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 환생했는데 기껏 한다는 게 메이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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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와 같이 말을 타고 도시에 도착하자 레이시는 작게 감탄했다.
전생에서는 볼 수 없었던 건물이 있고 중세 유럽풍의 옷차림을 하고 길을 걷는 사람들.
길을 걷는 사람 중에서는 강아지나 고양이의 수인이라거나 엘프와 드워프 등등이 있었지만, 모두 그런 게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고 있었고 또 그만큼이나 길거리에서 마법을 사용하고 있어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우와…….”
“신기해? 마법 사줄까?”
“네?”
“마법 쓰고 싶으면 스킬 보석 하나 정도는 사줄게. 어차피 기초 마법의 경우에는 그렇게 비싸지도 않고.”
“저, 정말요?”
“응. 어린애들 용돈으로도 살 수 있어. 기초 마법의 경우 10000하랑쯤 하던가?”
“네. 공주님. 가장 비싼 기초 스킬 보석이 15000하랑이랍니다. 저기에서 파는 꼬치가 1500하랑이니 애들이 간식 10번만 참으면 스킬이네요.”
“그, 그럼 부탁해도 될까요?”
손에서 불이 생기는 걸 보고는 작게 감탄하는 레이시.
레이시는 말에 탄 채로 마법이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돌리지 못했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키득키득 웃다가 기초 마법과 관련된 스킬 보석을 사줄지 물어봤다.
레어도가 2가 되어도 꽤 가격이 나가기 시작하지만, 레벨 1의 스킬 보석 같은 경우에는 애들도 살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싼 편이다.
오죽하면 도시 안에서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스킬 조합을 맞추고 최소한의 훈련을 받은 다음 의뢰를 시작하는 것이 모험가가 되는 가장 보편적인 경로일 정도.
엘라가 그렇게 말하자 레이시는 우물쭈물거리다 어색하게 웃으면서 스킬 보석을 사줄 수 있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태도에 키득키득 웃은 다음 그럼 우선 스킬을 확인하러 가자고 말했다.
“그럼 우선 스킬부터 확인할까? 침실은 자는 용도로만 쓰면 되니까 적당한 비싼 곳을 잡으면 되고 말이야.”
“아, 피곤하면 여관부터 가도 되는데…….”
“아냐, 아냐. 별로 피곤하진 않아. 미스트, 레이시의스킬부터 확인하자.”
“네, 그럼 레이시 양, 움직일 테니 안 떨어지게 집중해주세요.”
“네에…….”
괜히 자기 때문에 스킬을 파는 곳으로 가는 게 아닌지 걱정하며 기가 죽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목소리에 작게 웃다가 스킬을 확인할 수 있는 가게로 말을 움직였고 세 사람은 꽤 규모가 있는 가게에 도착했다.
작은 가게에서도 레이시의 스킬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기왕이면 보안이 확실한 고급 가게에서 하는 게 좋겠지.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말에서 내린 다음 가게 직원에게 방을 빌려서 레이시의 스킬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고 엘라의 신분증을 본 직원은 화들짝 놀라다 고개를 끄덕이며 가게 안에 있는 작은 방으로 세 사람을 안내했다.
그리고 작은 유리판을 들고 오는 직원.
직원은 레이시를 보고는 레이시가 스킬을 확인하고 싶은 손님이 맞는 건지 한 번 확인한 다음 유리판을 사용하는 방법을 설명해주었고 레이시는 직원의 설명에 게임 스킬창 같다고 생각하며 유리판 옆에 달린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스, 스킬 체크! 이렇게 하면 되나요?”
“네.”
레이시의 말에 은은한 빛이 올라오는 유리판.
레이시는 그런 유리판을 보며 움찔 떨다가 직원이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잘못되지는 않고 있구나라며 안심하면서 유리판을 바라봤다.
기왕 환생했으니까 나도 먼치킨이 될 수 있을까…….
딱히 그런 소원을 빌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라노벨에서는 주인공이 먼치킨이었기에 레이시는 자신에게 있는 스킬이 무엇일까 기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레이시의 기대를 배신하듯 레이시의 스킬은 하나밖에 없었고 그 스킬 또한 뭔가 이상했다.
“……연정의 야차?”
“아하, 레이시는 사랑의 감정이 뭉쳐서 태어난 건가?”
“야차의 종족 스킬이네요.”
“효과를 확인하는 방법이, 그러니까…… 스킬 체크?”
레이시가 보유한 유일한 스킬은 연정의 야차라는 이상한 이름의 스킬.
효과 또한 무척이나 이상했는데, 신체가 아름답게 유지되며 레이시를 대하는 사람은 사랑의 감정에 대해서 거스를 수 없다고 적혀있을 뿐 다른 부가 설명은 하나도 없었다.
아니, 딱 하나 다른 설명은 있긴 했다.
레이시의 생년월일.
연정의 야차라는 스킬은 이제 레이시가 이 세상에서 태어난 지 막 2일 되었다고 말해주고 있었고 엘라와 미스트는 그런 스킬 설명에 감탄하면서 레이시를 바라봤고 레이시는 그런 두 사람의 시선에 자신의 스킬을 한 마디로 정리했다.
스킬의 레어도는 높지만 쓸모라고는 하나도 없는 스킬.
그렇게 생각하자 레이시는 실망한 티를 내면서 시선을 돌렸고 엘라와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실망하지 마. 나도 이상한 스킬은 몇 개 인가 있으니까.”
“정말요?”
“응, 예로 들어서 사룡의 공주나 대암흑마도천 같은 거.”
“이름만 들어도 사기 같은데요?”
“미스트도 이상한 거 있을 걸?”
“그러네요. 간식용 위장이라던가 술은 즐기되 취하지 않는다라거나 그런 게 있네요.”
“그건 확실히 이상하게 들리네요. 어디에 쓰라는 스킬인가요……?”
자신도 이상한 스킬이 있다고 말하며 레이시를 달래주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정말로 이상한 스킬을 가지고 있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룡의 공주라거나 대암흑마도천 같은 게 있다고 말했다.
뭔가 이름은 중2병에 걸린 것 같지만 효과는 사기일 것 같은 스킬들.
레이시는 그렇게 말하면서 엘라를 무표정으로 바라보았고 엘라는 생각과는 다른 레이시의 반응에 어색하게 웃다가 미스트에게 미스트의 이상한 스킬을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미스트는 못 말린다는 듯 웃다가 자신이 보유한 이상한 스킬을 말해주었고 레이시는 효과는 뭔지 알겠지만, 대체 어디에다 쓰라는 건지 알 수 없는 스킬에 대체 그게 뭐냐며 어이없다는 얼굴을 했다.
“글쎄요? 하지만 이런 이상한 스킬들도 있는데 연정의 야차 같은 건 괜찮아 보이지 않나요?”
“에…… 그렇게 말하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후후, 그렇죠? 그럼 스킬 보석 몇 개 사볼까요?”
“아, 네!”
“그럼 엘라 공주님. 여관의 수속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어? 나, 나는?”
“공주님이 옆에 계시면 레이시 양에게 강매를 부탁할 거잖아요?”
“…….”
그런 레이시의 얼굴에 작게 웃다가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손길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확실히 간식용 위장 같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스킬보다는 이름이라도 멋진 연정의 야차가 멋지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거렸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대답에 싱긋 웃으면서 슬슬 쇼핑하자고 말했다.
그러자 들뜬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얼굴에 레이시의 허리에 팔을 두르려고 했지만, 미스트는 엘라의 팔을 잡아 제지한 다음 여관의 수속을 부탁했고 엘라는 그런 미스트의 말에 당황했다.
쇼핑인데 왜 자기를 따돌리는 걸까?
엘라는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자기도 레이시와 쇼핑을 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스트는 싱긋 웃으면서 엘라가 쇼핑에 끼지 못하는 이유를 말해주었고 엘라는 미스트의 말에 정곡을 찔려 아무 말도 안 하다가 조용히 스킬 보석 하나를 미스트에게 건네주었다.
“그건 꼭 사! 그게 양보 조건이니까!”
“네, 그럴게요.”
엘라가 건넨 스킬 보석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한숨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미스트는 신경 쓰지 말고 쇼핑하러 가자고 말했고 이내 원하는 스킬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러고 보니 원하시는 스킬 있으세요?”
“으음…….”
미스트의 말에 고민하는 레이시.
기왕이면 전생에서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마법을 배우면 좋겠지만, 하나만 골라야 한다고 하니 뭘 하면 좋을지 고민되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고민하는 레이시가 대답할 때까지 얌전히 기다렸다.
그러자 레이시는 미스트의 눈치를 보다가 최대한 편리할 것 같으면서도 라노벨에서도 나왔었던 스킬을 떠올리기 시작했고 이내 좋은 게 떠올라 미스트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테, 테이밍 같은 스킬 있을까요?”
“네? 있는데 왜 테이밍이신가요?”
“말 탈 때 도움이 될 거 같아서요.”
레이시가 고른 스킬은 바로 테이밍.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왜 테이밍을 요청했는지 물어봤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질문에 부끄럽다는 듯 작게 웃다가 테이밍을 고른 이유를 말해주었다.
라노벨 같은 이야기는 설명해도 이상한 사람 취급 받을 테니 말 탈 때 편할 것 같아서 그렇다고 말하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말에 확실히 첫 스킬은 그런 게 좋다고 말하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또 원하는 건 없냐며 계속 둘러보자고 말했다.
그러자 레이시는 한결 편한 마음으로 스킬 보석을 둘러보았고 대체 왜 이런 스킬이 있는 거냐며 꺄르륵 웃기도, 쓸모있을 것 같아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도 하며 쇼핑을 이어나갔다.
“…….”
그리고 한 보석 앞에서 우뚝 서버리는 레이시.
그 앞에는 빨간색으로 19금이라는 글자가 있었고 레이시는 그 글자를 빤히 바라보다 침을 꿀꺽 삼키면서 보석의 효과를 읽어보았다.
‘스킬, 밤의 끝까지. 패시브 효과, 성행위 도중 기절하지 않게 체력과 스테미너의 회복 속도를 높여준다.’
……대체 이름은 왜 이런 건지, 그리고 스킬 효과는 또 뭐 이런 건지 알 수 없는 스킬.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처음 엘라에게 덮쳐졌을 때를 떠올리자 의외로 쓸모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연신 침을 삼켰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혹시 저런 류의 스킬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연정의 야차에 있던 설명대로 레이시가 태어난 지 이틀밖에 안 된 야차라고 한다면 다른 취미를 가지기도 전에 육체의 쾌락을 겪었으니 그런 거에 빠졌다고 해도 꽤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
색욕에 중독되는 건 문제지만, 그건 자기가 어떻게 해줄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는 레이시가 보고 있던 스킬 보석을 들고 계산대에 올렸고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행동에 화들짝 놀라며 미스트를 바라봤다.
“사, 사려고 한 건 아닌데!”
“괜찮아요. 나중에 영 마음에 안 들면 스킬을 삭제하면 되니까요. 이건 제가 레이시 양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주세요.”
“으, 으윽…….”
미스트의 웃음에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인 채 스킬 보석을 사용하는 레이시.
레이시는 자신의 스킬창에 스킬들이 생기는 걸 느꼈고 이내 얼굴을 다시 붉혔다.
엘라가 꼭 넣으라고 했던 채찍 스킬에, 자신이 원했던 테이밍 스킬, 그리고 미스트가 사준 섹스용 스킬…….
레이시는 얼굴이 화끈거리자 고개를 들지 못하고 푹 숙인 채 미스트의 손을 잡았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잠시 눈을 깜빡거리다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와 함께 다른 곳으로 가기 시작했다.
“저…… 저희 어디로 가나요……?”
“네?”
“엘라가 있는 여관으로 가는 거 아니었어요?”
“여관수속까지는 오래 걸리니까저희끼리 데이트해요. 괜찮죠? 레이시.”
미스트가 레이시를 데리고 간 곳은 붉은 등이 가득한 여관.
엘라가 설명했었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여관의 모습에 레이시는 얼굴을 붉히며 왜 여기로 왔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질문에 싱긋 웃으며 레이시의 팔을 잡아당기며 여관의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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