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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14화 (14/542)

〈 14화 〉 이것이 스킬이다![희망편]­3

* * *

음습한 분위기가 흘러 나오는 묘지 안.

레이시는 으스스한 묘지의 분위기에 팔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며 정말 이런 곳에 가야는 거냐며 엘라를 바라봤다.

“뭐야, 무서워?”

“안 무서워요? 여기 사람들이 묻힌 곳이잖아요.”

“글쎄? 워낙 이런 곳을 많이 돌아다녀서 이젠 아무렇지도 않네.”

태연한 얼굴로 묘지 안으로 들어가는 엘라.

레이시는 무덤덤해 보이는 엘라의 모습에 질색하다가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계속해서 묘지로 발걸음을 옮기자 쭈뼛거리며 정말 들어가야 하는 거냐며 망설였다.

그러자 미스트는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의 손을 잡고 자신의 옆에 바짝 붙어 있으면 위험하지 않다며 레이시와 함께 엘라를 따라갔다.

그렇게 미스트에게 손을 잡혀 엉겹결에 묘지로 들어가게 된 레이시.

안으로 들어가자 밖에서 볼 때보다 훨씬 더 음습한 분위기에 레이시는 정말 괜찮은 거냐며 엘라에게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씩 웃었다.

“뭐야? 무서운 거야?”

“그러니까 무섭다니까요? 사람이 죽어있는 곳인데 안 무서울 리가 없잖아요. 당장에 동물 죽은 것만 봐도 덜덜 떨리는데.”

“아하하, 걱정할 필요 없어. 좀비나 스켈레톤 같은 경우에는 레이시가 죽였었던 멧돼지보다 약하다고?”

“아니, 강약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좀비가 시체가 되면서 치아도, 근력도 전부 약해져서 일반인이 주먹으로 때려서 죽일 수 있는 수준이 된다고 해도 아마 좀비는 무섭겠지.

죽은 게 움직인다는 사실만으로 혐오감이 느껴지고 무섭다.

레이시가 그렇게 설명하자 엘라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런 발상도 할 수 있다며 감탄하다 어깨를 으쓱거렸다.

“내가 볼 땐 어차피 죽여야 하는 적이라 아무렇지 않던데. 거기에다가 좀비든 스켈레톤이든 일단 마법적인 원리만 알면 그다지 혐오스러울 것도 없어. 그냥 시체로 만든 골렘 같은 거니까.”

“아니, 그러니까 그게 싫다는 건데.”

“아하하, 레이시는 감상적이네.”

“길 가던 사람에게 물어봐요. 엘라가 이상하지 제가 이상하다고는 말 안 해요.”

“미스트, 정말이야?”

“네, 그러네요. 보통의 사람에게는 언데드는 존재 자체가 꺼려지는 존재일 걸요? 죽었다가 살아난 거잖아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살아난 건 아니잖아?”

“저나 공주님 같은 마법사에게나 그렇게 보이겠죠? 그리고 마법사 중에서도 언데드에 대해서 연구하지 않으면 절대 몰라요.”

“헤에…… 이상하네.”

“이상한 건 엘라의 감각이라니까요?”

어째서 언데드가 존재하는 그 사실만으로 꺼려진다는 걸 이해하지 못 하는 거야?

레이시는 어딘가 어긋난 엘라의 감각에 한숨을 내쉬다가 안개 너머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자 바짝 긴장하며 자기도 모르게 채찍의 손잡이로 손을 옮겼다.

달그락, 달그락…….

처음에는 그 소리가 뭔지 몰랐던 레이시였지만, 소리의 주인이 안개를 뚫고 나오자 레이시는 숨을 멈추며 쉴 새 없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는 존재를 바라봤다.

“오, 스켈레톤이네. 한 번 때려볼래? 레이시.”

“네!? 제, 제가요? 엘라가 처리해요.”

“아니, 채찍 스킬을 얻었으니까 한 번 써봐. 저기 보면 두개골이 검은색으로 물들어있지? 저기를 부수면 멈출 거야.”

“아아아~! 진짜 무섭다니까요!?”

“에에…….”

“사람들이 바퀴벌래가 자기보다 강해서 못 죽이는 게 아니잖아요!? 무서워서 못 죽이는 거지! 절대 싫어요!”

“아니, 난…… 으응, 뭐, 그렇게 싫다면 어쩔 수 없고.”

친해지기 위해서는 공통의 경험을 만드는 게 최선이다.

책에 적힌 대로 움직였지만, 레이시에게는 통하지 않자 엘라는 다음에 그 책을 모닥불 용 불쏘시개로 써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스켈레톤을 바라봤다.

눈도 없는 주제에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스켈레톤.

레이시는 그런 스켈레톤의 모습에 숨소리를 죽인 채 채찍을 만지작거렸고 미스트는 자신의 뒤에 숨은 레이시를 보고는 태평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으응……. 뭐랄까 짜증나네.”

분명 레이시는 내가 데려왔는데 어째서 미스트에게 더 기대는 거야?

엘라는 이해가 안 되는 상황에 검지를 쭉 펴더니 스켈레톤에게 향했고 이내 마력을 모아 그대로 쏘아냈다.

시동어를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수준 낮은 마법.

하지만 그런 엘라의 마법은 지름 2m의 구가 되더니 앞으로 날아가며 경로에 있는 것을 모조리 지워버렸고 스켈레톤은 엘라의 마법에 뼛조각조차 남기지 못하고 그대로 소멸했다.

“……방금 그거 뭐예요?”

“응? 마탄. 레어도 3 이하의 스킬만 가진 마법사들은 시동어를 말해야 하지만, 나는 레어도 9에 스킬 레벨도 8이라서.”

“개사기!?”

“후후, 어때? 꽤 강해보여?”

“꽤가 아니잖아요. 바닥이 사라졌어…….”

“후후후! 좀 더 감탄해도 돼. 사실 말은 안 했지만, 나는 오라토리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강한 마법사니까.”

“……그 성격에 말이죠?”

“무슨 소리야?”

“아뇨, 딱히. 그나저나 엘라, 진짜 강하네요…….”

땅이 파인다거나 소멸한다거나, 만화에서만 봤었던 레이시는 엘라가 사용한 마법의 흔적을 보고 연신 감탄했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깔끔하게 깎여나간 바닥.

유리처럼 맨들거리는 바닥에 레이시는 한참을 멍하니 바닥을 만지다가 자기도 마법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라노벨의 로망이라고 한다면 최강 먼치킨이 되어서 미소녀와 꽁냥거리는 거지!

레이시는 잊고 있었던 전생의 로망을 떠올리고선 엘라를 초롱거리는 눈으로 바라봤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피식 웃더니 레이시의 머리를 꾹 누르듯 쓰다듬어주었다.

“흑마법 배우고 싶으면 나중에 가르쳐줄게. 지금은 일부터.”

“아, 네!”

“그럼 데스나이트는 어디에 있을까?”

스켈레톤이라거나 좀비들은 데스나이트 주변에 모이는 습성이 있으니 이 근방에 있을 건데.

엘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옆을 걷는 레이시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처음에는 곧바로 엘라의 손을 떼어놓으려고 했지만, 떨어지면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말하니 얌전히 있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자신에게 없는 무언가가 불끈거리는 걸 느끼며 이번 일이 끝나면 반드시 여관에 끌고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탐색을 이어갔다.

가면 갈수록 늘어나는 좀비와 스켈레톤.

레이시는 좀비와 스켈레톤이 나타날 때마다 흠칫흠칫 떨면서 엘라에게 몸을 밀착했고 엘라는 그럴 때마다 최대한 데스나이트가 늦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좀비와 스켈레톤이 계속 나온다면 엉덩이를 쪼물거려도 모르지 않을까!?

하지만 데스나이트는 그런 엘라의 기대를 배신하듯 엘라의 손이 레이시의 엉덩이 근처로 내려가려고 하자마자 곧바로 나타났고 엘라는 그런 데스나이트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 정말이지, 타이밍 한 번 더럽게 나쁘네.”

“네!? 호, 혹시 위험해요!? 마나가 없다거나…….”

“응? 아니, 아니. 그런 거 아냐. 그냥 개인적인 이야기.”

조금만 더 있었으면 모르는 척 엉덩이를 만지작거릴 수 있었는데.

엘라는 아쉽다는 듯 작게 중얼거리다가 데스나이트를 바라봤다.

스켈레톤이나 좀비와 다르게 칼과 방패를 착용하고 사기를 풀풀 내뿜는 데스나이트.

확실히 주변 언데드들과는 다른 모습이었고 레이시도 잘 모르지만, 분위기로 데스나이트가 위험하다는 걸 느끼고 있는지 숨을 참고 채찍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당장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최소한의 저항을 위해 채찍을 휘두를 모습.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피식 웃다가 레이시를 툭툭 건들이다 레이시가 자신을 바라보자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어……라?”

그리고 동시에 데스나이트가 망가졌다.

엘라의 신호가 묘지에 울리고, 데스나이트의 그림자에서 촉수가 나오더니, 이내 데스나이트를 붙잡고 으스러트렸다.

키가 2m는 되어보이는 갑옷을 입은 죽음의 기사가, 선분 길이 30cm의 정육면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레이시는 그 비현실적인 모습에 멍하니 있다가 엘라를 보며 말을 더듬었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능글맞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별로 안 위험하다고 했잖아. 미스트, 이제 일 끝났지?”

“네, 그러네요. 발견된 데스나이트의 수는 한 마리라고 했고 제 탐색마법에도 이제 좀비와 스켈레톤 밖에 안 느껴지네요.”

“그럼 돌아가자, 레이시.”

마치 산책 나왔다가 돌아가자고 말하는 것처럼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방금 그건 뭐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에게 비슷한 걸 한 번 경험해본 적 있지 않냐며 키득 웃었다.

그러자 떠오르는 첫날밤의 기억.

자신의 팔을 묶고 자신의 몸에 올라탄 엘라의 모습이었고 레이시는 그런 기억에 얼굴을 붉히다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소리쳤다.

“그, 그렇게 위험한 걸 제게 썼던 거예요!?”

“응? 아, 정확하게 따지자면 전혀 다른 종류의 스킬이야. 근데 비슷하니까 그렇게 말했을 뿐이고.”

“그래도 그렇지……! 위험하잖아요!?”

“아니, 그림자 조종술하고 그림자를 대가로 사용하는 심연 마법은 조금 다르지?”

“……또 위험한 이름. 엘라는 대체 정체가 뭐예요? 정말 공주님 맞아요? 공주님이라면 좀 더 그…… 뭐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게 있지 않아요?”

“오라토리엄 최강의 흑마법사 겸임의 공주니까 보통의 공주와 다르다고 생각해줘. 어때? 멋져?”

“되게 위험하게 들려서 무서워요.”

“에엑~, 그럼 나중에 내가 안 위험하다는 걸 몸으로 알려줘야겠네~.”

“……더 위험하게 들리는데요?”

엘라의 섹드립에 데스나이트의 공포에서 벗어나 간신히 정신을 차리는 레이시.

레이시는 다시는 자신에게 그렇게 위험한 건 쓰지 말라고 말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위력은 제대로 조절하고 있으니 속박 플레이 정도는 괜찮지 않냐고 떼쓰기 시작했다.

“당연히 안 돼죠!?”

“어째서? 그림자는밧줄이나 가죽끈처럼 흔적도 안 남고 조절도 쉽고 뒤처리도 몇 배나 쉬운데!?”

“그러니까 그런 이유가 아니라…… 소, 속박 플레이라니 너무 마니악하잖아요!”

“아……, 처음할 때 별로 싫어하는 느낌이 아니라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그 땐 너무 당황해서 그 정도는 아무래도 좋을 정도였거든요!? 보자마자 덮친 주제에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싫진 않았잖아?”

“그! ……으으. 시끄러워요.”

“킥킥! 나중에 sm 플레이 하는 방법 알려줄 테니까 같이 해보자.”

“할 거 같나요?”

묘지를 벗어나며 잡담을 나누는 엘라와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다가 슬쩍 고개를 돌린 다음 허공에서 인형을 꺼낸 다음 명령을 속삭인 다음 인형을 묘지에 던졌다.

“미스트, 뭐해요? 엘라가 가자는데.”

“잠시 뒤처리를 하고 있었어요. 금방 따라갈게요.”

“뒤처리요?”

“정말 별거 아니랍니다.”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를 껴안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가 자신의 허리를 잡고 손을 아래로 내려가려고 하자 미스트가 하던 수상한 행동을 잊고 미스트의 손을 꼬집으며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스트는 레이시의 의식이 확실히 자신에게 쏠린 걸 확인하고는 레이시 몰래 마법을 사용했다.

“아, 안개 사라졌다.”

“그러네요. 데스나이트의 영향이 사라져서일 거예요.”

“으으으…… 다시 생각해도 엄청 무서운 녀석이었어요.”

“아하하, 이제 없잖아요. 공주님을 설득하는 것만 신경 써요. 다음에 저희가 갈 도시는 꽤 가까우니 설득하기 힘들 거예요.”

“……미스트는 자기가 겪는 일 아니라고 되게 쉽게 말하네요.”

“아하하, 그런 것도 있지만, 사실 저도 레이시랑 소프트 sm 정도는 해보고 싶거든요.”

“으읏!?”

계속해서 레이시가 묘지 안을 신경 쓰지 못하게 이마에 입을 맞추고 말 호루라기를 부는 미스트.

말이 호루라기 소리를 듣고 자신에게 다가오자 레이시는 한숨을 내쉬었고 미스트는 쉴 새 없이 레이시에게 말을 걸며 엘라를 설득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미스트의 뒤로 쏟아지는 새하얀 바람.

엘라는 능숙하게 묘지를 정화하는 미스트를 보고는 어지간하다며 쿡쿡 웃다가 다음 도시로 가자며 재촉하며 말의 고삐를 잡아당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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