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화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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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하지 않으면서 오랜만에 만나는 일은 아주 가끔 사람의 마음을 무너지게 만든다. 긴장에서 밀려오는 몸의 이상 변화는 어쩌면 당연했다. 다 괜찮은 일인데 온 마음을 가져다 썼다는 데서 오는 후회가 밀려오기도 한다.

    지금의 여름이 그랬다. 반년이 넘는 시간 정해진 공간에서 먹고, 잤다. 아이의 생활 범위의 전부였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땅을 걷게 되었고 넓은 공간에서 지냈으며 이리저리 오가며 새로운 것을 보고 배웠다.

    머릿속에 넣는다기보다 눈에 담기 바빴으나, 한 곳에 서려 있는 긴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곳을 걸어도 되는 건가, 혹여나 형제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에 빠져 손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 온 신경이 여러 군데 퍼져 고정되어 있으니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던 건 어쩌면 당연했다.

    여름의 변화는 형제에게는 달가웠고, 아이는 모르는 이상 관계에 엮인 현상이었다.

    여름은 목 뒤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에 눈을 떴다. 목 끝까지 덮여 있던 이불을 한 곳으로 치웠다. 머리에서부터 흐르는 땀이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로 후덥지근하게 느껴지는 열감이 이상했다.

    무거운 눈을 겨우 들어 올렸다. 분명 해가 하늘에 위치해 붉은 노을빛이 밝게 들어오던 시간에 잠이 든 것 같은데 창 너머에는 어둠만이 내려앉아 있었다. 시간이 한참을 지난 건 물론 많이 흐르고 난 뒤인 모양이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일반적인 사고를 하기에는 머리를 짓누르는 기분이 뜨거웠다. 눈가에 물이 뭉쳐 고이기 시작했다. 혀가 마르고 목이 따가워 말이 나오지 않는 기분이 무서웠다.

    “일어났어?”

    규칙적인 발걸음 소리를 끝으로 이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음성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침대에 걸터앉은 멀끔한 이온이 보였다. 단순 감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다기에는 몸 하나도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이온의 얼굴을 보자마자 서러움이 복받쳐 오르기 시작했다. 죽을병이라도 걸린 것 같았다. 잠들기 전 이훈이 했던 말대로 병원에 가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았다. 긴 일정을 잡고 떠나온 여행이었다. 형제들이 아픈 저를 병원에 두고 떠나 버릴 것 같았다. 아픈 몸과 다르지 않게 물렁물렁해진 마음에 구멍이 생겼다.

    여름은 하반신을 이용해 기어가듯 이온에게 다가갔다. 눈에 힘을 주지 않으면 쓰러져 버릴 것 같았기에 몸에 잔뜩 긴장이 들어가 있었다. 꼭 병원이라는 곳에 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늘 아픈 곳이 있나 확인해 주는 건 이온의 몫이었다.

    그때 삑, 하는 전자음이 들렸다. 귓가에 들어온 기계가 여름의 열을 측정했다. 이온은 다가온 여름의 몸을 부축하면서도 체온계에서 시선을 떼어내지 않았다.

    “열이 떨어질 생각을 안 하네. 가까운 병원이라도 가야 하나.”

    여름은 괜히 조급해진 마음으로 이온의 손목을 부여잡았다. 병원이라는 말에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땀에 젖은 옷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당장 여기서도 검사라는 걸 할 수 있는데, 왜 병원을, 하는 생각에 머리가 어질했다.

    “그렇게 아파? 형, 여름이 우는데.”

    침대에서 흘러내리려는 아이를 잡아다 무릎 위로 올려 안았다. 저 멀리 테이블에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하는 이훈에게로 넌지시 말했다.

    아이는 환절기면 줄기차게 앓았다.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오늘 먹은 회처럼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먹을 때면 곧장 속에서부터 뱉어 냈고, 죽은 듯이 잠을 잤다. 그래서인지 윤 비서에게 여름의 약을 채워 넣는 일이 추가되기도 했다. 가끔 병원에 가야 하나 싶어질 정도로 열이 오를 때면 박사님을 부르곤 했다.

    집 밖으로 보내기 싫다는 욕심에서 피어오른 이기심이었다. 그러나 이곳에 와서도 그럴 줄은 몰랐다. 산자락에 있는 별장이어서인지 찬 바람이 여름에게 독으로 다가온 모양이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응급실 정도면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어지는 여름의 말만 아니었어도 아이를 곧장 응급실로 데려가 금세 나을 약을 처방받았을 터였다. 쉬운 길을 포기하고 내려온 아이는 여름 자신이었다.

    “아니, 안, 아파요. 그리고 형이, 확인해 줄 수 있잖아요……. 병원 말고, 여기서…….”

    이온의 허벅지에 올라탄 여름은 무거운 몸을 일으켜 그의 양쪽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안 그래도 큰 잠옷이 옆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온과는 다르게 여름은 뜨거운 열기가 증폭되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뜨거웠다.

    “병원에 가고 싶지는 않아요.”

    인제 보니 아이의 눈은 완전히 풀려 있었다. 아이는 한 손을 뒤로 가져가 잠옷 바지를 느릿하게 끌어 내렸다. 손이 잘게 떨리고 있는 모습이 뻔히 보였음에도 이온은 가만히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미 집 밖에 나와 여행을 나왔음에도 여름은 밖으로 나가기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특히나 병원이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아이라는 말이 잘 어울렸으니 앞으로의 일이 걱정인 것도 사실이었다.

    여름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이훈의 미간이 잔뜩 좁아져 있었다.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바라던 날이 이리 가까이 올 줄은 몰랐다. 아이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백지였다. 이온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 써 내려가는 글씨는 여름이 죽어서도 떠올릴 기억이 될 것이다. 이미 뻔하게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이온이 툭 하고 내뱉는 작은 말에도 여름은 곧장 지켰으며 그대로 행동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아플 텐데. 괜찮아?”

    허를 찌르고 들어오는 아이의 행동은 이온의 입꼬리가 내려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온은 즐겁다는 듯 아이의 등을 쓸어내렸다. 여름이 앓으며 아파하는 소리는 이온의 걱정을 끌어오진 못했다. 그저 학습의 과정으로 아이에게 약을 먹이고 치유를 바랄 뿐이었다.

    선뜻 다가오는 여름의 바람에 달가운 건 아이 자신이 아니라 이온이리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여름은 이온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며 매달렸다.

    “……네, 해 주세요.”

    어느새 이훈은 테이블 바깥으로 다리를 빼낸 채 가볍게 꼬아 앉아 있었다. 서로의 시선이 맞물렸다. 해 보라는 듯 편하게 턱을 괴고 있는 모습을 뒤돌고 있는 여름은 보지 못한 유일한 것이었다.

    아이에게는 아픈 몸이 낫는 과정, 형제에게는 욕구 그 자체였으니 서로의 말이 통하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온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을 꾸리는 건 늘 여름이었다.

    아이는 손을 뒤로하여 헐렁한 잠옷 바지를 끌어 내렸다. 다리에서도 땀이 났는지 떨리는 손으로 한 번에 벗기란 쉽지 않았다.

    “형, 여름이가 그렇다는데, 어떡하지?”

    아이의 등은 갓 태어난 동물처럼 잘게 떨리고 있었다. 아이가 깊게 떨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건 맞는지, 이온은 저 멀리 있을 이훈에게 말을 건넸다. 그제야 여름은 이훈이 제 모습을 전부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눈가에 뜨겁게 오르는 열은 기억을 자르기도 했다. 분명 이훈이 보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해야 했으나, 쉽게 돌아오지 않는 정신은 세차게 뛰는 심장 소리에만 집중하게 했다. 저절로 얼굴을 이온의 어깨에 잔뜩 비비적거렸다.

    “여름아, 형도 도와주려나 봐.”

    아이가 낑낑거리며 벗으려던 옷은 이온의 손짓 한 번으로 속옷과 함께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 빤히 바라보고 있던 이훈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편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에게 영화라도 감상하냐 툭 내던지고 싶었지만, 그런 말을 듣고 여름이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았기에 참았다.

    “어떻게 해 줄까.”

    아이의 엉덩이에는 뜻밖에도 살집이 몰려 있었다. 둔덕을 지나 아래로 내려오기까지 의식적으로 몰려 있는 부드러운 살들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회음부를 따라 내려간 구멍까지 이온은 한 손가락으로 꾹 누르며 쓸었다.

    “흣, 으…….”

    “응?”

    아이의 달큼한 향이 귀 옆에서부터 흘러들어 왔다. 침대에서 다리를 내리고 겨우 걸터앉아 있는 이온에게 매달리기란 쉽지 않았다. 아이는 이온이 팔을 푸는 동시에 바닥인 뒤로 떨어져도 아무 말 못 하는 위치에 있었기에 자극이 올수록 여름은 이온에게로 가까이 가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 다고 해 주세요…….”

    여름이 바라는 건 다른 게 아니었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 형제와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될 정도의 괜찮음을 바랐다. 이미 머리가 어지럽고 가시가 찌르는 두통을 무겁게 달고 있음에도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딱 한 마디만을 원했다.

    “형이 봐야겠다.”

    이온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제 형인 이훈에게서 시선을 떼어 내지 않았다. 발을 내리고 앉아 있는 이온의 앞에는 조금 멀었지만, 곧장 이훈이 있었기에 서로의 시선이 맞물리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이온의 눈가가 순간 좁아졌다 풀렸다. 이상하다고 느낄 만한 이훈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당장에라도 짜증 가득한 말로 내뱉고는 박차고 나갔어야 했다. 저 자신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어차피 꺾이지 않을 줄기를 굳이 맞닥뜨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한 번은 다른 방법으로 회유하거나, 막아설 줄 알았다. 버려진 아이를 연민한 사람처럼 이훈은 이온을 막아서지 못하고 모든 걸 수용했다. 그의 과정은 철저한 무관심이었다.

    어쩌면 지금의 이훈이 당연한 모습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딘가 이상한 건 사실이었다. 턱을 편하게 괴고 빤히 바라보는 것이 당장 박차고 나갈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여유 있는 모습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었다.

    이온의 가장 긴 손가락이 구멍을 꾹 누르며 천천히 빨려 들어갔다. 말과 행동이 너무나 다른 이 행동을 누군가 알기라도 한다면 비웃거나 이상한 눈으로 혐오만을 가득 내뱉을 만했기에 이온 역시 늘 웃음이 나왔다.

    아이에게만 가능한 일이었음을 이온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온이 만들어 냈던 가족 중 여름은 누구보다 하얀 백지였다. 누구든 다정한 이온의 ‘가족’이 되길 원했다. 그중에는 성적이 뛰어난 사람도, 좋은 대학교에 다니는 사람도, 돈이 턱없이 많은 사람도 있었다.

    여름은 돈이 많지도, 성적이 좋은 것도, 뛰어나게 잘하는 것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심지어 모르는 단어도, 가족도 처음이었다. 모든 게 처음이었던 아이는 이온에게도 처음이었다.

    아이의 안은 뚫어도 뚫어도 꽉 막히곤 했다. 처음 하는 것처럼 조여 오는 내벽은 힘이 가득 들어가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성기는 물론이고 손가락 두 개도 못 넣을 게 분명했다. 이온은 아프지 않게 엉덩이를 내리쳤다.

    “힘 빼야지. 너무 좁아서 하나도 안 들어가는데.”

    동시에 아이의 몸이 무너졌다. 그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는 건 이온의 손가락이었다.

    “흥……. 아, 흡.”

    여름은 이온의 어깨에 얼굴을 푹 숙인 채 숨을 참아 내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 흔한 바람 소리 하나 들리지 않은 적막한 공간에 제 목소리만이 가득 울리고 있는 상황이 너무나도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이온은 점차 손가락을 늘려갔다. 그다음으로 긴 손가락이 제 짝을 만난 것처럼 내벽을 질척거리는 소리가 저절로 날 정도로 넓히고 있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온의 움직임 심장이 제 아래에서 뛰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게 했다.

    “……저, 괜찮아요?”

    아이의 구멍에서 질척거리는 소리가 멈추고 손가락이 빠져나왔다. 알 수 없는 것으로 젖어 버린 손가락과 단단하게 일어난 아이의 성기에서 눈을 떼어낼 수 없었다.

    “아직 잘 모르겠어.”

    그의 애매한 대답은 더욱 애가 타게 했다.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기 싫은 아이처럼 형의 목을 강하게 끌어안은 여름은 순간 울컥해진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왜요? 왜, 왜 모르겠는데요……?”

    눈가가 그렁그렁해진 채 고개를 들어 올렸다. 몸을 살짝 뒤로 물린 여름은 이온과 시선을 마주했다. 갑작스러운 여름의 행동에 놀라 여름이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아이의 등에 받친 팔에 힘을 주었다.

    여름은 어리석어도 너무 어리석었다. 성인이라고는 볼 수 없는 지능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온은 여름이 빤히 보고 있음을 알고도 넌지시 저 멀리 있을 이훈을 바라보았다. 거친 숨을 내쉬는 아이의 고개가 돌아갔다. 이훈은 여전히 안광 없는 눈으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경직된 이훈의 표정에 겁이 먼저 밀려왔으나, 아이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약에 취하기라도 한 것처럼 머리가 핑 돌았으나, 점차 다가오는 형상은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지독하게 아픈 건 아닌 모양이었다. 잡을 수 있는 줄은 전부 잡아야 했다.

    “지금까지 이러고 놀았어?”

    어느새 이훈이 여름의 뒤에, 그리고 이온의 앞에 서 있었다.

    “놀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이온은 어깨를 으쓱이며 아이의 골반을 부여잡아 하반신만을 들어 올렸다. 저절로 높아진 몸에 여름의 정강이가 침대에 붙어 이온의 어깨를 잡지 않고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애매한 자세가 되었다. 어쩌면 엉덩이만 부담스럽게 들어 올린 상태로 보일지도 몰랐다.

    겨우 뜨인 눈을 아슬하게 부여잡고 있던 여름은 양팔을 굽힌 채 이온의 어깨를 지탱하니 저절로 몸이 앞으로 쏠려 허리가 굽었다. 그 와중에 아이의 허리부터 골반을 부여잡은 이온의 손에 힘이 빠지질 않으니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여름과 제 사이 벌어진 틈을 바라본 이온은 여전히 꼿꼿하게 서 있는 아이의 성기를 이전보다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정말 동생이야?”

    이훈은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한 손으로 서 있는 아이의 허리를 잡았다. 이온의 손보다도 더 아래를 잡았기에 다행히 겹치지 않았다. 편하게 입은 바지를 끌어 내리고는 그의 것을 꺼내 쥐는 것까지 역시 이온의 눈에 적나라하게 보였다. 이온의 입꼬리가 초승달의 모양으로 천천히 휘었다.

    이온에겐 수많은 동생들이 거쳐 갔다. 다른 이들과 다름없는 아이로 취급할 거면 진작에 포기하겠다는 이훈의 말이 이온에게는 들렸다.

    “이제는 아까워서 남한테 못 주지.”

    이온의 손을 따라 아이의 잠옷이 멋모르고 구겨졌다. 자꾸만 감겨오는 눈꺼풀이 이상했던 여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목이 타는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어지러운 머리는 그들의 대화를 듣지 못하게 했다. 천천히 내려 감은 눈을 따라 이훈의 목소리가 뒤이어 울렸다.

    “그럼 나한테도 동생이겠네.”

    이온이 풀어놓은 구멍을 따라 이훈의 앞 귀두가 천천히 맞물렸다. 벽이 무너졌다. 지나가는 계절의 장난처럼 여겨졌던 이온을 피하지 않은 이훈은 오늘로 두 번째였다.

    서 있는 유일한 핏줄이자 가족인 이훈을 올려다보는 이온의 눈에 광채가 돌고 있었다.

    입 밖으로 내뱉지만 않았을 뿐, 이온의 입에서는 누구보다 흥분한 감탄이 서려 있었다. 가족이었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인 여름도, 저를 놓고 떠났던 이훈도 모두 가족이 되었다.

    “꽉 잡기나 해.”

    천천히 밀어 넣는 여름의 안은 이전과 다르지 않게 좁았다. 분명 이온이 넓히는 모습을 생생히 봤건만 여전히 날것의 상태로 돌아오기라도 한 것처럼 쉽지 않았다. 숨기고 있던 아이의 고개가 삽입과 동시에 떠올랐다. 이온의 눈앞에서 고개를 젖히는 아이의 목덜미는 맑았다.

    “아, 아파……! 아파요……, 읏!”

    다리가 떨려 왔다. 형제가 부여잡은 그대로 서 있을 자신이 없었다. 꿰뚫리고 있는 건 아래였으나, 목구멍이 막혀 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찢어질 것 같았다. 흥분을 가둔 고통이 입을 막아 왔다.

    저절로 고개를 젓는 여름의 뺨을 한 손으로 가져와 입을 맞췄다. 눈이 웃고 있는 이온과 마주했다. 아이의 안에서 혀를 헤집는 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숨이 막혀 오는 순간 어깨에 올린 여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후 쪽쪽거리는 소리와 함께 맞물렸던 입술이 떨어졌다. 여름의 작은 뺨을 쓰다듬는 손은 눈물이 나올 정도로 다정했다.

    “우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이여야 해.”

    여름아, 그렇지, 이온의 말은 어이없게 다정했다. 책 한편에 나올 것만 같은 말은 이훈의 헛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훈의 아래에서 아프다며 울고 있는 아이는 귓가가 막혀 윙윙거리는 소리만이 들려오고 있었기에 그들의 대화는 그들의 유일한 것이었다.

    “몹시 지겹겠네.”

    흘러 내려오는 앞머리를 쓸어 올린 이훈은 여름 못지않게 아려 오는 아래가 고통이었다.

    “그럴 리가. 난 하루하루가 즐거운데.”

    정신 나간 말만 반복하고 있는 이온의 눈은 흔들림이 없었다. 어느새 귀두를 감추고는 조여 오는 구멍 사이로 허리에 힘을 주어 밀어 넣었다.

    “아, 아아……. 흡, 흐으…….”

    삼켰다고 생각했는데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뻑뻑했다. 여름은 얕은 숨을 빠르게 내쉬었다. 빠르게 뛰는 심장이 익숙하지 않았다.

    이훈은 손바닥으로 아이의 살집을 내려쳤다. 감기는 소리가 눈만 겨우 뜨고 있는 여름에게도 들렸다.

    무너지려던 허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이온의 가슴팍 부근에 불투명하고도 끈적한 것이 튀었다. 벌써 싸 버렸네. 여름의 어깨너머를 바라보고 있던 이온의 목이 뒤로 물리며 시선이 내려갔다.

    “힘을 풀어야 움직이지.”

    여름의 몸은 이상할 정도로 흔들렸다. 그러나 뿌옇게 변한 눈앞은 점차 흐릿해져만 갔다. 그의 커다란 기둥이 목구멍을 꽉 메우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입은 저절로 벌어지고 숨만 겨우 쉬고 있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물속에 들어오기라도 한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다.

    작게 들려오는 이온의 웃음소리는 오히려 안정감을 들게 했다. 세차게 뛰는 심장은 멈출 줄 모르고 빠르게 달렸지만, 곧장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형제였기에 제 몸이 괜찮겠거니 어림잡을 수 있었다.

    그들에게 괜찮냐는 말을 건네는 것조차 두려워질 때였다. 삭히고, 속이고 숨기는 데 익숙한 여름에 비해 형제들은 완전히 달랐다. 있는 사실 그대로 이야기했으며,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솔직했다.

    그들에게 익숙해진 건 둘째 치고, 여름은 형제가 억지로 꾸며 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말이든, 행동이든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지러웠던 눈앞이 뜨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걱정이 내려가고 아득한 쾌감만이 남았다. 백지상태의 아이는 이온이 바라는 모습 그대로를 갖췄다는 걸, 영영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여름아, 자면 안 돼.”

    그러나 이미 아이의 다리는 무너진 지 오래였다. 앙상한 다리로 몸을 받쳐 세우고 있었으니 벅차고도 남았을 게 분명했다. 아이의 몸을 단단히 받쳐 세운 이온은 웃음기를 머금고 말했다. 눈을 꾹 감은 여름의 입은 뻐끔거리고 있으나,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아, 으응…… 잠, 깐! 흐읏!

    이훈은 천천히 몸을 뒤로 물린 뒤, 강하게 꽂아 넣었다. 머리를 강타하는 쾌감이 이를 거라 생각했으나, 오로지 고통만이 몰려왔다. 눈에 피가 몰려 따가웠고, 이온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형제가 움직이거나 말거나 아이의 성기를 쥐어 오는 이온의 손은 따뜻했다. 귀두에서부터 한 손으로 천천히 내려오는 손은 이온의 손이 얼마나 큰지 감히 예상이 안 될 정도였으니 머리가 핑 돌았다.

    “흥! 아! 아…… 파, 읏!”

    귀두에서부터 백탁액이 튀어 올랐다. 이미 뒤에서 느껴지는 자극으로도 충분했다. 여름은 그의 어깨에 올렸던 손을 내려, 이온의 끈적한 움직임이 가득한 손을 떼어 내려 했다. 성기를 단단하게 쥐고 있는 손등을 쓸어내리며 당장이라도 떼어 달라는 의도를 실었다.

    “아파?”

    고개를 올려 시선을 마주한 이온의 목소리였다.

    “네…… 네, 아, 읏, 파요.”

    아이의 발끝에 힘이 들어가면서 곤두섰다. 이마가 드러나도록 단정히 정리하고 다니던 이훈의 흐트러진 모습만큼이나 흥미로운 건 없었다. 이온의 입꼬리가 내려갈 생각을 안 하고 이훈에게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여름이 아프다는데, 어떡하지.”

    뻑뻑하기 그지없는 여름의 안에서 쉬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이훈이었다. 애매했던 자세는 어느새 이온의 품에 달싹하고 안기려는 여름의 하반신을 억지로 들어 올린 이훈이었기에 서로에게 부담이 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여름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비웃음 가득한 이온의 목소리는 시발점이나 다름없었다. 어둠에 갇혀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이훈의 귀두가 순간 공기를 마주하더니 아이의 머릿속을 꽝하고 울릴 정도로 강하게 처박기 시작했다.

    “응! 흐! 으, 아!”

    저절로 아이의 입이 벌어져 타액이 새어 나왔다. 내벽을 강하게 때려 박는 허리 짓은 아이의 곱상한 허리를 쥐고 있는 이훈의 손에 힘이 들어가게 했다. 불규칙적으로 여름의 소리가 잇새에서 다물려 새어 나왔다.

    숨이 막혀 왔다. 살아 있는 건 맞을까, 의문이 들 정도의 쾌락은 온몸 가득 힘이 들어가게 했다.

    여름의 귀두에서부터 요도 부근을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르는 이온의 손길은 모순적이게도 다정했다. 새어 나오는 정액은 어느새 이온의 손마저 끈적이게 만들어 마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꽉 잡아.”

    평소보다 높낮이가 높았으며, 숨소리가 가득 담겨 있었다. 이훈의 목소리는 어디서 들어도 잔뜩 흥분되어 있었으나, 여름이 이훈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나는 언젠가 형이 이런 얼굴을 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어.”

    줄곧 상상해 오던 이훈의 얼굴이었다. 답지 않게 흐트러졌으며, 옅은 다홍빛으로 올라온 얼굴의 색이 흥분을 대신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훈도 언젠간 상대를 만나 이러한 과정을 하겠지, 상상하면 어딘가 불편해지던 마음을 숨길 수 없던 날이 있었다. 볼 수 없으리라 생각한 이훈의 얼굴과 제 품의 여름은 가족 구성원만이 줄 수 있는 충족을 불러왔다.

    “그 상대가 우리의 동생일 줄은 몰랐지만.”

    가족이라는 존재는 한 번 결성되는 순간 어떠한 짓을 저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존재가 된다. 아무리 헤어졌어도 가족으로 지낸 세월은 사라지지 않기에 어쩌면 뒤엉킨 넝쿨보다도 더 잔혹하게 매달리게 되는 존재이기도 했다.

    출가하면 멀어지고, 악연으로 헤어지며 연을 끊는다는 건 전부 남의 사정이고, 이온은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어떤 존재보다 제 곁에 있을 이들은 가족뿐이라는 걸. 간절히 갈구해 온 욕구가 그들에게 있었음을 말이다.

    가족만큼이나 저를 잘 알고 이해하는 존재가 있을까, 아무 대가 없이 평생을 함께하는 존재였다. 무엇 하나 엮이지 않은 남과 시간을 들여 만나 사랑이란 감정을 피우고 많은 돈을 들여 앞으로의 삶을 꾸며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안정감과 아무 절차 필요 없는 당연함은 다른 길이 보이지 않게 했다. 어딘가 비틀려 버린 애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옳은 길이라고는 이것밖에 느껴지지 않았으니 주어진 길을 걸을 뿐이었다. 논리 따위는 필요 없었다.

    거칠었던 이훈의 움직임이 순간 멎었다. 허리는 아이의 쪽으로 강하게 붙어 있었으며, 상체는 뒤로 젖혀 있었다. 뿌리까지 삼켜 먹은 상태에서 움직이지도, 비틀지도 않은 상태로 멎어 버린 이유는 아이의 안에 가득해진 것 때문이었다.

    “흐, 앙, 으…… 힘, 들어요. 아파, 아파. 으응, 아…….”

    여름은 겨우 입을 뻐끔거리며 제 의사를 전달했다.

    볼록 튀어나온 아랫배가 삽입하여 들어온 이훈의 것 때문임은 여름은 평생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내벽에 흩뿌려진 이훈의 것으로 따뜻해진 기운은 여름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힘들어? 어떻게 해 줄까.”

    이훈의 사정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벽이 처음보다, 조금 전보다 부드러워졌다. 형제의 손에서 벗어나고 싶어질 정도로 아려 오는 통증은 허리뿐만 아니라 다리에서도 흔들리는 팔에서도 느껴졌다. 힘든 게 당연했다.

    “앉고 싶어요……. 다, 다리가…….”

    애매하게 몸을 세우고 있는 자세가 더 힘들었다. 이대로 누웠다가는 속에서 뭉친 구토가 올라올 것 같았다. 형제 앞에서 토를 하는 건 두려웠고, 무리가 가고 있는 몸을 쉬게 하고 싶었다.

    “응, 알겠어. 금방 앉게 해 줄게.”

    힘 하나 없는 고개가 이온의 말에 느릿하게 끄덕였다.

    그렇게 말한 이온의 손이 살집 가득한 둔덕을 따라 이훈과 여름의 접합부를 향해 내려갔다. 세웠던 몸은 기다란 이온의 손이 구멍을 훑기 편하게 했다.

    이온의 손가락이 빈틈 하나 없이 이훈의 성기로 가득 메워져 있는 구멍 부근을 문질렀다. 이훈의 눈에 보이는 그의 얼굴은 안광이 사라져 입꼬리만 끌어 올리고 있었다. 불안감이 음습하면서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는 기분이 빠르게 밀려왔다.

    “뭐 해.”

    이훈이 시선을 내려 물었다.

    “으응?”

    무슨 일 있어? 하는 뜻으로 되물어 온 이온은 지겹게 웃어 보였다. 회음을 부드럽게 쓸어 보이니 여름의 몸이 잘게 떨렸다. 그와 동시에 이훈의 것이 삽입된 틈을 파고들어 찔러 넣었다.

    충분히 이훈의 것만으로도 과분했던 여름이었기에 아이는 이온이 파고드는 순간을 느끼지 못했다. 이전과 다르지 않은 묵직한 기운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훈은 달랐다. 이온의 손가락이 구멍을 파고듦과 동시에 제 성기를 가득 눌러왔기에 무시할 수 없었다.

    “하나 더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어느새 갈고리 모양으로 손가락을 세워 틈을 벌리고 있었다. 이온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챈 이훈은 어이없다는 듯이 머리를 쓸어 올렸다. 헛웃음이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얼이 빠졌다.

    당장이라도 쓰러진다고 할지라도 이상하지 않은 여름이 굽혔던 팔을 일자로 뻗어 고개를 살며시 돌렸다. 귓가에 들렸던 이온의 말을 직접 보지 않고서는 믿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분명 보이지는 않았으나, 이온의 팔이 제 아래를 향해 둘려 있는 형상이 눈에 들어왔기에 얼굴은 금세 구겨졌다.

    “아, 아니……. 안, 돼요. 못…… 응, 해.”

    눈가에 물기가 고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충분히 벅찼다. 고통에 대한 걱정보다 두려움이 왈칵 다가왔다. 상상도 가지 않는 모습은 기괴하리라 감히 확신했다.

    그런 여름을 이해하는 건 맞는지, 이온은 아이의 목덜미의 입술을 묻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셋이 함께해야, 온전한 거야.”

    빈틈없는 사이를 파고드는 이온의 손가락은 생각보다 뻔뻔했다. 내벽을 긁으며 들어가고 있으니, 안에 자리하던 이훈의 성기가 꿈틀거렸다. 가만히 있던 이훈마저 당황스러운 상황으로 다가오니 벅찬 건 마찬가지였다.

    “정말 미친 게 아닐까 의심되네.”

    겨우 버티고 있던 이훈이 말했다.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되돌릴 수 있는 건, 이 공간에 아무도 없었다. 당장 삽입했던 것을 빼고 싶은 기분도 아니었고, 뺄 수도 없었다. 이훈의 말에 하, 하고 짧게 웃은 건 이온이었다.

    “내가 누구 동생인데.”

    어느새 긴 손가락의 두 마디는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뜨거운 살덩이와 내벽 사이에 끼어 있는 느낌은 머리가 핑 도는 아찔함을 자아냈다.

    “가득 찼네.”

    여름을 만지는 건지, 그가 안에 싸 놓은 정액들을 헤집는 건지 구별할 수가 없었다. 이온은 눈을 휘어 웃으며 이훈을 쳐다보았다.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단번에 알아챈 이훈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하.”

    여름을 잡고 흔들 때도 올라오지 않던 열기가 눈가를 자극했다. 그저 손가락을 넣었을 뿐인데 이온이 대놓고 기둥을 주무르고 있는 것 같았다.

    해가 지고 있는지, 뜨고 있는지 모르는 시간은 여름에게는 느리게만 가고 있는 듯 느껴졌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지금 무얼 하는 거지, 이제는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마저 의심되어 이유를 찾고 있다. 내 이름이 왜 여름인지, 여름에 여는 왜 여인지에 대한 의문처럼 머리가 어질했다.

    뻑뻑해진 내벽을 더 이상 풀기란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이온은 천천히 손가락을 빼내었다. 그와 동시에 몸을 살짝 뒤로 물려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선홍색으로 변해 열기로 가득 찬 얼굴이었으나, 창백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힘들어?”

    제 형의 말에 아이는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눈가가 그렁그렁하여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얼굴에서부터 나타났다.

    “이제 앉게 해 줄게.”

    이온의 손은 안에서 빠져나온 지 오래였다. 살며시 끌어내린 옷 틈에서 꺼낸 성기를 조심스레 아래에 맞추었다. 저절로 뒤로 물러나는 이온에 아이도 딸려갔다. 이온이 한 손에 쥐고 있던 성기가 작은 틈을 메워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 아니…… 읏!”

    “……윽.”

    여름과 동시에 이훈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온의 귀두가 이훈의 기둥을 타고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이온의 입에서 흘러나온 감탄의 탄식이 아이의 귓가를 멍하게 울렸다. 이대로 고개를 내려 그의 표정을 본다면, 분명 해맑을 게 분명한 맑은 소리였다.

    그와 대조되게 두려움에 빠진 건 여름이었다.

    “안, 돼요……. 안 들어가, 흥, 아!”

    형제는 지키지 못할, 지키지 않을 일을 입 밖으로 꺼내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온의 말대로 여름은 세웠던 무릎을 굽히며, 아래로 더 아래로 내려갔다. 분명 앉았지만, 앞으로 무게가 쏠린 건 그다음의 일이었다.

    이온이 뒤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기에, 그와 껴안고 있던 여름의 몸 역시 이온을 따라 엎어졌다. 저절로 아이의 손은 이온의 가슴 위에 모였다. 급격하게 변한 자세에 이훈은 한쪽 다리를 침대 위로 올려 정강이로 꾹 눌러서 균형을 잡아야 했다.

    아이의 눈가에 아슬아슬하게 고였던 눈물이 똑 하고 이온의 몸 위로 떨어졌다. 무서웠다. 이대로 찢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몸이 바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어, 으! 무, 서워……요. 흣!”

    이온이 허리에 힘을 주어 더욱 안으로 밀어 넣었으나, 한계치였다. 안을 가득 메우고 있던 이훈의 것도, 여름의 작은 내벽도 이온의 성기를 밀어내고 있었다.

    “후, 더 이상 안 들어가겠는데?”

    어디까지 들어갔는지도 알 수 없었다. 더는 밀어 넣을 수 없는 곳까지 힘을 주었지만 누워 있는 이온은 더 이상 움직일 수도, 빼낼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움직이지 마.”

    이훈은 이를 악물고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조금 풀었다 싶을 때 밀고 들어온 이온의 성기가 숨이 막히도록 조여 왔기 때문이었다. 내벽 안에서 맞닿은 성기는 서로 뜨거웠다. 침대에 올린 종아리에 힘을 주며 아이의 앙상한 허리를 꾹 눌렀다.

    “응, 형이 해. 이 상태로는 죽어도 못 움직이겠는걸.”

    누워 있던 이온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양팔을 벌려 여름을 끌어안았다. 몸을 떨며 울며 느끼고 있는 아이의 등을 한껏 쓸어내렸다. 감히 관계를 맺고 있음이 맞을까에 대해 의심이 들 정도로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서울 가면 검진 받을 준비나 해.”

    아니, 내가 뭘 하는 표정으로 바라본 이온을 무시하고는 아이의 둔덕을 한 손으로 강하게 잡았다. 살며시 몸을 뒤로 물렸다. 꽉 깨문 입술에서 피가 새어 나오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그러고는 빠져나왔던 길 그대로 뿌리 끝까지 강하게 밀어 넣었다.

    “아! 으응!”

    아이의 허리가 위로 튀어 오르면서 새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이온 역시 갑작스러운 압박감에 숨이 턱 막혀 왔다.

    이훈은 금세 몰려오는 사정감에 더 빠르고 강하게 추삽질을 반복했다. 이온의 것이 차고 들어오는 바람에 이전보다 배는 좁아진 길은 더욱 강한 힘을 요구했다.

    “흥! 아! 흣…… 흡…… 아.”

    입 안으로 살덩이가 들어왔다. 꾹 다 물렸던 입술을 맞붙인 이온의 혀가 아이의 입 안을 가득 헤집었다. 무슨 소리를 뱉고 있는 건지, 어떤 자세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지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사정액으로 축축해진 앞섬이 거슬렸던 것도, 찰나의 순간뿐이었다.

    이훈에게 허리를 붙잡힌 채 강하게 흔들렸다. 머리가 어지러웠고 숨이 막혀 왔다. 이훈의 움직임이 멎을 때면 안에 뜨거운 것이 가득 채워졌다. 형제의 사정은 빠르지 않았으나, 데일 것처럼 뜨거웠다.

    “찢, 어질 것 같, 응! 아, 아요……. 흐읏!”

    참을 수 없는 쾌감과 고통을 두려움을 낳았다. 이온의 살집을 강하게 꼬집으면 통하지 않는 말을 뱉었다.

    “찢어지기는 무슨.”

    “응. 형이 찢어지지는 않았대. 울지 마.”

    그제야 눈가가 흐릿한 것이 눈물로 가득 메워 버렸다고 인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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