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화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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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는 그날 밤까지도 형의 품에서 울었지만, 사실은 매일 같이 얼굴을 보는 사람을 제외하고도 여름이 이야기를 쉬이 할 수 있는 이가 한 명 더 있었다.

    딩동─

    “아, 차 이사님이네요. 요즘 자주 오시는 것 같네.”

    이모님은 그렇게 말하며 현관의 문을 활짝 열었다. 형제와 아이가 여행에서 돌아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산책길에서 만난 낯선 이와의 일이 있고 나서 여름은 더욱 밖으로 나가기를 꺼렸다. 괜히 같은 일이 벌어질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런 여름을 환영한 건 형제였다. 이후 넓은 저택에서 느릿한 시간만을 보내며 삼 형제는 함께 서울로 돌아왔다. 얼마 되지 않는 짐을 푼 날로부터 몇 주는 지났다. 과외의 일정은 여행의 전처럼 돌아왔으며, 일이 쌓였는지 형제가 함께 출근하는 날이 늘었다.

    달라진 건 하나도 없는 줄만 알았는데, 아이의 하루가 완전히 변해 버렸다. 그의 주축은 전부 저기 들어오는 차윤서 때문이었다.

    “이모님, 저 시원한 물 한 잔만 부탁해도 될까요? 이 동네는 너무 높아. 차를 타고 오는 건데도 괜히 목이 탄다니까요.”

    윤서는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한 손으로 벗으며 아이가 벌떡 일어나 있는 소파 가까이 다가왔다.

    “어머, 그럼요. 소파에 편히 앉아 계세요.”

    이모님은 입을 가리며 호호 웃어 보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안, 안녕하세요…….”

    그녀가 누른 벨 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벌떡 일어나 있던 참이었다. 여름은 손을 한데 모아 고개를 숙이며 번듯한 정장을 차려입은 윤서를 향해 인사했다.

    “그래. 안, 안녕하구나.”

    그녀는 소파에 편히 앉으며 떠는 여름의 말 그대로 가져다 말했다. 그런 그녀의 장난 가득한 인사에, 얼굴이 붉어진 여름은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진 소파에 천천히 내려앉았다.

    윤서는 요즘 들어서 형제의 집에 자주 찾아오고, 시간이 맞으면 밥을 먹으러 오기도 했다. 그녀의 방문은 형제가 있거나, 없거나 가리지 않았다.

    여름은 윤서에게 세웠던 경계를 저 아래로 내려놓은 지 오래였다. 또한 윤서가 형제의 먼 친척이라는 형제의 말은 그녀에 대한 마음을 더하게 했다. 촌수가 멀어서 남이나 다름없었지만, 확실히 가족이라고 했다.

    괜스레 그녀를 두려워했던 지난날이 부끄러워졌다. 그와 동시에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들으니 가족이라는 단어에 홀린 듯 끌리는 여름이 그녀에게 관심이 가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그녀의 방문이 싫다기보다 어색하면서도 억누르기 힘든 설렘에 휩싸이고는 했다.

    “뭐 하고 있었어?”

    그녀는 다리를 꼬아 올리며 여름의 눈을 바라보았다. 윤서는 자주 이유 없는 방문을 했기에 저렇게 묻고는, 밥을 먹은 뒤, 잘 먹었다고 말하고는 떠났다.

    “과외 끝나고, 뉴스 볼 시간이라…….”

    “뉴스도 봐? 너무 한이훈 닮아가지는 마라. 징그럽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혀를 찼다. 옆으로 시원한 냉수 한 컵을 가져온 이모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며 받아 들고는 단번에 삼켰다. 오는 길이 고되긴 했던 모양이다. 아이는 이유 모를 어색함에 검은 화면만 가득한 티브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여행 다녀오고, 한 번이라도 나간 적은 있어?”

    아무 소리 없던 커다란 거실에서 윤서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녀 역시 형제의 짧지 않은 여행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여름은 윤서의 입에서 나온 이질감 가득한 질문에 놀랐을 뿐이었다.

    “네?”

    “대문 너머로, 나간 적이 있냐고.”

    그녀는 마디마디에 힘을 주어 말했다. 어느새 무릎 위로 팔꿈치를 올려 턱을 괴고 있었다. 윤서가 바라보는 시선에는 여름 딱 한 명밖에 있었다.

    “……왜, 나가요?”

    아이는 멍하니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않는 윤서에게 말을 덧붙였다.

    “그동안은…… 나갈 이유가 없었어요.”

    아이는 동요 없이 곧게 대답했다. 여름이 나가는 걸 막는 사람은 없었다. 적어도 아이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형제가 출근하는 날에도, 여름이 산책을 위해 정원을 나가는 날에도 아이의 뒤를 따르거나 막는 사람은 없었기에 그리 느꼈다.

    여름이 커다란 대문 밖으로 나갈 생각이 조금도 없었을 뿐이었다.

    재헌과의 기억도 족쇄처럼 머물렀으며, 형제가 없는 길은 걷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마련해 놓은, 그들이 돌아오는 집에서 평생 숨 쉬고 싶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여름은 이런 삶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윤서의 질문은 의아하게만 다가왔다. 왜 그런 걸 물어보시지,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 하나였다. 따갑게 날아오는 윤서의 시선을 멍하니 받아 냈다.

    “애를 아주 개조시켜 놨네.”

    그럴 줄 알았어, 윤서는 그렇게 말하며 읊조렸다. 여름에게 가까이 다가갈 것처럼 무릎에 턱을 괴고 있던 윤서가 몸에 힘을 풀며 소파에 편히 기댔다. 소파가 꺼지며 그녀는 편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네?”

    “됐어. 너한테 하는 말은 아니야.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만.”

    짜인 약혼, 그것도 장난으로 치부될 촌극과 같은 일로 처음 본 여름은 화사함 그 자체였다. 칙칙하고 속을 알 수 없는 형제들과 달리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이 솔직한 여름이, 형제들의 아이가 윤서는 마음에 들었다.

    윤서는 이훈에게 그런 여름을 저에게 넘길 수 없느냐며 물었던 기억이 있었다. 아이를 옆에 두고 키우는 식으로 시간을 보내면 재밌을 것 같았다. 생각보다 진지하게 꺼냈던 말이었다. 그러나 그때 이훈이 입을 떼기도 전, 옆에 있던 이온이 먼저 비웃음을 쳤다.

    ‘차 이사님, 동생은 사고파는 게 아닌데, 저희가 어떻게 그래요.’

    누구보다 한이온이라는 이를 잘 알고 있었던 윤서였기에 입이 떡 벌어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평소와 다르지 않게, 그저 가족이라는 이름을 붙여 가족 놀이를 하다 쳐낼 아이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이쯤 되면 질렸겠지, 싶어서 말을 꺼낸 것도 어느 정도 맞았다.

    이온의 반응은 생각 외의 것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할 줄 알았던 이온의 모습이 아니었다. 무관심의 가득했던 그의 모습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행동은 오히려 윤서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그날 이후 형제의 저택에 들르는 날이 늘어났다. 제 마음뿐만 아니라 형제의 것이 되어 버린 듯한 여름이 흥미롭기도, 아이가 처한 상황이 궁금하기도 했다.

    윤서는 여름이 그저 갈 곳 없는 고아로 형제의 집을 보육원처럼 생각하는 줄만 알았다. 속으로 숨긴 두려움을 드러내지 않고, 형제의 눈치를 보며 살기 급급한 그런 아이 말이다. 하지만 그것 또한 아니었다. 예상하는 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었다.

    형제에 대한 두려움은커녕, 그들에게서 떨어지면 여름은 동공을 잘게 흔들며 두려움을 표현하곤 했다. 그는 뼛속까지 한 씨 형제로 물들어 있었다. 하필 아이의 성이 한씨이니, 이질감마저 들지 않았다.

    이후 오히려 윤서가 그런 여름을 안쓰럽게 보기 시작한 점이 문제였다. 형제가 있든 말든, 가리지 않고 방문하던 윤서가 최근 들어서는 이훈과 이온이 함께 출근하는 날을 골라 찾아오곤 했다. 여름이 혼자 있는 시간을 노린 셈이다.

    “오늘은 공부 안 해?”

    여전히 소파에 편히 기대 있는 윤서가 아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녁 먹고 하려고요.”

    여전히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여름이었지만 묻는 말에 대답은 잘했다.

    “공부가 힘들지는 않고? 또래보다 늦었잖아.”

    윤서는 굳이 아이에게 하는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그제야 고개를 들어 윤서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여름이 고개를 아주 살짝 갸웃했다.

    “저보다는 밖에서 일하는 형들이 더 힘들 것 같아요.”

    여름은 이제 형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 걸 어려워하지 않았다. 이렇게 쉬운 걸 왜 어려워했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건 아닐걸.”

    윤서는 콧방귀를 뀌며 큰 숨을 내뱉었다.

    “그놈들은 됐고, 네 이야기 좀 해 봐. 이곳에 오기 전에는 어땠어?”

    여름은 느릿한 시선으로 윤서를 훑었다. 오늘따라 알 수 없는 질문을 하는 윤서였다. 그녀가 쉽게 이해되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여름은 천천히 그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머릿속으로 꾸렸다.

    “……솔직히, 지금처럼 쉰 적이 많이 없었어요. 보육원에 아이들은 넘쳐났고, 일손은 부족했거든요.”

    아이는 겨우 들었던 고개를 푹 숙인 채 허벅지 위로 손을 모았다. 불안하게 맞잡은 손이 우물쭈물했다.

    “저처럼 앞가림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바로 보육원 일을 도와야 했어요. 한 명도 빠짐없이 이것저것 하느라 움직여야 했고, 가끔 있는 쉬는 시간만을 바라면서 지냈던 것 같아요.”

    “어린애한테 바라는 것도 많군.”

    지금보다 더 어린 여름과 아이의 주변에 있었던 이들이 어떻게 지냈을지 훤히 예상되었다. 윤서는 쯧, 하고 혀를 찬 뒤 팔짱을 꼈다.

    “…… 싫진 않았어요. 먹고 입고, 지낼 수 있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고 배웠거든요. 그래서 매일 열심히 일했어요. 겨우 집안일 수준이었지만요.”

    근데 그런 원장님은 무서운 존재였다. 형제, 그것도 이온에게 이 집에 오자마자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여름은 괜히 입술을 꾹 다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보육원에서 지냈던 기억 전부였기에 더는 그녀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원장님에 대해 꺼내고 싶지도 않았다. 어쩌면 제 삶을 모조리 가져가 버린 이일 수도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하는 게 부끄러웠다.

    “어떻게 지냈을지 훤하네.”

    아이는 생각보다 더 확실하고 단호한 사람이었고, 불쌍했다. 윤서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과 오지랖이 더욱 확고해졌다.

    “친구는, 여름이 너랑 친한 친구는 없었어?”

    “그냥 다 친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정말 살아 있는 건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여름에게 보육원에서의 친구란 그저 숨 쉬듯이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이었다. 그래도 그녀의 말에 떠오르는 이가 몇몇 있기는 했다.

    여름은 잡고 있던 양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지 않으면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절대 살아 있을 수 없는 상황에 관한 상상을 하니, 이제는 그들의 존재가 까마득했다.

    “그래도 다행히 친구는 있었다는 말이네.”

    아마도 그러겠지, 윤서는 침대처럼 기대고 있던 소파에서 등을 떼어 내 몸을 여름의 쪽으로 숙이며 말했다.

    여름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아이에게 윤서는 익숙한 보육원의 이름을 말하며 그곳이 맞느냐고 확인하듯 물어 왔다. 이제는 보육원의 짧은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핑 돌았던 여름이었기에 그녀에게 긍정의 대답을 하기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

    “차윤서, 아니 차 이사님 왔다 가셨다며.”

    여름이 1층에 내려가 마중을 하기도 전에 2층으로 올라온 이온이었다.

    차 이사는 생각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 급히 할 일이 있다며 빠르게 저택을 빠져나갔고, 여름은 형제의 퇴근과 저녁을 먹는 시간 전까지 밀린 모의고사를 복습하고 있었다. 원래는 형제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1층으로 내려왔지만, 집중이 쉽게 깨지지 않아서였을까 시간을 보지 못했다.

    “아, 네. 물만 드시고 빨리 돌아가셨어요.”

    이온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여름은 당황을 빠르게 감추고는 말했다.

    “그랬어? 오늘은 차 이사님이랑 뭐 하고 놀았어?”

    이온은 겉에 입고 있던 재킷을 벗으며 여름에게 다가왔다. 팔을 살며시 벌리며 다가오고 있었는데, 어느새 여름은 이온의 품 안에 갇혀 있었다. 그가 팔을 뻗어 아이의 등을 제 쪽으로 끌어안았다.

    “그냥…… 대화 나눴어요.”

    여름은 그녀와 보낸 시간이 대화가 맞았을까 하는 확신이 없었기에 말이 흐려졌다. 늘 있는 포옹이었으나, 빠르게 뛰는 심장이 익숙하지 않은 건 어쩔 수 없었다. 여름은 괜히 차오르는 열기를 숨기기 위해 이온의 가슴에 얼굴을 더욱 묻었다.

    “무슨 대화?”

    “어…… 보육원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친구는 있었는지 물어보셨어요.”

    “그리고?”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온이 한 번 더 물어 왔다.

    어느새 여름의 어깨에 턱을 괴고 있던 이온의 손이 점차 허리를 타고 내려왔다. 이온의 긴 팔과 손이 멈춘 곳은 아이의 엉덩이 둔덕이었다. 살집이 모여 있는 부분을 손으로 한 움큼 잡았다. 순간 놀란 아이의 어깨가 흠칫 떨렸지만, 이온의 질문에 대답하는 게 먼저였다.

    “어, 흣, 그거 말고는 그냥 제 이야기 들어 주셨어요. 공부가 힘들지 않으냐고도 물어봐 주셨고요.”

    “그랬구나.”

    아이의 둔덕을 양쪽 손으로 아프지 않게 쥐었다. 그러고는 살덩이를 벌리기도, 천천히 쥐어짜기도 했다. 아이의 몸이 떨리며, 팔이 이온의 등을 끌어안았다. 그러지 않고서는 가만히 서 있지 못하고 넘어질 것만 같았다.

    “요즘 밥을 많이 먹더니, 살이 전부 여기로 갔나 봐.”

    “흐, 아픈데…….”

    여름은 있는 힘껏 주물러 댄 이온의 손길이 어색하기보다 아팠다. 아마 이대로 속옷까지 벗는다면 엉덩이에 붉은 자국이 남았을 게 분명했다.

    “차 이사님, 안 불편해?”

    이온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고, 아이에게 물어 왔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하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온기를 공유하고 있었다. 여름은 그의 질문에 1초의 멈춤도 없이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이잖아요.”

    아이의 말은 미간이 좁혀질 정도로 단조로웠다.

    “가족, 그래 맞아. 여름이는 가족을 좋아했지.”

    가족이라는 단어는 어느 질문에서나 만능의 역할을 했다. 이온은 아이를 품에서 떼어 놓은 채 들어왔던 방문 쪽을 바라보았다.

    “어?”

    이온을 따라 고개를 돌린 여름은 의도치 않은 소리가 잇새에서 새어 나왔다. 방문에는 비스듬히 기댄 이훈이 팔짱을 낀 채 또렷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인사를 할까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여름의 귓가에 이온의 얼굴이 다가왔다. 그러고는 이훈은 듣지 못하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형도 가서 안아 줘, 무섭게 뜬 눈 좀 봐.”

    아. 그의 말에 입이 벌어진 여름은 가까이에 있는 이온만이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걸음을 옮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훈의 표정은 무섭게 굳어 있기만 했다.

    이온을 데려갔음에도 늦게 퇴근을 한 점도, 요즘 따라 많은 일에, 풀리는 것 하나 없는 것이 신경을 살살 긁어 왔는데, 이온과 여름이 1층으로 내려오지 않아 춘자 씨가 같이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위로 올려 보낸 것도 어이가 없었다.

    말없이 위로 올라오니 서로 붙어 껴안고는 들리지 않는 말을 나누고 있는 꼴이 더 웃겼지만 말이다. 둘이 언제 떨어지나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던 이훈이었다.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이훈의 얼굴이 구겨진 건 그 뒤의 일이었다. 여름은 이온이 시키는 대로, 스스로 느낀 그대로 문틈에 기대 있는 이훈의 앞으로 다가갔다. 처음 있는 일에 심장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줄곧 형제에게 끌어안겨 있던 여름이었다. 먼저 팔을 벌려 이훈을 끌어안게 될 줄은 몰랐다. 여름은 비스듬하게 기대 있는 몸을 끌어안았다. 아이와 비교하면 어깨도 키도 큰 이훈이었기에 여름은 그의 명치 부근에 얼굴을 묻게 되었다.

    아이를 제 형의 품으로 보낸 이온은 가만히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온은 여름이 끌어안자마자 뿌리칠 이훈의 모습을 예상했다. 욕이라도 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온의 삶에 지루할 틈이 없는 것처럼 입꼬리가 예쁘게 휘어지고 있었다.

    이온은 제 형의 얼굴을 두 눈으로 담았다. 품 안에 자리한 아이를 바라본 채 어느 뜻도 담겨 있지 않은 얼굴을 한 이훈을 말이다. 이훈은 여름을 뿌리치지도 그렇다고 함께 끌어안지도 않았다. 그저 두 눈으로 전시회 속 예술작품을 담는 사람처럼,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이었다.

    확실히 변화하고 있었다. 가만히 있는 이훈도, 그리고 부모 없이 자란 여름도 말이다. 짜 놓은 계획이 조금의 흐트러짐과 동시에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어찌나 올곧은지,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온은 이제 가족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형제에게 슬그머니 다가갔다.

    “질투는 하지 마, 형. 우리는 가족인데.”

    어쩌면 멍하다는 표현이 어울리거나, 얼이 빠졌다, 혹은 표정이 없다는 말이 어울릴 이훈이 이온의 말에 고개를 슬며시 들었다. 무어라 대꾸를 하기도 전에 이온은 그들을 지나쳐 밖으로 나갔다. 이래저래 현장을 나갔던 터라 허기가 졌기 때문이다.

    이훈은 고개를 돌려 그런 둘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제 품 안에 있는 여름을 끌어안았다.

    “어, 어……!”

    그러고는 여름의 허리를 양손으로 잡아 자신의 어깨 위로 올렸다. 여름은 갑작스레 높아진 시야에 놀라 팔과 다리를 흔들었다. 잇새에서 당황스러움이 가득 섞인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훈은 그런 여름의 등에 팔을 두르고는 다른 손으로는 엉덩이를 아프지 않게 툭 건드렸다.

    “가만히 있어. 무거워.”

    “어, 아…….”

    이온이 사라진 길을 따라 아이를 들고 걸었다. 빠르게 1층으로 내려가고 싶기도 했고, 얼굴이 붉어진 채 저를 올려다볼 여름에게 할 말도 없었다. 그저 버둥거리는 엉덩이를 토닥이고는 다이닝 룸으로 걸었다.

    ***

    “네가 살던 보육원에 김명재. 김명재라고 알아?”

    “네?”

    점심을 먹고 시작한 과외가 끝난 시간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윤서는 과외 선생님인 연우가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방문을 밀고 들어왔다. 언제 오셨는지, 여름이 그녀에게 인사를 하기도 전에 먼저 큰 목소리로 물어 왔다.

    김명재. 윤서는 다시 한번 여름의 눈을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강조하였다. 윤서는 여름의 침대에 대충 걸터앉아 아이의 변화만을 응시했다. 그런 윤서의 방향으로 서 있던 여름의 멍했던 표정이 풀리며 탄식과도 비슷한 숨소리를 뱉었다.

    “저랑 꽤 친했던…….”

    그런데 그걸 어떻게, 여름은 그렇게 말을 이었다.

    짧은 머리에 햇볕에 그을린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런 명재의 이름이 윤서의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명재는 여름보다 어렸지만 얼마 없는 또래이자 친구였다. 좁은 보육원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걸 좋아했다. 저와는 확실히 다른 성향이었으나, 몇 없는 친구에 대한 애착은 곧장 명재의 얼굴을 떠올리게 했다.

    “얘 맞지?”

    그때 윤서는 고급스러운 가방에서 작은 사진 하나를 꺼냈다. 그러고는 책상 가까이에 서 있는 여름을 향해 내밀었다. 자연스레 그녀가 들고 있는 사진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윤서의 앞으로 걸어가 받아들였다.

    작은 사진에는 밤톨이 떠오르는 짧은 머리와 어둡게 그은 피부의 남자 한 명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명재 특유의 올라간 입꼬리는 여전했다. 여름이 들고 있는 사진 속의 남자는 확실히 명재였다. 같은 보육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김명재 말이다.

    “……네. 명재 맞아요.”

    여름은 그녀에게 사진을 건네며 말했다. 하긴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지만은 않았다. 다른 마음으로는 안도를 느꼈다. 형제가 전해 준 말로는 다들 좋지 못한 곳으로 떠났다고 했다. 모두 원장님 때문이었다.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보육원의 아이들이 안전하고 잘 살기를 늘 바랐다.

    인제 보니 나만 좋은 곳에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자책과 불안에 그들을 잊은 모양이다.

    어른의 태가 나면서 옛날 모습 그대로의 명재가 안전해 보이니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졌다. 한때 친구였던 명재가 순간 그리워졌다. 아이는 손톱의 거스러미를 잡으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보고 싶어?”

    “네?”

    “이 친구. 보고 싶냐고.”

    윤서는 그런 아이의 혼란을 눈치챘는지, 사진을 아이의 앞으로 들이밀며 말했다.

    “어, 아…… 네, 네. 너무요.”

    여름이 고개를 추켜들며 빠르게 주억거렸다.

    너무 보고 싶었다. 아무리 형제의 품 안에서 복을 누리고 있을 터라도 말로 다 할 수 없는 그리움은 남아 있었다. 그들이 그리워 울면서 이곳에 처음 들어왔던 날이 떠올랐다. 명재도, 다른 아이들도 함께했던 봉사자 선생님들도 보고 싶었으나, 명재 한 명만으로도 가슴이 설렜다.

    “그런데 여름이 너, 밖으로 나올 수는 있고?”

    윤서는 사진을 가방에 넣으며 그의 흔들리는 동공에 시선을 맞췄다.

    “아니, 네가 나갈 생각은 있니?”

    네 친구라는 명재 보러,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윤서의 말대로 여름은 나갈 수 없었다. 외부적인 요인도 있었으나, 윤서의 여름의 내부적인, 그러니까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고 생각했다.

    여름은 죽기 직전에 구해 준 형제에게 스며들었다. 구해 줬다는 말보다는 납치했을 게 뻔했지만, 간절했던 아이의 처지에서는 다를 거 하나 없었다.

    윤서는 여름의 그런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부모 없는 고아가 기댈 곳 하나 없는 보육원에서 일만 하면서 지냈다. 얼핏 들어보니 학교에 다녀오면 잠을 자기까지 보육원에서의 일을 했을 게 분명했다.

    그런 여름에게 쌓여 있던 설움이 가족이라는 단어로 묶인 형제를 만나고 완전히 터져 버렸다. 법적으로 성인이 된, 여름을 아이 취급하는 형제만 봐도 그랬다. 한 씨 형제와 어릴 적부터 가까이서 지내온 윤서가 보기에도 아주 어색하면서 다정했다.

    언제는 한 번, 이 집에 저녁을 먹으러 온 날이 있었다. 아무 의도 없이 자주 방문하곤 하는 윤서였기에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마침 그날은 붉은빛의 바닷가재 요리가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애는 어디 갔어.’

    애? 윤서는 저절로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목 끝까지 묶어 놓은 타이를 거칠게 풀며 테이블의 가장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형제가 오기도 전에 게딱지를 뜯으며 다리를 입에 물고 있던 윤서는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 수 없었다.

    ‘과외 끝나고 자고 있더라고. 그냥 안 깨웠어.’

    ‘밥은 먹어야지.’

    ‘일어나면 먹겠지, 피곤해 보이던데 조금이라도 자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 그건 그렇고 형, 저 게딱지 뜯어 주세요.’

    이온은 손에 들고 있던 게의 다리를 내밀며 혀를 말아 이야기했다. 그런 이온에 미간이 좁혀진 이훈은 그저 수저를 들기 시작했다. 그런 이훈이 웃겼는지 티 나게 웃어 보이고는 재차 조용한 식사가 시작되었다.

    형제의 대화는 끝이 났지만, 윤서의 혼란은 여전했다. 그들이 너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윤서가 알고 있는 형제의 모습은 지금처럼 숨소리만 가득한 채 제 일만 하는 딱 그대로의 모습뿐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애’라고 부르며 걱정 어린 안부를 묻고 있었다.

    왜인지 팔뚝에 소름이 돋아 윤서는 손바닥으로 거칠게 몸을 쓸어내렸다. 남 앞에서도 이렇게 닭살 돋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데, 아이에게는 어찌나 잘할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윤서는 아이가 변해 버린 이유가 이해되었다. 아무리 뒤틀리고 작은 애정에도 평생을 바칠 만큼 고여 있던 아이의 결핍이 안쓰러웠으며 불쌍했다. 형제의 납치는 구원이었고, 형제의 감금은 애정이 된 것이다.

    “나, 나갈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중간중간 어, 아 하는 숨소리가 섞여 가만히 있지 못하는 여름의 모습이 윤서의 앞에 펼쳐졌다. 조금 더 건드리면 눈물을 터뜨릴 것만 같은 아이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윤서는 보기만 해도 푹신한 침대 위로 팔을 지탱하고는 여름을 바라보기 편할 정도로만 뒤로 젖혔다. 형제가 아끼는 아이이니 이 방에 있는 가구만 해도 적어도 몇천만 원, 아니 몇 억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네?”

    “왜 나갈 수 없는데?”

    아이가 이 집을 나갈 수 없는 이유는 없었다. 이곳을 자주 오는 윤서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는 경호를 위한 고용인도 없었다. 어딘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내부에는 매일 같이 얼굴을 보고 인사하는 춘자 씨뿐이었다.

    여름이 나갈 방법은 수없이 많았다. 그저 현관문을 열고 정원을 지나쳐 대문으로 나간다고 할지라도 막는 이 하나 없을 듯했다. 아이가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여름 자신의 문제였다.

    “그냥, 나가고 싶지 않아요.”

    무섭나 봐요, 여름은 그렇게 말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길게 말하지 못하는 제 모습이 답답했다.

    윤서는 그런 아이를 응시했다. 혹시나 남들이 본다면 아이를 훈육하는 누나 정도의 모습으로 보일 듯했다. 앉아 있는 윤서와 달리 그녀의 앞에 서서는 양손을 맞잡고 벌벌 떨고 있으니 말이다. 만약 이 상태에 눈물까지 흘린다면 때리진 않았을까 하는 의심까지 들게 할 정도였다.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사라질 것 같아서요.”

    평소와 다르지 않게 학교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어찌나 따뜻한 하굣길이었는지, 뜨거운 열기에 사라지는 보육원의 모습과 불안함은 여전히 아이의 안에 자리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여름은 안온한 온기를 지키고 싶었고, 어떻게 해서든 붙어 있고 싶었다. 더 이상 사라지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런 여름의 마음을 눈치를 챈 건지, 윤서는 더 이상 말을 얹지 않았다. 그녀는 여름에게 말을 꺼내기 전부터, 이 집에 도착하기 전부터 아이를 원래의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럴 기운도, 그럴 방법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여름이 네가 결정을 바꿀 것 같지는 않고. 그럼 전화라도 해 볼래? 네가 괜찮다면 말이야.”

    명재라는 친구랑. 윤서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고 싶어요…….”

    집에서 나서서 밖으로 나가 만나는 길만 생각했던 여름은 전화라는 새로운 길을 찾자 얼굴에 끼어 있던 어둠이 개었다. 아이는 긍정의 의미로 뜻을 전달하기 위해 빠르게 주억거렸다.

    “당장은 안 되고, 저쪽에도 물어보고 다시 이야기해 줄게. 통화는 괜찮다니, 그건 나름대로 희소식이네.”

    윤서는 한숨 쉬며 이 정도면 생각했던 것보다는 괜찮다고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털이 자작하게 달린 옷을 입고 있었는데, 얼핏 보아도 고급스러운 것이 비싼 티가 났다. 윤서가 일어나자마자 여름은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런데도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던 이유가 있었다. 왜 이런 친절을, 왜 이런 도움을. 여름의 작은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의 눈치를 보다 시선을 떨구기를 반복했다. 그런 아이의 생각을 눈치 못 챌 그녀가 아니었다.

    “한 대표한테 들었지? 우린 가족이라 서로 돕고 돕는 거니까. 너무 부담 느끼지는 말고.”

    “……네.”

    “아, 그리고 네 형들한테는 당분간 말하지 마. 괜히 질투할 수도 있잖아.”

    윤서의 눈매가 예쁘게 휘었다. 질투는 무슨 방해가 옳은 표현이었다. 형제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어렵게 오른 이사 자리마저 빼앗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고 친척을 내치기라도 할까 싶지만, 여름의 일을 놓고 싶지도 않았다.

    여름은 그녀의 말 안에 담긴 뜻을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오지랖일지도, 모순적인 연민일지도 몰랐다. 아이가 형제의 아래에서 정신적으로 묶여 있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무리하고 싶지도 않았다. 윤서는 그저 아이의 친구와 연결을 해 주고서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었다. 무료한 일상의 단비일지도 몰랐다.

    윤서는 그렇게 최대한으로 돌려 말한 뒤 아이의 어깨를 두어 번 토닥이고는 방문 밖으로 나섰다. 그러고는 복도에서 오늘 밥은 안 먹고 간다고 외친 그녀의 목소리가 윙윙거리며 귓가를 울렸다.

    여름은 윤서가 나가고, 그녀가 앉았던 자리에 그대로 앉았다. 푹신한 매트리스가 저의 몸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저절로 몸을 뒤로 젖혀 침대에 누웠다. 먼지 하나 없는 하얀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감히 정리할 수가 없었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행운이었다.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머릿속이 아득해지기만 했다.

    그때 여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옷장 가까이 다가갔다. 잠옷이 가득 담긴 옷장이 아닌 문가에서 가장 가까운 곳의 문을 열고는 허리를 숙였다. 안쪽으로 손을 깊숙이 넣어 잡히는 것을 꺼내 들었다.

    여름이 이곳에 들어오면서 곱게 접어 넣어 둔 교복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교복은 때 하나 없이 깨끗했다. 처음 교복을 벗고 바로 세탁해 둔 탓이었다. 익숙한 어두운색은 더럽기도, 먼지가 많이 타기도 했다. 세탁으로 가릴 수 없는 해어짐은 여전했다.

    여름은 교복을 땅에 두고는 바닥에 앉았다. 접힌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며 무릎을 세운 채 턱을 기댔다. 지워 냈던 이전의 기억들이 새롭게 피어나고 있었다.

    보육원의 일을 미루고, 또 미뤘었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끝이 났는지 달콤한 행복과 가족의 품 때문인지 알 수도, 알고자 노력하지도 않았다. 이제 와서 지난날의 친구인 명재를 떠올리니 보육원이 기억나는 것도 한심하고 웃겼다.

    아마 형제의 말을 굳게 믿었기에 안심했던 걸지도 몰랐다. 물론 그들이 했던 말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그 뒤의 일과 자세한 상황이 궁금했을 뿐이었다.

    명재와 전화할 기회가 온다면 꼭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여름은 교복을 옷장의 안쪽 깊숙한 곳으로 넣었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어둠만이 가득한 곳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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