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 합의2
* * *
여관에 나서기 전에 레이시의 로브를 단단히 여며주는 엘라.
엘라는 역시 마음에 걸리는지 차갑게 유지하던 눈빛을 흐트러트리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애인 한 명, 두 명 생겼다고 레이시에게 벌을 주고 싶진 않다.
거기에다가 이렇게 다시 한번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연약한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기에 엘라는 밖으로 나가기 전에 레이시의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면서 레이시의 얼굴을 바라봤다.
어제 미스트에게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인지 이제야 보이는 레이시의 눈에 담긴 감정들.
자신이 같은 상황이었다면 이런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했을 것이기에 엘라는 레이시에게 약간의 답답함을 느꼈지만, 이내 레이시의 눈에 담긴 감정이 선명하자 한숨을 내쉬면서 레이시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러자 어깨가 살짝 떨리더니 처음 키스했을 때처럼 입을 꽉 다물고 있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이빨을 잠시 핥다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목줄을 잡고서 다시 한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벌에 대한 것을 물어봤다.
“정말로 괜찮아? 벌, 받지 않아도 괜찮아. 나, 화 안 났으니까.”
“…….”
입술을 꽉 다문 채 울먹거림이 커지는 레이시.
미스트가 레이시에게 벌을 주고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레이시와 확실히 협의하라고 말했었기에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목죽을 잡으면서 귓가에 속삭였다.
“그럼 시작할게, 그만두고 싶으면 언제라도 좋으니까 그만두겠다고 말해. 알겠어?”
“흐끕……, 네.”
엘라의 말에 그제야 입을 여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고집에 한숨을 내쉬다가 로브를 쓴 레이시를 데리고 밖으로 걷기 시작했다.
더운 날씨에 로브라 행인들의 눈길을 잠시 끄는가 싶더니, 햇빛이 강한 곳에서 어부들이 그늘막을 뒤집어쓰고 쉬는 모습은 그렇게 드문 모습이 아니었기에 금방 흥미를 끊고 제 갈 길을 가는 사람들.
덕분에 엘라와 레이시는 사람들의 시선을 그렇게 끌지 않고 해변에 도착했다.
왕족을 초대할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축제가 열리는 해변이지만, 그래도 완전히 개발된 건 아닌지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해변.
엘라는 바위가 적당히 있어 몸을 숨길 수 있고, 계속 치는 파도 소리 덕분에 소리가 새어나갈 걱정도 없는 곳을 발견하고는 레이시의 목줄을 끌어당겼다.
그러자 레이시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움직여 바위 뒤에 숨었고 엘라는 레이시가 바위 뒤로 들어오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단단하게 여몄던 레이시의 로브를 풀었다.
로브의 끈을 이용해 묶은 게 아니라, 마법으로 묶어두고 있었기에 엘라의 손짓 한 번에 스르륵 떨어지는 로브.
로브의 안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레이시의 알몸이 훤히 드러났다.
움찔움찔 떨면서 숨을 참는 레이시.
그런 레이시의 가슴에는 [공주를 두고서 기사와 바람을 핀 메이드]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레이시는 자신의 가슴에 적힌 글을 보고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떠올라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지만, 아샤와 자버렸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부끄럽지만, 엘라에게 용서받기 위해서 꾹 참자고 생각하며 엘라를 쳐다봤다.
그러자 밖에 나오기 전과는 다르게 차가운 눈으로 레이시를 바라보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눈에 심장이 떨어진다는 게 뭔지 깨달으며 흠칫 떨었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레이시의 목줄을 잡아 당겼다.
“꽤 어울리는 꼴이네?”
“읍……!”
“하긴, 사실만 적어뒀는데 안 어울리 없나…….”
차갑게 중얼거리면서 들고 있던 막대기로 레이시의 가슴을 찌르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의 살이 붉게 달아오를 정도로 강하게 레이시의 가슴을 찌르다가 레이시의 잘못을 레이시의 귀에다 속삭였다.
“그래서 말해봐. 기분 좋았어? 아샤와 잠자리를 가져서……, 어떤 기분이었어? 나랑은 어떻게 달랐는데?”
“그, 건…….”
“뭐, 어떤 기분이었든 좋았겠지. 그래, 이렇게어설프게 죄를 빌 정도로 좋았겠지. 넌 내 건데 말이야.”
“잘못……, 했어요.”
“그래도 죄를 지었다는 인식은 확실히 있나봐?”
키득키득 웃다가 레이시를 밀치고 바위를 짚고 엉덩이를 내밀게 하는 엘라.
학창시절 정년퇴직하기 직전의 선생님에게서 받았던 체벌이 떠오르는 자세에 레이시는 덜덜 떨면서 바위에 손을 짚었고, 동시에 파도 소리를 뚫고 들려오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바위 너머를 쳐다봤다.
미스트가 분신으로 연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지만, 탐지 마법도 스킬도 없는 레이시가 그런 걸 눈치챌 수 있을 리가 없었고 그렇기에 레이시는 덜덜 떨면서 엘라를 쳐다봤다.
그리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를 그냥 차갑게 쳐다봤다.
뭘 자신을 쳐다보고 있냐는 듯, 잘못했다는 건 거짓말이었냐는 듯…….
그러자 레이시는 울먹거리면서도 다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래로 떨어트렸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엉덩이를 우악스럽게 잡고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왜,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긴장돼?”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대답에 피식 웃더니 귀에다 속삭였다.
“그래서? 레이시는 내게 잘못해서 벌을 받을 뿐이야. 다른 때라면 몰라도 내가 지금 레이시를 배려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없, 어요…….”
“그렇지? 그럼 잘 참아, 들키기 싫으면.”
레이시를 비웃는 소리를 내더니 처음에는 손바닥으로 레이시의 엉덩이를 때리는 엘라.
짜악 하는 소리와 함께 레이시의 한쪽 엉덩이는 햇빛 때문에 약간 붉어진 다른 쪽 엉덩이와 다르게 짙은 붉은색으로 붉어지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엉덩이에서 올라오는 고통에 입을 틀어막고 바들바들 떨었다.
어떻게든 처음에는 비명을 참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비명을 참아내자 계속해서 레이시의 엉덩이를 때리기 시작했다.
“읍! 으으읍……!”
그러자 천천히 자세가 무너지는 레이시.
처음에는 바위에 기대는가 싶더니 이내 계속되는 스팽킹에 완전히 무릎을 꿇고 바위에 몸을 기댔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행동에 눈을 가늘게 뜨고 목줄을 잡아당겼다.
“나는 바위를 잡고 서서 있으라고 했는데, 누가 마음대로 엎드리랬어?”
“흑, 흐끕……, 잘못 했……, 습니다.”
“그럼 벌을 다르게 받아야겠네.”
엘라의 말에 당황하다가 엘라가 그렇지 않냐고 물어보자 고개를 끄덕거리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대답에 고개를 좌우로 저어줬으면 했다고 생각하다가, 이내 채찍을 꺼내들었다.
여러 갈래로 갈라진 끝부분이 깃털과 털로 둘러싸여 손으로 잡으면 푹신푹신하게 느껴지는 채찍.
엘라는 정말로 이걸 써도 괜찮은 건지 끝까지 고민하다가 이내 레이시가 붉어진 엉덩이를 들고 가만히 있자 한숨을 내쉬며 손을 들었다.
그리고 빠르게 내려치는 손.
별로 힘을 주지 않고 손목의 스냅을 줘서 때렸지만, 그런 손놀림만으로도 채찍은 충분한 힘을 가지고 레이시의 엉덩이를 때렸다.
“끄흐으으으읍!?”
그러자 발을 크게 버둥거리는 레이시.
비명은 입을 틀어막아 참아냈지만, 고통은 참아내지 못하겠는지 레이시는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숨을 크게 몰아쉬었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를 보자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리는 걸까?
아프면 못 하겠다고 소리치면 될 텐데…….
가끔씩 조금 너무 착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긴 했지만, 설마하니 이정도일 줄은 몰랐던 엘라는 레이시에 대한 답답함을 담아서 그대로 다시 엉덩이를 내리쳤다.
한 번 맞을 때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아프다는 걸 전신으로 표현하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를 보자 점점 마음속에서 음습한 감정이 끓어오르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소유욕, 지배욕, 그리고 가학심.
자신을 위해서 어떻게든 고통을 참아내는 레이시를 보자 엘라는 그 감정이 자꾸만 떠올라 고개를 세차게 저어 그 감정을 잊으려고 애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때와 다르게 순수하게 고통에 몸부림 치는 레이시를 보자 그 감정을 어떻게 주체할 수가 없었다.
타산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죄책감만으로 이 고통을 참아내고 있다.
그 사실에 엘라는 숨을 거칠게 내쉬다가 미스트에게 자신이 너무 나가면 막아달라고 신호를 준 다음 레이시를 매도하며 엉덩이를 때렸다.
“흐끄으으읍!”
“흐응? 이건 뭐야?”
“히끅……, 끅, 끄읍.”
“말해. 이거 살짝 흐른 거 뭐야?”
“소, 소변이……요.”
“왜 흘렸어?”
“채, 채찍이…… 흐끅, 아파서요.”
“흐응, 그래?”
“네에…….”
“그럼 전부 내봐.”
“에……? 힉!? 히끄으으윽! 흐으으으!”
엘라의 말에 잠시 당황하다가 엘라가 팔을 치켜들자 다급하게 입을 양손으로 가리고 고통을 참으려고 하는 레이시.
다행히 레이시는 소리가 밖으로 나가는 것만큼은 막아냈지만, 엘라가 시킨 대로 그만 밖에서 그대로 실금하며 바위에 기댄 채 소변을 지리기 시작했다.
퓨쉿 퓨쉿 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소변.
레이시는 그 소리에 다급하게 한 손을 내려 자신의 음부를 가렸지만, 레이시의 손가락 틈 사이로 소변이 흘러나와 바닥으로 떨어져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내고 말았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목에서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다른 여자들과 다르게 자신을 미치게 만드는 레이시.
이런 쪽에서는 자신을 미치게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빌었는데…….
슬슬 벌 같은 건 아무래도 좋지 않냐고 생각하던 엘라는 자신의 욕망을 따라 손을 치켜들고 소변을 억지로 참으려고 하는 레이시의 등을 강하게 때렸고, 그 순간 레이시의 입에서는 비명이, 레이시의 음부에서는 남은 소변이 모두 빠져나왔다.
“끄히이이이잇!”
퓨슈웃!
손가락 사이를 뚫고 튀어나온 소변.
레이시는 등에 남은 자국에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바위에 엎드린 채 엘라를 쳐다봤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침을 꿀꺽 삼키며 채찍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그림자 속에서 손만 꺼내 엘라의 발을 잡았다가 곧바로 놓는 미스트.
엘라는 미스트의 손길에 간신히 이성을 되찾고 채찍을 들고 레이시에게 갔고 레이시의 목줄을 약하게 잡아당기며 얼굴을 쳐다봤다.
“반성했어?”
엘라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울먹거리는 레이시.
솔직히 바람을 피운 것 정도로는 심하지 않냐는 생각도 했지만, 그동안 엘라의 저택에 머물면서 엘라와 자신 간에 얼마만큼의 차이가 있는지 익힌 레이시는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를 보면서 미스트가 준비해준 말을 속삭였다.
“그럼 이제부터 레이시는 내가 허락한 사람하고만 몸을 섞어야 해. 레이시는 내 거니까 말이야.”
귀족에게 만약 이런 말을 한다면, 자신은 집착이 심하고 소유욕이 심한 여자라고 불리겠지.
물론 이미 바람기가 심하고 여성 편력이 강한 사람이라고 소문이 나긴 했지만, 귀족에게 이런 말을 했다면 그런 소문 같은 건 단숨에 아무것도 아니게 할 소문이 나고 말 것이다.
하지만 미스트의 말대로 레이시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지는지 레이시는 울먹거리면서 고개를 끄덕거렸고 엘라는 그제야 마음을 놓으며 레이시를 끌어안았다.
“그래, 그럼 나 이제 화 안 났어.”
엘라의 말에 천천히 눈을 깜빡거리다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하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눈물에 레이시를 안아준 다음 등을 토닥이며 애를 달래주듯 달래주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포옹에 사람의 목소리가 나고 있다는 것도 까마득하게 잊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쓰게 웃다가 한숨을 내쉬며 레이시에게 로브를 입혀준 다음에 공주님을 안아들 듯 안아드는 엘라.
채찍을 맞은 곳이 아픈 건지 몸을 좀처럼 가만히 두질 못하는 레이시를 껴안은 엘라는 미스트가 미리 사람들을 치워둔 골목길을 통해 마차까지 걸어갔고,말이 연결되지 않은 마차에 레이시를 태웠다.
그리고 레이시를 잠시 마차에다 방치하는 엘라.
엘라는 약상자를 들고 오겠다면서 레이시의 이마에 입을 맞춘 다음, 잠시 후,말한 대로 약상자를 들고 마차에 올라탔다.
“흐끅, 흐끙…….”
눈물과 콧물을 삼키면서 엘라를 쳐다보는 레이시.
엘라는 그 모습에 마차의 창문도 모두 닫고마차의 문을 잠근 다음에 레이시의 로브를 벗겼다.
그러자 드러나는 엉망이 된 얼굴과 몸.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엘라의 보고는 순간이나마 이성을 잃었던 자신이 어떤 짓을 했는지 깨닫고는 한숨을 내쉬며 레이시의 눈가에 키스했다.
레이시의 눈물을 가볍게 입술에 머금다가 레이시가 살짝 떨며 자신을 쳐다보자 그대로 레이시를 매트리스 위로 눕히는 엘라.
그리고 엘라는 잠시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고, 레이시는 엘라가 아무 말도 안 하자 조심스럽게 엘라를 올려다봤다.
그렇게 눈을 마주치자 엘라는 정신을 차리고 한숨을 내쉬며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었다.
“안 아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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