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환생하자마자 잘못되었단 걸 눈치챘다2
* * *
입맛을 다시면서 레이시에게 다가가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모습에 당황하다가 자신의 몸을 가리듯 몸을 돌리고서 일단 진정하고 생각하자며 엘라를 말렸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잠시 멈추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일단 진정해요!”
“흐음, 음…… 좋아. 진정했어.”
“휴우우우…….”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 섹스 할까?”
“전혀 진정하지 않았잖아요!?”
“아하하핫!”
자신의 앞에서 멈춘 엘라의 모습에 레이시는 잠시 안심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바로 이어서 엘라가 몸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자 레이시는 곧바로 크게 소리쳤다.
진정한 것 같았는데 전혀 진정하지 않았잖아……!
정조의 위기를 느낀 레이시는 다급하게 엘라를 진정시킨 다음, 엘라의 요구를 떠올리며 엘라를 힐끗 곁눈질로 살펴봤다.
몸은 여자가 되었다지만, 아직 정신은 남자인 그대로인 레이시.
거기에다가 연애경험이 없었던 레이시는 귀여운 외모의 엘라가 싱긋 웃으면서 자신의 뺨을 매만지자 얼굴이 화끈거리며 이대로 가면 뭔가 위험해질 것 같다는 느낌에 엘라를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엘라가 몸을 밀착하면서 자신의 귀에 그렇게 나쁜 제안은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러냐고 속삭이자 차마 엘라를 밀쳐내지는 못하고 몸을 비틀어대며 작게 저항했다.
그러자 엘라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레이시의 허리에 자연스럽게 팔을 두르면서 일단 소파에서 이야기하자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스킨십에 당황하다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얼떨결에 엘라가 시키는 대로 소파에 앉았다.
“뭐, 일단 네가 싫다고 하면 억지로 할 생각은 없어. 그런 건 재미가 없거든.”
“재미로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요.”
“아하하! 그럼 진지하게 말하면 들어줄래?”
“……그럴 리가 없잖아요.”
“아쉽네. 하지만 잘 생각해봐. 넌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야차지? 야차라면 살아있는 정령 같은 거라 태어났다고 하는 게 조금 이상한 발언이긴 하지만. 하여튼 그러니까 너는 이 세상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게 없지? 목표도 없고.”
“그, 그건…… 뭐, 네…….”
“그렇다면 나랑 돌아다니면서 그걸 찾아보는 건 어때? 네가 원한다면 언제든 보내줄게.”
어째서인지 자신이 환생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는 엘라.
레이시는 이것저것 말하며 자신을 도와주겠다는 엘라의 말에 혹하면서도, 이내 머릿속 한구석에서는 엘라의 이야기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왜 엘라 같은 사람이 자신을 도와준다는 걸까?
지금은 집에 없는 미스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엘라는 한 나라의 공주님이고 자기는 그냥 평범한 야차.
전생으로 따지자면 재벌 2세가 길 가다가 처음 본 사람을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았기에 레이시는 너무 사정이 좋은 이야기라면서 엘라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그러자 엘라는 레이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유가 부족했다는 걸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너, 너무 이야기가 좋잖아요. 왜 저를 도와주려는 건가요?”
“으응? 아하, 그런 이야기야? 하긴 섹스하는 것 정도로는 너무 이야기가 좋았지.”
“아니, 그게…… 그! 그런 거 제외하고요.”
“으응? 아하하! 부끄러워하는 거야? 귀여워라~.”
“으극…….”
“뭐, 네 질문에 대답하자면 네가 내 취향이라서야. 귀엽게 생겼잖아. 그리고 그거 외에도 순수한 데다가 사람에게 적의가 없는 야차는 무척 드물거든. 옛날이야기에는 순수한 감정의 정령이 실체를 가지면 야차가 된다던데 보통 순수한 감정이라고 한다면 대부분이 부정적인 것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괜찮다면 너를 내 아래에 두고 싶어.”
“…….”
아, 이 사람은 위험한 사람이다.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그렇게 생각하며 당장에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특이한 종족이고 성격이 모나지 않았는데다가 얼굴이 그럭저럭 괜찮으니까 애완동물 삼고 싶다는 거잖아…….
레이시는 그런 생각에 어색하게 웃다가 도망치려고 했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을 대충 예상했다는 듯 손을 튕겨 레이시의 몸을 소파에 묶고 말을 이어나갔다.
“아래에 두고 싶다고 해서 애완동물 취급당하는 건 아닐까 하고 걱정하지는 마. 그냥 메이드로 고용하고 싶다는 거야.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억지로 하는 취미는 없어. 서로 합의해서 그런 연기를 하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아, 아하하……. 드, 들켰어요?”
“야차는 대부분이 연기를 못 해서 얼굴만 읽으면 대충 알거든.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데 모를 리가 없잖아? 그럼 자세히 설명하는 게 좋겠네.”
소파에 몸이 묶이자 식은땀을 흘리면서 엘라를 바라보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얼굴에 어처구니없다는 듯 가만히 쳐다보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레이시가 생각한 것을 그대로 말하면서 일단 진정하라며 레이시를 고용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주겠다고 말했다.
“음, 어디서부터 이야기하는 게 좋을까……. 내가 편한 대로 이야기해도 괜찮을까?”
“네? 아, 네…….”
“일단 난 너를 메이드로 고용하고 싶어.”
“에, 그, 그러니까 어째서요? 다른 사람들도 많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내 신분에 대해서 너무 신경 써서 오히려 내가 배려해줘야 하거든. 미스트는 나름대로 나랑 죽이 잘 맞아서 서로 어느 정도 신경 안 쓰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게 아니거든.”
“왜요?”
“내 주변에 24시간 내내 나를 엘라 파우스트 오라토리엄으로 보는 게 아니라 엘라 공주님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봐. 그렇게 나를 본다면 나도 공주로서 행동해야 하는데 난 그게 딱 질색이거든. 그러니까 나를 엘라 파우스트 오라토리엄으로 봐줄 사람이 필요해. 너는 사회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야차인데다 공격성도 없으니까 그 조건에 딱 맞아.”
“아…….”
우선 첫 번째 이유로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신분에 너무 신경 써서 자신에 대해서 아예 모르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처음엔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엘라가 자세하게 설명하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요컨데 자신을 재벌 집 딸내미로만 보고 그냥 자기 자신으로 안 봐줘서, 돈에 대해서 아예 모르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잖아?
하긴 생각해보면 누구라도 편하게 있고 싶은 순간이 있을 텐데 항상 감시가 붙어서 24시간 연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 스트레스가 심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지위 같은 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필요해질 거고 우연하게도 자신은 그 기준에 딱 들어맞는다.
레이시는 거기까지 생각되자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해했다며 엘라를 바라봤고 엘라는 레이시가 살짝 진정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자 두 번째 이유를 이야기해주었다.
“두 번째는 야차는 범죄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야.”
“……네?”
“네 종족은 순수한 감정이 모여 태어난 정령이 실체를 가져서 태어나는 종족이라고 말했잖아? 그 때문인지 법 같은 건 잘 모르고 마음대로 행동하다가 범죄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 문제는 야차가 강해서 일반 경비병들로는 상대가 안 된다는 거지. 기사까지 출동해야 하는데 그러면 인력 투자가 심하잖아. 그래서 네가 평범하게 사회에 적응할 때까지 도와주는 게 훨씬 나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서 도와주고 싶은 것도 있고.”
“그럴 리가…….”
“참고로 범죄라는 건 불경죄나 이런 것까지 포함해서야. 방금 반응으로 보면 남을 다치게 하는 건 나쁘다는 건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거까지 포함해서 자신 있어? 그것보다 너는 남에게 속아서 죄를 뒤집어쓸 거 같네.”
“……아니,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두 번째 이유란 야차가 범죄자가 되기 쉬운 종족이기 때문에.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설명에 자신이 그렇게 쉽게 범죄자가 될 리가 없지 않냐며 항의하려다가 엘라가 입을 열자 움찔 떨면서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확실히 자신은 남을 다치게 하지 않을 자신은 있었지만, 남에게 속지 않는다거나 잘 모르는 불경죄 같은 걸 저지르지 않는다는 확신은 없다.
거기에다 한국에 있을 때야 학교에서 이것저것 배운 덕분에 법에 저촉되는 일과 아닌 일을 구별할 수 있었다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그런 생각에 레이시는 풀이 죽은 채로 소파에 다시 앉았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작게 웃다가 어깨동무를 하면서 너무 풀 죽지 말라며 레이시를 다독였다.
“뭐, 네가 네 욕망 때문에 범죄자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너 같은 사람은 남에게 속아서 범죄자가 되니까.”
“그거 오히려 더 슬픈데요…….”
“하여튼 어때? 내 메이드로 잠시 활동할래? 나는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너는 이 세상에 적응할 기회가 생기는 거고. 나쁜 거래는 아니지?”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라고요……. 나는 몸을 원한다는 말에 그렇고 그런 거라고 생각했잖아요.”
“그것도 할 건데?”
“……역시 도망쳐도 괜찮을까요?”
“푸훕, 관심 있으면서? 보통의 여자는 이런 말 하면 경멸하거나 미친년으로 보는데 넌 그게 아니라 부끄러워하면서 내 몸을 훑어봤잖아. 특히 가슴. 사실은 하고 싶은 거지?”
“으읏!?”
자신을 환생시켜준 신의 배려 덕에 이 세상의 이름이 뭐고 지금 자신이 어느 대륙에 있는지는 알게 되었지만, 귀족들의 생활이나 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니 엘라와 같이 있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엘라와 같이 있으면 메이드가 되어야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생각하면 못 할 일도 아니다.
거기에다가 속아서 범죄자가 되는 일을 막아준다고 하니 자신이 손해를 볼 일은 없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점점 엘라의 제안을 수락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싱긋 웃으면서 그럼 잘 부탁한다며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보자 이제는 완전히 마음을 굳히고 엘라의 손을 잡는 레이시.
그렇게 레이시는 엘라의 밑에서 일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레이시는 엘라에 대한 인상을 점점 좋은 쪽으로 수정하기 시작했다.
초장부터 몸을 원한다느니 섹스하자고 하자느니 그런 말을 한 것치고는 속이 깊고 배려심이 있는 사람이구나…….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만나자마자 그런 소리를 해서 놀랐다며 엘라의 팔을 툭툭 건들었다.
그러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레이시를 이상하다는 눈으로 보는 엘라.
엘라는 당연히 그렇고 그런 일도 할 거라고 말하며 레이시를 바라봤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말에 바짝 얼어붙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억지로 목소리를 쥐어짜서 지금이라도 아까의 계약을 취소하고 도망칠 수 있냐고 물어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크게 웃으면서 그런 게 되겠냐며 레이시를 놀리다가 레이시도 여자에게 관심이 있는 거 아니냐며 천천히 레이시를 눕히기 시작했다.
보통 그렇게 다짜고짜 몸을 원한다고 말하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볼 텐데 왜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냐고 물어보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질문에 당황하다가 그건 억지라면서 엘라를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팔에 담긴 힘은 아까보다 약해져 있었고 엘라는 지금 밀어붙이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는 레이시의 목을 가볍게 깨물면서 레이시의 팔을 묶었다.
팔은 묶여있고 몸은 짓눌리고 있고…….
자신의 상황을 하나씩 파악하기 시작한 레이시는 눈을 질끈 감고 어떻게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한다면 도망칠 수 있겠지만, 엘라가 넘어지면서 다칠 것만 같다.
메이드 아르바이트는 그냥저냥 유야무야한 일이 된다고 해도 남을 다치게 하고 싶진 않았던 레이시는 결국 참기로 하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각오를 다졌어도 부끄러움 때문인지 레이시는 조금씩 울먹거리기 시작했고, 엘라는 레이시가 울먹거리자 목을 깨무는 걸 멈춘 다음 레이시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이 반응을 보면 이런 게 처음이거나 경험이 얼마 없는 것 같은데 역시 만나고 하는 첫 섹스가 소파인 건 조금 그러려나…….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레이시를 침대로 안아 들고 가서 천천히 눕히더니 커튼을 치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행동에 너무 당황해 움직이지도 못하고 엘라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리고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엘라는 작게 웃다가 레이시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친 다음 자신의 혀를 레이시의 혀에 가볍게 비비다가 떨어진 다음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뭐든 경험이라잖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은 가볍게 즐기자?”
싱긋 웃으면서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하얀 살결을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려고 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었고 엘라는 그대로 레이시의 위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