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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25화 (25/542)

〈 25화 〉 천의 재능­2

* * *

“아아아악!”

이걸로 또 한 명, 기사가 그림자 아래로 빨려들어갔다.

매우 긴 시간, 많은 정성을 쏟아부어서 천천히 전신을 으스러트리며 괴롭힌 미스트는 기사가 비명을 지르며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자 웃음을 터트렸다.

“아핫, 아하하핫! 자아~ 기사님? 여기에 악당이 있잖아요? 왜 덤벼들지 않는 걸까요?”

비웃음을 얼굴에 감아둔 채 자신을 공격하라며 일부러 무방비한 모습을 보여주는 미스트.

기사들은 그런 미스트의 모습에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입술을 잘근 씹었다.

마법은 같은 마법으로 상쇄하고, 물리적인 원거리 공격은 손으로 쳐낸다.

그렇다고 근접전에서 이길 수 있냐고 물어보면 그것도 아니었다.

대형 해머를 손바닥으로 밀어내고 단검을 검지와 중지로 잡아내 날이 안 드는 칼이라며 날을 손톱으로 갈아서 돌려준다.

미스트는 강함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완전히 미쳐있다.

엘라의 스킬이 워낙 강한 것들이었기에, 그리고 흑마법사로서의 완성도가 완벽했기에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 사실에 머테리아는 침을 삼키며 자신의 완드를 세게 쥐었다.

지금 사용된 마법은 혈류 조작에 그림자 조종술, 그리고 중력마법과 자연계 마법 전반에 공간 간섭…….

그것들을 한 번에 전부 디스펠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였다.

그리고 한 가지 마법을 디스펠 한다고 해서, 지금 이 상황을 역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도주하는 것이지만, 뒤는 결계로 막혀있고 결계를 디스펠할 때까지 미스트가 가만히 있는다는 보장도 없다.

지금 미스트는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을 뿐, 죽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머테리아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이내 기사들을 쳐다봤고 기사들에게 몰래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현실성 있는 작전은 동굴 안에 있는 레이시를 인질로 사용하는 것.

동굴 안에서 하피가 레이시를 지키고 있지만, 동굴 안의 하피는 어떻게든 기사들만으로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미스트는 이성을 살짝 잃은 상태에 자신의 마법으로 스스로의 시야를 가린 상태.

그렇기에 어떻게든 할 수 있다.

그런 생각에 머테리아는 크게 기합을 넣으며 벼락을 미스트에게 쏘아냈고 미스트는 그런 머테리아의 마법을 손가락을 까딱거리면서 다른 곳으로 날아가게 만들었다.

“당신의 벼락 마법은 안 통한답니다?”

머테리아의 벼락 마법을 완벽하게 분석한 다음에 정전기로 다른 곳으로 공격을 유도하는 미스트.

미스트는 학습 능력이 없는 거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머테리아가 다시금 벼락을 쏘아내자 그렇게 벼락이 좋다면 마음껏 쓰라며 입김을 불었다.

미스트의 입에서 퍼져나가는 하얀 연기.

기사들은 그런 연기에 당황하다가 머테리아의 마법이 벼락을 뚫고 지나가자 감전되었다.

“으가아아악!”

“우후훗~. 후훗. 아군의 마법에 당하는 감각은 어떤가요? 찌릿한가요?”

미스트가 사용한 마법은 얼음 안개.

벼락은 안개에 떠있는 눈에 안 보일 정도의 얼음 입자를 타고 퍼졌었고 그 때문에 기사들만 부상을 입었었다.

다만 얼음 안개에 위력을 줄이는 마법을 부여해서 죽지는 않게 만든 미스트.

엘라가 마음껏 날뛰어도 좋다고 말했었기에 완전히 이성을 놓은 미스트는 뼈 단검을 꺼내 빙글 돌리다가 기사들을 바라봤다.

자……, 어떻게 죽일까?

마음 같아서는 죽지 못하게 영구적인 회복 마법을 걸어서 내장을 끄집어내고 오브제로 만들고 싶었지만, 그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법이니 패스.

애초에 저들은 인상에 강하게 남지도 않아서 그렇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의 가문 사람들은 전부 무기로 만들긴 했지만…….

“흐흥……, 흐흥…….”

회복 마법으로 사람을 죽여볼까…….

“아핫, 핫…… 아하하핫!”

소름 끼치게 높게 울리는 미스트의 웃음 소리.

미스트는 자신의 눈을 피해서 동굴로 들어가려고 하는 기사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가 꽉 쥐었다.

회복 마법을 받을 때 나타나는 특유의 빛이 몸에 스며드는 기사.

기사는 그런 자신의 몸에 미스트를 보면서 당황하다가 이내 전신에 퍼지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 아으, 으아아아악!?”

근육을, 장기를, 혈관을, 그리고 피부를 찢고 튀어나오는 뼈들.

회복력의 방향성과 리미트를 풀어버려 사람을 산 채로 돌연변이로 만들어버리는 미스트.

그 와중에도 뇌와 신경만은 제대로 움직이게 만들었기에 기사는 죽지도 못하고 몸을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웁, 우웨에에엑!”

그 모습을 보고 그만 토하고 마는 기사.

미스트는 그런 기사를 무표정으로 쳐다보다가 기사가 겁을 먹은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자 싱긋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레이시 양이 먹은 포션은, 야차라면 40분 정도는 꼼짝도 못하고 잠을 자게 되는 포션이죠. 그러니 이야기 할까요?”

“뭐……?”

“악당을 죽이는 건 무엇일까요?”

기사를 한심하게 바라보면서도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면 당장에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겠다는 미스트.

머테리아와 기사들은 그런 미스트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미스트의 질문에 대답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했음에도 머테리아는 미스트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대체 왜, 이런 상황에서 질문하는지 알 수 없는 미스트의 질문.

기사가 악당을 처리한다고 말을 듣고 싶은 걸까?

그게 아니라면 악당을 죽이는 건 더 심한 악당이라고 말을 듣고 싶은 걸까?

머테리아는 공포 때문에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미스트를 바라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정의의 사도라도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거냐!?”

“푸훕, 푸하하핫! 후작님, 더러운 일을 하시면서 비현실적인 말씀을 하시네요. 귀여우셔라, 그런 이야기는 동화 속에서나 나온답니다?”

“그, 그럼 뭐냐!?”

“그러네요. 악당을 죽이는 건 사랑이랍니다.”

“……하아?”

미스트의 말에 황당하다는 듯 미스트를 바라보는 머테리아.

하지만 미스트는 레이시에게 보여주던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악당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답니다. 죽이고 싶으니까 죽이고, 살리고 싶으니까 살리고……. 그런 악당을 죽이는 방법은 악당에게 이유를 주면 된답니다.”

“그, 그래서……?”

“그리고 그렇게 하는 방법은 악당에게 사랑하는 것을 만드는 거랍니다. 제게는 처음에는 엘라 공주님이였죠. 저보다 어리시면서도 강하고, 현명하고, 무엇보다 확실히 꿈을 보고 있었죠. 그래서 공주님을 따르기로 했답니다.”

엘라를 사랑했다는 걸까?

머테리아와 기사들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미스트의 말에 전투도 잊고 멍하니 미스트를 쳐다봤고 미스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공주님을 따르는 것도 금방 질려버렸답니다. 아아~ 어째서일까? 저는 공주님의 그 현명함을, 강인한 정신에 반한 게 아닌 것이었던 걸까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공주님이 다른 여자들을 안는 걸 보고 깨달았답니다. 저는 공주님처럼 사랑스러운 자들을 좋아한다는 걸요.”

말을 이어가면 갈수록 점점 고양감에 가득 찬 목소리가 되는 미스트.

미스트는 단검을 손에 넣고 휘두르다가 이내 자신의 손바닥에 칼을 올리고 그대로 자신의 손바닥을 쑤셔버렸다.

고기를 써는 소리와 함께 손등 너머로 튀어나오는 단검.

기사들은 그런 미스트의 모습에 당황하며 미스트를 바라봤지만 미스트는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얼굴로 단검을 휘적거렸다.

손을 움직일 때마다 꿀렁꿀렁 쏟아지는 검붉은 색의 짙은 피.

미스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다가 손에 단검을 뽑더니 차가워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제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건 무척 어려웠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주님만을 경애했었죠. 사람들이란 제 생각보다 어리석고 더러웠거든요. ……아니, 공주님의 주변에 있어서 그런 사람만 본 것일까요?”

손에서 꿀럭거리며 쏟아지는 피를 손가락으로 찍어 립스틱을 바르듯 자신의 입술에 바르는 미스트.

기사들은 그런 미스트의 모습에 불길함을 느끼며 이제 이야기는 됐다며 무기를 손에 쥐기 시작했다.

뭐가 일어나는 건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미스트를 저대로 내버려두면 위험하다.

본능에 가까운 판단에 기사들은 미스트에게 돌진하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그런 기사들의 행동을 예상했다는 듯 자신의 몸에서 나온 피를 이용해 움직임을 막았다.

“그런 도중에 저는 새하얀 종이와도 같은 사람을 만났답니다. 이번에는 저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공주님이 좋아하는 색으로 물들인다면, 공주님을 경애하는 저도 사랑할 수 있을 거거든요.”

“……!?”

“그런데 그걸 상처입혔네요? 아, 아핫! 핫! 꺄하하하하핫! 죽고 싶었다면 말씀하시지~. 단순히 공주님을 건든 거라면, 이렇게까진 하지 않았을 거예요.”

“……!? 자, 잠깐! 멈춰! 이야기를……!”

“늦었답니다.”

미스트의 긴 이야기를 듣던 도중 머테리아가 눈치 챈 이상은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출혈의 양.

손바닥에 난 구멍에서 나오고 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출혈량.

미스트의 몸을 생각해본다면 바닥에 웅덩이가 생길 정도로 피가 쏟아졌다면 미스트는 그대로 실혈로 인해 죽었어야 했다.

하지만 미스트는 아무런 회복 마법을 걸지 않았음에도 멀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마법사이기에 알 수 있는 마력의 질.

미스트가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갈수록 마력의 질이 변화했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에서, 뭔가 형태가 명확한 것에서 오는 두려움으로…….

그렇다는 건 그 이야기가 일종의 주문이라는 것.

그런 것으로 미루어볼 때 미스트가 자신의 손바닥을 뚫은 것과 이야기를 한 건 주문의 일종.

머테라아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곧바로 마법을 사용하며 미스트를 막으려고 했지만, 미스트는 싱긋 웃으면서 주문을 완성시켰다.

“강마, 릴리트.”

자신의 몸에 악마를 빙의시키는 미스트.

머테리아는 그런 미스트의 행동에 멍하니 미스트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요염하게 웃으며 고개를 레이시가 있는 곳으로 돌렸다.

“우훗, 계약자가 마음에 든다는 아이가 저 애구나.”

목소리도, 분위기도 완벽하게 변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미스트.

머테리아는 그런 미스트의 모습에 아연실색하며 털썩 주저 앉았다.

그러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머테리아를 바라보는 미스트, 아니, 릴리트.

릴리트는 꺄르륵 웃으면서 너무 걱정하지 마라며 머테리아에게 다가가더니 머테리아의 머리를 붙잡았다.

“걱정하지 마렴, 나는 계약자와 다르게 사람을 죽이는 취향은 없단다~. 사실 계약자도 살인 같은 걸 딱히 즐기지 않지만~.”

“아, 아옷……!”

“즐겁지~? 어떠니? 뇌에 직접 꽂히는 쾌락은? 기분 좋지? 뇌가 타들어가는 쾌락은~?”

“오오오옥! 오옥! 오오오옥!”

짐승처럼 울면서 전신을 덜덜 떠는 머테리아.

릴리트는 머테리아의 머리에서 손을 뗀 다음 정보를 머테리아가 가지고 있던 정보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이내 자신의 마력을 흩뿌렸다.

그러자 다들 짐승처럼 울면서 쓰러지는 기사들.

릴리트는 그 모습을 보고 만족스럽게 웃다가 이내 미네르바가 동굴 밖으로 나오자 싱긋 웃으면서 손바닥을 쳤다.

그러자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단 것처럼 사라지는 기사들.

미네르바는 그런 릴리트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며 날개를 펼쳤고 릴리트는 그런 미네르바를 보고 손을 들었다.

“어머나~ 나는 미스트와 계약한 악마라고?”

“그런 건 모른다. 주인의 적인가?”

“아핫~, 아니야~.”

“네가 나온 이후로 주인이 이상해졌다.”

“응? 아……, 그런 걸까나? 그럼 동굴의 망을 봐줄래? 치료해줄게.”

“못 믿는다.”

“그럼 셋이서 할까? 우후훗, 그러면 몸은 돌려줄까?”

미스트가 변하고 나서부터 레이시가 이상해졌다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당장에 릴리트를 죽이겠다는 듯 살기를 풀풀 내뿜었고 릴리트는 그런 미네르바의 모습에 곧바로 상황을 판단했다.

최대한 억누른다고 억눌렀지만, 계약자인 미스트가 좋아한다는 레이시는 연정의 감정이 뭉쳐 태어난 야차.

그렇다면 자신과의 궁합이 너무 좋아서 생긴 문제겠지.

그렇게 생각한 릴리트는 미스트에게 육체의 주도권을 건네주었고 미네르바는 분위기가 돌아온 미스트를 보고 살기를 조금 죽였다.

그러자 싱긋 웃으면서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미스트.

미네르바는 그런 미스트를 따라갔고 이내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뒤척거리는 레이시를 바라봤다.

“그럼 치료해볼까요? 도와주세요. 미네르바.”

“……알겠다, 수상한 짓을 하면…….”

“저를 죽이셔도 좋아요.”

“……흥!”

아직 릴리트의 힘이 깃든 미스트를 경계하며 레이시를 껴안는 미네르바.

미스트는 그런 미네르바를 보고 귀엽다는 듯 웃다가 레이시의 몸에 손을 올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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