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24화 (24/542)

〈 24화 〉 천의 재능­1

* * *

울컥울컥 덩어리져서 쏟아지듯 무겁게 떨어지는 핏물.

그 핏물의 주인은 미네르바와 마주하고 있던 기사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핏물이 쏟아지는 이유는, 미네르바에 의한 게 아니었다.

갑자기 기사의 가슴에서 불쑥 튀어나온 손.

힘줄이 잔뜩 튀어나온, 원래는 아름다웠을 손은 천천히 기사의 가슴에서 뭔가 쥔 채 천천히 빠져나왔고 사람들은 손이 빠져나오자 그 손을 따라 시선을 옮겨 손의 주인을 쳐다봤다.

“후우…….”

살랑이는 꼬리, 잔털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수인의 귀, 단정하게 정리된 메이드복, 그리고 넥타이에 있는 엘라의 증표.

그 손의 주인은 엘라의 전속 메이드인 미스트였다.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미스트.

머테리아 후작은 그런 미스트를 보고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미스트를 멍하니 바라봤고 미스트는 미네르바의 앞에 가더니 레이시는 어디에 있는지 물어봤다.

“안에……, 어깨에 화살을 맞아 실혈이 심하다. 일단 뽑고 묶어두긴 했지만, 지금은 저체온증과 실신 증상을 보이고 있다.”

“그럼 이걸 먹여주시겠어요? 치료제와 마취제가 섞인 거랍니다.”

허공에서 포션을 소환하며 웃는 미스트.

미네르바는 몇 번인가 봤던 미소였지만, 섬뜩한 미스트의 모습에 주춤거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미스트는 우아하게 몸을 돌리며 기사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들어 올리는 손.

기사들은 미스트의 손의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미스트의 손 위에서 꿀떡거리는 걸 보고는 흠칫 떨었다.

혈관이 거칠게 뜯어진 심장.

아직 자신은 피를 옮길 수 있으니 원래 주인으로 보내 달라는 듯 힘차게 뛰는 심장을, 미스트는 무심하게 쳐다보다가 천천히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스트의 온화한 얼굴에 피가 튀기 시작했지만, 미스트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심장을 으깨며 속삭였다.

“그래서, 어느 분이신가요?”

“뭐……?”

“레이시의 어깨에 화살을 꽂으신 분. 그 분은 특별히 살려드리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손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온화하게 웃는 미스트.

그 모습에 머테리아는 혹시 미스트가 레이시를 질투하는 건가 싶어 엘라를 미끼로 미스트를 자신의 편으로 회유하려고 했다.

“혹시 엘라를 원하는 건가? 그렇다면 내게 붙어라! 엘라를 네게 주지! 어떠냐!? 내가 원하는 건 엘라와의 결혼뿐이니까!”

“…….”

하지만 미스트는 머테리아 후작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온화한 얼굴을 유지할 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레이시의 어깨에 활을 쏜 사람이 나올 때까지 반응을 보이지 않겠다는 듯 정말로 미동도 없는 미스트.

그런 미스트의 모습에 머테리아 후작은 부하들에게 미스트를 죽이라고 명령했다.

“흥, 대답하지 않으면 죽일 뿐이다! 누가 저년을 죽여라! 산 채로 생포한다면 마음대로 해도 좋다!”

생포한다면 미스트를 어떻게 쓰든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말하는 머테리아.

성욕처리용 오나홀로 사용하든, 메이드로 사용하든 마음대로 하라고 말하자 기사들은 미스트의 몸을 보고 입맛을 다시더니 이내 미스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뻗는 기사들.

중견급으로 보이는 기사는 미스트에게 아픈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으라며 명령하며 다가가 미스트의 몸에 손을 올려두었다.

그리고 그 순간, 미스트가 산산조각낸 심장에서 솟아오른 붉은 섬광이기사의 팔을 잘랐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떨어지는 기사의 팔.

기사는 땅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팔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피가 터져 나오자 비명을 지르며 털썩 주저앉았다.

“죄송하네요. 제 말을 못 들으신 것 같네요. 레이시의 몸에 화살을 꽂은 사람은 누구죠?”

기사의 비명에 나긋나긋하게 입을 여는 미스트.

그런 미스트의 모습에 기사들은 각자의 무기를 꽉 쥐며 미스트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미스트는 그런 기사들의 모습을 한심하게 쳐다봤다.

하지만 그런 시선도 잠시, 미스트는 일단 자신의 화를 죽이자고 생각하며 기사의 팔을 주웠다.

“뭐, 좋아요. 뇌에서 강제로 정보를 빼내도록 할게요.”

“……!?”

미스트의 말과 함께 울룩불룩하게 변하는 기사의 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던 기사의 팔은 뼈가 부러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기묘하게 뒤틀리더니 이내 살덩이로 이루어진 골렘이 되었다.

여러 촉수가 꿈틀거리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살덩이 골렘.

그 정체가 브레인 이터라는 걸 파악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고 기사들은 미스트를 보고 제정신이냐는 듯 쳐다봤다.

브레인 이터는 남의 뇌를 빨아먹어 정보를 빼내는 병기.

그런 걸 만든다면 비난은 피할 수 없고 아군이 명예를 중요시하는 자라면 그 아군에게 죽을지도 모르는 골렘이었다.

그런데 그런 걸 태연하게 만들다니…….

기사들은 미스트가 평범한 메이드가 아니라는 걸 깨닫기 시작하며 무기를 들었고 미스트는 우아하게 자신의 치마의 양자락을 잡은 다음 인사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부디 죽지 말아주시길. 브레인 이터로 죽은 자의 정보를 빼내는 건 귀찮은 짓이니까요.”

미스트의 인사말이 끝나는 순간 치마 사이에서 쏟아지는 그림자들.

그 모습에 기사들은 그림자 조종의 마술도 쓸 수 있는 거냐며 당황하다 각자 저항하기 시작했고 그 중에 한 명이 그림자를 뚫고 미스트에게 칼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미스트의 목을 베는 궤적으로 날아가는 칼날.

하지만 미스트의 목에 칼날이 닿기 전에 칼날은 녹아서 떨어졌고 미스트는 검지를 올려 기사의 어깨를 찔렀다.

그러자 피부를 뚫고 나오는 고드름들.

처음 기사의 팔을 잘랐을 때처럼 혈액 조작을 사용한 게 아니라 얼음 마법을 사용한 모습이라 기사들은 당혹한 얼굴로 미스트를 바라봤다.

대체 몇 개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걸까?

공간 조작에 화염 마법에 빙결 마법, 그림자 조작술과 혈액 조작, 골렘 제작에 네크로맨스와 관련된 지식까지…….

판금 갑옷을 맨손으로 뚫은 걸 생각하면 신체 강화 계통의 스킬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기사들은 침을 삼키면서 미스트를 바라봤다.

보통 사람이 소화할 수 있는 스킬의 개수는 4개에서 5가지.

그 이상의 숫자의 스킬은 같이 발전시키기 어렵고 몇몇 스킬은 기껏 발전시켜놓고 사용하지 않아 레벨이 떨어진다거나 스킬이 삭제된다거나 한다.

그런데 미스트는 이미 확정된 것만 해도 7개.

어느 하나 나사가 빠졌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고,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는 스킬만 7가지.

그렇게 생각하자 기사들은 조금씩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여차하면 자신들을 도와준다고 했었던 왕자의 병사와 합류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레이시야 전투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걸 확인했고 하피는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으니 엘라를 죽이기 위한 병사들에게 맡기고 도망치자.

그렇게 생각한 머테리아 후작은 기사들에게 후퇴명령을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본 머테리아 후작은 멍하니 자신의 뒤를 쳐다보게 되었다.

“어……?”

뭔가 투명한 막이 막고 있는 퇴로.

자세히 보니 퇴로뿐만이 아니라 하늘까지 막혀있었고 머테리아 후작은 그런 하늘을 보고는 자신이 결계에 갇혀있다는 걸 깨달았다.

여기에서 결계를 사용했을 법한 사람은…….

머테리아는 미스트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카츄샤를 내려놓고 목의 단추를 풀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기소개를 하죠. 머테리아 후작님. 제 이름은 미스트, 미스트 T 캘러미티. 지금은 사라진 캘러미티 가문의 사람입니다.”

분위기를 바꿔서 다시 한번 자기 소개를 하는 미스트.

하지만 그런 미스트의 인사를 받아주는 쪽의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껴 있었다.

미스트를 무시하고 자신의 색욕을 분출할 도구로 보는 분위기에서, 경악과 공포가 뒤섞인 약자의 분위기로…….

“캐, 캘러미티, 그, 그건 15년도 전에 망한……!”

“후후, 일족을 몰살하는 건 재미있었죠.”

“……!”

캘러미티 가.

15년 전에 반란을 모의했다가 귀족 작위도 박탈당하고 기록말살형에 처해진 가문.

그 때 반란을 제압했던 사람은 10살도 채 되지 않았었던 엘라와 가문 내에서 반란이 일어난다고 엘라에게 보고했었던 한 명의 소녀…….

머테리아 후작은 거기까지 기억이 떠오르자 눈앞에 있는 미스트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그런 후작과 눈을 마주치고는 눈웃음을 지었다.

“그럼 시작하죠. 아까 제가 말한 대로살려는 드리겠습니다. 정보는 필요하니까요.”

얼굴에 그림자가 천천히 드리워지더니 귀까지 찢어지는 미스트의 미소.

머테리아는 그런 미스트의 미소에 공포에 질린 듯 비명을 지르다가 자신이 자랑하는 벼락 마법을 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머테리아의 마법들은 동시에 날린 미스트의 전격 마법에 의해 다른 곳으로 날아가며 허공으로 흩어졌다.

이걸로 또 하나의 스킬을 익히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기사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미스트를 바라봤다.

“처, 천악인(??人)…….”

“어머, 그리운 호칭이네요.”

“빠, 빨리 죽여라! 근접전으로 몰고 가면 이길 수 있을 거다! 마법만 사용하는 게 그 증거 아니겠냐!?”

천악인(??人).

성인도 되지 않은 어린 나이로 익힐 수 있는 모든 스킬을 익히고 암살자 가문을 몰살시킨 한 천재에게 붙은 공포의 상징과도 같은 칭호.

그 모든 재능을 살인에 쏟아지고 있다고 알려진 사람이 눈 앞에 있자 기사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도망칠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 결계에서 빠져나가는 건 무리였기에 머테리아는 미스트에게도 약점은 있을 거라며 기사들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사들은 되든 안 되든 하는 수밖에 없다며 미스트에게 달려들었다.

가장 먼저 하늘 높게 뛰어서 미스트에게 망치를 내려치는 기사.

미스트는 그런 기사를 바라보다가 싱긋 웃다가 오른손을 펼친 채 손가락에 힘을 주더니 이내 기사의 얼굴을 향해 긁었다.

그러자 뼈가 으스러지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튀는 핏방울.

기사들은 그 불길한 소리에 미스트와 기사를 바라봤고 거기에는 아래턱이 사라진 채 혀를 가슴까지 내밀고 있는 기사만이 남아있었다.

“으허어어어어!?”

보통이라면 쇼크사로 죽을 정도로 커다란 상처.

하지만 기사는 죽지 않은 채 자신의 아래턱이 있는 곳을 손으로 잡았고 미스트는 그런 기사를 보더니 손을 움켜지고 위로 올렸다.

그러자 기사는 인형처럼 억지로 일어나게 되더니 이내 미스트가 손을 돌리자 팔다리가 꽈배기처럼 뒤틀리며 허공에 고정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브레인 이터를 기사에게 붙여두는 미스트.

미스트는 브레인 이터가 기사의 뇌를 빨아먹으며 정보를 뽑아두자 떨어져 나간 기사의 아래턱과 팔다리로 다시 한번 브레인 이터를 만들었다.

그 모습에 머테리아와 기사들은 식겁하면서 아까 전 레이시처럼 공포에 질려 정신이 망가지기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정신을 잃을 정도의 공포에도 불구하고 실신을 한다거나 이성을 잃는다는 것과 같은 행동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미스트의 정신강화 마법 때문.

정보를 뽑아내려면 맨정신인 쪽이 훨씬 낫고, 전투에 대해서는 무지한 레이시에게 화살을 쏜 대가도 받아내야만 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들에게 버프를 걸고 있는 미스트는 히죽거리며 웃다가 기사들을 바라봤다.

“우, 우아아아악!”

결국 자신들은 미스트의 손바닥 위에서 놀게 될 것이다.

미스트의 미소에 그 사실을 싫을 정도로 알게 된 한 신입기사는 결국 이성을 잃고 공포에 질려서 미스트에게 달려들었다.

소꿉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기사가 된 그는 자신에겐 여자친구가 있다며 미스트에게 달려들었지만, 미스트는 그런 기사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미스트가 허공에 손가락을 슬쩍 긋자 양다리가 잘려 땅바닥을 뒹굴다 염력으로 허공에 고정되는 신입.

신입은 자신의 선배처럼 되기 싫다 발악했고 그러자 미스트는 다른 걸 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신입은 미약하게나마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레이시에게 활을 쏜 사람은 살려준다고 했으니 정말로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 미스트를 바라보며 자비를 구걸하기 시작한 신입.

미스트는 그런 신입의 구걸에 자애롭게 웃더니 이내 신입의 복막을 찢고 허공에다 신입의 내장을 허공에 전시하기 시작했다.

“어……? 아, 아……? 아아아……?”

“아핫, 그렇게 절망에 빠진 얼굴은 하지 말아주세요. 괜히 더 괴롭히고 싶잖아요?”

“아아아아아악!”

“아핫, 핫, 아하하~. 이거, 본래의 업무를 잊으면 안 되는데……, 저는 메이드인데……. 으음~ 안 되겠네요. 후훗…… 우후훗……. 이제 아무래도 좋으려나요? 어차피 일은 제대로 할 거고……. 아핫, 핫, 하핫!”

비명과 함께 비처럼 쏟아지는 피와 내장.

미스트는 자신의 얼굴에 쏟아진 핏물을 보고 혀를 길게 내밀고 요염하게 자신의 손가락을 핥다 남은 사람들을 바라봤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