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 환생하자마자 잘못되었단 걸 눈치챘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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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몸이 되도 현자타임은 오는구나.
레이시는 엘라의 몸에 기대서 한참 쉰 다음에 옷을 주섬주섬 줍다가 그런 생각을 했고 엘라는 침대에서 만족스럽게 웃다가 레이시가 옷을 줍자 레이시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그 옷 그대로 입게? 바지에 피랑 육편이 묻었잖아. 웃옷에도 튀어서 더러워졌고 속옷은…… 살짝 젖었고. 미스트가 옷 사올 테니까 사오면 그거 입고 지금은 나랑 있자.”
“으으으…….”
레이시의 등에 뺨을 부비적거리다가 레이시를 잡아당기며 침대에 눕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행동에 당황하며 버티려고 했지만, 엘라가 안 누울 거냐고 물어보자 얼굴을 붉히며 노려보다가 한숨을 쉬며 누워버렸다.
어차피 일어나 있으려고 해도 뭔가 계속 나른한 느낌이 들고 뭔가 일이 한꺼번에 많이 일어나서 머리도 아프니까 누워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레이시가 침대에 눕자 엘라는 이불을 덮으면서 레이시를 가볍게 끌어안으면서 등을 보이고 있는 레이시의 뺨을 가볍게 만졌다.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만지다가 이내 뺨을 잡듯 손을 올리고 간질이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가 계속해서 자신의 뺨을 만지자 앓는 소리를 내다가 슬쩍 고개를 돌려서 엘라를 곁눈질로 쳐다봤다.
“왜요……?”
“아니, 귀여워서? 흠흠, 솔직하게 말해서 수도로 돌아가기 전에 너를 독립시켜주고 그다음에 헤어지려고 했는데 점점 그러기 싫어지네. 계속 옆에 두고 싶어.”
“……헤어지려고 한 건데이런 짓을 한 거예요?”
“응? 싫었어? 기분 좋았던 거 같은데.”
“그,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으으으, 아뇨, 됐어요.”
엘라의 손가락을 치우면서 뾰로통하게 왜 계속 만지면서 왜 쉬지 못하게 하는 거냐고 물어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하기 전에 물어봤던 것처럼 왜 자기를 도와주냐고 물어보고 싶은 건가 싶어 작게 웃으면서 레이시를 칭찬하는 말을 했다.
귀족 여자애들을 칭찬해주듯 레이시를 칭찬해주는 엘라.
보통 이러면 귀족 여자애들은 엘라에게 애교를 부리며 안겼기에 엘라는 레이시도 그렇게 할 줄 알았지만,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얼굴을 했다.
한 며칠 도와주다가 헤어지려고 했으면서 이런 짓을 한 걸까?
이때까지 인생 중에서 가장 깊은 관계를 맺은 사람인데 며칠 놀다가 헤어지려고 했다는 엘라의 말에 레이시는 투덜거리다가 고개를 돌렸고 문득 자기가 여자처럼 됐다는 생각에 흠칫 떨었다.
해본 적은 없지만, 예전에 이런 일을 겪었으면 그냥 욕하고 잊었을 건데 삐져서 몸을 돌려버리고 투덜거리다니…….
레이시는 생각보다 빠르게 변하는 사고방식에 살짝 무서움을 느끼다가 이내 그냥 첫 경험을 클럽에서 원나잇으로 했다고 생각하기로 하고 손사래 치면서 고개를 다시 돌려버렸다.
귀찮으니 생각하기도 싫다고 말하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다시 고개를 돌려버리자 살짝 당황하다가 레이시의 배를 살짝 끌어안고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귓속말했다.
“삐졌어?”
“으으…… 귀찮다니까요.”
엘라의 귓속말에 베개에 고개를 파묻고 얼굴을 가리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행동에 작게 웃다가 레이시의 뿔을 매만지다가 갑자기 레이시를 확 끌어안았고 레이시가 당황하며 얼굴을 들자 곧바로 입술을 맞대었다.
“읍…….”
입술을 대자마자 느껴지는 부드러운 레이시의 입술.
마치 부드러운 꽃잎을 입술에 대는 것만 같은 입술의 감촉에 레이시의 아랫입술을 약하게 깨물다가 조심스럽게 혀를 집어넣어 레이시의 이빨을 혀로 훑었다.
그러자 레이시는 천천히 입을 벌리면서 엘라의 혀를 받아들였고 엘라는 처음 키스할 때보다 능숙해진 레이시의 반응에 고개를 돌리며 천천히 레이시의 위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그, 그만둬요. 화낼 거예요.”
“응? 뭐가? 이야기하는 것도 싫어?”
“이야기하는데 왜 제 위에 올라타려는 거예요?”
“그냥. 키스할 때 편한 자세를 잡으니까 이렇게 됐네? 후후.”
“……내려와요. 그, 보이잖아요.”
자신의 배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에 눈을 흘기며 엘라를 노려보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짐짓 슬픈 얼굴로 이야기하는 것도 싫냐며 레이시의 턱을 간질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모습이 연기라는 걸 금방 눈치 챈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반응에 어처구니없다는 듯 쳐다보다가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분홍빛 무언가를 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피했다.
아까는 실컷 본 것 같지만, 섹스가 끝나서인지 제대로 쳐다보지 못 하겠는 엘라의 나체.
레이시는 어디를 가리키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허공을 이리저리 휘젓다가 이내 부끄러움에 대충 손으로 가리키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이 귀여워 쿡쿡 웃다가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레이시의 옆에 누워 다시 레이시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레이시는 엘라의 행동에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엘라와 눈을 마주쳤다.
그렇게 눈을 마주치자 떠오르는 건 아까 부렸던 이상한 짜증.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던 짜증에, 레이시는 금방 시선을 피했고 엘라는 레이시를 껴안고 있다가 볼에 입을 맞추는 둥 애교를 부리며 다시 한번 물어봤다.
“삐졌어?”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럼?”
“이런 거 처음인데, 하고 나니까 원래 헤어지려고 했다니까 그, 그냥 화나서…….”
자기가 말하고도 무슨 말을 하는가 싶어 머리를 거칠게 긁는 레이시.
자기가 아직 남자였어도 이런 말을 했을까?
레이시는 그런 생각에 괜히 더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해 한숨을 깊게 내쉬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대답에 자신이 배려가 부족했다며 사과하면서도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레이시는 엘라에게 화내게 한 다음에 사과를 하는 건 자신을 놀리는 거냐며 투덜거리며 엘라를 가만히 노려봤고, 엘라는 레이시에게 가볍게 입을 맞춘 다음에 그런 게 아니라며 자기가 웃은 이유를 말해주었다.
“내가 레이시의 처음이니까, 레이시의 섹스의 기준은 내가 되었단 거잖아? 후후, 처음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됐는데 막상 해보니 이해가 될 거 같아. 이래서 경험이 중요하다는 거구나.”
“이딴 걸로 경험의 중요성을 깨우치지 말라고요.”
“아하하, 왜? 그나저나…… 레이시가 나와 헤어지기 싫으면 그렇게 할까?”
“그렇게 가볍게요? 그것보다 그렇게 가볍게 말해놓고 지금 와서 그런다고 제가 믿을까봐요?”
“으응, 확실히 그렇게 들리겠네. 그럼 다시 하면서 내가 얼마나 레이시를 사랑하는지 말해줘야 할까?”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을 보고 웃고 있는 엘라의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
화가 난 건 꽤 풀린 모습.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행동에 배시시 웃다가 레이시의 뺨을 가볍게 쓰다듬다가 진지한 얼굴로 같이 있고 싶으면 원하는 대로 있어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레이시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지금 와서 그렇게 말하면 믿어줄 것 같냐며 엘라를 흘겨보았다.
그렇게 가볍게 원래 헤어지려고 했다고 말했으면서 지금에 와서는 다시 원하는 만큼 있어도 된다니, 누굴 어린애로 보는 걸까?
이 세상을 기준으로 본다면 어린애 수준이 아니라 이제 막 태어난 신생아 수준이긴 했지만, 전생의 기억까지 포함하면 사회생활이 부족할 뿐 충분히 오래 살았던 사람이었기에 레이시는 그 말을 어떻게 믿냐며 엘라를 바라봤다.
그러자 엘라는 확실히 레이시의 말이 옳다고 말하더니 이내 자신을 믿게 만들겠다며 이불 안으로 들어가며 레이시의 배꼽에 입을 맞췄다.
“햐욱!? 그, 그만!? 으으으…… 피곤하니까 제발 봐주세요. 엘라는 지치지도 않아요? 지금 전 눈이 감기려고 해서 미치겠는데.”
“안아주면 그만둘게.”
“하아, 알았어요. 그러니까 키스는 그만둬요. 그, 이, 이상해질 거 같으니까.”
“아하하, 알았어. 으음……, 그리고 내가 헤어지려고 했다는 걸 너무 나쁘게만 듣지 말아줘. 공주 옆에서 지낸다는 건 사람들의 질투나 시기를 그대로 받는 괴로운 일이라서 착한 사람들은 우는 경우가 많거든. 기왕 마음에 들었는데 너를 울리고 싶진 않았어. ……그래도 말을 이상하게 했네. 아하하, 미안.”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믿어주는 거야? 후후, 역시 믿음을 주는 방법은 애정표현이 최고라니까.”
“굳이 이런 방식으로 믿음을 주지 않아도 되잖아요. 이야기하면 들어줬을 건데…….”
“정말로 들어줄 생각이었어?”
“…….”
지치지도 않는지 다시 자신의 몸을 탐하려는 엘라의 행동에 화들짝 놀라며 엘라를 밀어내는 레이시.
엘라는 이런 방식이 아니라면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없지 않냐며 당당하게 레이시를 바라봤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말에 황당하다는 듯 입을 멍하니 벌렸다.
그러자 엘라는 좀 더 고개를 내리면서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갑작스러운 엘라의 행동에 당황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엘라가 원하는 대로 껴안아주었다.
투정으로 가득 차 있지만, 나름대로 부드러운 포옹.
엘라는 레이시의 포옹에 키득키득 웃다가 자신이 가볍게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니라고 변명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는 마음대로 해도 별 상관은 없지만, 왕궁에 들어가면 온갖 더러운 것을 보고 힘들어 할 거라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설명에 판타지 배경의 게임을 몇 개 떠올리다가 맨날 암살 당하는 귀족들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엘라는 사과를 받아주는 거냐며 배시시 웃다가 레이시의 뺨에 입을 맞췄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애정표현에 얼굴을 붉히다가 옷은 언제 오냐며 투덜거렸다.
아까부터 맨살로 계속 부대끼니까 이상한 기분이 든다.
피곤해서 동인지나 야동 같은 것도 보기 싫은데 자위는 미친 듯이 하고 싶어지는 그런 기분.
이대로 있다가는 엘라에게 다시 덮쳐질 것 같다는 생각에 레이시는 꾸물꾸물거리다가 침대 구석에 쪼그려 앉아 베개로 자신의 몸을 가렸다.
“…….”
“……왜요?”
“아니, 그냥 왜 갑자기 그러나 싶어서.”
“그냥 이러고 싶어져서요.”
“흐으응~?”
갑작스런 레이시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능글맞은 얼굴을 하면서 레이시의 옆에 앉아 가볍게 머리를 기대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행동에 움찔 떨다가 가만히 있었고 엘라는 레이시를 좀 더 괴롭힐까 아니면 그냥 이대로 쉬게 해줄까 고민하다가, 레이시의 눈에 피로감이 엿보이자 가볍게 볼에 입을 맞추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부터 씻을 테니까 미스트가 오면 욕실에서 씻고 갈아입어.”
“아, 네.”
엘라의 말에 멍하니 대답하고서 이불을 뒤집어쓰는 레이시.
레이시는 엘라가 욕실에 들어가고 물소리가 들리자 뒤늦게 자기가 먼저 씻고 엘라가 기다리는 게 훨씬 나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욕실에 들어가도 늦었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며 벽에 기대 생각에 잠겼다.
처음에는 섹스의 여운 때문에 자기를 버리고 가려고 했다는 것만 집중했지만, 진정하고 생각해보니까 엘라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20대 중반의 남성에게 갑자기 이세계 전생해서 한 나라의 공주 옆에서 시중을 드는 메이드가 되라고 해봐야 잘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거기에다가 레이시는 전생에서도 이런 종류의 대인 관계는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평범하게 같이 일하거나 같이 친구로 지내는 거라면 친화력이 좋은 편이지만, 이상하게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관계가 되려고 한다면 사기를 당한다거나 뒤통수를 맞는 일이 많아서 자기도 모르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게 된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엔 존댓말로 말하는 이유도 그 거리감을 유지하기 위한 방어기제.
지금이야 워낙 많은 일이 일어나서 제대로 생각하기 전에 눕혀져서 그대로 섹스하게 되었다지만, 냉정하게 이성을 되찾고 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으으.”
레이시는 머리가 점점 복잡해지자 한숨을 내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의 문을 잡았다가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다시 침대에 가서 누웠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은 걸까?”
엘라를 따라가는 게 맞을까?
아니면 엘라에게서 적당히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만 배우고 떠나가는 게 맞을까?
레이시는 자신에게 주어진 두 가지 길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스르르 감기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고 몸을 씻고 나온 엘라는 침대에서 불편하게 몸을 웅크리고 자는 레이시를 보고는 작게 웃다가 이불을 덮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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