다.
미약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이번에는 변명의 여지가 하나도 없는 바람을 피우고 말았다.
그 사실은 레이시의 양심을 마구 찌르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 사실에 눈물을 펑펑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엘라는 레이시의 눈물을 훔쳐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레이시가 괜찮다고 말해도 이렇게 죄책감을 느끼는 건, 레이시가 연정의 야차이기 때문일까?
그게 아니라면 그저 레이시의 성격이 이런 것에 민감하기 때문일까?
엘라는 어느 쪽이든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다가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자신에게 연신 사과의 말을 하는 레이시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만약 레이시가 자신은 메이드고 엘라가 공주님이니 버림받기 싫다고 말했다면 진지하게 화를 냈겠지만, 이건 그런 게 아니었다.
그저 성격의 문제…….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화를 내지도 못하겠다며 레이시의 뺨을 잡고 신호를 주듯 콧잔등에 한 번 입을 맞췄다.
그러자 레이시는 울음을 몸 안으로 꾹꾹 눌러 참으면서 입을 벌렸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입에 혀를 집어넣고 천천히 레이시의 입안을 혀로 핥아주었다.
빠진 공간이 없도록 천천히, 그리고 집요하게 레이시의 입안을 핥는 엘라.
레이시의 송곳니를 핥다가 혀가 살짝 긁히긴 했지만, 엘라는 전혀 개의치 않고 혀를 섞었고 이내 레이시의 호흡이 터져 나오려고 하자 조심스럽게 혀를 빼냈다.
“파하아아아…….”
“하아……, 레이시.”
“네……?”
“만약에 내가 정말 화가 났다면, 이렇게 벌을 주지도 않고 버렸을 거야. 나는 정말 괜찮아. 나도 과거가 안 깨끗한데 너보고 깨끗했으면 좋겠다고 할 수는 없잖아.”
“그, 그래도…….”
“그래도?”
레이시의 말에 입술을 엄지로 살짝 눌러 말을 멈췄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옷을 벗기 시작하는 엘라.
엘라는 상의를 벗은 다음에 브래지어까지 풀어헤치고 다시 레이시를 끌어안고 레이시의 몸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집요할 정도로 입으로 레이시의 몸을 애무해주는 엘라.
평소와 다르게 엘라가 레이시에게 봉사해준다는 느낌으로 이어가는 애무에 레이시는 눈을 파르르 떨면서 엘라를 쳐다봤다.
“그러니까 제발 내 사랑을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 지금도 네 생각만 하고 있는 걸.”
“웃…….”
“왜 그렇게 자길 사랑하냐고 물어보는 거야?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은 거면, 차라리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해줘. ‘저, 좋아해요?’ 같은 말을 들으면 내가 너를 충분히 사랑해주지 않았던걸까. 혹시 내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잘못되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돼…….”
“죄, 송해요…….”
“미안하다는 말도 금지. 미안하다고 말하면 레이시는 자기가 잘못했으니 내가 널 싫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거잖아.”
“…….”
자신의 사고방식이 읽혀서인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돌리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킥킥 웃다가 레이시의 목덜미를 약하게 깨물고 살짝 떨어진 다음 레이시의 발등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레이시는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발을 뒤로 뺐다.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어서 흙이나 돌조각 같은 게 묻어있을 텐데 왜…….
레이시는 엘라의 행동에 얼굴을 붉히며 그만하라고 말했지만, 엘라는 레이시의 앙탈을 무시하고 다시 한번 발등에 키스했다.
그리고는 소중한 대하듯 레이시의 정강이를 혀로 핥는 엘라.
천천히 고개를 올리던 엘라는 스팽킹을 당할 때 바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어서 까진 무릎에 혀를 내밀어 상처를 후벼 파며 피를 핥았다.
“아아윽!?”
상처가 따가운지 움찔 떠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아파하자 상처에 맞췄던 입을 천천히 떼어내며 자신의 입에 묻은 피를 혀로 핥았다.
“레이시가 어떻게 생각할 건지 고민할 정도로 나는 레이시를 사랑해. 믿어줄래?”
“…….”
엘라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대답에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면서 레이시의 양 무릎에 약을 발라준 다음 거즈를 붙여주었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나와 약속할까?”
“네……?”
“나랑 사귀면서 지킬 약속, 하자.”
“……네.”
엘라의 말에 쭈뼛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엘라는 우선 레이시가 원하는 것부터 말해보라며 레이시의 뺨을 가볍게 만졌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뺨을 가져다대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바람 같은 거……, 엄청 무서워해요……. 그러니까 그런 부분은 엘라가, 정해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잘 모르겠으니까……. 그, 죄, 아니, 으응……, 부탁할게요.”
죄송하다고 말하려다가 말을 바꾸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말에 칭찬해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레이시는 이 이상 다른 여자를 만나는 건 무리지?”
“……애초에 엘라 한 명만으로도 무리라고요.”
“헤에~, 그래? 잘 지내던 거 같던데…….”
“우우우…….”
“그럼 나랑 미스트, 미네르바랑 아샤까지만 허락할게.”
“……네.”
엘라의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이번에는 자기가 레이시에게 원하는 걸 말해주었다.
“그럼 내가 원하는 건……, 아까 말했듯 내 사랑을 의심하는 말을 안 해줬으면 좋겠어. 차라리 지금보다 더 많이 사랑해달라고 어리광을 부려. 그러면 레이시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사랑해줄 테니까.”
“겨, 견디기 힘들 정도는 좀 무서운데…….”
“풉, 네가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레이시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사랑해줄게.”
“…….”
엘라의 말에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이고 엘라의 가슴에 고개를 파묻는 레이시.
엘라는 애교를 부리는 레이시의 모습에 키득키득 웃다가 대답은 어디로 갔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렸다.
“잘 모르겠네, 약속 지켜줄래?”
“……저, 그, 그러니까……. 아픈 거 사라질 정도로 사랑해주세요…….”
“그래, 그럼 섹스할까?”
“어째서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거예요?”
“여기까지 와놓고 안 할 생각이야?”
바지를 벗으면서 당당하게 가슴을 내미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행동에 한동안 어처구니가 없단 얼굴로 엘라를 쳐다보다가 이내 웃음을 터트리면서 눈물을 닦아냈다.
그러자 레이시와 똑같이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레이시를 바라보는 엘라.
레이시는 매트리스에 눕더니 조심스럽게 팔을 벌리며 입을 열었다.
“그럼……, 견디기 힘들 정도로 많이 해주세요.”
“헤에, 그렇게 하고 싶어?”
“아직 미약이 덜 빠졌나 봐요.”
얼굴을 붉히면서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변명에 그럼 치료해주겠다면서 레이시의 가슴을 살짝 깨물며 천천히 몸을 겹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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