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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13화 (13/542)

〈 13화 〉 이것이 스킬이다![희망편]­2

* * *

과일을 시작으로 차례대로 들어오는 음식들.

레이시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들어오는 직원들을 보고는 안쓰럽다고 느끼며 어색하게 웃다가 엘라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 입을 열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참, 미스트. 이 도시에서 왕가에게 요청한 일은 뭐가 있었지?”

“근처 묘지에 데스나이트가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처리하시는 게.”

“데스나이트……? 되게 위험하게 들리는데요?”

“아, 괜찮아. 귀찮기는 한데 위험하진 않아.”

“정말요?”

“응. 결국엔 언데드니까.”

“……그거, 엘라가 강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

“내가 강하긴 하지.”

여기에서도 일이 있는 건지 미스트에게 여기에서 해야 할 일을 물어보는 엘라.

미스트는 엘라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데스나이트가 나타났다며 처리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엘라는 귀찮다는 듯 머리를 긁다가 스테이크를 먹었고 레이시는 위험한 이름 뒤에 나온 태연한 엘라의 반응에 눈을 깜빡였다.

게임에서는 되게 쉽게 죽는 잡몹으로 나오지만, 이 세계의 기준으로는 언데드 계통의 상위 몬스터인 데스나이트.

평범한 사람들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존재라는 것 같기에 레이시는 정말로 괜찮은 건지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면서 귀찮을 뿐 위험하진 않다고 말했다.

데스나이트니 뭐니해도 결국 언데드.

엘더급도 아닌 일반 데스나이트는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엘라는 그렇게 말하며 레이시의 입에 과일을 넣어주었고 레이시는 엘라가 건네주는 과일을 쭈뼛거리며 받아먹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데스나이트는 되게 위험한 존재라는 것 같은데 왜 저렇게 태평한 걸까?

여신이 준 지식이 잘못된 지식일 리는 없다고 생각한 레이시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혹시 엘라가 강해서 그러는 거냐며 물어봤다.

보통 사람에게는 위험한 것 같지만, 강한 사람에게는 안 위험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레이시의 예측은 그대로 적중했는지 엘라는 어깨를 으쓱이며 확실히 자기는 강한 편이라고 말했고 미스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강함이라는 건 상대적이지만, 엘라는 꽤 상위에 속하는 편이라고 말하는 미스트.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말에 한숨을 내쉬다가 자기는 위험하니 이 여관에서 머물면 되는 거냐고 물어봤다.

마음 같아서는 두 사람을 도와주고 싶긴 하지만, 괜히 도와주겠다고 나서다가 위험에 처하는 건 싫다.

그런 생각에 레이시는 자기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 같이 가면 된다고 말했다.

데스나이트 정도를 상대로 레이시를 위험에 처하게 만들지 않겠다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엘라를 쳐다보다가 미스트에게 정말로 괜찮은 거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미스트는 엘라와 자기가 같이 있으면 괜찮을 거라고 말하며 레이시를 안심시켰고 레이시는 미스트까지 같이 가자고 말하자 한숨을 내쉬면서 부드러운 빵을 입에 넣었다.

차가운 빵과 다르게 부드럽게 버터의 향기가 퍼지는 빵.

레이시는 맛있는 빵을 먹자 절로 미소를 지으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를 보며 키득 웃었다.

그렇게 이어지는 평화로운 식사시간.

레이시는 뭔가 오랜만에 먹는 것 같은 제대로 된 식사에 축 늘어지다가 주변을 둘러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 엘라.”

“응? 왜?”

“왜 침대가 하나에요?”

“그걸 지금 눈치 챈 거야?”

“……저, 어디에서 자요?”

“침대.”

“엘라는요?”

“침대.”

“미스트는……?”

“침대지? 왜 그런 걸 물어보는 거야?”

“아뇨, 제 목숨에 위협을 느껴서요.”

침대가 하나밖에 없는 방.

방의 크기에 걸맞게 셋이서 나란히 눕더라도 꽤 여유 공간이 있는 침대였지만, 레이시는 그 침대를 보자 미스트와 낮에 했던 게 떠올라 공포에 질린 얼굴을 했다.

한 명을 상대하는 것도 지치는 데 둘이 동시 해버린다면…….

레이시는 스킬 때문에 체력이 받쳐준다고 해도 절대로 하기 싫다며 엘라에게 다른 방은 없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싱긋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다른 방은없어.”

“……소, 소파에서 자도 괜찮죠?”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킥킥! 걱정 마. 오늘은 안 할 테니까.”

“오늘은, 이라니…….”

다른 방은 지금 다른 손님들이 가득 차 있다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곧바로 소파에서 자겠다고 말했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말에 피식 웃더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오늘은 하지 않을 거다.

피로에 쩔어 있는 상태에서 하는 느긋한 것도 좋지만, 아직은 레이시와 마음을 교감하면서 하고 싶다.

그렇기에 엘라는 약속이라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행동에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다 조심스럽게 침대에 가서 구석진 자리에 가서 누웠다.

일단 엘라가 하는 걸 보면 덮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무섭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어쩌다 이렇게 됐나 싶어 한숨을 내쉬며 베개에 머리를 눕혔다.

……왜 이렇게 됐긴, 내 바보 같은 짓 때문이지.

몸을 침대에 눕히자 편해져서인지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그대로 잠에 빠지는 레이시.

엘라와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서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 레이시를 가운데에다 두고 같이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레이시는 어느새 두 사람 사이에 끼여서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봤고 엘라가 일어나자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입을 열었다.

“자리도 많은데 왜 저를 가운데에다 두고 주무시는 거예요?”

“미스트가 자기도 널 껴안고 싶다고 해서. 자는 널 깨우긴 싫고, 깨워도 네가 불안해 할 거 같아서 그냥 껴안고 잔 거야.”

“좀 편하게 주무시지…….”

“그럼 슬슬 출발 준비하자.”

침대에서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엘라의 얼굴과 등에서 느껴지는 미스트의 온기.

레이시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어이없다는 얼굴로 엘라를 쳐다봤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시선에 피식 웃더니 레이시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났으면 슬슬 움직이자고 말하는 엘라.

엘라는 오늘 묘지에 갔다가 다음 도시로 출발할 거면 꽤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아쉽다는 듯 침대를 바라봤다.

밖에서 야영만 할 땐 잠자리가 다 이럴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참았지만, 침대의 맛을 한 번 느끼니 벗어나기가 싫다.

“하아아…….”

하지만 움직여야겠지.

일단 엘라를 따라다니지 않으면 안 되는 신세였기에 레이시는 머리를 감고 대충 세수한 다음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약간 늦게 일어난 미스트가 레이시에게 또 대충 머리를 감았다며 잔소리하다 레이시의 머리카락 상태를 살폈다.

깨끗해지긴 했지만, 꽤 엉켜있는 머리카락.

미스트는 레이시의 머리카락을 보고 한숨 내쉬더니 레이시를 끌고 욕실에 들어가 머리를 감겨주었고 그 다음 자신도 씻고 나왔다.

“으, 으으…….”

“다음에도 또 실수하시면 몸으로 외우게 해버릴 거예요?”

“힉!? 아, 알았어요. 제대로 할게요…….”

하룻밤 자고 일어나서인지 미스트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하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레이시는 자기 거라며 뒤에서 레이시를 끌어안다가 말 타러 가자며 레이시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그 사이에 말을 한 마리 더 준비했는지 세 마리가 된 말.

레이시는 그런 말들을 보고는 아무 말 없이 엘라를 바라봤고 엘라는 싱긋 웃으면서 말을 새로 산 이유에 대해서 말해줬다.

“말의 체력 안배를 보나, 들고 다닐 수 있는 물건 수를 보나 셋이서 다닐 거면 말 세 마리가 좋거든. 그리고 레이시가 샀다는 스킬이 테이밍이라니까 스킬 훈련도 할 겸 샀어.”

“……과소비 아니에요?”

“딱히, 그것보다 스킬 사용해봐. 옆에서 지켜봐줄게.”

“우으…….”

논리정연한 엘라의 말.

애초에 말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던 레이시는 그냥 엘라의 말대로 하자고 생각하며 한숨을 깊게 내쉬다가 말에게 다가갔고 이내 테이밍을 사용해봤다.

“테이밍.”

스킬을 사용하자 이상한 느낌을 받는 레이시.

말과 연결된 느낌과 함께 말이 어떤 기분인지, 몸 상태는 어떤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에 레이시는 눈을 깜빡거리다 말의 목덜미를 천천히 쓰다듬어보았다.

그러자 푸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기분 좋아하는 말.

레이시는 그런 말의 반응에 작게 웃다가 미스트가 들어오자 조심스럽게 말에 올라탔고 엘라는 혼자서 탈 줄 몰랐다며 놀라다 키득 웃었다.

“이제 혼자서도 잘 타네. 의외로 재능이 있다니까.”

“그런가요?”

“응. 병사들 중에서도 말에 타는 걸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레이시는 잘 타네. 재능 있어.”

“에헤헤…….”

엘라의 칭찬에 배시시 웃으면서 말의 목덜미를 쓰다듬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피식 웃다가 레이시에게 채찍을 건네주었고 레이시는 엘라가 건네준 채찍을 보고는 눈을 깜빡거렸다.

“그나저나 왜 채찍이에요?”

“그냥. 다른 메이드들이 안 쓸 것 같은 무기라서?”

“…….”

“싫어?”

“어, 조금은……?”

내가 인디x나 x스나 카우보이도 아니고 채찍을 써서 뭐할까…….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떨떠름한 얼굴을 하면서 채찍을 돌돌 말아 옆구리에 찼고 엘라는 레이시의 떨떠름한 얼굴을 보고는 샐쭉한 얼굴을 했다.

“기왕 선물해줬는데.”

“으읏……. 죄송해요. 그렇지만 이상하잖아요.”

“하긴 그건 그래.”

“으으으…….”

레이시의 말에 키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가 타고 있는 말에 식량과 야영용 장비가 든 가방을 매달은 다음 자신의 말에도 가방을 매달고 말에 올라탔고 천천히 말을 움직였다.

그러자 말에 올라타 지도를 보고 있던 미스트가 길을 안내하겠다며 앞에서 천천히 움직였고 레이시는 바짝 긴장한 얼굴로 미스트의 뒤를 따라갔다.

이대로 미스트의 뒤를 따라가면 데스나이트인가 뭔가 하는 거랑 만나는 거구나.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자 긴장하면서 고삐를 잡았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뭔 말을 해도 안 듣겠다 싶어 한숨을 내쉬었다.

데스나이트 정도야 소대 단위로 몰려와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처리할 수 있는데 자신을 믿지 못하는 모습의 레이시.

하긴 싸우는 건 직접 보여주지 않았으니 믿으라고 해도 무리이려나…….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나중에 자신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면 레이시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상상해봤고 그 상상은 레이시가 자신에게 반하는 것까지 이어졌다.

레이시는 모르지만, 이 세상에서는 강하다는 것도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이니까.

엄청나게 강한 힘을 보여주면 레이시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자 엘라는 레이시가 자신을 믿지 않고 긴장하는 게 마음 상하는 일이 아닌, 기분 좋은 일로 느끼기 시작했다.

“흐흥~.”

“……우우, 긴장도 안 돼요?”

“응? 뭐, 그러네. 후후훗!”

“언데드라는 거 그거죠? 시체가 되살아난 거……, 무서울 거 같은데.”

“아하하, 괜찮아. 괜찮아. 그것보다 다음에 갈 도시나 생각하자. 거기 꽤 재미있는 곳이거든.”

“정말요?”

“응, 동물들이 많은 테이머들의 도시거든. 거기에서 애완동물을 하나 사자. 기르는 건 레이시에게 맡길게.”

“그치만 저, 3개월 뒤면 떠날지 말지 정해야 하는데요?”

“그게 싫으니까 시키는 거야.”

“에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엘라를 보면서 긴장도 안 되냐고 묻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기분 좋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말에 자기는 무서울 것 같다며 몸서리쳤다.

영화에서나 보던 좀비의 실사판이 눈앞에 나타나는 거니까.

안 그래도 공포영화는 잘 못 보는 편이었기에 레이시는 바짝 긴장하면서 말의 고삐를 잡았다.

그러자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다음에 가는 도시는 애완동물을 주로 취급하는 도시라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말에 손에 준 힘을 조금씩 빼기 시작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손을 보고는 싱긋 웃었다.

3개월 뒤에도 레이시는 자신과 함께 있을 거라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당당하게 말하는 엘라의 모습에 엘라와의 첫만남을 떠올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처음 만나자마자 억지로 덮쳐놓고 헤어질 거라고 말한 주제에 무슨 소리인 걸까…….

엘라의 말에 으레 하는 소리라고 생각하며 손사래 치며 됐다고 말하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투덜거렸지만 미스트가 묘지에 도착했다고 말하자 일을 먼저 해결하고 생각하자며 묘지 안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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