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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38화 (38/542)

〈 38화 〉 테이머로서의 훈련­4

* * *

“으윽…….”

“괜찮나? 주인.”

“아, 아하하……. 현기증이 조금……, 괜찮아요.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미네르바와 몸을 씻고 나온 레이시가 발견한 건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는 침구류와 방.

실금까지 했는데 악취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기분 좋은 향기가 느껴지자 레이시는 미스트가 방을 청소해줬단 사실을 깨달았다.

……애초에 미스트 외에는 방을 청소해줄 사람이 없기도 하고.

그걸 하고 나서 그 뒤처리를 남에게 맡겨버리다니, 나는 얼마나 되먹지 못한 사람일까?

레이시는 그런 생각에 얼굴을 붉히다 미네르바가 자신을 걱정하는 얼굴로 보자 어색하게 웃었다.

심한 현기증은 아니라고 말했는데도 자신을 걱정하는 모습.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모습에 머리를 쓰다듬어주다 허리를 망치로 때려대는 것 같은 감각에 생각하는 걸 포기하고 침대에 누웠다.

“흐아아…….”

“피곤한가?”

“조금요……. 허리가 아파서 옷도 입기 힘드네요…….”

레이시가 눈을 살짝 치켜뜨며 장난스럽게 올려다보자 미네르바는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는 강아지 같은 귀여운 모습.

레이시는 마냥 귀엽게만 보이는 미네르바의 모습에 키득키득 웃다가 졸리니 이대로 자겠다면서 미네르바에게 몸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그러자 미네르바는 잠시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당황하다가 자신의 날개로 레이시를 덮어준 다음 이불을 끌어 올려 레이시의 몸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자신이야 알몸으로 겨울 산을 돌아다녀도 멀쩡하지만, 레이시는 그게 아닐 테니까.

그렇게 생각한 미네르바는 약한 것도 힘들겠다며 레이시를 내려다봤다.

정말로 피곤했는지 침대에 눕자마자 침대에 몸을 맡기고 새근거리기 시작하는 레이시.

레이시의 가슴이 주기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자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레이시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

머리를 쓰다듬어도 세상모르게 잠을 자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를 보고는 레이시를 꽉 끌어안았고 레이시의 체온이 느껴지자 이불을 좀 더 높이 끌어올렸다.

그렇게 레이시의 몸을 전부 가리고 나자 미네르바는 이제야 안심되기 시작해 자신도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새벽 4시.

아직 몸이 피곤에 절여져 있었지만, 꽤 일찍 잔 것과 새벽 4시에 일어나야만 한다는 생각 때문에 레이시는 신음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추워…….”

아직 봄인 듯했지만, 온실가스니 뭐니 하는 소리가 없는 세상의 새벽 4시는 추웠다.

자칫 잘못하면 감기가 걸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레이시는 싸늘한 새벽 공기에 바들바들 떨다가 욕실 앞 바구니에 있는 수건을 몸으로 두르고 옷장에 가서 주섬주섬 작업옷을 입기 시작했다.

“아, 깨웠어요? 죄송해요.”

“아니다. 주인. 오늘도 일이 있나?”

“아, 아하하……. 아마도요? 우선 사냥개의 상태도 살피고 싶고. 말도 먹이를 줘야죠.”

“같이 가자.”

레이시의 말에 미네르바는 잠시 질투심을 느끼다 이내 투정을 부리듯 레이시를 끌어안았다.

테이머로서의 레이시와 가장 깊은 관계를 가진 건 자신인데 왜 사냥개 같은 걸 신경 쓰는 걸까?

그런 어린애 같은 질투.

미네르바는 옷을 입고 있는 레이시를 보며 자신만 쳐다보고 자신의 먹이만 신경 써줬으면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감정적으로는 자신만 신경 써줬으면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얌전히 있는 것으로 레이시의 호감을 사는 게 좋겠지.

그렇게 생각한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자신에게 옷을 건네자 얌전히 옷을 입었다.

날갯짓에 방해되지 않게 등이 훤히 드러난 디자인의 상의와 허벅지의 절반 지점을 간신히 가리는 짧은 바지.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옷을 보고 얼굴을 붉히며 농담을 건넸다.

“미네르바는 옷이 의외로 야하네요……. 에헤헤…….”

“……일주일에 한 번이라고 하지 않았나? 부족한가?”

“……죄송해요.”

“흥.”

“으응, 그런데 춥지 않으세요?”

“이 정도면 더울 정도다.”

“그렇구나.”

저주를 받기 전에는 새벽녘에 날개에 맺힌 이슬이 서리가 될 정도로 높은 곳에서 날았다며 이 정도는 괜찮다고 말하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말에 감탄하다가 손목의 단추를 모두 잠근 다음 한 번도 쓴 적이 없는 채찍을 허리춤에 차고 사냥개들에게 갔다.

레이시가 들어오자 으르렁거리면서 적대의식을 표출하는 붕대를 감은 사냥개.

하지만 미네르바가 이어서 들어오자 그 사냥개는 꼬리를 말고 레이시와 미네르바의 눈치를 봤고 레이시는 그런 사냥개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었다.

첫 만남의 인상이 그렇게 강했던 걸까…….

하긴 미스트의 말대로라면 갈비뼈 바로 앞까지 발톱이 파고들었다고 하니 겁을 먹지 않는 게 이상하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붕대를 감고 있는 사냥개에게 다가가 사냥개를 자신의 허벅지에 앉힌 다음 붕대를 풀었다.

꽤 깊게 찍힌 상처.

레이시는 그런 상처를 보고 쓰게 웃다가 약을 꺼내 사냥개의 몸에 발라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레이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사냥개.

사냥개는 자신을 치료해주는 레이시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레이시가 약해서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치료를 해주는 거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레이시는 약하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등 뒤의 하피를 사용해서 자신을 죽일 수 있다.

그런데 왜……?

사냥감을 죽이는 방법만 배웠던 사냥개는 레이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꼬리를 흔들며 레이시를 쳐다봤고 레이시는 그런 사냥개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무섭잖아요. 그렇게 노려보지 마세요, 미네르바.”

“……흥.”

사냥개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다음 사료통을 꺼내 사냥개들의 수보다 하나 많은 6개의 밥그릇에 밥을 나눠주는 레이시.

레이시는 미네르바가 그러면 사냥개들이 편하게 밥도 먹지 못할 거라며 미네르바를 말렸고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의 말에 다시 질투를 불태웠다.

이런 사냥개 1000마리가 있어도 자신보다 약한데 왜 이런 사냥개에 신경을 쓰는 걸까?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아 눈을 가늘게 뜨면서 레이시를 쳐다봤다.

그러자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시선에 어색하게 웃다가 건초를 손수레에 잔뜩 담고 마구간에 가 말에게 건초를 나눠주고 청소를 시작했다.

꽤 독한 냄새지만, 할아버지의 일을 도와줄 때 맡았던 냄새에 비하면 참을만한 냄새.

그렇다고 맡기 좋은 냄새는 아니었기에 레이시는 빠르게 청소를 끝낸 다음 마구간 옆 간이 샤워실에서 냄새를 지우기 시작했다.

“또 씻는 건가?”

“냄새가 배잖아요.”

“흐응…….”

레이시의 말에 어제 맡았던 레이시의 냄새를 떠올리는 미네르바.

짐승 냄새가 좀 섞인다고 해도 싫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온전한 레이시의 냄새가 좋다.

미네르바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몸에 묻히기 싫은 물을 몸에 묻히고 자신의 몸에 남은 냄새를 떨어트렸다.

“새로운 옷을 입는 건가?”

“네, 처음 입은 옷은 작업복이었으니까요.”

아까 전보단 좀 더 불편해 보이는 옷을 입는 레이시.

몸을 살짝 조이는 옷이었기에 미네르바는 왜 저런 옷을 입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다 뒤에서 쳐다보자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뭐라고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지만, 옷으로 가렸음에도 몸매의 라인이 잘 드러나는 게 예쁘다.

그렇게 생각한 미네르바는 저택으로 돌아가는 레이시를 뒤에서 꽉 끌어안고 뺨을 부비적거렸고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행동에 어색하게 웃었다.

미네르바는 분명 부엉이의 형질을 가진 하피였었지?

……부엉이라는 동물이 원래 이렇게 애교가 많은 강아지 같은 성격이었나?

애완 부엉이의 영상으로 봤을 땐 확실히 귀엽긴 했었는데…….

레이시는 잠시 그렇게 생각하다가 놀아달라는 듯 자신을 꽉 끌어안는 미네르바의 뺨을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무서운 외형과 어울리지 않는 웃음을 지으며 레이시를 안아 드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행동에 부끄럽다며 말렸지만, 미네르바는 저택에는 아무도 없으니 저택 안까지만 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저택까지만이에요……?”

“알았다.”

레이시의 말에 해냈다는 듯 환하게 웃으면서 레이시를 공주님 안기로 안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자신이 이렇게 안겨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머리를 짓누르다가 미스트가 보이자 반갑게 인사했다.

“어머?”

미스트의 그 한 소리에 곧바로 고개를 돌려버리긴 했지만…….

이런 자세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이상한 거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대충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러자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를 귀엽다는 듯 쳐다보다가 한 종이를 건네주었다.

“시설 이용신청서를 작성해뒀어요. 저번에 머테리아 후작의 도시에선 간이 검사를 했었잖아요. 이번에는 정밀 검사예요.”

“에……, 아, 스킬…….”

“네. 아마 이번에는 테이밍 스킬이 올랐을 거 같네요. 미네르바가 그렇게 레이시를 따라주고 있잖아요?”

“따른다니…….”

“후후, 아침 드세요. 준비 끝냈어요.”

“네에.”

미스트의 말에 미네르바의 품에서 내려오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자신의 품 안에 있던 온기가 사라지자 미스트를 보며 왜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거냐고 말하듯 노려봤다.

하지만 미스트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거리는 것으로 미네르바의 짜증을 받아넘겼고 레이시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늘 경외의 야차께서 오시니까 스킬 정도는 완벽하게 파악해두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왕궁에 있는 스킬 판독기를 빌렸답니다. 스킬의 레어도, 레벨, 그리고 경험치와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읽을 수 있을 거예요.”

“헤에에……, 정말요?”

“네, 스킬을 감추는 스킬 같은 게 있고, 그걸 사용하지 않는 한은요.”

“그런 스킬도 있어요?”

“네, 저는 그런 종류의 스킬을 가지고 있답니다.”

메이드가 고문과 인간 살해, 그리고 주살에 대한 스킬을 덕지덕지 가지고 있으면 곤란하니까, 그러니까 숨겼어요.

미스트는 그렇게 말하려다 이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의 뺨에 묻은 것을 닦아주었다.

“그나저나어제 꽤 격하게 하셨나 보네요? 저녁도 안 먹고 주무시고.”

“…….”

“아핫!”

“노, 놀리지 마요오오오……. 정말.”

“후후, 그럴게요.”

방금 스킬에 대한 말을 했을 때 레이시는 긴장했었다.

최대한 예절을 지켜가며 빠르게 움직이던 숟가락의 끝이 덜덜덜 떨릴 정도로.

꽤 깊게 트라우마로 새겨진 것 같았기에 미스트는 레이시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엘라가 원하는 레이시의 모습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레이시의 모습이 아니다.

아마도 스스로 트라우마를 극복해내고 자신을 뒤따라오기를 바라겠지.

그게 아니라면 스스로 최소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길 바라거나.

‘스스로’라는 부분만 아니었으면 연금술과 최면술로 뇌를 만지작거려서 강제로 트라우마를 지웠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던 미스트는 과일을 씹어먹으며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인체 개조 같은 수단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다른 방법이 사라지고 만다.

편안한 수단이 있으면 다른 귀찮은 수단을 생각할 이유가 없어지니까.

그건 자신이나 자신이 동경해 마지않는 엘라라 하더라도 다르지 않다.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는 다른 치료 방법들을 생각해보기 시작했고 이내 경외의 야차에 대해서 떠올렸다.

“후후후…….”

“응?”

“아, 아니에요. 경외의 야차 씨, 꽤 재미있는 분이라서요. 레이시와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어요.”

“정말요?”

“네, 정말이요. 재미있는 분이랍니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해주세요.”

“에헤헤, 네에~.”

미스트의 말에 긴장을 풀고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스킬을 확인하고 난 뒤가 기대된다며 키득키득 웃으며 남은 과일을 마저 입에 넣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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