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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20화 (20/542)

〈 20화 〉 이세계라는 실감­1

* * *

“왜 그래?”

“……엘라가 할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목욕이 끝난 후, 레이시는 침대에 누워 멍하니 있다가 엘라가 자신을 끌어안자 조심스럽게 엘라의 가슴에 자신의 고개를 파묻었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부끄러운 행동이지만, 목욕 후의 나른함과 섹스 후의 나른함은 레이시에게서 이성을 빼앗기 충분했다.

“아핫!”

“그렇게 괴롭히니 좋아요? 목에 자국도 남아있고…….”

언제 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오돌토돌한 게 목에 자국이 남은 것 같다.

레이시는 그런 생각에 엘라를 원망하는 얼굴로 쳐다봤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좋았잖아.”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럼 무슨 문제인데?”

“……부끄럽다고요. 이래서 밖에 어떻게 나가요?”

목을 매만지며 투덜거리는 레이시.

레이시는 이대로 밖으로 나가면 엘라와 그렇고 그런 걸 즐겼다는 걸 들킬 거라며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그러자 엘라는 레이시의 턱을 간질이며 들키기 싫냐고 물어봤다.

어차피 남이 봐도 할 수 있는 건 질투하는 것밖에 없으니 자랑해도 괜찮지 않을까?

독점욕과 과시욕이 조금씩 꿈틀거리는 엘라는 그렇게 말하며 레이시의 가슴을 살짝 터치하기 시작했다.

몸을 뒤척거리며 엘라를 노려보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눈빛에 킥킥 웃으며 왜 그러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질문에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걸까…….

레이시는 엘라의 볼을 꼬집으며 작게 투덜거리다가 이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계속 바보 같은 소리할 거면 엘라랑은 안 잘 거예요.”

“에엑!”

“‘에엑!’은 무슨 ‘에엑!’인가요? 부끄럽잖아요. 전 그렇게 얼굴이 두껍지 않다고요.”

“쳇. 레이시는 내 거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안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레이시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안는 것만으로는 되게 부족하다고 느껴.”

“제가 어떻게 말했기에 그러시는 건데요.”

레이시가 몸을 일으키자 똑같이 몸을 일으켜 세워서 레이시의 턱을 잡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눈을 자연스럽게 감고 입을 살짝 벌렸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작게 웃다가 레이시의 입에 자신의 혀를 비집어 밀었다.

“응후웃…….”

작게 숨을 내쉬면서 자신의 앞에 있는 엘라를 끌어안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혀를 간질이다가 이내 레이시의 혀를 가볍게 깨물어 끄집어내고 레이시의 혀에 자신의 혀를 맞대고 비비기 시작했다.

레이시는 한 번 더 하자며 부추기는 것 같은 엘라의 키스에 숨을 몰아쉬다가 이내 부끄러워져 천천히 엘라에게서 떨어졌다.

그러자 엘라는 아쉽다는 얼굴로 레이시를 쳐다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표정에 한숨을 내쉬다가 엘라의 볼에 입을 맞췄다.

“지금은 지치니 이거로 참아주세요.”

“……흐응, 이거만?”

“으으, 이렇게 계속 요구 안 해도 엘라 옆에 있잖아요.”

다시 자신을 덮칠 생각이냐며 엘라를 꽉 끌어안고 올려다보는 레이시.

레이시는 지금은 무리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말에 뺨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뭐, 레이시가 계속 안아주면 조금 나아질지도 모르겠네.”

“그럼 옷이라도 입혀주세요. 아까부터 못 입게 하고…….”

“그렇지만, 이렇게 맨살로 껴안고 있으면 기분이 좋잖아? 부드럽고 따뜻하고.”

“그건……, 으응, 그렇지만요. 슬슬 부끄러워지기 시작했으니까 옷 입을래요…….”

서서히 현자 타임이 끝나가는지 레이시는 이불로 몸을 가리고 쭈뼛거렸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히죽 웃더니 레이시를 꽉 끌어안고 뺨을 비볐다.

“치마 입어줘.”

“싫어요.”

“왜?”

“말 탈 때 불편하다고요.”

“속바지 입으면 되잖아.”

“싫다구요. 부끄러워요.”

엘라가 칭얼거리는 걸 받아주면서 바지를 입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셔츠에 베스트까지 입자 혀를 차면서 옷을 입었고 레이시가 옷을 다 입자 부엉이에 대한 걸 이야기했다.

“그래서, 내일 갈까? 부엉이.”

“에…….”

“이미 저녁 다 됐고 너 피곤해 보이거든. 미리 예약해서 사고라도 안 터지면 부엉이는 거기에 있을 거고, 그러니까 내일 가자.”

“으응, 그럴까요?”

“그래. 일단 저녁 먹으러 가자.”

뒤에서 레이시를 끌어안고 칭얼거리는 엘라.

레이시도 엘라의 말처럼 꽤 피곤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고 엘라는 레이시가 고개를 끄덕이자 배시시 웃으며 손을 잡고 미스트가 있는 방으로 갔다.

언제나 그렇듯 우아하게 인사하는 미스트.

미스트는 두 사람에게 시간을 잘 보냈냐고 물어보면서 두 사람이 온 이유를 파악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바로 저녁을 주문하겠다면서 원하는 음식이 있냐고 묻는 미스트.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말에 우물쭈물 엘라를 툭툭 건들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행동에 피식 웃으면서 적당히 몸이 따뜻해지는 걸로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미스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음식을 주문했고, 이내 주문을 끝낸 다음에 레이시에게 좋은 애완동물은 발견했는지 물어봤다.

“대형 부엉이를 발견하긴 했는데 뭔가 저주나 봉인을 당한 거 같아.”

“그렇군요. 저나 공주님이 그 봉인을 풀면 되는 레이시가 테이밍하는 건가요?”

“응.”

“알겠습니다.”

엘라의 말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미스트.

미스트는 엘라에게서 내일의 일정을 듣더니 레이시에게 잘 부탁한다 말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자기도 잘 부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서로 잘 부탁한다고 인사하자 샐러드부터 시작해서 차례대로 들어오는 음식들.

레이시는 음식들이 들어오자 배가 갑자기 고파졌는지 꼬르륵거리는 소리를 냈고 엘라는 그 소리에 키득키득 웃으며 레이시의 볼을 찔렀다.

이야기가 길어졌다며 밥을 먹자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붉어진 얼굴로 엘라를 힐끗 노려보다가 고개를 돌리며 밥을 먹기 시작했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를 보며 키득키득 웃다 밥을 먹었다.

그리고 밥을 전부 다 먹은 레이시는 하품하면서 먼저 자도 되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마음대로 하라며 레이시의 옆에 누웠다.

“…….”

“왜?”

“아니, 왜 옆에 누우시는 거예요?”

“나도 자게.”

“다른 방 있잖아요.”

“너랑 잘래.”

“무슨 애 같은 소리에요.”

“그리고 다른 방 빌린 건 레이시랑 떡칠려고 빌린 거고, 자는 건 한 침대에서 같이 자려고 했어. 혼자 자면 남자들이 덮치러 들어오거든.”

“……그건 또 무슨 소리래요?”

“한 번 확인해볼래?”

자고 있는데 덮치러 온다니…….

여기가 무슨 야겜 속 세상이라도 되는 걸까?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엘라를 쳐다봤지만, 엘라는 어깨를 으쓱인 다음 레이시를 데리고 다른 방으로 갔다.

그리고 온갖 함정을 설치하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모습에 다소 황당하다는 듯 엘라를 쳐다봤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내기할까?”

“네?”

“내일 여기에 사람이 없으면 레이시가 원할 때 딱 한 가지, 들어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어떤 부탁이든지 들어줄게.”

“……사람이 있으면요?”

“내일 하루. 팔짱 끼고 애인처럼 있어.”

엘라의 말에 잠깐 고민하는 레이시.

패배했을 때의 리스크는 크지만, 마찬가지로 얻을 수 있는 이득도 큰 상황.

하지만 내기의 유불리는 자신이 유리한 상황이었기에 레이시는 잠시 고민하다가 내기를 승낙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엘라는 무르기 없다며 킥킥 웃다가 레이시를 보며 오늘은 내기를 위해서 같이 자자고 말했다.

“이것 때문에 내기하자고 했죠?”

“아하하, 아냐. 이것도 꽤 좋지만, 이것 때문인 건 아냐.”

레이시를 가운데다 두고 양 옆을 차지하는 엘라와 미스트.

레이시는 양 옆의 두 사람을 보고 한숨을 내쉬다가 일단 자자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음 날, 레이시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후후, 내가 이겼지?”

“그러네요…….”

“왜 그런 얼굴일까?”

“일단 내가 엘라 옆에 찰싹 붙어서 아양 떨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두 번째로 진짜로 사람들이 혼자 자는 사람을 덮치려고 들어오려고 했단 사실 때문에 머리가 아파요.”

“아하핫! 뭐, 도시처럼 경비도 많고 방범용 장치도 많은 곳이라면 안 왔겠지만, 이런 시골에서는 자주 일어나.”

“나름 도시라면서요.”

“수도나 대도시에 비하면 시골이지. 거기에다가 위병 수에 비해서 모험가 수가 훨씬 많으니까. 거기에다가 우리가 마차를 타거나 기사들을 대동하고 움직이는 게 아니니까 모험가로 보였겠지.”

“……그거랑 이거랑 뭔 상관이에요?”

“모험가끼리는 신고가 잘 안 되거든.”

“세상에나, 무슨 그런 미친 소리가 다 있대요? 모험가든 누구든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지는 거 아니에요?”

“음, 보통은 그렇지.”

“그렇죠? 그래서 제게 사과하실 말은 없으세요? 아무리 엘라라면 괜찮을 거 같다고 생각해서 가만히 있었다지만, 저 덮치셨잖아요.”

“그렇게 말해도 내기는 취소 안 해줄거야.”

“씨…….”

“풉, 나중에 아무 부탁이나 하나 들어줄게. 그럼 됐지?”

그림자에 묶여서 허공에 매달리거나 바닥에 개구리처럼 엎드려 있는 남자들.

입까지 틀어막혀서 정말 한도 끝도 없이 들어왔는지 방 안에는 한 명이나 두 명 수준이 아닌 7명이 묶여져 있었다.

엘라와 내기하지 않고 혼자 잤으면 이 사람들에게 덮쳐졌으려나…….

일단 남자였었던 레이시는 그런 생각에 헛구역질이 몰려와 머리를 붙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이 세상의 사람들은 윤리관이 어떻게 되어 있는 거야?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일단 이 사람들을 모두 감옥에 가둬두자고 말했고 엘라는 안 그래도 위병을 불렀다며 팔을 내밀었다.

딱 봐도 팔짱을 끼라고 내민 팔.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팔을 보고 작게 저항하다가 엘라가 어림도 없다는 듯 웃자 조심스럽게 팔짱을 꼈다.

팔에 엘라의 가슴이 닿으며 몽글몽글한 기분이 드는 레이시.

부끄럽지는 않았지만…….

“……조금은 낯뜨겁네요.”

“응?”

그래, 낯뜨겁다.

부끄러운 것만 따지자면 목줄을 차고 냥냥거렸던 거나 서로 알몸이 돼서 껴안고 뒹구는 게 더 부끄럽지만, 이건 낯이 뜨겁다는 느낌이다.

사전적 정의로는 거의 똑같은 이야기겠지만…….

뭔가 다른 느낌.

뭔가 섹스를 할 때와 다르게 부드러운 게 몸 곳곳으로 퍼져나가 간질거리는 느낌이다.

“뭔가 꽁냥꽁냥하는 느낌이라 간질간질하네요. ……에헤헤, 조금 부끄러운 소릴 했네요. 내기에서 져서 이런 걸 하는 건데 혼자 연애하는 기분이 든다니.”

“…….”

“왜요?”

“쓰읍……. 진짜……. 점심에 나가면 안 될까?”

“…….”

“으으으, 안 되겠지?”

“당연히 안 되죠. 저 진짜 죽는다니까요? 오늘 아침에도 간신히 일어났는데…….”

“으으으, 맨날 꼴리게 해놓고 안 된대.”

“꼴리게 한 적 없어요! 그리고 매일 조르는 게 더 이상하죠! 하여튼 제 체력을 좀 신경 써주세요!”

“스킬 때문에 안 지치잖아.”

“지치거든요!? 정신적으로 죽어요!”

“아쉽네.”

아까까지만 해도 데이트하는 느낌이었는데 그 분위기가 완전히 가시고 말았다.

레이시는 그렇게 말하며 엘라를 노려봤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혀를 빼꼼 내밀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너무 박하지 않냐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말에 엘라의 페이스에 맞추다 보면 자신이 기절하고 말 거라며 몸서리치다 일단 밖으로 나가자며 엘라를 재촉했다.

그러자 엘라는 피식 웃으면서 팔짱을 풀고는 레이시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애인이니까 이렇게 있어줘.”

“……으으으, 오늘만이에요.”

엘라의 행동에 입술을 샐쭉하게 내밀다가 엘라의 팔을 끌어안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추고는 다음에도 내기하자며 다시금 동물을 파는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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