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 무녀 유희2
* * *
무거운 소리와 함께 닫히는 문.
레이시는 그 문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지만, 이내 대피소이니 문이 꽉 닫히더라도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하고 앞서가는 아샤와 미네르바를 쫄래쫄래 따라갔다.
그리고 긴 일자형 복도를 지나 다시 연 문 안에는 대피소라고 생각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물건들이 널려있었다.
“……흐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겨드랑이가 훤히 드러나는 일본의 무녀복.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치파오라던가 버니걸, 뭔가 이상하게 성적으로 강조된 제복들과 온갖 야한 장난감들이 천천히 보였고, 레이시는 순간 자신의 눈에 보이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피소……라면서요?
그런데 이 풍경은 대피소라기 보다는……, 아무래도 모텔이다.
아님, 러브호텔.
하여튼 재해 상황 때 올 곳은 아닌 게 확실했다.
재해가 닥쳐오면 튼튼한 곳에 와야지 이런 곳에 오면 그대로 죽기 십상이니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문을 잡았지만, 아무리 문을 잡아당겨도 문은 열리지 않았고 대신해서 한 문장이 문에 적히기 시작했다.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
“…….”
“…….”
그 글을 보고 다시 이성을 잃고 멍하니 글을 보는 레이시와 자연스럽게 옷을 벗고 장난감을 뒤적거리는 미네르바, 그리고 얼굴이 시시각각 변해가는 아샤.
그 중 아샤는 지금 이게 왜 대피소인지 깨닫고 거친 욕설과 함께 머리를 긁었다.
“아아아아악! 씨발놈의 국왕 새끼가아아아아아아악!”
“에? 스, 스승님, 저희가 잘못 온 거 아니에요?”
“아냐! 그 국왕새끼! 엘라의 부모가 아니랄까봐아아아아아!”
지금 이 방에 걸린 마법은 특정 조건을 풀면 해결할 수 있게 해서 강도를 강하게 만든 결계.
부수라고 한다면 못 부술 건 없지만, 부서버리면 이곳을 이용하는 귀족들에게 비판 받을 게 뻔하니 부수지 못하고, 결국 섹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피소가 이런 의미의 대피소였냐아아아아! 아아아악!”
“저, 저기! 일단 진정하고 설명해주세요!”
“하아, 하아……. 씨발…….”
레이시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긁으며 침대에 풀썩 주저 않는 아샤.
아샤는 침대가 모텔에 자주 있는 원형 침대인 걸 확인하고는 주먹을 치켜들었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여긴 그러니까, 귀족들이 밀회가질 때 쓰는 곳이야.”
“……네?”
“귀족들이란 새끼들의 허례허식이 만들어 낸 좆 같은 장소란 거야. ……그 새끼들은 연인들끼리 아무 이유 없이 섹스하는 걸 부끄러운 짓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이렇게 어쩔 수 없이 갇히는 상황을 연출하는 거야.”
“…….”
“괴한들에게 납치당했는데, 이런 종류의 결계에 갇혀서 어쩔 수 없이 섹스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콘돔도 있고 다른 물건도 있어서 피임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어떻게 할 수가 없거든.”
“그, 그래서 왜 대피소인 건데요?”
“대피소잖아? 수치로부터의 대피.”
“…….”
“하여튼……, 씨발, 씨발, 씨발! 그 아저씨가 줬을 때부터 알아차려야 했는데! 아아아아악!”
머리를 벅벅 긁으며 한참을 버둥거리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설명에 얼굴을 붉히면서 자신이 잘못 온 게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그리고 동시에 어떻게 나갈 방법은 없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한숨을 내쉬면서 입을 여는 아샤.
“여기에 마법사가 있으면 모르겠는데, 너나 나나 마법은 모르잖아. 미네르바, 너는?”
“그런 거 모른다. 주술이라면 몇 가지 알지만…….”
“그렇지? 방을 부술 수도 없고……, 그럼……, 그, 그걸 하는 수밖에 없어.”
얼굴을 붉히고 시선을 피하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반응에 조심스럽게 방구석으로 도망쳤고,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를 쫄래쫄래 따라가 레이시를 자신의 허벅지에 앉히고 레이시의 귀를 깨물었다.
“히약!?”
“후우, 쯔읍, 쮸븝…….”
“자, 잠깐! 뭐, 뭐해요오오오……!”
“하지 않으면 못 나간다. 방을 부술 수도 없다. 그렇다면 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그, 그건! 스, 스승님이 보자나요오오…….”
“…….”
레이시의 말에 아샤를 바라보는 미네르바.
아샤는 그런 미네르바의 시선에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방 안에 있던 욕실에 들어가 문을 잠갔고, 미네르바는 이제 됐다며 레이시를 침대에 내려 놓았다.
“꺅!?”
자신의 몸으로 레이시를 누르며 싱글벙글 웃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얼굴을 보자 부끄러움이 몰려와 고개를 돌렸다가 두꺼운 이불을 주섬주섬 잡더니 미네르바에게 건네줬다.
“아, 안 들리게 덮고 해요…….”
이것이 최대한의 양보.
미네르바는 그런 걸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충 이불을 위로 던지고는 날개로 재주 좋게 받아 펼쳐 레이시와 자신의 몸을 감췄다.
그러자 이불 안은 단숨에 후끈거리는 열기로 가득차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심장이 크게 뛰기 시작했다.
“후으, 후으읏……!”
저택에 있을 때 3명이서 안 해본 건 아니지만, 그 때는 적어도 서로 그래도 괜찮은 사람들 밖에 없었다.
지금처럼 그런 관계가 아닌 사람의 옆에서 이런 짓을 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레이시는 좀처럼 진정하지 못하고 몸을 흠칫흠칫 떨었다.
다른 사람이 있는데 섹스한다는 사실에 수치심이 들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이 있어서인지 배덕감에서 오는 흥분도 오는 상황.
레이시는 서로의 숨결이 뒤섞여 후끈거리는 이불 안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미네르바가 천천히 가까이 다가와 자신의 입술을 약하게 깨물자 손을 뻗어 미네르바의 등을 껴안고 혀를 내밀었다.
천천히 혀를 맞대고 서로를 탐하는 미네르바와 레이시.
미네르바는 천천히 손을 아래로 내리더니 레이시의 아랫배를 힘을 주며 누르기 시작했다.
누르는 부위는 자궁 때문에 살짝 튀어나오는 여성 특유의 복부 근육.
배 위로 자궁 안까지 자극하듯 손가락을 세워 지긋이 눌리자 레이시는 몸을 약하게 비틀며 신음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넘기더니 다시금 입을 겹쳤다.
이번에는 전보다 조금 거칠게 혀를 섞는 미네르바.
이불 덕분에 소리가 새나가지 않는다면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레이시의 혀를 약하게 깨물고 침을 훔쳐가기 시작했다.
“쯔븁, 쯉. 쮸아압……!”
“흐뷰, 쯔윽…….”
질척거리는 소리와 함께 입술 사이로 흐르는 침.
레이시는 자신의 뺨을 타고 흐르는 침의 감촉에 손을 들려고 했지만, 미네르바는 입을 맞춘 채 떨어져 주지 않았고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행동에 못 말린 다는 듯 계속해서 입을 맞춰주었다.
천천히 서로를 껴안는 손에 힘을 주고 몸을 밀착하는 두 사람.
미네르바가 레이시의 아랫배를 만지던 손을 좀 더 아래로 내리자, 충분히 젖은 음부가 만져졌고 미네르바는 그 감촉에 이불을 벗더니 양방형 딜도와 로션을 들고 왔다.
“이런 것도 있다.”
“아, 아하하…….”
땀 범벅이 된 채 싱글벙글 웃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가 이불을 자신의 몸에 두르고 자신의 앞에 앉자 미네르바의 앞에 엎드려 미네르바의 음부를 핥아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꽤 빠르게 젖어가는 미네르바의 음부.
깃털 같은 성질을 지닌 음모가 자신의 얼굴을 간질이자 레이시는 고개를 살짝 비틀다가 미네르바를 힐끔 올려다봤다.
그러고 보니까 전생에서 왁싱을 하는 이유는 음부의 건강을 위해서랬던가.
면도기도 있고 크림도 있으니 딜도를 삽입하기 전에 제모를 해주는 게 옳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들어간 아샤에게 수건 여러장과 따뜻한 물을 줄 수 있는지 물어봤고 아샤는 레이시의 요청에 화장실에서 문을 열어 물을 건네주었다.
“그, 고마워요.”
“아, 아니. 음, 으으……, 아, 아니다. 미안…….”
문틈을 수건으로 막으면서 중얼거리는 아샤.
레이시는 그런 아샤의 말에 똑같이 얼굴을 붉히다가, 고개를 세차게 저은 다음 미네르바를 똑바로 앉힌 다음 미네르바의 음부에 제모 크림을 바르기 시작했다.
“응, 응읏……, 주인, 이상하다…….”
“으응, 미네르바를 위해서 하는 거니까, 조금만 참아주세요?”
“으으응…….”
레이시의 말에 다시 다리를 벌리고 얌전히 레이시를 쳐다보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에게 잘 참는다고 칭찬하며 날이 없는 면도기로 천천히 음모를 밀어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손가락 끝에 걸리는 사각거리는 감각.
레이시는 전생 이후로 겪어본 적 없는 그 감각에 얼굴을 붉히다가 면도기를 정리하고 다시 제모하는 걸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금방 깔끔해지는 미네르바의 음부.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음부를 물에 약간 적신 수건으로 부드럽게 닦아주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손길에 날개 끝을 움찔움찔 떨다가 자신의 음부를 스스로 매만지며 신기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신기한 감각이다.”
“아, 아하하하…….”
“……해도 되나?”
“네, 그……, 넣어드릴까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얌전히 끄덕이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대답에 어색하게 웃다가 조심스럽게 양방향 딜도의 한쪽 부분을 미네르바에게 넣어주었다.
그러자 미네르바는 허벅지를 움찔움찔 떨면서 소리를 내더니 딜도가 다 들어오자, 기쁜 듯 작게 날갯짓하다가 그대로 레이시를 눕히고 이불을 다시 덮었다.
그리고 손을 아래로 내려 딜도를 잡고 언제나처럼 레이시의 음부에 넣는 미네르바.
이제는 꽤 익숙해진 움직임으로 배꼽을 맞춘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허벅지를 잡아 살짝 들어올려 자신의 허리춤에 놓았다.
그러자 레이시의 다리는 자연스럽게 미네르바의 허리를 감쌌다.
처음에는 허리 움직임이 아무래도 부자연스럽게 되어서 싫었지만, 몇 번인가 이렇게 느긋하게 움직이자 이렇게 할 때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깨달은 후부터는 이렇게 느긋하게 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만족할 수 없었다.
“후웃……, 흐으응…….”
이렇게 할 때만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배 위로 느낄 수 있는 딜도의 움직임이었다.
일부러 레이시에게 부담이 가지 않을 정도의 사이즈를 골랐지만, 레이시의 몸에 지방이라고는 가슴과 엉덩이에 조금 있는 게 전부라 그런지 이렇게 배꼽을 맞추고 허리를 느긋하게 움직이면 딜도가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미네르바는 그 감촉이 너무나 좋았다.
자신의 움직임에 맞춰서 레이시가 느끼고 있다는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였으니까.
물론 어느 시점 이후에는 레이시가 느끼기만 하고 오르가즘을 느낄 수 없으니, 레이시의 숨결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면 배꼽을 떨어트려야만 했지만…….
아니, 오히려 그래서 미네르바는 요즘 들어선 계속해서 배꼽을 맞춘 채 허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반복해서 겪었던 레이시는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학습된 행동을 반복했다.
미네르바의 목에 팔을 걸고 목덜미를 약하게 깨무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의 행동에 날개를 아래로 내려 살짝 레이시를 감싼 뒤 천천히 허리놀림을 크게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커져가는 소리.
아샤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소리를 죽여서 울고 있지만, 열기가 무르익을수록 소리는 점점 커졌고 동시에 살끼리 부딪치는 소리, 레이시의 신음이 이불을 뚫고 작게 울리기 시작했다.
“앙……, 아앙……!”
“훗, 후윽……!”
평소에 쓰던 페니스밴드가 아니라 양방형 딜도라 그런지 허리를 흔들 때마다 같이 느끼게 되는 미네르바.
그 감각은 허리를 움직일 땐 아무래도 방해가 되는 감각이었지만, 미네르바는 그 감각도 레이시와 같이 느낀다 생각하자 허리를 열심히 흔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미네르바의 허리 놀림에 레이시는 점점 큰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러다 욕실이 보이자 미네르바의 어깨를 깨물고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죄, 죄송해요. 후극, 후그읏……. 소리가…….”
“응, 괜찮다.”
아플 거 같아서 사과했지만 괜찮다면서 자신의 어깨를 내주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자신의 어깨를 깨물면서 신음을 참자 다시금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피스톤질에 허리에 채운 다리와 목을 감싸고 있는 팔에 힘을 주며 버티기 시작했다.
“흡! 흐응……!”
팡, 팡, 팡, 팡.
규칙적으로 서로의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방에 울리자 점점 커지는 레이시의 신음.
쾌락에 가득 찬 그 소리는 미네르바의 어깨에 가려져 꽤 죽었지만, 레이시가 쾌락을 느끼면 느낄수록 점점 감출 수 없게 되었고 이내 욕실의 문 너머에까지 전해지기 시작했다.
“하아, 하으으읍!”
그리고 잠시 후, 울음과 비슷한 레이시의 신음과 함께 방안은 조용하게 변했다.
약간의 숨소리만 들릴 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대피소.
아샤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최대한 진정시킨 후 자신이 잠근 문을 두들기면서 두 사람에게 신호를 보내봤고, 레이시는 그런 아샤의 신호에 옷을 대충 챙겨입은 후 문을 열어주었다.
서로 제대로 얼굴도 못 보는 레이시와 아샤.
아샤는 헛기침을 연신 해대다 레이시가 어색하게 웃자 일단 대피소에서 나가자면서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이라고 적힌 문을 잡아당겼다.
덜컥.
“……씨발?”
그리고 문은 열리지 않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