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흥, 아…… 으, 아!”
어찌나 테이블이 미끄러운지, 여름의 간절한 손은 계속해서 미끄러졌다. 여름보다 배는 큰 손이 앙상한 허리춤을 부여잡고 앞뒤로 오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접합부 부근에서 질척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아이의 머릿속에서 울리고 있는 쿵쿵하는 소리가 더 컸다.
“천, 아……흥, 흐! 천, 천천히……!”
“천천히 하고 있잖아.”
여름은 그저 서재에서 일하고 있을 이훈에게 과일이라도 가져다주려던 참이었다.
오늘은 왜인지 이온이 혼자 아침 일찍 출근했다. 아침을 먹고 난 뒤에도 출근하지 않는 이훈이 의아하여 눈치를 보다 물어보니, 오늘은 서재에서 일한다고 넌지시 말했다.
이훈은 아침을 먹고 난 뒤, 바로 서재로 들어갔으나 늦은 아침 시간까지 이훈과 한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 여름은 이모님이 건네주신 과일 접시를 들고 서재로 조심스레 들어간 참이었다.
분명 조심스러운 발걸음이었으나, 아이의 몸이 멈칫 굳었다.
당연히 노트북 앞에서 일하거나, 윤 비서님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으리라 예상한 이훈은 테이블에 엎드린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아무래도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여름은 그것도 모른 채 발꿈치를 들어 이훈이 누워 있는 테이블 가까이 다가갔다. 들고 왔던 과일 접시마저 조심스레 내려놓은 뒤, 의자를 가져가 그의 옆에 앉았다.
이훈은 거의 안경을 쓰고 있었지만, 쓰지 않을 때도 잦았다. 눈이 그리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여름이 앉아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채 팔에 얼굴을 베고 있는 이훈의 얼굴 가까이 아이는 손가락 하나를 가져갔다.
어디에 홀리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괜스레 멀어 보이기만 한 이훈의 얼굴을 만져 보고 싶은 마음이 치밀어 올랐기 때문에 손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여름의 손가락이 이훈의 뺨에 맞닿기도 전에 다른 손에 의해 탁, 하고 잡혔다.
“뭐야.”
잠이 들었으리라 확신한 이훈의 눈꺼풀이 천천히 뜨였다. 누구보다 놀란 여름의 눈가에 열기가 올랐다.
“아, 그 과일 드시라고 가져왔는데…….”
“이 손은 뭔데.”
이훈이 점차 엎드렸던 허리를 일으켰다. 그러나 그가 잡은 아이의 손목은 놓지 않은 채였다. 여전히 눈가에 힘이 가득 들어간 이훈의 시야는 여름에게서 고정되어 흔들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냥 주무시길래……. 깨우려던 건 아니었어요…….”
아이는 화가 잔뜩 나 보이는 이훈에게 곧장 사과를 건넸다. 이온이 이훈에게 장난삼아 하는 공격, 놀림 이런 건 아니라는 뜻을 확고하게 전달했으나 이훈의 시선은 여전히 뜨거웠다. 대화 섞을 생각 하나 없던 이훈마저도 가학심이 드는 맑은 얼굴이었다.
“잘못했어?”
“……네?”
여름은 그의 시선에 녹아내리는 사람처럼 고개를 빠르게 흔들었다. 얼굴 한 번 만져 보려다 들키고 혼나고 있는 상황에 억울하기도 부끄럽기도 했다.
“이리 와.”
이훈은 아이의 손목을 놔주며 제 허벅지를 툭툭 토닥였다. 이쪽으로 올라오라는 뜻이었다.
“와서 만져 봐.”
아이는 멈칫 굳은 몸은 움직여 그의 허벅지 가까이 가서 그의 뜻대로 앉았다. 분명 그대로 했는데, 뒤에서 거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웃음인 것 같기도 하고 어이가 없어서 나오는 숨소리 같기도 했다.
“하, 이 자세로 만질 수 있겠어?”
“……네, 네?”
이훈은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 들었던 선잠에 헝클어진 앞머리를 추켜올리며 올렸던 입꼬리를 끌어내렸다. 그러고 보니 그의 얼굴을 만져야 하는데, 이 자세라면 만지기는커녕 그의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만지라는 말을 뱉은 이훈 역시 당연히 마주 보고 앉을 아이를 떠올렸다.
그러나 여름은 예상을 빗나갔다. 누가 허벅지에 앉으라 했다고, 등을 보이고 앉느냐는 말이다. 이 모습은 괜스레 아이와 보호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게 아닌가.
이훈은 뒤늦게 당황에 빠져 버둥거리는 제 앞에 앉은 작은 아이의 등을 앞으로 밀었다. 저절로 몸이 숙어지니 여름은 팔을 뻗어 테이블에 손을 짚어야 했다. 무슨 상황이지 아이가 인지하기도 전에 벗겨진 속옷과 바지가 땅으로 떨어졌다.
갑작스레 찬 바람이 드리우는 아래에 여름은 고개를 숙이면서 테이블을 더듬거렸다. 얼굴이 억울하게 일그러졌다.
“내가 이상한 건가.”
둔덕을 타고 내려간 구멍 속으로 두꺼운 손가락 하나가 들어갔다. 아득하게 막혀있던 길을 따라 손가락이 좌우로 움직이며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혀, 형…….”
“아니면 네가 이상한 걸까.”
아이는 영문 모를 형의 행동의 고개를 뒤로 돌렸다. 이훈이 등을 꾹 누르고 있는 탓에 겨우 그의 눈을 바라볼 뿐이었으나, 서로의 시선이 확실하게 맞물렸다. 아이의 얼굴은 볼부터 열기가 올라오며 색이 채워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네 문제가 맞는 것 같다.”
감히 그 얼굴로, 정의 내릴 수 없이 무너진 여름의 얼굴을 바라본 이훈이 어금니를 악물었다. 아이의 얼굴을 볼 때면 제 모습을 잃고 홀리기라도 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 이유를 알지 못해 불안하기도 했다.
두 마디도 채 들어가지 못한 이훈의 손가락이 구멍 속에서 빠르게 빠져나왔다. 테이블에 상체를 엎드리다시피 기대고 있던 여름이었기에 이제는 앉을 수 있을까 싶어 어깨에 긴장이 빠져나가는 순간 살집 사이를 들어온 성기에 여름의 눈이 크게 뜨였다. 영문 모를 행위에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너무나 아팠다.
“응, 아!”
“왜, 내가 너한테만.”
좁은 길이었지만 이훈은 멈추지 않고 고환이 아이의 엉덩이에 닿을 정도까지 밀어 넣었다. 테이블에 가슴을 대고 엎드린 여름의 손이 테이블을 애처롭게 긁었다. 이훈은 계속해서 무너지는 아이의 엉덩이를 잡고 끝까지 밀어 넣었다.
“아, 아파, 응! 아파요…… 흐읏!”
쾌감보다 먼저 밀려오는 고통은 테이블에 묻은 고개를 들지 못하게 했다. 그저 끝까지 밀어 넣었을 뿐인데도 순간의 사정감이 몰려왔다. 여름은 늘 그랬다.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했고, 흘러가는 시선을 모으게 했다. 이훈은 이제 알았다. 자신도 이온과 별다르지 않은 형이 되었음을.
“움직이지도 않고 있는데, 뭐가 아파.”
이훈은 앞으로 숙인 아이의 등을 따라 함께 엎드렸다. 여름에게 더욱 밀어붙인 이훈의 성기가 멈출 줄 모르고 들어갔다. 끝까지 삽입했다고 생각했는데, 비집고 들어갈 틈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 흐, 그래도 아픈데…… 형, 혀엉…….”
“아프게 해서 미워?”
멀리서 들리던 그의 목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왔다. 여름의 등에 이훈의 가슴이 맞닿아 오며 아이의 귓가에 그의 얼굴이 가까이에 붙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당장 빠르게 흔들고 싶었으나, 이훈은 아이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아이의 목소리에서 들리는 떨림은 매번 달랐다. 울기도 잘 울었지만, 겁도 많았다. 그렇다고 쉽게 뿌리치거나 거절하지도 않았다. 아이의 성향은 한이온이 싸고돌 만했다. 가두지 않아도 순순히 갇혀 있었고, 절대 배신하지 않는 맹목적인 동생, 그리고 가족이었다.
“안, 미워요…… 안 미워…….”
여름의 입에서 부정의 대답이 나올 걸 알고 있었다. 알고 물어본 질문이었다. 확신의 대답을 듣고 싶었던 걸지도 몰랐다. 여름의 맹목적인 애정은 이훈의 결핍을 채워 갔다. 이훈도 모르는 사이에 차오르는 여름은 어쩌면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래, 미워하지 마.”
이훈은 아이의 등을 더욱 내리누르며 허리를 뒤로 물렸다. 그러고는 힘을 주어 내벽을 파고들었다. 여름의 입에서 교성에 가까운 소리가 흘러나왔으나, 버둥거리는 여름의 몸을 누르고 있는 남자의 손에 힘만 들어갈 뿐이었다.
“가족이니까 봐줘.”
네가 좋아하는 가족. 여름이 집에 들어오고 지겹도록 들은 단어였다. 어쩔 수 없이 묶이게 되는 집단. 그러나 타의도 강제도 아닌 평생 가는 집단이 가족이었다. 여름도, 이온도 날 때부터 도의적으로 끌린 단어, 그 길을 함께 걸어야 하는 이 역시 이훈이었다.
“응! 아! 헤, 네에…… 읏!”
여름은 이훈의 입에서 나온 말에 없는 힘을 끌어와 뒤를 돌아보았다. 하얀 치아가 보이도록 생긋 웃은 채 대답했다. 가족이니까 봐주겠다며, 우리는 가족이라고 아이의 웃음에는 짧지 않은 뜻이 담겨 있었다.
하, 이훈은 아이의 무해한 웃음의 발끝부터 정수리까지 뜨거운 피가 도는 걸 느껴야 했다. 아이의 비틀리는 허리를 쥔 손은 쥐어짜는 듯한 힘이 들어갔다. 여름의 머리가 이훈의 움직임에 맞춰 쾅 하는 울림소리로 가득 찼다. 이훈의 추삽질이 점차 빨라졌다.
“응, 아, 흐! 천, 천히…… 아응!”
아이의 사정액이 남자의 서재 책상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다. 아이는 몰려오는 성감과 얽힌 쾌감이 드리워지자 손톱으로 테이블을 거세게 긁었다. 몸의 떨림을 손끝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여름은 솔직했다. 그리고 순진했기에 한 씨네 가족이 될 수 있었다. 이훈은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만일 여름이 무지하지 않고 똑똑했다면, 순응하지 않고 반항했다면 이온이 과거에 동생으로 여겼던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았을 터였다.
이온의 결핍 속에서 피어난 놀이가 평생 가리라 생각했다. 막을 수도 그를 변화시킬 수도 없었다. 이훈은 그저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는 것 하나 없는 여름이 이온을 통제하고 있었다. 새롭게 태어난 건 여름뿐만 아니라 이온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뒤를 돌아 다른 길로 가면 안 될까, 그들과 함께하는 것마저 지겹다 생각이 들더라도 가족이었다. 가족이라는 단어에 담긴 무게는 사람의 인생을 다른 길로 들지 못하게 할 정도였으니, 그의 존재가 어찌나 무거운지 이훈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이제는 절대적으로 묶여버렸구나 싶은 느낌도 말이다.
이후 테이블 위에 있던 이훈의 물건들이 흐트러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깊은 관계의 흔적이 이곳저곳에 남았으나, 여름은 몇 번의 사정 끝에 이훈의 품에 쓰러졌다.
두꺼운 허벅지 위에 앉아 있는 여름은 이훈의 가슴팍에 얼굴을 기대고는 가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훈이 사정하기도 전이었지만, 여름은 먼저 허리가 아프다며 이훈이 서 있는 뒤로 손을 뻗어 왔기에 마구잡이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아직도 이 행위에 뜻을 알 수 없는 건 여름뿐이었다. 그저 쾌락에 사로잡혀 형제의 품 안이 좋았을 뿐이었다. 형들의 뜻은 늘 옳을 테니 아이는 조금의 의문도 들지 않았다.
***
요즘 들어 형제가 이른 아침을 겨우 먹고 출근하는 날이 잦아졌다. 그럼에도 늘 정해져 있던 저녁 시간에 맞춰 퇴근하니 그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그들에게 하는 일, 그리고 회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본 적도 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퇴근하는 시간이 늦어지고 일이 많아짐이 눈에 보이니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여름은 늦은 밤 이온의 품에 안겨 눈을 감기 전, 눈치를 보며 고개를 들어 그의 턱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목소리는 느릿하고도 작았다.
‘혹시 요즘 많이 바쁘세요?’
그러자 몸을 옆으로 세우고 아이를 끌어안고 있던 이온이 고개를 숙여 여름을 바라보았다.
‘왜?’
‘……출근도 빨리하시고 늦게 들어오시니까, 바쁜 일이라도 생기셨나 해서요.’
시큰둥한 이온에 괜히 물어보았나 후회가 치밀었으나 그는 오히려 제 품을 꽉 끌어안아 왔다.
‘곧 창립 기념일이라 아주 떠들썩하긴 하지. 어찌나 거대하게 하려는지, 아주 극성이야.’
그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학을 떼듯 혀를 차며 말하는 한 대표가 누구인지는 쉽게 예상이 되었다. 여름은 대충 회사에서 어떠한 행사가 있어서 바쁜 거구나 하고 이해했다.
‘창립 기념일에는 여름이 너도 재밌을 거야.’
그렇게 말한 이온의 손이 점차 아래로 내려와 아이의 잠옷 틈으로 들어왔다. 따뜻한 온기와 다르게 차가운 이온의 손바닥에 몸이 저절로 떨렸다. 아이는 여기저기 더듬어 오는 이온의 손길을 느끼며 이해하지 못한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형제가 집을 비운 시간이 늘어날수록 아이가 자주 보게 되는 얼굴은 윤서였다. 특히 보육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서부터는 매일 점심을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늘은 수업 몇 시야?”
아침인가 싶은 정도로 이른 시간에 도착한 윤서와 점심을 함께한 뒤였다. 그녀는 냅킨으로 입 주변을 닦은 뒤 여름에게로 시선을 올렸다.
“오늘은 1시에 시작해요.”
윤서와 함께 이른 점심을 했기에 선생님이 오기까지는 2시간도 더 남아 있어 시간이 비었다. 물론 이럴 때 여름은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든가, 방으로 올라가 모의고사 하나를 더 풀기도 했다.
“시간은 넉넉하네. 같이 올라가자.”
그녀는 자연스레 일어나 다이닝 룸으로 벗어났다. 뒷모습을 놓칠까 봐 여름도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 걸었다.
여름이 보기에 윤서는 늘 기품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것만 보면서 살았겠구나 싶은 분위기를 모든 모습에서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여름은 윤서를 반짝이는 눈으로 우러러볼 때가 많았다.
“앉아.”
윤서는 자연스레 2층에 있는 여름의 방으로 들어가 또 자연스레 테이블에 앉았다. 여름에게 반대편에 앉으라며 건네기도 했다. 여름은 제 방인 것도 까먹고 감사하다며 고개를 끄덕인 뒤에 그녀를 마주하고 앉았다.
대화라도 나누려 그러나, 여름은 어쩐지 평소보다 진지한 윤서의 얼굴에 침을 꿀꺽 삼켰다.
“네 형들, 요즘은 어때.”
윤서는 테이블 위로 팔꿈치를 올린 뒤 꽃받침을 하듯 턱에 손을 붙이고는 여름에게 물었다. 아이에게 형제의 존재를 묻는 질문은 아무 의미 없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나, 윤서는 어쩐지 궁금했다.
“형들이요?”
“응. 그냥 가족, 그게 전부야?”
가족 그것이 가장 어울리는 명칭이자 단어는 맞았다. 그러나 여름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쉽게 저었다. 그것보다 더한 존재라는 걸 알아서일지도 몰랐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뭐든.”
“제가 배운 게 없어서 잘 모르지만, 목숨을 살려 준 은인… 그것보다 더한 소중한 가족이죠…….”
흥미 돋는 질문을 했던 윤서의 입꼬리가 점차 내려가 제 위치를 찾아갔다.
목숨까지 살려 줬어? 은인? 배운 게 없다더니 좋은 말은 다 가져다 붙여 놨다. 조금 더 듣고 있다가는 신이라고 말하고도 남을 아이였다. 제가 알고 있는 형제라면 아이가 말한 모든 단어의 반대가 가장 잘 어울리는 이들인데 말이다.
“내가 아는 한이훈, 한이온 말하는 거 맞지?”
어쩐지 여름은 저와 다른 이들을 말하는 것 같았다. 아니, 확실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네? 당연히, 네.”
여름의 뺨이 선홍색으로 변해 갔다. 설마 이름만 들었다고 기분이 좋아지거나 설렌 건가, 그렇게까지 생각하니 절망에 빠져드는 건 윤서뿐이었다. 이런 아이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저 자신이 바보가 된 건 확실했다. 그래도 이미 발을 담근 순간 쉽게 빼낼 수 없었다.
“너도 참 별나다.”
그래서 한 씨 형제들과 이렇게 잘 지낼 수 있는 건가, 윤서는 그렇게 생각하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핸드폰 화면이 보이도록 테이블 위로 올려 두고는 여름 쪽으로 밀어 건넸다.
윤서는 아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은인, 그보다 더한 형제의 아래에 있는 여름을 고작 친구가 원래의 자리까지 끌어낼 수 있을까. 윤서는 감히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가능성을 넓힌다고 나쁠 건 없었다. 윤서는 진심으로 제 앞의 아이가 행복하길 바랐다.
“명재, 그 친구 번호야. 전화 한 번 걸어 봐.”
여름은 떨리는 손을 감출 생각도 하지 않고 테이블 위로 손을 올렸다. 그녀의 핸드폰을 쥐어 드니 화면 속에는 11개의 숫자가 다이얼에 찍혀 있었다.
명재, 이름만 들어도 얼굴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지난날 보육원의 동료, 그리고 친구였다.
아이는 두 손으로 핸드폰을 들고는 윤서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빨리 고대하던 날이 다가올 줄은 몰랐다.
“뭐 해. 어서 걸어 봐. 아마 그 친구도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녀는 어서 해 보라며 손을 전화기 모양으로 만들어 귓가에서 흔들었다.
여름은 그녀의 재촉 어린 응원에 침을 꿀꺽 삼키고는 초록빛으로 빛나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한 손으로 귓가에 천천히 핸드폰을 가져갔다.
높낮이가 일정한 통화 연결음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나 들려왔을까, 순간 소리가 멈추더니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여보세요?
여전히 익숙한 명재의 두꺼운 목소리였다.
“명, 명재야…….”
- 한여름? 한여름 너냐?
급격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여름의 목소리와 다르게 침착한 이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유 모를 물기가 차올랐다. 저도 모르게 보육원과 친구들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나 여름이 맞아. 너, 너 정말 명재야?”
아이는 핸드폰을 두 손으로 꽉 쥐고는 귓가에 더욱 붙였다. 소리를 키우는 방법을 모르니 핸드폰을 더욱 가까이했다.
- 너 진짜 살아 있었구나, 다행이네. 이 목소리, 한여름이 틀림없네.
그의 단조로운 목소리를 들으니 어깨 가득 들어간 힘이 빠져나가며 천천히 의자에 기댈 수 있었다.
“명재, 명재 맞구나……. 너는 어떻게 지냈어? 잘 지냈어? 지금은 어디서 지내?”
커다란 불길, 보육원의 화재 이후 처음 보는, 아니 처음 접하게 된 사람이었다. 여전히 그날의 사실을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하나 확실한 건 그들을 향한 그리움이라는 감정이었다. 함께 먹고 자고 뛰어놀았던 한 보육원의 아이들을 향한 그리움 말이다.
- 하, 그렇게 궁금하면 얼굴 한 번 보여 주지 그랬냐.
명재는 장난스럽게 넘겼으나 그의 말에는 왜인지 서운함이 느껴졌다. 여름은 괜히 손에 땀이 났다. 얼굴을 보러 나갔어야 했나, 그러나 같은 상황이 다시 왔어도 대문 밖으로 나가지 않는 선택을 할 것이다. 그리움이 이기지 못할 당연함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가족이 생겼다고 그들을 뒤로한 제 모습이 한심하기도 했다. 보육원에서 대문 밖에 아이들을 보던 감정이 이런 거였을까,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이중적이라더니 입이 꾹 다물렸다.
- 됐어, 너도 사정이 있었겠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여름에게 먼저 말을 건네오는 것 역시 명재였다. 그는 핸드폰 너머로 아무렇지 않게 허허 웃어 보였다.
“……응, 지금은 내가 사정이 있어서……. 그래서 너는 잘 지내고 있는 거 맞지? 어디서 지내?
- 너 다른 애들이랑 연락 못 했지.
어쩐지 명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응, 네가 처음이야. 명재 너는 다른 애들이랑 연락하는 거야? 다들…… 잘 지낸대?”
어쩐지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그들이 잘 지내길 기도했었던 날이 있었다. 어린아이들도 내 친구들도 한두 살 많던 형, 누나들도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겠거니 생각하고는 형제들과의 삶을 살았다.
그렇게 단정 짓고 살았더니, 진실이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여름은 전화 너머에서 상상하지 못할 불안한 말이 나올까 두려웠다.
- 우리는 다 같이 있어.
“뭐? 정말? 정, 정말 다 같이 있어?”
커다란 한숨이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왔다. 이것 역시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 형 누나들이랑 이번에 성인 된 나랑 몇몇 애들까지 건설 회사 인턴으로 일하고 있어. 말이 인턴이지 그냥 심부름꾼이나 다름없지만.
여름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무, 무슨 회사인데? 대학은 안 간 거야? 다른 애들은?”
그에게 물어볼 말이 너무나 많았다.
- 너 혼자 학교에서 늦게 돌아온 날 기억해?
그날이었다. 커다란 불길을 봤던 그날 말이다. 원래라면 다 같이 모여 하교했을 이들이 늦어지는 여름을 두고 먼저 보육원으로 돌아갔다. 결국, 남은 여름만이 다 늦어서야 보육원으로 돌아와야 했다. 하필 그날 눈동자를 붉게 물들였지만 말이다.
“으, 응…….”
-그날 원장님이 우리한테 시켰어. 가방 하나 못 내려놓고 1층부터 원장실까지 기름을 부었는데, 커다란 차를 타고 떠날 때까지 넌 오지 않더라.
“…….”
- 우리가 평생을 살았던 보육원은 불에 타고 있지, 한 번도 보지 못한 검은색 차들이 들어와서는 애들을 태우고 있지. 너를 기다리자는 말을 차마 못 하겠더라.
“명재야……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 그때 알았어야 해. 뭐에 홀린 것 같았던 원장이 미쳐 있었다는걸.
짧은 대화는 그날의 진실을 생생히 떠올리게 했다. 직접 겪지 않았어도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그림은 처절했다. 그때 이온의 말이 떠올랐다. 사람을 팔아넘기려던 미치광이 원장에 관한 이야기 말이다.
-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원장님도, 애들을 강제로 끌고 차에 태웠던 사람들도 사라졌더라. 눈 떠보니 지금의 건설 회사 사람들로 가득했어.
여름은 뜨거운 눈에 힘을 주며 명재의 이야기를 들었다.
명재는 불에 타던 보육원을 뒤로하고 지금의 건설 회사로 입사하게 되었다고 했다. 어둠 가득한 곳에서 만난 남자가 말하기를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게 도와줄 터이니 지난 일을 함구하며 살라고 했다.
명재와 다른 이들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었기에 남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지금의 건설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엔 의아했으나,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이상한 상황일지라도 납득해야 했다.
- 너한테는 아직도 미안해. 그리고 걱정은 하지 마. 애들은 거의 지역 보육원으로 옮겨 갔어. 얼마 전에 얼굴도 보고 왔는데, 다들 잘 있는 것 같더라. 말단 인턴한테도 주말은 있잖아.
“……그, 그래도 정말 다행이다. 회사도, 좋은 곳인 것 같고.”
그러냐? 나는 잘 모르겠다, 하고는 숨을 푹 하고 쉬며 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름은 그에게 건넬 말을 찾지 못했다. 축하한다고 해야 할까, 일은 힘들지 않으냐고 물어야 할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여름도, 핸드폰 건너의 명재도 아무 말이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명재는 꺼내기 싫은 말을 꺼내는 사람처럼 힘겹게 입을 떼어 냈다.
- 그리고…… 원장님은 죽었어. 아니, 아마 죽었을 거야.
어쩐지 명재는 꽤 뜸을 들이며 천천히 말했다. 너무나 많은 정보가 머릿속에 단숨에 들어왔기에 힘들었으나, 명재의 한 마디 한 마디는 계속해서 충격이었다. 여름은 핸드폰을 쥔 두 손에 힘을 주며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 지금의 회사에서 원장을 어떻게 한 것 같은데……, 아는 척해 봐야 좋은 거 없잖아. 게다가 우리를 살려 준 사람들이나 다름없는데. 그래도 너한테는 말해야 할 것 같아서.
“명재 너는 어, 어떻게 알았는데?”
- 그 남자가 하는 통화를 엿들었어. 처리했다고 했나, 죽였다고 했나, 이젠 생각도 안 나는데. 원장이 코빼기 하나 안 보이는 거 보면.
맞는 것 같다. 명재는 점차 작아지는 목소리로 뒤를 이었다.
“그 남자가 누군데?”
- 말했잖아. 회사 대표쯤 되는 사람이라고, 이한(理悍) 건설 회사.
그렇구나, 여름은 그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손이 잘게 떨리고 있는 줄도 모르고 눈을 끔뻑였다.
- 한여름 너한테만 속이고 있는 기분이 들어 불편했는데, 네 목소리 들으니 반갑고 후련하다.
“속이다니, 무슨 그런 말을 해…….”
- 다른 애들은 몸 하나 안 다치고 잘살고 있으니까, 너도 너대로 잘살아라. 망해 버린 건 원장 하나야.
명재의 말대로 후련하면서 서운했다. 그리고 무서웠다.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평생을 돌봐 준 원장님이었다. 그의 최후를, 그리고 참된 진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명재의 말로는 그랬다. 머리가 지끈 아파져 오고 속이 안 좋았다. 당장이라도 속을 게워낼 것 같은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 나중에 네 사정 괜찮아지면 얼굴이라도 보고 술이나 마시자. 우리 이제 코 흘리던 애새끼가 아니잖아.
“으, 응. 명재야 너도 몸조심하고…….”
- 그래, 너도. 회사 들어가 봐야 해서 이제 끊는다.
뚝.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핸드폰 너머에서 멈추지 않던 목소리가 저 멀리 사라졌다.
여름은 그녀의 핸드폰을 테이블 위로 올려놓고는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속이 들끓었다.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르는 위액을 끌어다 쏟았다.
무얼 들은 거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변기를 부여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차가운 기운이 몸을 타고 들어왔다. 사람이 사람의 손에 죽고 사람이 사람 덕분에 살았다. 원장님이 그러했고, 많은 보육원의 아이들이 그러했다.
겨우 전화로 이 많은 이야기를 들어도 괜찮은 걸까. 너무나 평온해 보이는 명재의 목소리마저 무서워졌다. 악이 사라지고 아이들이 구원받았는데, 왜 이리 속이 불편한지 모를 일이었다.
여름은 한 손으로 배를 부여잡고, 다른 손으로는 입을 쓸어 보이고는 가볍게 얼굴을 씻었다. 바르르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욕실에서 나오자 저 멀리 테이블에 앉자 제 쪽을 바라보고 있는 윤서와 눈이 마주쳤다.
“토는 다 했어?”
그녀는 재차 앞으로 턱짓했다. 의자에 앉으라는 뜻이었다. 여름은 천천히 그녀의 앞으로 걸어갔다. 윤서가 있었다는 사실도 잊었다. 여름은 느릿하게 끄덕였다.
“궁금한 건 없고?”
그녀는 저에게 모든 사실을 알 기회를 준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윤서가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여름은 손에 묻은 물기를 허벅지 위에 닦으며 고개를 들었다.
“……이한 건설 회사가 어디예요?”
명재가 똑똑히 말했다. 이한 건설 회사의 사람이 그들을 원장으로부터 구해 줬고, 갈 곳 없는 친구들과 형 누나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고. 커다란 대기업의 적선인 걸까, 그들의 존재가 궁금했다.
의자에 편히 기대 있던 윤서가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어쩐지 동공이 확장되어 있었다. 못 들을 걸 들었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윤서의 반응이 의아한 건 오히려 여름이었다. 여름은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의 이어지는 말을 기다렸다.
“이한, 몰라?”
이한 그룹,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도 같았다. 뉴스를 자주 틀어 놓는 여름이었지만 무슨 단어인지도 문장인지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여름의 머릿속에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여름은 이때까지만 해도 너무나 유명한 대기업이라 모르는 사람 하나 없는 존재라고만 생각했다.
“와, 생각보다 더 독한 놈들이네.”
그녀는 앞으로 숙였던 몸을 재차 뒤로 편히 기대며 팔짱을 끼었다. 그러고는 질린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네 형들이 대표로 있는 회사잖아. 이한 그룹, 그리고 그 밑에 있는 이한 건설. 나는 여름이 네가 몰랐다는 게 더 놀랍다.”
아무리 먼 친척에다가 가까운 계열사 사이더라도 저보다는 여름이 더 잘 알아야 하는 게 아닌가. 윤서는 어쩐지 형제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원래도 소름이 끼치는 존재들이었지만 이제는 그 선을 알 수 없었다.
“……몰랐어요.”
정말요. 눈앞이 흐려졌다. 그러고 보니 이온과 다른 기업 간의 문제로 원장님과는 반대에 서 있다고 들었던 것도 같았다. 그래서였을까, 형제가, 그리고 이한 그룹이 원장님에게는 악이 우리에게는 선으로 다가오게 됐다.
“여기다 토는 하지 마라. 나는 안 도와줄 거야.”
윤서는 점심을 먹을 때보다 더 하얗게 질린 여름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에게 무리가 갈 정도로 충격적인 사실의 연속이기는 했다. 어쩐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면 여름이 이전보다 더 나아지리라 생각했었다. 그렇게 바라기도 했고 말이다.
그랬기에 굳이 그런 노력을 들인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잘못 생각했다. 선한 사람일수록 모르는 사람도 자신에게 피해를 준 사람도 하나의 인간으로 동등하게 보며 가만히 둘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윤서는 잊고 있었다.
여름에게는 원수가 죽었다는 사실에 대해 후련함이 아닌 짐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그래도 백지의 상태로 사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싶기도 했다. 윤서는 괜스레 불안하게 뛰는 심장에 합리화를 하였다.
“감사합니다. 명재랑 전화할 수 있게 해 주신 것도, 전부 다요.”
“그래. 너한테 괜한 일이 아니었길 바란다. 어디 아픈 건 아니지?”
“……네. 괜찮아요. 정말요.”
그래, 윤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름에게도 혼자 정리해야 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아이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어 번 토닥여 주고는 다음에 보자는 말과 함께 문을 열고 나갔다. 그렇게 넓은 방에는 여름 혼자 남았다.
아이는 테이블 위로 팔을 올려 얼굴을 품었다. 눈을 내리깔고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머리가 지끈 아파져 왔으나, 파도처럼 밀려오는 생각들이 가슴을 찌르고 있었기에 그 정도의 고통은 참을 만했다.
‘난 이제 뭘 해야 하지?’
형들은 제 보육원 친구들을 구원해 줬으며, 악마 같은 원장님을 사라지게 했다. 햇빛 가득한 해피엔딩이었다. 그런데 왜 떨리는 손이 멈추지 않으며 두려운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원장님은 정말 악이었을까. 이 세상에서 살 수 없을 정도로 형들에게 큰 죄를 저지른 사람이었나? 그런 이의 죽음이 당연한 건가? 너무나 쉽게 사라져 버린 원장이 정말 악이 맞는가. 여름은 쉽게 정의 내릴 수 없었다.
어둠에 사로잡힌 듯한 겁이 밀려온다. 어른이 될수록, 살아가면 갈수록 겁이 많아지고 있었다. 형제 없이 한 걸음 내딛기도 무서워진다. 그저 가까운 이의 죽음이 처음이어서, 어색해서라고 믿고 싶었다.
꼬리를 무는 질문이 가시가 되어 온몸을 찔러 오며 사고를 멈추게 했다. 어쩐지 형들이 너무나 보고 싶었다. 제 형들은 절대 악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