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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2 (30/31)
  • [에필로그 2]

    형제의 생일을 알게 된 건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네 생일에 하와이라도 다녀올래? 요즘 날씨도 좋던데.’

    대체 왜 이 시간에 여기에 모여 있어야 하는 거지 싶은 표정의 이훈을 바라보며 윤서는 말했다.

    ‘여름이랑 가면 더 재밌을 것 같은데.’

    이온도 이훈도 뜨거운 차를 입에 가져다 대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이없다는 듯한 그들의 표정에는 언제는 여행은 무슨 같이 카페라도 간 적이 있었냐 하는 말이 쓰여 있었다. 형제도 윤서도 아닌 여름만이 동공을 빠르게 놀리고 있었다.

    ‘생, 생일이요?’

    아이의 귀에 들어온 단어는 단 하나였다. 여행도, 하와이도 아닌 생일 말이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그들의 생일을 알고는 있었나 싶었다. 1년이라는 시간은 무슨, 그보다 더 많은 날을 함께했건만 생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물론 전부 저에게도 생일이 없는 탓도 있었다. 생일의 정확한 날짜를 모르는 건 당연했고, 그저 여름이라는 계절. 그것밖에 알고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형제에게 생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지낸 시간이 너무나 길었다.

    ‘얘네는 생일도 비슷하다? 여름이 너도 하와이 가고 싶지? 그렇지?’

    그녀는 생일은 뒤로하고 함께 여행 가자는 말만 반복해서 내뱉었다. 나중에 들어 보니 제 형들의 생일이 비슷하다는 걸 알았다. 그것도 여름이었다. 그들은 늦여름을 닫을 때 태어났다. 이온에게 정확한 날짜를 들으며 축하해 주지 못한 날들이 생각나 울상을 지었으나 그는 당연히 귀엽다는 듯 끌어안아 줄 뿐이었다.

    지난 세월이 아까워서라도 다가오는 그들의 생일을 축하해 주어야 했다.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또 열의를 다졌는데. 문제는 너무나 많았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그들에게 어떠한 선물을 주며 축하해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걱정들이었다.

    어떡하지. 우선 그들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

    윤서의 하와이 여행 제안은 당연히 단번에 무시당했지만 그렇다고 윤서가 발걸음을 끊었다는 건 아니었다. 형제가 출근한 날, 그리고 여름이 집에 머무르는 날이면 윤서는 아이의 유일한 말 상대였다.

    “근데…… 이사님은 안 바쁘세요? 그래도 명색이 이사인데…….”

    그리고 그런 윤서가 의아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걸 이제야 물어보는 거야?”

    물론 너무 늦게 알아차리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냥 놀고먹어도 알아서 잘 굴러가. 회사에 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무슨 얘기하고 있었지? 한이훈 생일?”

    아이와 어깨가 맞닿을 정도로 딱 붙어 소파에 늘어져 있는 윤서는 그제야 꼬았던 다리를 풀었다. 인제야 여름이 하던 이야기에 흥미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곧 형들 생일이잖아요.”

    하필 두 명 모두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한 사람일지라도 머리를 쥐어뜯어서 고민해야 할 판에, 형제의 생일이 한 번에 다가오니 혼자서는 절대로 답을 내릴 수 없었다.

    “그놈들이 필요한 게 있겠어?”

    제가 가장 걱정하던 부분이었다. 윤서의 입에서 다시 들으니 더욱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형제는 가지고 싶은 건 곧장 가질 수 있는 위치의 사람들이었다. 부족함이라고는 있을 리가 없었다.

    “그냥 몇 번 웃어 주고 말아. 그걸 더 좋아할 텐데.”

    원래도 울상이었던 여름의 표정이 더욱 무너져 갔다. 그걸 눈치챈 윤서가 헛웃음을 크게 내뱉고는 목을 소파 헤드에 젖혔다.

    그래도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요, 여름은 고개를 숙이며 말을 덧붙였다. 하나쯤은 있겠거니 하는 바람이 더 컸다.

    “물어봐서 대답해 줄 놈들도 아니고. 그럼 여름이 네가 찾아봐, 네 형들한테 뭐가 없는지.”

    윤서는 여름이 한 씨 형제에 대한 생일 선물을 고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겠거니 생각했다. 이 집에 있는 종이보다도 몇백 배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 물리적인 선물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름의 성의와 노력을 무시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귀찮을 뿐이었다. 아이는 제 말을 듣고 안 그래도 큰 눈이 잠시 커지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복도로 사라지는 여름의 등에 어디를 가냐고 소리쳐도 되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

    “여름아, 자?”

    어둠이 겨우 내리 앉은 7시였다. 계단을 타고 올라온 이온은 이불을 목 끝까지 당겨 덮고는 잠에 빠진 아이의 옆에 앉았다. 여름은 원래도 잠이 많았지만, 이 정도로 일찍 잠에 빠지는 이는 아니었다. 여름은 옆에 사람이 온 것도 모른 채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그렇게 바쁘게 돌아다니는데 잠이 오지 않을 수가 없지만 말이다.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뒤를 따라 이훈이 문을 닫고 들어왔다. 저 정도로 쓰러질 정도면, 이훈이 말을 이었다. 물론 잠에 든 거지만.

    목을 꽉 조이고 있는 넥타이를 거칠게 풀던 이훈의 시선이 아이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온은 물론 이훈 역시 아이가 무얼 하며 쏘다니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겨우 생일이 뭐라고.

    여름은 저들이 출근하면 서재라든지, 방으로 몰래 들어가 이것저것 뒤져 보곤 했다. 책장의 책을 살펴본다든지, 잠겨 있지 않은 책상을 열어 무엇이 있나 수첩에 적기도 한다고 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돌아와 집 곳곳을 헤집고 다니니 피곤하지 않으려야 피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는 요즘 들어 형제의 얼굴을 보지도 못하고 잠이 들 때가 많았다. 여름 딴에는 낮잠을 자는 거였지만, 그 잠이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지는 게 문제였다.

    이훈은 입고 있던 셔츠를 벗고는 의자에 걸어 두었다. 2층에 올라온 이유가 있었는데, 이미 자는 여름을 보니 입맛이 썼다. 그러나 자고 있다고 안 될 이유는 없었기에 침대맡에 앉아 있는 이온과는 반대쪽으로 걸어가 걸터앉았다.

    “생일 선물 고르겠다고 집을 아주 헤집고 다니더라니.”

    이훈은 쯧 하고 혀를 찼다.

    “귀엽잖아. 나는 뭘 줄지 궁금한데. 이미 골랐으려나.”

    이온은 잇새로 작은 숨을 뱉으며 자는 여름의 앞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더운지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의 손은 아이가 덮고 있는 이불을 걷었다.

    “선물을 받으면, 우리도 돌려줘야겠네.”

    형제는 저들이 원하는 선물을 주겠다는 의지가 가득한 아이를 따스하게 바라보고 있었지만, 손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이미 아이가 덮고 있던 이불은 아래로 사라졌고, 베개를 베고 있던 아이의 머리는 이온의 허벅지 위로 옮겨졌다. 침대 헤드에 맞춰 세로로 누워 있던 여름을 형제는 가로로 눕혔다.

    “생일 선물로 뭘 줄까.”

    이온이 아이의 뺨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 때, 아이의 옷을 느릿하게 끌어 내리는 건 여름의 하반부를 아래에 앉아 있던 이훈이었다. 잠에서 깨어날 법했으나, 닫힌 여름의 눈이 뜨이지는 않았다.

    이훈이 회음을 타고 내려간 아이의 구멍에 손가락을 끼워 넣을 때도, 좁은 내벽을 힘을 들여 넓힐 때도 아이의 얼굴에는 흔들림 하나 없었다. 이온이 뺨을 쓰다듬으며 입을 맞추어도 깨어나지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했다.

    “생일 선물보다.”

    이훈은 몸을 숙여 아이의 다리를 어깨 위에 올리고는 귀두를 구멍에 맞춰 삽입하기 시작했다.

    “생일부터 줘야지.”

    여름에게는 생일 선물보다는 없는 생일이 더 필요했고 간절할 터였다. 아무리 손가락으로 넓혀도 여름의 내벽은 아이처럼 늘 좁았다. 인제 보니 여름은 넓은 곳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구멍도, 입 안도 전부 작았다.

    귀두를 삼키고 뿌리 끝까지 밀어 넣으려는 이훈에 여름의 눈가가 움찔 떨렸다. 일어나려나, 이온이 그렇게 말하며 아이의 목덜미부터 뺨을 쓰다듬었으나, 단지 그뿐이었다.

    “꽉 잡아.”

    자는 게 맞나 의심될 정도로 오물거리는 내벽에 끝까지 밀어 넣지는 못했으나, 자는 이를 상대로 이 정도면 충분했다. 이훈은 흘러내리는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허리를 살며시 뒤로 뺐다.

    “진짜 짐승이다.”

    그런 이훈을 보며 이온이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할 말이야?”

    징그러워, 이훈은 말을 덧붙였다. 이미 이온 역시 여름의 안에 처박는 이훈을 보고는 검붉은 것을 꺼내 놓은 뒤였다. 그러나 이상하게 오늘은 이온이 노리고 있는 곳이 다른 듯했다. 헛웃음을 뱉는 이훈을 무시하고는 이온은 아이의 뺨에 입술을 가벼이 맞대고는 떼어 냈다.

    “이러다 여름이가 일어나면 어떡하지.”

    아이의 양쪽 뺨을 엄지와 중지로 누른 뒤 벌어진 잇새 사이로 들어가는 이온의 것이었다. 이훈과 이온이 마주하고 아이는 아래에 있으니 오묘하기 그지없었다.

    “좋아하겠지.”

    허리를 뒤로 내었다가 뿌리까지 처박는 이훈의 목구멍이 순간 막혔다. 분명 그렇게 넓혔는데, 새로운 곳을 뚫는 기분이었다. 벌써부터 사정감이 드니 제가 단단히 미친 건 확실했다. 이훈의 허리에 힘이 들어갔다. 추삽질질은 입고 있는 아이의 잠옷과 허리를 동시에 부여잡은 뒤 시작됐다.

    “으, 응…….”

    이훈이 구멍을 헤집어도 이온이 아이의 입을 막으니 여름의 숨소리는 공기에 머물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여름이 잠에서 깨어난 건 아니었다. 이온은 검붉은 성기 끝을 잡고는 여름의 입에 넣었다 빼기를 반복했다.

    작은 입 안을 좌우로 조금씩 움직이며 헤집었다. 목구멍 너머까지 밀어 넣고 싶었으나, 여름이 누워 있는 동안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마저도 만족스러운지 이온은 배부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름이는 우리를 좋아하니까 이번에도 눈감아 주겠지?”

    형제의 섹스는 늘 이랬다. 여름이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자극할 수 있는 곳은 전부 희롱하고 애태웠다. 만약 여름이 깨어 있었다면 탈진하며 못 하겠다고 울고 있었을 터였다. 그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쉬웠으나 자고 있는 이를 몰래 겁탈하는 행위도 나쁘지 않았다.

    “흐, 흐으…… 흥.”

    평소와는 다른, 여름의 앓는 소리는 이온의 성기를 타고 밖으로 흘러나왔다. 이훈은 열심히 여름의 입에 처박고 있는 제 동생에게 깨어난 게 아니냐며 물었으나, 이온은 헉헉대는 소리와 함께 아니라고 웃어 보일 뿐이었다.

    이온은 이대로 사정하여 여름의 입 안을 가득 막아 버리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몰려오는 쾌락을 참는 건 누구보다 잘하는 일이었기에 입술을 꾹 다물고는 말았다. 이대로 아이의 입에 싸 버리면 목구멍에 막혀 버릴지도 모르니 절대 안 될 일이었다.

    “생일은 우리랑 같은 여름으로 하자.”

    여름이라는 이름의, 여름이라는 계절에 생일을 가지고 있는 이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 싶었지만, 형제에게는 하나뿐이었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이온은 드러난 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핏줄이 서는 이훈을 바라보았다.

    “어때, 형?”

    형제의 눈 맞춤은 길지 않았다. 서로 하는 일이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좋네, 후우. 기억하기도 쉽고.”

    “여름이는 우리를 너무 좋아하다 못해 생일까지 따라 하네.”

    예쁘다, 이온은 여전히 깨어나지 않는 여름의 입에서 성기를 빼내었다. 말간 얼굴 앞에서 사정감이 몰려 있는 성기를 쥐어 잡고 흔들어 토정했다. 금세 여름의 얼굴은 엉망이 되었지만 비릿한 향은 이온을 만족시켰다.

    아이의 피로는 형제의 사정을 낳았다. 차라리 여름이 깨어 있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이훈은 고환이 여름의 살갗이 닿을 정도로 허리를 꾹 밀어 넣고는 고개를 들어 이온을 바라보았다. 이온도, 그리고 곱게 자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여름도. 제 동생들을 번갈아 바라보던 이훈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생일 축하해.”

    우리의 생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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