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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1화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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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환생하자마자 잘못되었단 걸 눈치챘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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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청년 a는 죽었다.

얼굴도 모르는 꼬맹이를 구하기 위해서 도로에 뛰어들었다가 그대로 트럭에 치여서 상체와 하체가 작별인사를 고하고 말았다.

a는 거기까지는 지금 생각하면 조금 어리석었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도덕적이고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당혹스러운 건 a가 웬 이상한 여자의 얼굴을 하고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초록색 눈에 초록색 눈동자, 거기에다가 정체 모를 뿔까지 달린 미소녀의 얼굴로.

……죽기 전에 소설을 너무 봤나.

하긴 죽을 때 라노벨을 너무 보다가 영웅심에 도취 되어서 아이를 한 명 살리고 죽었으니 주마등으로 이런 걸 봐도 이상하지 않겠지.

a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거리다 이내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쪼그려 앉았다.

“세상에, 그게 주마등이 아니었던 걸까…….”

죽기 전에 나타났던 여신이라는 존재와 그 존재에게 소원이라고 자신이 말했던 걸 떠올리고는 왜 그런 소원을 말했냐며 자책하기 시작했다.

진짜 여신이었다면 멋진 미소년으로 태어나서 학원물의 왕도를 즐기고 싶었는데 왜 나는 그 여신이라는 걸 믿지 않아서 읽고 있던 소설의 악역의 캐릭터로 환생시켜 달라고 한 걸까?

그것도 왜 하필 여자 캐릭터로…….

거기에다가 이 뿔은 뭘까?

자신이 환생시켜달라고 말한 캐릭터는 이런 뿔 같은 건 없었는데?

아니, 그것보다 여자애로 하렘을 만들 수 있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었는데 그럼 나는 여자랑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는 걸까?

a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한참을 머리를 부여잡고 고민하다가 이내 등 뒤에서 짐승의 소리가 들리자 흠칫 떨며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 있던 건 멧돼지였다.

실물로는 난생 처음 보는 멧돼지.

시골에 사는 할아버지에게서 멧돼지란 총을 맞아도 도망치다 과다출혈로 죽고 조금만 크면 차를 박치기로 공격해 망가트리는 맹수라는 걸 들었던 a는 그런 멧돼지를 보자마자 또다시 바로 죽는 거냐며 속으로 욕하다가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멧돼지는 a가 움직이기도 전에 그대로 a에게 달려들었고 a는 그런 멧돼지의 돌격에 당황하다가 그대로 멧돼지의 머리를 걷어찼다.

그러자 파삭­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멧돼지의 머리.

“…….”

피가 뚝뚝 떨어지는 발등을 본 a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내 머리뼈와 아마도 머리 안에 들어있던 것이 묻은 다리를 보고 헛구역질하기 시작했다.

악역 캐릭터로 태어나게 부탁했더니 아무래도 힘도 악역 캐릭터 수준으로 태어난 거 같네.

비스트 테이머 캐릭터로 자연을 훼손시키던 인간에게 저항해서 저항군에 들어간 캐릭터였었지?

a는 연약한 캐릭터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멧돼지의 사체를 바라보다가 이내 배가 고파오자 눈을 질끈 감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왕 죽인 멧돼지니까 구워 먹을까 아니면 그냥 묻어줄까…….

방금까지 헛구역질 한 사람이 하는 고민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얼척 없는 것이었지만, 일단 배가 고프기 시작했기에 a는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할아버지가 도축한 동물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먹어주는 게 예의라고 했었기에 멧돼지를 먹기로 결심하고 뭔가 날카로운 것을 찾기 시작했다.

도축하는 방법은 할아버지를 몇 번 도왔기에 알고 있다.

하지만 a는 좀처럼 날카로운 돌조각을 발견하지 못했고 이내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지금 필요한 건 멧돼지의 피를 빼기 위한 밧줄과 가죽과 복막을 자를 수 있는 날카로운 것.

그게 안 되면 이 멧돼지 고기는 버릴 수밖에 없다.

속이 메슥거리는 것보다는 그게 더 중요해진 a는 멧돼지의 사체를 보고 한참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런 a의 뒤에서 a를 유심하게 바라보던 두 사람은 a의 뒤에 가서 도와줄지 물어봤다.

“저기, 도와줄까?”

“에?”

“도축 못 하는 거지? 도와줄까?”

장난기 넘치는 얼굴의 여성과 부드러운 분위기의 강아지 귀의 여성.

a는 두 사람의 여성이 갑자기 나타나자 화들짝 놀라며 엉덩방아를 찧었고 장난기 넘치는 얼굴의 여성은 그런 a의 얼굴을 보고는 키득키득 웃다 손을 내밀었다.

“내 이름은 엘라, 여기에 있는 언니는 미스트야. 너는?”

“아…… 그, 그게…… 으음, 레, 레이시일 거예요. 아마도.”

“아마도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아, 아하하…….”

a, 아니,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어색하게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이제 막 환생해서 이 세상에 나타나서 자기가 누구인지는 잘 모르는데 남에게 자기가 누구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대놓고 환생했다고 말하면 미친 년 취급 받을 게 뻔하고…….

그렇기에 레이시는 소설에서 나온 이름을 그대로 쓰면서 대충 둘러댔고 그런 레이시의 어색한 웃음에 엘라와 미스트는 서로 시선을 마주치고는 어깨를 으쓱 인 다음 고기를 조금 나눠 받는 조건으로 멧돼지를 도축하기 시작했다.

꽤 익숙한 건지 능숙하게 가죽을 벗겨내고 내장을 빼내는 미스트.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손길을 보고 헛구역질을 하다가 엘라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자 어색하게 웃으면서 엘라를 바라봤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웃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머리의 뿔로 보나 동공의 형태로 보나 레이시는 야차다.

가끔 태어나는 돌연변이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잔혹하게 적을 물어뜯어 죽이는……, 인류로 봐야 할지 지성이 있는 몬스터로 봐야 할지 의논 중인 종족.

그런데 그런 야차가 인간이 눈앞에 있는데 적대의식을 내뿜기는커녕 자신을 경계하면서도 도와주는 것에 호의를 품고 있다.

……돌연변이 야차를 보는 건 처음이지만, 신기하네.

엘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작게 웃었고 미스트는 그런 엘라의 웃음에 똑같이 작게 웃더니 칼에 묻은 피를 닦으며 엘라에게 레이시를 데려갈 거냐고 물어봤다.

“데리고 갈 건가요?”

“음, 아마도?”

만약 도덕성이 있는 야차라면, 사회화시켜서 미스트의 동료로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냐고 물어보는 엘라.

미스트는 엘라의 말에 자신의 과로를 인정해주는 거냐며 작게 웃었고 엘라는 그런 미스트의 말에 키득키득 웃다가 레이시에게 고기를 나눠주라고 말했다.

깔끔하게 해체된 고기를 보고 감탄하고 있는 레이시.

미스트는 역시 다른 야차들과는 다른 것 같다며 작게 웃다가 조심스럽게 레이시에게 다가가 멧돼지의 앞다리살을 근처 나뭇잎으로 싸서 자신은 이것만 받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정말로 그것만 들고 가도 되는 거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좀 더 들고 가셔도 되는데…….”

“아니요, 저희는 마을로 갈 거라서 그동안에 먹을 고기만 있으면 된답니다. 그런데 레이시 양?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을까요?”

“네? 네. 괜찮아요.”

“레이시 양은 앞으로 어디 갈 계획이 있으신가요?”

“네……?”

“이 숲엔 위험한 동물이 많아서요. 이런 숲에 사시는 건 아닌 것 같고…… 곰과 멧돼지가 많이 사는 숲이거든요.”

“…….”

미스트의 말에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리는 레이시.

보자마자 멧돼지가 달려들더니 사람도 못 살 정도로 위험한 숲이었냐…….

하긴 환생만 시켜달라고 말했으니 이런 곳에서 떨어트려도 할 말은 없나?

멧돼지 정도로는 위험하지 않다는 건 몸으로 확인했기에 레이시는 한참 침묵을 유지하다가 미스트가 자신을 바라보자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젓다가 길을 잃어버렸다고 말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

“그렇다면 저희와 함께 가지 않겠어요? 마을에 가면 목적이 생기지 않겠어요?”

“앗, 정말 그래도 괜찮아요? 좀 죄송한데…….”

“괜찮아요. 저희도 둘이서만 돌아다녀서 적적하던 참이었거든요. 오히려 레이시 양이 저희와 움직여주면 저희도 재미있으니까 고마울 것 같아요.”

“그, 그럼 잠시만 신세 질게요.”

레이시가 부담을 느끼지 않게 레이시가 같이 있으면 자기가 기쁘다고 말하면서 레이시에게 손을 내미는 미스트.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제안에 별 의심 없이 손을 잡았고 엘라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역시 이런 일은 미스트가 잘한다며 웃었다.

“그럼 가볼까? 곰을 처리했다고 마을에 알려줘야 하니까.”

“네. 그러죠. 레이시 양도 저희와 같이 가요.”

“어…… 네.”

곰을 죽였다니…….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떨떠름한 얼굴을 하다가 미스트가 웃으면서 조심해서 따라오라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미스트의 뒤를 따라 걸었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를 곁눈질로 쳐다보다 킥킥 웃었다.

멧돼지를 발길질로 죽일 정도라면 곰 정도도 이길 수 있을 텐데 곰을 이겼다는 말을 듣고는 자신을 무서워하다니……, 역시 레이시는 돌연변이인 걸까?

엘라는 특이한 야차와 만났다는 사실이 퍽 재미있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다가 마을이 보이자 자신을 마중 나온 촌장에게 머리에 이상한 보석 같은 게 박힌 곰의 머리를 던져주며 사냥을 끝냈다고 말해주었다.

“자, 여기 곰. 이 녀석 네가 말한 녀석인 거지?”

“아, 네……! 감사합니다!”

“인사는 됐어. 대신 집을 빌리고 싶은데 괜찮지?”

“아, 네! 빈집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냐, 적당한 집에 들어갈 테니까 그 집을 비워줘.”

“알겠습니다!”

노인에게 자연스럽게 반말하면서 집을 내놓으라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행동에 당황하다가 미스트에게 저래도 괜찮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행동을 귀엽게 쳐다보다가 이내 평온하게 웃으면서 저러는 게 촌장의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레이시는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미스트를 바라보았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엘라를 힐끗 본 다음 엘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작게 웃으며 이유를 말해주었다.

“엘라님은 공주님이시거든요.”

“……에?”

“공주님이 평민에게 존댓말하고 집을 빌리겠다고 하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이상하잖아요? 그것도 마을에서 국가에다가 직접 상소를 올려서 곰을 죽여줄 수 있겠냐고 물었으니까 저런 식으로 약간은 화를 내야 마을 사람들이 편해하실 거예요.”

미스트의 말에 순간 벙 찐 얼굴로 미스트를 바라보는 레이시.

야차 특유의 뱀처럼 찢어진 동공이 쉴 새 없이 흔들리던 레이시는 잠시 머리를 부여잡고 있다가 자신이 들은 게 맞는 거냐며 엘라를 바라봤고 엘라는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지 않냐며 키득키득 웃었다.

“어차피 이제 막 태어난 야차에게 사람들의 지위 같은 건 상관없잖아?”

“야, 야차?”

“그래, 네 종족. 무언가 기억나는 건 없어? 야차라는 게 정체불명의 종족인데다가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나듯 태어나지만, 그거에 대한 보상인지 여러 정보가 태어날 때부터 있다던데.”

“…….”

엘라의 말에 당황하다가 이내 잠시 생각에 잠기는 레이시.

이내 레이시의 머릿속으로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하자 레이시는 이상한 표정을 한 채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엘라를 바라봤다.

그러자 엘라는 레이시에게 뭐가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뭐든 떠올랐다면 됐다며 레이시의 등을 두들기며 집으로 끌고 갔고 레이시는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정보에 속이 메슥거리는 걸 느끼며 엘라에게 끌려갔다.

“그럼 앞으로 뭐할지 정했어?”

“에?”

“내가 말해준 덕분에 뭔가 정보가 떠오른 거 같은데 이 세상에 태어난 김에 뭘 하고 싶은 건지 묻는 거야. 만약 없다면 우리하고 계속 여행해줬으면 하는데. 돈도 주고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도 알려줄 테니까 말이야. 어때? 나쁜 조건은 아니지?”

“어, 어어…… 왜 그렇게 저를 도와주세요?”

확실히 좋은 조건이다.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너무 자신에게만 이득인 건 아닌가?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을 의심하는 짓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지만, 너무나도 자신에게 이득인 이야기이기에 레이시는 전생의 버릇대로 그 부분을 물어보며 경계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눈을 크게 뜨다가 이내 배시시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아니, 나한테도 이득이 있거든.”

“에?”

천천히 레이시에게 다가가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모습에 무언가 불길함을 느끼면서 흠칫흠칫 떨면서 뒤로 물러섰고 이내 벽까지 몰리자 당황하며 엘라를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레이시의 그림자에서 이상한 검은색 촉수 같은 게 튀어나와서 레이시의 손을 잡아챘고 레이시는 벽에 묶여버린 자신의 손에 당황하다가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엘라를 바라봤다.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겠지. 후후, 나는 네 몸을 원해.”

“에, 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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