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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6화 (6/542)

〈 6화 〉 환생했는데 기껏 한다는 게 메이드­2

* * *

“자, 그럼 슬슬 출발할 준비하자.”

“……마음대로 하세요.”

“레이시는 말 탈 때 내 앞에 타. 쿡쿡!”

자고 일어나는 레이시를 반기는 건 묘하게 활기찬 엘라와 단정한 모습으로 인사하는 미스트.

아침부터 피곤하지도 않는 건지 자꾸만 들러붙는 엘라를 밀어내던 레이시는 씻지 않겠냐는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미스트는 레이시가 씻겠다고 말하자 목욕 바구니에 필요한 것들을 담아준 다음 이것저것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비누라던가 칫솔이라던가, 씻을 때 요령이라던가.

다른 건 몰라도 긴 머리카락을 감을 때의 요령이라거나 질 내부는 비누칠을 하면 안 된다거나 꽤 도움이 됐지만, 이 세상에 오자마자 섹스를 한 충격 때문인지 레이시는 도저히 그런 것을 신경 쓰지 못하고 대충 몸을 씻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자연스럽게도 레이시의 머리카락은 엉망이 되었고, 엘라는 자기보다도 꾸미는 데 대충인 레이시의 모습에 입을 멍하니 벌렸다.

“머리가 그게 뭐야?”

“시끄러워요. 졸려 죽겠는데 머리카락 정도야 아무래도 좋잖아요.”

“머리카락, 예쁜데 조금은 관리하지……. 빗질만 하고 가자.”

“귀찮은데.”

귀찮다는 듯 칭얼거리는 레이시의 말에 얌전히 앉아 있으면 해주겠다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열정이 가득한 엘라의 눈을 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고, 엘라는 레이시의 녹색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헤실거렸다.

“흐흐흥~.”

“남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게 그렇게 좋아요?”

“음, 좋아. 레이시의 머리카락은 부드럽고 색도 예쁘니까.”

“머리카락인데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신기하네요…….”

고작해야 머리카락인데.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을 껴안는 엘라를 밀어냈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를 도와주듯 엘라에게 가볍게 잔소리했다.

그러자 엘라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다가 레이시의 머리카락을 빗으로 풀어준 다음 레이시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이제 진짜 출발하자며 집 앞에 묶여있는 두 말에게 갔고, 레이시는 사극에서나 보던 말을 보면서 작게 감탄했다.

붉은 갈기의 말 두 마리.

멧돼지도 그렇고 말도 그렇고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었지만, 생각보다 크고 위압감이 넘치는 말의 모습.

레이시는 한참이나 말의 모습에 감탄하다가 이 말에 타는 거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타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말의 갈기랑 고삐를 같이 짧게 잡는 거야. 길게 잡으면 말이 고개를 움직이면서 움직일 수 있으니까, 다음에는 등자에 한쪽 발을 올려봐. 그럼 내가 올려줄게.”

“이렇게요?”

“그래. 그렇게. 잘하네.”

엘라가 가르쳐준다는 말에 조금 불안한지 의심의 눈초리로 엘라를 바라보는 레이시.

하지만 의외로 엘라는 진지하게 말에 타는 방법에 알려주었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모습에 의외라고 느끼면서 엘라가 시키는대로 움직였다.

크게 푸르릉 거리는 소리를 냈지만 레이시를 떨어트리지 않고 받아주는 말.

레이시는 말에 올라타자 한껏 높아진 시야에 감탄하다 말에게 고맙다고 말하듯 목덜미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고, 엘라는 빠르게 말에 적응하는 레이시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레이시의 뒤에 올라타 말의 고삐를 대신 잡았다.

그러자 엘라의 눈앞에 보이는 레이시의 몸매 라인.

엘라는 어젯밤에 봤으면서도 또 보고 싶어지는 그 몸매에 잠시 침을 삼키다가 이내 기회는 다음에도 있다고 생각하며 레이시에게 말에서 떨어졌을 때의 주의사항을 알려주며 말을 천천히 몰았다.

“힘을 주는 건 좋은데 긴장을 풀어. 네가 긴장하면 말도 긴장하니까. 허리에 힘 풀고 부드럽게 움직여.”

“아, 으음…… 이렇게요?”

“허리 부드럽네, 말 위가 아니었으면 넘어트렸을 건데.”

“……어제 했잖아요. 그것도 첫 만남에. 아직 모자라요?”

“레이시라면 일주일에 14번 정도는 해도 10년은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미쳤죠?”

남자도 그렇게는 안 하겠다.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하다가 미스트의 말에 올라타도 되는 거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키득 웃으면서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춘 다음 고삐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아까보다는 빠르게 걷는 말.

레이시는 처음 느껴보는 기묘한 탑승감과 속도감에 감탄하다가 고삐를 강하게 잡았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손을 보고는 조심스럽게 레이시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고 미스트에게 도시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봤다.

“글쎄요? 오늘은 야영하고 내일 점심 지나야 도시에 도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중간에 다른 마을에 들려서 잔다면 한 이틀 정도는 걸릴 거고요. 어떻게 할까요?”

“야영해서 도시로 빨리 가자. 식량이 없는 것도 아니고 여기에 오면서 들렀던 마을은 별로 질이 좋지 않았으니까 야영하나 마을에서 자나 별 차이는 없을 거야.”

“알겠습니다. 괜찮은가요? 레이시 양.”

“네? 아, 으음…… 네. 괜찮아요.”

밖에서 자면 몸이 꽤 아프겠지만, 더부살이하는 입장에서 불만을 말할 수 없었기에 레이시는 미스트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대답에 눈웃음을 지으며 그럼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할 말이 없어진 세 사람은 한동안 서로 아무런 말도 나누지 않고 움직였다.

간혹 잡담 정도는 했지만, 마을 안에 있을 때와 비교해보면 명백하게 적어진 대화.

아무리 뭔가 떠들 이야깃거리가 없다고 해도 대화가 완전히 사라지자 레이시는 처음에는 심심하다고 생각했지만, 마을을 떠나고 한 시간이 지나자 허리가 쑤시기 시작해 점점 정자세로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

차를 타는 건 몇 시간을 타든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 말을 타는 것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허리가 몇 배는 쑤신다.

그리고 허리와 비교해선 덜 아프지만, 허벅지도 서서히 근육통이 오기 시작했기에 레이시는 바들바들 떨면서 말할지 말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허벅지를 보고는 키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미스트, 야영지까지 얼마나 남았어?”

“30분 정도 남았네요. 숲 안에서는 금방 해가 지니까 조금 일찍 야영 준비를 해야겠어요.”

“들었지? 조금만 참아.”

“……노력하겠습니다.”

레이시에게 정확하게 얼마만 참으면 된다고 말해주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고삐를 쥔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키득 웃으면서 말을 천천히 움직이게 했다.

그렇게 엘라의 배려 속에서 30분이 흐르자 세 사람은 야영지에 도착했고 엘라는 먼저 말에서 내린 다음 레이시에게 말에서 내려오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한 번에 내려오려고 하면 떨어지니까 한쪽 발을 빼고 천천히 발을 반대쪽으로 넘겨봐. 고삐는 탈 때처럼 하고.”

“이, 이렇게요?”

“응, 잘하네. 재능있는 거 같아.”

“허리 아파 죽겠는데 뭐가 재능이 있단 거예요?”

“음? 뭐, 첫 승마에 이렇게 오래 탔는데 재능이 있는 거지. 거기다 포장된 도로도 아니고 숲길을 달렸는데 말이야.”

허리를 붙잡은 레이시에게 재능이 꽤 있다며 처음치고는 잘 한다며 다독이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을 빈말이라고 생각했는지 뾰로통한 얼굴로 앓는 소리를 내면서 말에서 내려왔고,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자기는 나름 진담이었다며 투덜거리다 아군을 구하듯 미스트를 쳐다봤다.

그러자 미스트는 엘라의 말이 맞다며 레이시를 칭찬했고, 레이시는 미스트까지 자신을 칭찬하자 정말로 자신이 의외로 말을 잘 타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엘라라면 자신의 호감을 사기 위해서 그런 말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미스트라면 자신의 호감을 사려고 하지 않을 거니까.

그런 생각에 레이시는 배시시 웃기 시작했고, 엘라는 자기가 말했을 때와 너무나 다른 반응에 미스트를 힐끗 노려보며 미스트를 질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레이시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자기 질투심을 그대로 표출하는 엘라.

미스트는 엘라의 반응에 입가를 가리고 웃다가 말에게 달아놓았던 가방에서 야영 도구를 꺼냈다.

“응? 아직 해가 높이 떴는데 벌써 주무실 준비하시는 거예요?”

“숲 안에서는 해가 빨리 지거든. 30분 정도만 지나면 방향을 알기 힘들어질 거야.”

“헤에……. 그럼 엘라는 안 도와주나요?”

“말 묶었잖아.”

“어린애세요?”

아직 해가 머리 위에 있는데 야영도구를 꺼내는 미스트의 모습에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이시.

엘라는 미스트 대신해서 레이시에게 지금 야영을 준비하는 이유를 알려줬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작게 감탄하다가 엘라는 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건지 물어봤다.

그러자 엘라는 자기는 말을 묶어 놓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면서 레이시의 엉덩이를 쓰다듬었고, 레이시는 밖에서도 거침 없이 이어지는 스킨십에 화들짝 놀라며 미스트에게 도망쳤다.

레이시가 도망쳐오자 정말이지 못 말린다는 듯 쓰게 웃는 미스트.

미스트는 레이시가 자기 뒤에 숨자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괜찮다고 말했고, 미스트의 태연한 반응에 부끄러워진 레이시는 텐트 치는 걸 도와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레이시의 도움을 받아 텐트를 치고 모닥불에 불을 피우는 미스트.

숲에 밤은 빨리 온다는 엘라의 말대로 숲 안은 모닥불에 불을 붙이자마자 눈앞만 간신히 보일 정도로 어두워졌고, 레이시는 그런 숲의 모습에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엘라와 미스트가 익숙하다는 듯 태연하게 움직이자 레이시는 뭔가 더 말하지는 못하고 얌전히 모닥불 앞에 앉아 불빛을 쬐기 시작했다.

“전 물 좀 떠올게요. 조금 늦었네요.”

“윽…….”

늦었다는 건, 아마 나 때문이겠지.

레이시는 자기 때문에 엘라가 일부러 말을 조금 느리게 걷게 했던 것을 떠올리고는 자기도 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미스트는 엘라의 말에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다가 레이시가 물병을 잡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면서 작은 횃불을 들고 같이 움직였다.

“레이시 양은 착하네요. 안 도와주셔도 되는데.”

“늦은 거, 저 때문이잖아요.”

“그래도 견습생들 중에서는 눈치를 보고 일을 안 하는 사람도 많답니다. 특히 특정 가문의 구성원이 총애하는 견습생 같은 경우에는 그 애정을 무기로 다른 사람에게 일을 시키고 자기가 했다는 식으로 거짓말하기도 해요. 레이시 양이라면 공주님의 총애를 변명으로 삼을 수 있었잖아요.”

“……어, 일단 3개월만 한다고 해도 두 사람이 저를 믿고 준 일이니까 열심히 해야 할 거 같아서요. 거기에다가 저 때문에 일이 만들어진 건데 저만 뒤로 빼는 것도 그렇고.”

“후후, 역시 레이시 양은 착하네요.”

레이시에게 왜 자신을 도와주려고 하는 거냐고 물어보는 미스트.

미스트는 레이시가 거짓말을 하는지, 그리고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면 얼마나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살펴보며 레이시의 대답을 들었고, 레이시는 미스트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질문에 대답했다.

일단 자기 때문에 생긴 일에 자기만 쏙 빠져서 가만히 있는 건 싫다.

몸이 아프기는 하지만, 못 걸을 정도로 아픈 것도 아니고 그냥 쑤실 뿐이니까 도시에 가서 하룻밤 자면 뻐근한 것도 사라지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서 견습생 신분을 줬는데 그 믿음을 저버리는 건 싫다.

레이시는 그렇게 말했고 미스트는 레이시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진심으로 말한다는 걸 확인하고는 횃불을 들지 않은 손으로 레이시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어른이 아이를 칭찬해주듯 천천히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는 미스트.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손길에 부끄러움을 느꼈지만, 이상하게도 위화감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왜인지 미스트라면 그렇게 머리를 쓰다듬는 게 당연하다는 느낌?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이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상했지만, 워낙 자연스러워서인지 레이시는 미스트의 손길에 눈을 가늘게 뜨며 눈을 깜빡이다 고개를 숙였다.

“슬슬 물 소리가 들리네요. 이쪽으로 오세요.”

“아, 네!”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들고 미스트의 뒤를 따라가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작게 웃다가 레이시와 함께 야영하면서 쓸 물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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