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화(3장) (12/31)

[3장]

한여름에 대한 첫 기억은 지저분하게 웅크리고 앉아서는 인상이 확 찌푸려질 만큼 억울하게 울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더러운 보육원에서 말이다.

형제가 꽤 많은 이들이 데리고 보육원에 온 데는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여름이 한평생을 보낸 보육원의 원장은 그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포주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었다. 이한에서 저지를 짓을 쥐새끼 같은 원장이 모를 리가 없었다. 가만히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막상 꽁무니 빠지게 도망갔다고 생각하니 헛웃음만 나왔다.

도착한 곳은 먼지만 가득 날리는 황폐한 터전에, 뜨겁게 타오르는 불덩이만이 남아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보육원에 딸린 숙소로 보이는 건물이 타고 있었기에 본관으로 들어가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커다랗고 낡은 건물에 유일하게 숨 쉬고 있던 아이를 다 무너져 가는 책상 아래에서 찾았다. 이것도 그들의 계획 중 하나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아이의 눈에 가득 담긴 공포는 거짓이 아니었다.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 어두운 공간에서도 선명히 보였다. 안쓰러운 마음이 절로 들 정도였지만 이훈은 외려 귀찮기만 했다. 찾으러 온 것들이나 빨리 찾고 저를 기다리는 푹신한 소파에 누워 자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이온이었다. 단숨에 하얗고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아이는 이온의 곱지 못한 취미의 대상이 되었다.

원장을 찾아 자금줄을 끊어 버리는 일을 대신해 주는 보답으로 받은 부탁은 얼이 빠질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단숨에 아이는 법적으로 한씨로 인정받았고, 서울 한복판에 있는 커다란 집에 갇힌 꼴이 되었다. 남이 본다면 납치라고 할 수도 있고, 감금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이 세상 어디에도 버려진 고아인 한여름을 찾는 이는 없었다. 이온은 그 점을 가장 마음에 들어 했지만 말이다.

***

여전히 추웠다. 두꺼운 옷을 입고 정원을 거닐고 나면 등에 작은 땀이 맺히기도 했으나 날카롭고 찬 바람은 여전했기에 겨울이 가시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교복을 매일 같이 입어야 했던 이전과 지금은 별다를 게 없었다.

여름은 외려 더욱 늘어지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할 때가 많았다. 청소도 빨래도 요리도 스스로 해야 했던 그때와 달리 이곳에서의 여름은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호화스러운 일상에 익숙해지니 점점 느려지고 있음이 확연히 보였다.

여름의 변화에는 이온의 책임도 있었다. 먼지가 쌓였을지 모르는 그의 방문은 열린 지 오래였고 틈만 나면 여름의 방에 눌러앉아 지내는 이온이었다. 물론 지금처럼 말이다.

“아직도 공부해?”

“……오늘 하나도 못 했어요.”

“그랬어? 왜지?”

이온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여름의 등으로 다가와 얼굴을 빼내고는 그가 풀고 있는 문제집을 바라보았다.

능글거리는 목소리는 여전했다. 알면서. 여름은 이온이 눈치채지 못하게 불만스러운 입을 내밀었다. 안 그래도 피곤한데 오늘치의 공부도 하지 못해 조급했다. 그러나 도와주는 법이 없는 이온이었다.

여름은 얼마 전부터 다시 출근하기 시작한 이훈과 대화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야 했다. 퇴근하고 온 이훈은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잠만 잘 게 분명했기 때문에 이른 아침이 유일한 기회였다.

그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넥타이의 색 같은 걸 물어보다 아침을 먹고 나면 아이는 제 나이에 어울리는 낮잠을 자곤 했다. 물론 아이는 늘 성인이니까 낮잠 같은 건 안 잔다며 성을 내곤 했지만, 자연스레 책상에서 무너져 자는 시간이 늘었기에 부정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고롱고롱 낮잠을 자다 점심 먹을 때가 돼서 눈을 뜨고는 정신을 차리다 보면 머리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곱슬곱슬한 연우가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3월 모의고사를 앞두고 급하게 나가는 진도로 일주일에 네 번은 과외를 위해 만나곤 했다.

이훈이 출근을 하자 집에 눌러앉아 지내는 이온이 지켜보는 곳에서 시작되는 수업은 그리 짧지 않았다. 그는 한량처럼 여름의 침대 위에서 패드를 보거나 의자를 끌고 가 여름의 옆에 앉는 등 거슬리는 행동이란 행동은 다 하곤 했다.

“저는 가 볼게요. 여름아, 아까 말해 준 데까지 꼭 풀어 놓고.”

“네…….”

“안녕히 가세요. 선생님.”

짐을 챙기고 일어나는 연우의 모습에 제일 밝아진 얼굴은 이온의 것이었다. 그는 여름보다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챙기고는 인사했다. 어서 나가라는 듯 문을 열어 보이는 이온의 태도에는 의도가 훤히 보였다.

그 모습에 헛웃음이 절로 나온 연우는 ‘감사합니다.’ 하고는 문을 나섰다.

수업이 끝나면 4시가 넘었다. 꽤 오랜 시간 앉아 있어서인지 엉덩이가 아려 왔다. 연우가 밖으로 나가고 문이 쾅 닫혔다. 큰 소리에 절로 문 쪽으로 시선이 돌아간 여름은 문고리를 잡고 슬며시 웃고 있는 이온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문을 잠그고는 방 안으로 돌아왔다.

“출근 안 하세요?”

여름은 책상에 널브러져 있는 책들을 정리하며 이온에게 물었다. 이온이 출근 안 하는 날이 하루 이틀일까 싶으면서도 요즘 따라 바쁘게 움직이는 이훈과 윤 비서님의 모습을 보니 한참 큰일이 일어나기는 한 것 같은데 느긋한 건 이온뿐이었다.

“내가 할 일은 없어.”

“……그래요? 바빠 보였는데…….”

아이는 정리 하나만큼은 잘했다. 어릴 적부터 몸에 배어 있는 습관인지 여름은 책을 반듯하게 정리하여 책장에 집어넣었다. 이온이 기다리는 흔치 않은 시간 중 하나였다.

아이는 정리를 마치고 손을 털며 의자를 집어넣고는 몸을 돌렸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하고 물으려는 여름이었다. 그러던 참 시선이 절로 침대 헤드에 기대 있는 이온에게로 향했다. 안 그래도 긴 팔다리를 침대에 쫙 펼치고 있으니 외려 침대가 작아 보였다. 언제 보아도 하얗고 고운 이온의 얼굴을 볼 때면 여름의 얼굴은 티가 나게 붉어지곤 했다.

“정리 다 했어?”

평범한 검정 티에 긴 바지를 입고 있는 데에도 눈이 절로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온은 입꼬리를 살며시 올리며 팔을 벌렸다. 여름은 홀린 듯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검사해야지.”

“아직 잘 시간도 아닌데…….”

여름의 방의 자랑인 큰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여전했다. 습관과 같은 이온의 검사는 늘 해가 떨어지고 어두운 시간에 행하고는 했다. 아무도 없는 기분이 들어 나쁘지 않았는데, 해가 떠 있을 시간은 처음이어서인지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저녁에는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오늘만 미리 해야겠네.”

그는 침대에 가까이 온 여름의 팔을 잡아당겨 쭉 펴고 있는 허벅지 위에 올려 앉혔다. 금세 이온과 같은 방향을 보고 앉게 된 여름을 혹시나 무거울까 몸에 힘을 풀었다. 이온은 여름의 배에 팔을 두르고는 몸에 가까이 당겨 왔다.

“혼자 벗어 봐.”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목덜미에 스치는 이온의 숨결이 느껴져 몸이 살며시 떨렸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아래로 가져갔다. 이제는 익숙해진 순서였다. 그는 편하게 입은 운동복과 속옷을 한데 잡고는 끌어내렸다. 쉽게 벗기 위해 엉덩이를 살며시 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창문에서 들어오는 태양 빛이 쭉 펼친 이온의 다리를 스치고 있었다. 왜인지 모르게 밝은 빛이 저를 쳐다보는 기분이 들어 얼굴이 화끈해졌다.

시선에 들어오는 빛을 보지 않기 위해 고개를 더욱 숙이고 있던 여름은 몸을 살며시 아래로 가져가 발목에 걸린 옷과 속옷을 빼내고는 침대 아래로 떨어뜨렸다.

분명 다 벗었는데, 여름은 아무 말 않고 느린 숨만 쉬고 있는 이온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훤한 하반신이 찬 공기에 맞닿아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몸에 온갖 감각이 들어오는 순간 아이의 허리를 두르고 있는 이온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이제 잘하네. 형이 더 분발해야겠다.”

이온은 아이의 성기로 손 하나를 가져가 쥐었다. 검사의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고 매일 달라졌지만, 이온은 줄곧 이상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만을 검사했다. 가장 중요한 곳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으응…….”

“차가워?”

운명이라는 듯 이온의 한 손에 편히 들어오는 여름의 성기는 털 하나 없이 깔끔했다. 아이에게 어울리는 맑은 모양이었다.

이온은 여름의 목덜미에 입을 맞대고는 살며시 위아래로 흔들었다. 아이가 흥분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는 하얀 목덜미가 훤히 보여 이온이 좋아하는 모습 중 하나였다.

여름은 뜨거운 숨을 천천히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온의 큰 손은 차갑다기보다 부드러웠다. 거친 면모 하나 없어 위아래로 움직이는 데에 방해할 만한 것이 없어서인지 속도는 점차 빨라졌다.

그는 엄지손가락 하나를 펼쳐 귀두 부근을 뭉그러뜨리듯 천천히 문지르기 시작했다. 아이는 이온이 고정하듯 두른 팔에서 벗어나려 허리를 비틀었으나 쉽지 않았다. 금세 끈적한 것이 이온의 손을 더럽혔다.

“으, 응……. 흐읏, 손, 손 좀…….”

분출구를 막은 손을 치워 달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목이 마르게 막힌 목구멍 때문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온은 아이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귀두를 막은 엄지에 힘을 더욱더 주며 여름의 목덜미를 핥기 시작했다. 혀를 내밀어 맛보니 단맛이 나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이온은 여름이 커 가는 게 싫었다. 시간이 멈추지 않고 가고 있는 순간순간이 싫고 싫증이 났다.

왜 멈출 수 없는 거지, 뱃속이 부글거리는 걸 느끼며 이온은 혀를 넣고 고개를 틀어 그의 목덜미에 자국을 냈다.

“아! 왜…… 왜, 물어요, 흐응…….”

이온이 귀두에서 손가락을 떼어 내자마자 여름의 액이 튀어 올라 배를 적셨다. 분명 한 번 싸면 쉬이 끝나곤 하는 검사였는데 왜인지 이온의 손에는 힘이 더욱 들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의 검사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처음엔 옷 하나 벗는 일로도 부끄러워하던 여름이 이제는 곧장 잘 벗는다. 아이는 익숙해졌고 학습했다. 그 모습이 왜인지 뿌듯하지도 기쁘지도 않았다. 불쾌한 기분이 머릿속을 돌아다니니 하반신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

이온은 여름의 배를 두르고 있던 팔을 풀어 양손으로 아이의 오금 안으로 손을 넣었다. 그러고는 양쪽으로 다리를 벌렸다. 이미 흥분하여 힘이 가득 들어간 이온의 아래가 여름의 엉덩이를 찌르고 있을 터였는데 아무 말 않는 걸 보아, 이 작은 아이가 눈치를 챈 게 분명했다.

“이것도…… 검, 사예요?”

이온의 허벅지에 앉아 다리를 벌리고 앞을 향해 아래를 훤히 보여 주고 있었다.

“응. 잘 벌리고 있어야 해. 다물지 말고.”

오금을 지탱해 벌릴 수 있을 만큼 최대한으로 벌린 이온은 아이의 귀에 입맞춤하고는 손을 빼내었다.

그의 말을 들으니 익숙하지 않았던 자세의 떨림이 잦아들고 있었다. 이온이 팔을 빼내었음에도 여름은 힘껏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잘하네.”

아이의 작은 몸 때문인지 그의 상의는 매일 아래를 가릴 정도로 길었다. 그래서인지 이온은 여름이 아래를 전부 벗고 위에만 입는 차림을 자주 요구하기도 했다.

부끄러워하면서 그의 부탁이니 거절하지 못해 여름은 줄곧 그러한 차림으로 잠이 들기도 했었다.

역시나 오늘도 이온은 기본 티인데도 불구하고 거슬리게 아래를 침범하려 드는 옷을 헤집으며 안으로 손을 넣었다. 여름은 몸에 붙은 살이 없어 뼈가 보일 정도로 말랐지만 딱딱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말랑하여 부드러웠다. 이온의 손은 아이의 맨살을 배부터 쓸어 올리며 슬그머니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손은 몸을 더욱 여름의 쪽으로 가져가 활짝 벌린 다리 사이 안으로 넣었다.

가득 얽힌 이온의 팔에 정신을 못 차리는 여름은 그저 힘을 빼고 그에게 몸을 기대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겨우 무얼 하고 있는지 인지하려는 찰나 한참 아래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어깨가 단숨에 굳었다.

남이 만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곳을 이온의 손가락이 비집어 문지르고 있었다. 분명 화장실을 갈 때나 느껴지는 위치였기에 이상한 기분이 더했다. 아이의 몸에 힘이 들어가고 부끄러워서인지 의식적으로 다리가 한곳에 모이기 시작했다.

아이의 다리 사이에 들어간 이온의 팔과 여름의 다리가 맞닿았다. 이온은 그의 맨살을 문지르고 있던 손에 힘을 주고는 더욱 여름을 제 쪽으로 당겼다. 느릿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더 벌려야지. 안 보이잖아.”

“왜, 왜 거기를…….”

그제야 아이는 허벅지 안쪽에 힘을 주어 다리를 벌렸다. 아이에게서 나오는 뜨거운 기운이 이온에게까지 느껴졌다. 손가락이 회음을 쓸어내리며 비어 있는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흐아, 으…….”

목구멍이 막히는 듯한 이물감이 들었다. 여름은 익숙하지 않은 감각에 고개가 저절로 뒤로 젖혀져 이온의 어깨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휙휙 바뀌는 시야 적응하려 애써야 했다.

이온은 검지 하나를 세워 구멍을 살살 문지르면서 밀어 넣기 시작했다. 겨우 한 손가락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뻑뻑한 감각에 안으로 들어가기가 버거웠다. 이미 긴장이 서린 아이의 몸에는 힘이 가득 들어가 있었기에 더 그랬다.

구멍을 헤집으려 기다리고 있는 손이 아닌 다른 손은 아이의 가슴팍을 문지르고 있었다. 뭉그러지는 감각에 살이 더욱 있었다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운 기분이 들었으나 부어오른 아이의 것을 만지다 보면 그 누구 못지않은 포동포동한 살로 변하기에 괜찮았다.

“이상해, 요…….”

“아프지는 않지.”

아이는 이온의 말에 맞춰 고개를 끄덕였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목을 막는 듯한 이물감에 점점 숨을 쉬기 어려웠다.

아이의 가슴 부근을 손바닥으로 어루만지던 이온은 점차 도톰하게 달아올라 손바닥에 부딪히는 유두를 느끼고는 살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도톰해진 유두를 쥐어짜듯 꼬집고는 그와 동시에 구멍에 넣었던 손가락에 다른 손가락을 함께 넣었다.

“으흣! 흐아, 아……!”

꼬집어 자극을 더한 이온은 제 손에 잘 들어오는 그의 유두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 비비기 시작했다. 여름의 숨소리를 더욱 듣기 위해서였다.

아래에는 제 형의 두 손가락을 삼키고는 위로 꼬집히니 벌어진 여름의 입이 더욱 벌어지며 불규칙하고 빠른 숨이 아이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요즘 형이랑은 잘 지내? 전보다는 친해진 것 같던데.”

어느새 여름은 눈을 꽉 감고 있었다. 눈앞으로 벌어진 다리 사이를 헤집는 그의 손을 보고 있기에는 용기가 부족했다.

구멍 안에 들어간 이온의 손가락은 원을 그리기 위해 가위질하듯 벌리고 있었다. 뻑뻑함이 손가락을 짓누르고 있었지만 이미 세 번째 손가락마저 넣을 준비를 하고 있던 이온에게는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다.

“둘이 잘 놀던데, 친해진 거 맞지. 응?”

이미 구멍을 훤히 보이기 위해 이온에게 기댈 수 있을 만큼 기댄 여름의 모습은 누워 있는 자세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가까웠던 거리의 그의 목소리는 아이의 머리를 울리고 있었다.

“흐응……, 네……. 맞아, 요, 으…….”

“다행이네. 형제끼리는 사이가 좋아야지.”

여름의 아래에서는 질척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이의 꺼덕이던 성기에서 끈적거리는 것이 튀어 올랐다. 이미 앞을 만질 대로 만진 뒤여서인지 민감해진 성기는 멈출 줄 모르고 꼿꼿이 서 있었다.

“오늘도 여름이는 울려나.”

안 그래도 그의 행위에 집중하느라 머리에 열이 오르고 있던 여름인데 알 수 없는 말을 귓가에 내뱉으니 더욱 혼란스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여름이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그는 어떻게 해서라도 아이와 살을 맞대고자 했다.

어느 정도 뒤를 넓히다 보니 앞뒤로 오가기 수월해진 덕에 이온은 곧장 약지를 밀어 넣어 세 손가락으로 구멍을 파내는 사람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응, 읏, 아흣…….”

“내 동생 엄청 예민하네.”

단숨에 쾌락의 끝에 도달해 버린 여름을 바라보며 웃지 않으려 애를 써야 했다. 그와 동시에 여름 역시 입을 꾹 다물고 새어 나오는 소리를 참으려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형제가 꼭 닮은 꼴을 하고 있음을 서로는 몰랐다.

어느새 가슴을 꼬집던 이온의 손은 사그라들 줄 모르는 여름의 성기를 쥐고 있었다.

이온은 제 품에서 벗어나려 몸에 힘을 주는 여름을 볼 때면 귓가에 검사라는 이유로 입에 발린 말을 새겨 넣었다. 더욱 혼란스러워지는 여름은 앞뒤를 만지고 헤집고 꼬집는 그의 손이 이상했고, 미웠다.

“울어도 괜찮아. 너 우는 거 진짜 예쁘거든.”

이온의 알 수 없는 말은 엉망이 되어 버린 아이에게까지 닿지 못했다.

저절로 튀어 오르는 허리는 이온의 손에 속도를 더 해 줄 뿐 그의 품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단숨에 구멍을 넓히며 앞뒤로 오가던 이온의 손가락은 음습하고 젖은 곳에서 빠져나왔고 여름의 배는 끈적함이 더해져 더욱 더러워졌다.

앙다문 입에 힘이 빠져나가고 이온은 숨을 거칠게 내쉬며 제 가슴에 등을 기대고 있는 여름의 배를 토닥여 주었다.

이제 씻자, 하는 이온의 말을 끝으로 여름은 눈꺼풀을 내리감았다. 짧은 수마에 빠져든 것이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대충 웃어 보인 이온은 그를 받쳐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오늘은 특히 아이를 깔끔히 씻길 필요가 있었다. 괜히 안 좋은 일에 좋지 않은 컨디션을 더한다면 골병이 몰려올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

아이가 눈을 뜬 건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은 밤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밤이 다가오던 저녁이었다. 해가 들어가 빛을 잡아 삼킨 시간 말이다.

여느 때와 같이 여름의 앞에는 눈을 말똥이 뜬 채 아이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고 있던 이온이 함께 누워 있었다.

여름은 저택에 들어와 새로운 습관을 찾았다. 그건 제가 자고 일어나면 늘 옆을 보고 일어난다는 사실이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옆으로 몸을 세운 채 일어났다. 그래서인지 자고 일어나 눈을 뜨면 여름이 가장 먼저 보는 건 이온이었다.

“일어났어?”

“……네. 밤이에요?”

“아니, 아직. 지금 내려가서 저녁 먹으면 돼.”

이온은 생긋 웃으며 만지작거리던 여름의 머리카락을 놓고는 그대로 토닥였다. 여름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습관처럼 옷을 더듬었다. 다행히 오늘은 뭐라도 입고 있었다. 아마 쓰러진 사이 그가 씻기고 새로운 잠옷으로 갈아입혀 준 것이 분명했다.

이온과 함께하는 검사가 한 번도 쉽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으나 오늘은 머리가 불에 타들어 가기라도 하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아팠나 하고 생각해 보면 아프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이상하게 간질거리는 기분만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여름은 볼을 살며시 긁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빠져나가는 이온의 뒤를 따라 걸었다. 여전히 겨울이었기에 사람이 없는 저택의 공간은 싸늘했다. 소름이 돋은 팔을 쓸어내리며 계단을 내려가 다이닝 룸으로 들어가니 이미 가득 차려진 테이블이 보였다. 추위에 걸맞게 따뜻한 전골이 늘어져 있었다.

“큰, 형은요?”

이훈이 제 큰형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입 밖으로 꺼내는 건 어색했다. 게다가 이훈이 형이라고 하기에는 그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도 되는가에 대한 고찰로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기에 큰형이라는 호칭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아직 안 왔어, 아마 오늘은 늦게 들어올걸. 우리끼리 먹어야 해.”

식사는 줄곧 함께하는 이들이었기에 여름은 당연히 이훈을 먼저 찾았다. 그러나 같이 먹을 수 없는 상황마저 이해하기에 아이는 이온이 수저를 드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따뜻한 국물을 떠먹을 수 있었다.

새로운 걸 먹을 때마다 하나의 경험이 쌓였고 아이는 학습을 했다. 그 과정은 여름이 명을 다할 때까지 변치 않는 일일 거라 감히 확신했다. 먹는 도중 이온이 건넨 물을 마시며 길지 않은 시간 저녁을 먹고는 아늑한 다이닝 룸을 동시에 나섰다.

당연히 이온이 2층으로 올라가리라 생각했던 여름은 제 생각과 달리 거실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왜 안 와?”

그러나 여름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아 뒤를 돌아본 이온의 말에 아이는 재차 그와 거리를 좁힐 수밖에 없었다.

따라가도 괜찮은 거구나, 짧은 사이 긴장을 하고, 힘을 빼내니 어깨가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였다.

거실이라 부를 수 있는 커다란 공간에는 여름이 자주 이훈을 감시하곤 하는 푹신한 소파가 있을 뿐만 아니라 커다란 TV도 있었다. 아주 가끔 여름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두 번 켜 볼 뿐 자주 이용하는 이가 없는 썰렁한 물건이었다.

그러나 이온은 여름을 끌고 소파에 앉고는 먼지가 쌓이지 않아 다행인 TV를 켰다. 늘 뜬금없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온이었지만, 오늘따라 그의 의도가 무엇일지 가늠이 안 가는 여름은 그저 이온의 옆모습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와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의심이 될 정도로 어색한 일이었다.

커다란 시계의 작은 바늘은 숫자 8에 가까워지며 멈출 줄 모르고 움직이고 있었다. 시계를 바라보고 있으니 티브이에서 나오는 불빛이 공간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이온은 익숙하다는 듯이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보시려고요?”

여름은 줄곧 앉아 있던 소파였지만 왜인지 모르게 불편함이 사라지지 않아 어색하게 소파에 걸터앉아 있었다. 몸을 살며시 틀어 여전히 화면에 집중하고 있는 이온을 바라보았다.

“뉴스 봐야지. 이리 와. 같이 보자.”

너무나 뜬금없는 말에 여름의 입이 꾹 다물렸다. 채널은 멈춰 있었고 이온은 아이의 허리를 둘러 잡아 제 쪽으로 당겼다.

어느새 이온과 허벅지를 맞붙이고 앉게 된 여름은 어색한 몸을 틀어 화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말했던 대로 화면 속에서는 정장을 반듯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짧지 않았던 하루의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었다.

저기 어딘가에서는 빈번한 사고가 일어나 부상자가 발생했고, 또 누군가는 알 수 없는 살인을 저질러 체포가 되었다. 매일 같이 새로운 사고가 벌어지고 사건이 일어나는 이야기가 화면 속에 갇혀 있었다.

“나온다.”

8시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소파에 등을 편히 기대고 있던 이온은 살며시 몸을 일으키며 화면에 집중했다.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의 남자가 익숙한 이름을 말하고 있었다.

- ……그룹 한이훈 회장과 성명 전자 회장의 장녀인 차윤서 씨가 오는 26일에 약혼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 뒤로 티브이 속 남자의 목소리는 이어졌지만, 여름의 귀에는 필터를 낀 듯 웅얼거리며 들려왔다,

- 양가 친척과 지인만이 모인 소규모로 진행될 것이라 알려졌고 지난해부터 이어 온 잦은 만남이 약혼의 계기가 된 듯 보입니다. 그들의 약혼은 기업 간의 결합을 의미해 적지 않은 파급력을 낳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약혼. 아무리 아는 게 없는 저일지라도 약혼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요즘 들어 약혼을 누가 하겠냐만은 한 기업을 이끌고 있는 이훈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여름은 무릎 위에 올려 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인지하고서야 손바닥을 펼칠 수 있었다.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단어만이 맴돌고 있었다. 목이 타는 것인지 입이 계속 마르고 있었다.

“저건 대체 언제 찍은 사진이야, 진짜 못 나왔네.”

몸이 잘게 떨리던 것도 이온의 목소리와 동시에 멈췄다. 고개를 들어 티브이를 바라보니 검은색 정장을 입은 채 경직된 자세로 찍은 이훈의 사진이 약혼 상대인 ‘차윤서’의 사진과 나란히 나오고 있었다. 어색한 모습이 아무래도 프로필 사진인 듯했다.

“웃지도 않고. 한이훈 재수 없는 거 세상 사람들 다 알겠네.”

그의 말에는 웃음이 담겨 있어 중간중간 작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

얼마나 바라봤을까 이훈의 이름이 화면에 나온 지 3분도 지나지 않아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밝았던 티브이는 어둠을 삼켰다. 이온이 리모컨을 앞으로 내밀어 전원을 꺼 버린 것이었다.

이온과 여름의 공간을 비추고 있는 건 천장에 달린 조명뿐이었다. 분명 오늘 하루 꽤 괜찮은 시간이었는데, 갑자기 무거운 무게가 어깨에 내려앉았다.

“안 울어?”

그때 살며시 숙이고 있는 여름의 얼굴 앞으로 이온이 몸을 숙여 눈을 마주했다.

“네?”

“분명 울 것 같았는데.”

“……제가 왜 울어요.”

입꼬리를 끌어 올려 활짝 웃는 이온의 얼굴은 누구보다 화사했다. 이미 알고 있었기에 뉴스에 나오는 시간에 맞춰 저를 끌고 내려오고는 당황하지도 않았겠지. 이훈도, 이온에게도 괜스레 밀려오는 미운 감정을 막을 수 없었다.

그때 찰칵, 하는 큰 소리가 울렸다. 현관문을 잇는 복도의 등이 어둠 속에서 켜졌다. 동시에 고개를 돌린 두 쌍의 눈앞으로 어깨를 주무르며 들어오고 있는 이훈의 모습이 보였다.

“뭐야, 왜 이렇게 빨리 왔어. 기자 회견 뭐 이런 거 안 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건 이온이었다. 어둡고 긴 코트가 이훈이 걷는 걸음에 따라 흔들렸다.

왜 또 여기에 모여 있는 거야, 하는 표정으로 미간이 구겨진 그는 이온과 여름을 무시한 채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도중에 잡힌 건 당연한 순서였다.

“그딴 거 안 해.”

이훈은 더 이상 못 가도록 제 팔을 부여잡고 있는 이온의 손을 떼어 냈다. 당장 침대에 누워 쉬고 싶었지만 녹아내리게 쳐다보는 눈들이 자신을 쉽게 보내 줄 리가 없었다.

“사진은 뭐 그런 걸 썼어? 진짜 사나워 보이더라. 얼마나 이상한지 여름이도 눈을 못 떼던데.”

팔짱을 낀 채 입을 가리며 피식거리던 이온은 조금 전 어색하게나마 웃지도 않은 이훈의 프로필 사진을 떠올렸다. 카메라를 뚫어 버리기라도 하려는 건지 눈을 부릅뜬 채 찍은 그의 사진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서지도 앉지도 않은 어정쩡한 자세로 이훈을 맞이하고 있던 여름은 갑작스레 튀어나온 제 이름과 말도 안 되는 앞 뒷말에 놀라 어깨를 흠칫 떨었다.

“새로 찍기 귀찮았어.”

“차 이사님은 잘 나왔던데.”

이미 이훈은 거실에서 벗어난 지 오래였다. 이온이 팔짱을 끼고는 비웃는 틈을 타 복도를 거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훈을 따라오는 이온, 그리고 그런 이온을 따라오는 여름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도 없었다.

“뉴스에서는 약혼식도 한다는데, 우리 비싼 호텔 가서 밥 먹는 거야?”

응? 응? 하는 목소리는 이훈이 그의 방문 앞까지 도착할 때까지 어깨 너머로 넘어와 도통 멈출 줄 몰랐다. 손을 꼼지락거리며 따라오는 여름은 발끝만을 바라본 채 이온의 일방적인 말을 들으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

문고리를 잡은 채 문을 활짝 연 이훈은 방 안으로 한걸음 들어간 채 몸을 돌려 이온과 그 뒤의 작은 아이를 바라보았다.

“쟤를 데리고 나갈 수나 있고?”

검지로 안경을 추켜세우고는 뒤에 서 있는 여름에게 턱짓했다. 그들 사이에 맴돌던 공기가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정적이 맴돌았다.

이온은 그저 생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뒤에 서 있는 여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차 이사가 집으로 올 거야. 그걸로 끝이니까 들들 볶지 말고, 너도 그날은 가만히 집에 있어.”

“우리 집에 온다고?”

이온은 분명 되물었으나 방문은 쾅 하고 닫혔다. 문이 닫히며 마지막으로 본 이훈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까칠해.”

이훈이 안으로 들어가고 이온은 여름의 머리를 끌어안은 상태로 2층으로 올라갔다. 그는 한이훈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게 분명하다며 구시렁거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의 머릿속에는 동공이 흔들리며 굳은 이훈의 얼굴이 사라지지 않았다.

방에 올라와 이온의 손에 옷이 다 벗겨진 여름은 그와 함께 욕실에 들어가 씻었다. 이온이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서는 매일 같이 함께 하는 일 중 하나였다.

침대 위에서 욕조 안, 옷을 입은 모습에서 실오라기 하 나 안 걸친 차림으로 변했을 뿐 그들의 움직임은 자세도 행위도, 숨소리도 같았다.

하나 달라진 건 여름이 몸을 돌려 이온의 목을 끌어안으며 꺼낸 애원 어린 목소리뿐이었다. 여름은 우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물기가 섞인 목소리로 이온과 더욱 배를 맞붙였다. 그럴수록 구멍을 헤집는 이온의 손가락이 오가는 속도만이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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