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 숲의 사냥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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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엘라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로라는 지금 혀를 계속해서 거칠게 차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왜 동물이 안 보여!?”
이 정도 규모의 숲에 40마리 밖에 안 되는 동물을 풀었으니 동물을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것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로라의 상황은 그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섰다.
사냥개들은 아까부터 뭔가 잘못 먹었는지 간식을 주든, 채찍으로 때리든 오줌을 질질 흘리며 기사의 옆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말을 타고 레이시의 주변을 빙빙 돌면서 사냥감을 찾으려고 했지만, 이미 누가 죽인 동물의 사체만이 뒹굴고 있을 뿐 살아있는 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는 그 흔한 숲모기나 벌레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명백하게 무언가가 개입한 상황.
사냥대회에 자주 참가하며 우승한 경력도 있어, 나름 자존심이 강했던 로라는 그런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를 아득바득 갈기 시작했다.
거기에다가 레이시를 사냥하려고 해도, 레이시의 주변을 멤돌고 있는 아샤 때문에 좀처럼 레이시를 공격할 수가 없었다.
아샤를 사냥하려고 하다 실패한 이후로 전문 인간 사냥꾼까지 고용해서 이 짓을 했지만, 저렇게까지 빈틈이 없는 건 처음 본 로라는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며 초조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로라의 돈을 받고 고용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인간 사냥꾼들은 상대가 야차라고 해도 연무장에서 훈련하던 모습을 봤을 때 무리없이 사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들의 뒤를 봐줄 사람으로 경비병만 고용했었다.
그런데 사냥에 실패하고 숲 관리인이 들어온다면, 이 상황을 무마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한 명이라도 잡힌다면 자신들의 과거 행적이 모두 밝혀져서 사형 당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인간 사냥꾼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다가 이내 억지로라도 레이시를 사냥하자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아샤가 오라토리엄 왕국 내 최강의 기사라고 해도 한 번에 15명이 덤벼든다면, 어떻게든 레이시에게 닿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닿기만 한다면 독으로 죽여버리면 된다.
거기까지 의견을 주고받은 인간 사냥꾼들은 살아남으면 돈을 더 준다며 아샤에게 던져줄 사람들을 정했다.
“후우, 후우…….”
가장 위험한 곳에 갈 사람들이 정해지자 점점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인간 사냥꾼들.
레이시의 옆에서 레이시를 호위하던 아샤는 숲 안에서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오자 한숨을 내쉬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숲에 있던 동물들을 전부 죽였는지 사냥꾼들을 사냥하는 위치에 있는 미네르바.
기세등등한 사냥개들과 함께 진형을 짜고 주변을 둘러보는 레이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15명의 인간 사냥꾼들과 로라, 그리고 4명의 기사.
……마지막으로 그림자에 반쯤 숨은 채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하는 미스트의 분신까지.
“……레이시.”
“네?”
“이제부터 너 던진다. 던지는 이유, 알고 싶어?”
투구 사이로 익숙한 안광을 내뿜으며 레이시를 바라보는 아샤.
레이시는 그런 아샤의 말에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조용히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샤의 밑에서 훈련을 받으면서 깨달은 건, 아샤가 욕을 하거나 자신을 협박하긴 해도 자신에게 해가 될만한 짓은 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기에 레이시는 아샤와 시선을 마주친 다음 싱긋 웃으면서 믿는다고 말했고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말에 한숨을 내쉬면서 레이시의 이마를 가볍게 건들었다.
“남을 그렇게 쉽게 믿으면 어떻게 해?”
“하지만, 스승님이 그렇게 말한 거 보면, 이럴 필요가 있는 거죠?”
“응.”
“그럼 잘 부탁할게요.”
“그래.”
역시 전투하는 게 아니라면, 레이시는 좋은 사람이다.
자신을 이루는 감정이 차오르는 걸 느낀 아샤는 레이시의 허리춤을 잡더니 이내 하늘 높게 던졌고, 그 순간 미네르바는 곧바로 공중에서 레이시를 낚아 채 사라졌다.
“하아아…….”
그리고 혼자 남아 하나만 남은 자신의 뿔을 만지다 고개를 돌리는 아샤.
정확하게 그늘에 숨은 사냥꾼을 본 아샤는 말에서 내리더니 도끼를 꺼내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나, 둘씩 나오는 인간 사냥꾼들.
아샤는 그들의 몸에서 나는 익숙한 피 냄새에 입술을 히죽이면서 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잠깐!”
“……?”
“너, 내 밑으로 들어올 생각 없어?”
“하아?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열등종이니 평민이 와서 기강을 해친다느니 개소리는 있는 대로 다 하다가 이제와서?”
“뭐, 그땐 네가 귀족이 아니었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그것보다 잘 들어 봐. 네게도 나쁜 조건은 아닐 테니까. 경외의 야차라는 걸 보면 두려움을 사고 싶은 거지? 응? 내 곁에 있으면 그런 상황을 많이 볼 수 있을 거야.”
“…….”
로라의 말에 침묵을 유지하다가 도끼의 날을 아래로 내리는 아샤.
로라는 그런 아샤의 반응에 설득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당장 레이시를 죽이러 가자며 자신의 계획을 말하기 시작했다.
“너만 있으면 나는 그 레이시라는 걸 죽이고 공주님에게 사랑받을 수 있어!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네게 정기적으로 사냥감을 줄게! 어때!?”
“……하아아아.”
그리고 그런 것들을 전부 다 들은 로라는 투구를 쓰고 있어서 귀를 긁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워 한숨을 내쉬었다.
“너네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경외라는 감정을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응……?”
“경외란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라고. 존경심이 바탕이 되는 감정이야, 안 그러면 내가 기사 같은 걸 하면서 엘라에게 머리를 숙일 거 같아?”
“뭐? 존경심? 무슨 소리야, 야만인 주제에…….”
아샤를 다르게 부르는 멸칭.
야만인, 기사도를 지키지 않는 기사.
적을 모독하고, 찢으며, 존경하지 않고, 짐승처럼 잔혹한 방식으로 상대방을 죽이기에 붙은 모욕적인 이명.
그렇기에 엘라를 개인적으로 너무 사랑하거나, 반대로 정치적으로 엘라와 적대하는 세력의 경우에는 아샤를 그저 힘만으로 기사의 작위를 얻은 괴물쯤으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아샤의 입에서 나온 말이 존경심이라니…….
로라는 아샤가 왕국의 물을 먹더니 귀족인 흉내를 내기라도 하는 거냐며 눈살을 찌푸리다 헛소리를 할 거면 얌전히 닥치고 있으라고 말했다.
그러자 웃음을 터트리며 도끼를 쥐지 않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아샤.
“참 좋은 별명이야. 야만인, 짐승, 기사도를 지키지 않는 기사. 안 그래?”
“아까부터 웃기만 하는데, 언제까지 그렇게 웃을 수 있는지 보고 싶네.”
“왜? 내가 이렇게 웃다가 이 주변을 둘러 싼 녀석들에게 상처라도 입을까봐?”
그런 걸 기대하고 있는 거라면 차라리 자신이 진심으로 엘라를 주군으로 모시는 걸 기대하라며 자신의 근원에 대해서 말했다.
“나는 경외 받는 자. 약한 자들을 구해주고, 그들의 존경심을 받아먹지. 그러기 위해서라면 야만인이든 기사든 뭐든 될 수 있다고?”
“야만인인 척 흉내를 낸 거라고?”
“그럼 뭐라고 생각했어? 이거 꽤 편하거든? 내가 야만인의 흉내를 내면 낼수록, 그들은 내게 전략을 쓸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하고 그대로 도끼를 자신의 뒤를 향해 던지는 아샤.
몸도 안 풀린 상태에서 이루어진 갑작스러운 동작이었지만, 아샤의 몸은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도끼를 던졌고 그대로 날아간 도끼는 습격을 준비하던 인간 사냥꾼의 다리를 두 동강 냈다.
“……아아아악!”
그리고 퍼지는 비명.
인간 사냥꾼들은 아샤의 행동에 멍하니 아샤를 바라보다가 동료의 비명에 아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아샤에게 달려든 사람은 창을 든 거한.
2m가 넘는 신장을 지닌 거한은 미늘창으로 아샤의 몸통을 강하게 찌르려고 했지만, 아샤는 그대로 몸을 틀며 그대로 거한의 등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발등을 강하게 밟는 아샤.
우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가죽 신발 너머로 뼈가 튀어나왔고, 아샤는 발에 걸리는 감촉에 피식 웃다가 그대로 주먹을 뻗어 거한의 간장을 후려쳤다.
사람이 사람을 때리는 소리가 아닌, 마치 바위를 망치로 때리는 것만 같은 소리.
힘 조절을 해서 간장이 파열되지는 않았지만, 거한은 그대로 위액과 피를 뿜어대며 쓰러졌고 그 모습을 본 인간 사냥꾼들은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시간은 아샤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준비를 하는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곧바로 단검을 든 사람에게 달려들어 얼굴을 깎아내듯 후려치는 아샤.
건틀릿에 살이 걸리자 살은 크게 짓뭉개지더니 인간 사냥꾼은 그대로 살가죽과 근육을 잃고 혀를 허공에 노출시키며 땅바닥을 뒹굴었다.
그러자 최소한의 반격을 위해서라도 칼을 휘두르는 다른 인간 사냥꾼.
아샤는 그런 사냥꾼을 보고는 그대로 손을 뻗어 칼날을 잡아냈다.
건틀릿을 착용하고 있었지만, 손바닥 쪽은 매우 얇은 가죽만 덧댄 건틀릿.
아샤의 건틀릿을 본 사냥꾼은 이걸로 됐다며 환하게 웃다가 이내 자신의 칼이 아샤에게 잡혀서 움직이지 않자 당황하며 아샤를 바라봤다.
“칼이든, 도끼든, 날붙이라는 건 가져다 댄 다음에 밀어야 썰린다고.”
“하?”
그대로 남은 손을 펼쳐서 얼굴을 잡고 바닥에 내다 꽂아버리는 아샤.
안와골절이 일어나며 눈이 얼굴 아래로 흘러내리자 아샤는 너무 세게 내려쳤나 싶어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몇 명이나 살려뒀으니 괜찮겠지라며 킥킥 웃었다.
“아하, 아하하하하하!”
전략이니 뭐니 말하더니 그런 것은 하나도 없이 신체적인 힘만으로 4명이나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든 아샤.
인간 사냥꾼들은 몇 초 만에 30%의 전력을 잃어버리자 침을 꿀꺽 삼키면서 도주를 선택지에 넣기 시작했고 아샤는 그런 그들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도망치려고? 하긴 군대도 10%의 병사가 죽으면 패배했답시고 도주하는데 도망친다고 해서 딱히 뭐라고 할 생각도 안 드네.”
쓰러진 사람들에게 지혈제를 뿌리면서 능글맞게 웃는 아샤.
아샤는 도망치고 싶다면, 빨리 도망치라며 손짓하다가 인간 사냥꾼들이 뒷걸음질 치며 움찔움찔 떨자 그건 기억해두라며 입을 열었다.
“참고로 레이시를 위에 던진 거, 왜 그랬을까? 왜 굳이 너희들에게 주저리주저리 떠들었을까?”
“……!?”
“들리기 시작하지? 경비병들 오는 소리.”
마지막으로 도끼를 챙겨 들고 킥킥 웃는 아샤.
정말로 자신을 죽일 생각이었다면, 한 번에 15명이 다 덤비던가, 그게 아니라면 일찌감치 도망쳐야 했다.
아니, 그러지 않더라도 최소한 레이시를 쫓긴 해야 했다.
하지만 로라가 자신의 힘을 경계해서 대화를 시도하며 그들의 정신은 자신에게 팔렸고,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대화하는 도중에 자신을 기습할 기회를 놓쳤다.
정말이지……, 야만인이 되면 너무 편하다.
자신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마음대로 생각하고, 전투만 생각하고, 긴장하고 멋대로 방심해서 스스로의 퇴로를 스스로 막아버린다.
그렇게 생각한 아샤는 엘라가 보냈을 병사들을 보고는 로라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그리고 로라는 투구에 가려져서 보이진 않았지만, 아샤가 웃고 있다는 걸 느끼며 떨떠름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레이시를 아끼지 않더라도 기사라면 자신의 부정을 밝혀야 하는데 왜 아무런 행동을 보이지 않는 걸까?
“안 도망가? 왕가가 다스리는 숲에 도적이 나타났다고? 도망쳐야지.”
“……? 이, 일단 호의를 받아들일게.”
아샤의 말에 쭈뼛거리다가 말의 고삐를 강하게 당기는 로라.
아샤는 자신의 기사들과 빠르게 도망치는 로라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도끼를 챙겨 들고 로라가 고용했을 인간 사냥꾼들을 바라봤다.
“자, 그럼 정해. 도주하다가 경비병들에게 창에 찔려서 사망, 얌전히 무릎 꿇고 앉아서 감옥으로 생환. 어느 쪽으로 할래?”
전자의 것을 선택하면 등 뒤에서 그대로 머리를 내려찍겠다는 듯 도끼를 휘두르며 물어보는 아샤.
그 모습을 본 인간 사냥꾼들은 더 할 말도 없다는 듯 조용히 무기를 땅에 떨어트렸고, 아샤는 그런 인간 사냥꾼들을 경비병에게 넘겨, 포승줄로 묶은 다음 끌고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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