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 태철과 은아와 태성 (11/15)

11. 태철과 은아와 태성

태성은 늦은 밤, 잠을 자지 않고 주방 식탁에 앉아 홀로 소주를 깠다. 은아 먹으라고 태철이 선반 위에 차곡차곡 쌓아 놓은 과자 중 하나를 꺼내 안주 삼았다.

“크으…….”

오늘따라 소주가 썼다. 사랑은 참 어렵구나. 딜도를 자처할 정도로 은아에게 진정한 사랑을 품고 있는 것 같은데, 언제까지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굴어야 할지. 속이 답답해졌다.

나도 은아와 염병 떨 줄 아는데. 손 달라고 하면 두 손, 두 발도 모자라서 목까지 줄 수 있는데. 태성은 눈물이 찔끔 나왔다. 그렇게 훌쩍거리며 소주 한 병을 다 비우고, 새 소주병을 까는데, 안방 문이 열렸다. 태철이다. 태성은 얼굴을 찌푸리며 콧방귀를 뀌었다.

“흥.”

“흥은? 유치하다.”

태철은 태성에게 다가가, 그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왜 안 나가고 여기서 소주 까면서 청승이냐? 소원 풀이 했으니까, 이만 서울로 올라가라.”

“싫어!”

“그래도 가라. 그리고 이거, 은아가 좋아하는 새우 과잔데? 이걸 먹냐?”

태철은 일부러 태성의 신경을 살살 긁었고, 술에 취한 태성은 쉽게 발끈했다.

“우와…. 나, 지금, 너무!! 서러워! 내가 지금 이런 취급 받을 사람이 아니야. 그 과자 얼마나 한다고! 이거 먹는다고 눈치를 줘? 사 줄게. 백 박스 사 줄게. 돈도 많은 새끼가. 너는 진짜 나쁜 놈이야.”

“쯧쯧.”

태철은 팔짱을 낀 채, 술주정 같은 태성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딜도 하게 해줬잖냐? 그래, 원하는 거 했는데 어떠냐?”

태철은 ‘지긋지긋하지?’라는 표정으로 씨익 웃었다.

“너는 내가 학을 떼고 도망갈 줄 알았지? 아니야. 오우, 은아 구멍이 쫀쫀한 게. 나는 딜도가 딱 적성에 맞다.”

아니다. 자존심이 완전히 무너졌다. 적성에 맞지도 않다. 그런데 은아 옆에서 구멍 맛을 보려면 딜도쯤이야. 눈물을 머금고 참을 수 있다. 못 참아도 참아야 한다.

‘내가 너 원하는 대로 할 거 같아? 어떻게든 너희 옆에 붙어 있을 거다. 나는.’

태철은 잘못 걸렸다는 생각을 하고 인상을 구겼다.

‘저 또라이 새끼….’

태철은 소주잔에 잠긴 술을 한입에 털어 마시고 물었다.

“은아가 좋냐?”

“어.”

“딜도가 될 만큼?”

“어.”

“뭘 그렇게까지…….”

“너도 지독하게 사랑하잖아? 그런데 너는 은아가 왜 그렇게 좋냐?”

“은아는 내 유일한 가족이다. 가족은 유일하게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인연이다. 은아가 그렇게 나에게 운명처럼 왔다. 천륜. 거스를 수 없다.”

“어, 괜히 들었어. 완전 염병 천병이네?”

“그러는 너는. 너는 은아가 왜 좋냐?”

“흐음…….”

태성은 빈 잔에 술을 가득 따르고, 단숨에 마셨다.

“첫눈에 반했지. 첫눈에 반하면, 게임 오버야.”

“하… 최태성. 언제까지 우리 옆에 있을 거냐?”

“글쎄.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그래도 확실한 거는 너에게서 은아를 뺏을 자신도, 뺏을 의지도 없다는 거다. 빼앗는다고 빼앗길 너도, 나에게 올 은아도 아니니까. 그냥, 사랑이 사라질 때까지, 너희 곁에 있으면 안 되겠냐?”

“될 거 같냐?”

“강태철 부탁 좀 하자. 네 집에서 더부살이 좀 하자. 생활비 낼게. 은아에게 나쁘게 안 할게. 응?”

꼬랑지를 내리고 빌빌거리는 개 같은 모양새에 태철의 마음이 약해졌다. 태철은 태성에게 무르게 굴었다. 다 이유가 있다.

태철은 한동안 말없이 은아가 좋아하는 새우 과자를 맛없게 씹어 먹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너는 내 옛 친구다. 친형제같이 컸지.”

“그런데 은아에게 칼로 찌르라고 시켰냐?”

“네가 내 자식 같은 은아 입에 좆을 물리지 않았냐. 그래도 참았지. 네게 정이 남아서. 그래서 너에게 물렁했어, 내가. 그래서 스리섬, 그 말도 안 되는 제안도 허락했고.”

“알아. 나도 너, 내 형제라고 생각했어.”

“기억나냐?”

“뭐?”

“보육원장.”

“아, 애들 많이 때렸지.”

“어. 특히, 너와 나 많이 맞았다. 나는 팔까지 부러졌고. 네가 그 원장 죽이겠다고 난리 쳤었다.”

“아하, 내가 그랬어? 어릴 때는 의리가 있었네.”

남 얘기하듯 능글거리는 태성의 반응에 태철이 맥없이 웃었다. 태철과 태성은 갓난아기 때부터 보육원에서 살았다. 그들은 친형제처럼 컸고, 서로를 의지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들이 있는 보육원의 보육원장은 비리가 가득했고, 폭력적인 나쁜 사람이었다. 제 분풀이로 아이들을 때렸고, 아이들을 밤마다 불러 몹쓸 짓을 했다.

태철과 태성은 그런 원장에게 앙심을 품었다. 열두 살 소년들은 덩치 큰 성인 남성인 원장에게 각목을 휘둘렀고, 그 결과 태철은 몇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크게 다쳤다. 그즈음, 태성이 입양되었다. 그리고 보육원장이 교체되었다.

“원장이 교체되었지. 네가 그런 거 같은데. 맞냐?”

“…….”

“열두 살 주제에 영악하고 간사한 최태성. 양부모에게 입을 털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랬나? 음… 생각나네. 너 좋아서가 아니라, 그놈, 나쁜 놈이었으니까.”

“하… 그런 놈이 내 입양처까지 알아봤던 거냐?”

“나?”

“어. 열세 살 때, 나를 입양하겠다고 시 국회의원 부부가 찾아왔었다. 네 어머니가 추천했다고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치 후원금을 핑계로 거래를 한 거 같은데. 최태성, 네 짓이지?”

“나? 아닌데? 아… 그냥, 너 불쌍하다고 말한 거뿐인데?”

태성이 빙글빙글 웃었다.

“참 나.”

“그런데 아직까지도 궁금하다. 왜 입양 안 간 거냐? 너에게 얼마나 좋은 기회였는지 알아? 조폭으로 안 살아도 됐어. 네 인생이 달라졌을 거라고. 안 아까워? 다른 애들은 입양 가려고 난린데.”

“은아.”

“응?”

“은아가 그때, 입소했다. 나는 은아를 지켜야 했어.”

“아우! 징글징글!”

“네가 그 원장을 쫓아낸 덕에 은아를 지킬 수 있었다. 꽤 안전하게 자랄 수 있었어. 계속 그 원장이 계속 있었더라면, 나는 갓난아기인 은아를 데리고 도망가 길바닥 생활을 했을 거다. 은아, 고생 많이 했을지도 모른다. 항상 고마웠다. 그래서 네가 나를 배신해도, 은아에게 몹쓸 짓을 했어도 죽이지는 못하겠더라. 나는 네게 빚이 있고, 의리가 있으니까.”

태성은 태철의 곧은 눈을 보았다. 질린다, 질려. 태철의 머리에는 은아밖에 없다. 모든 것이 은아로 직결되었다.

“촌스럽기는. 나는 그 의리 쉽게 버렸는데.”

“남아 있잖냐.”

“의리는 무슨. 내가 은아한테 반해서 너 배신했는데.”

“은아한테는 말하지 마라. 안 그래도 우리 사이 틀어진 거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은아, 은근 눈치가 빨라. 어떤 때 보면 멍청한 척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야.”

“어쨌든. 최태성, 있고 싶으면 있어라. 방 한 칸은 내줄 수 있다. 그리고… 적당히 해. 적당히. 우리는 안 변하니까. 마음이…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하고 가.”

“하! 내 걱정은 왜 하냐?”

태성은 툴툴거렸지만, 입은 웃고 있다.

“그런데. 네 어머니, 잠잠하시네.”

태철은 남은 소주를 마저 털어 마시며 물었다. 관심 없다는 듯, 지나가는 말로 물었지만, 예전부터 궁금했던 게 있었다.

“아, 어머니? 나 검사 그만둔 거에 처음으로 실망하시고, 이번에 낙선한 거에 완전히 실망하셨지. 포기하셨다고나 할까.”

“포기할 사람이 아닌 거로 아는데. 그나저나. 유전자 검사해 봤냐?”

“누구? 어머니랑 나? 나 입양안데?”

“최태성.”

“몰라. 입양하기 전에 했겠지. 철저하신 분이니까. 생각해 보니까, 내가 어머니를 빼닮았어. 못된 게 아주 판박이다.”

“너, 못된 놈인 거 아는구나.”

“어, 잘 알지.”

태성은 씁쓸하게 웃으며, 남은 과자를 먹다가 괜스레 화를 내고는 벌떡 일어났다.

“이놈의 새우 과자! 내가 내일, 백 박스 사 준다!”

태성은 괜히 투덜거리며 자신이 전에 쓰던 게스트 룸으로 들어갔다.

“저게, 안 치우고.”

태철은 피식 웃으며 태성이 그냥 두고 간 자리를 정리했다.

봄이 무르익어 갔다. 텃밭에 심었던 세 그루의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폈다가 졌다. 꽃을 솎아 주었고, 콩알만 한 열매가 달리자 적과 작업을 시작했다. 태철과 태성, 은아는 옹기종기 모여 복숭아나무에 정성을 쏟았다.

그리고 그들은 종종 세 명이서 몸을 섞었고, 태성은 여전히 딜도였다. 그러나 능청이 늘었다. 바로 이렇게.

태성은 항상 침대 위에서 은아에게 수작을 부렸다.

“은아야, 내 손 만져 봐. 나는 온몸이 딜도야. 1단, 2단, 3단, 이건 피스톤 모드.”

태성은 각기 다른 리듬으로 손을 덜덜 떨었다.

“은아야, 나 업그레이드됐다? 구멍 쑤셔 줄까? 3단? 강태철 좆보다 작아도 더 버라이어티하다?”

“푸흡.”

태성은 적응력이 미친 인간이다. 딜도의 삶에 충실했고, 은아는 태성이 그저 신기하고 웃겼다.

“은아야, 재밌니? 뿌듯하구나.”

태철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은아와 태성을 번갈아 보았다. 이제 화도 나지 않았다. 다, 자신의 업보 같았다. 태성이 은아와 자신과의 관계를 흔들지만 않으면 태성이 어떤 주접을 떨어도 다 봐줄 예정이었다.

태성은 스멀스멀 뱀처럼, 자연스럽게 다시 은아와 태철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태성은 은아의 집에 더부살이를 시작했고, 다시 카페 문을 열었다. 은아의 충고대로 메뉴가 간소화되고 새 음료가 생겼다. 메뉴는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믹스 커피가 다였다. 가격은 메뉴 상관없이 천 원.

카페 은아는 동네 사람들을 위한 카페가 되었고, 은아 멸치국숫집처럼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카페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5월이 되었다.

5월이 어떤 달인가. 바로,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고, 스승의 날도 있다. 그 말인즉슨, 태성이 수작을 걸기 좋은 날들이 꽤 있다는 소리다. 은아는 종종 태철에게 아버지라고 불렀고, 태성을 어머니라고 여겼다. 그러니까, 은아는 태철과 태성의 아들이다.

은아가 자신에게 엄마라고 불렀던 것을 기억한 태성의 눈이 반짝거렸다. 은아와 같이 자는 것에 자존심도 버리고, 매 순간 머리를 비상하게 굴리는 태성에게 건수 하나가 생겼다.

어린이날은 은아 멸치국숫집과 카페 은아의 휴무일이다. 은아는 태철이 차려 준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소파에 누워 특선 영화를 보았다. 은아는 태철의 무릎에 머리를 눕히고는 곰이 귀엽다, 영화가 재밌다,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며 웃었고, 태철은 은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은아의 옆얼굴을 감상하기 바빴다.

한가롭고 평화로운 은아와 태철이었다. 그런 그들의 앞에 태성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은아야?”

태성은 소파 끄트머리에 걸터앉으며, 은근하게 은아를 불렀다.

“네? 태성이 형?”

은아는 상체를 일으켜 태성을 바라보았다.

“아들~?”

“네? 갑자기 아들이요?”

“내가 어머니 같다며?”

“아… 네.”

“오늘 어린이날이네? 선물 줄까?”

“네? 저 나이가…….”

“쉬잇. 부모에게 자식은 언제나 어린아이지.”

“나 참…….”

태성은 손가락을 입에 대고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고, 태철은 어이없다는 눈으로 태성을 보았다.

“어린이날이라고 가게도 쉬는데, 우리도 재미 좀 봐야 하지 않겠니? 오늘은 해피해피 한 어린이날인데? 안 그러니? 아들~?”

“하아…….”

은아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태철을 보았다. 들어 보지 않아도 개수작이지만, 태철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태성의 입을 막지는 않았다.

태성의 눈이 변태처럼 번득거리는 것을 보니, 뭔가 재미있을 것을 발견한 모양인데, 자신은 뒤에서 점잖게 굴면서 재미를 볼까 했다. 도를 넘으면 중간에 잘라내면 되니까. 태철은 팔짱을 끼고 태성 하는 양을 보았다.

“은아야, 뭔 개소리를 하는지 들어나 보자.”

“아, 네. 태성이 형, 선물 뭡니까?”

“궁금해? 보고 싶어? 받아 줄 거야?”

“…….”

신나 보이는 태성의 모습에 은아는 주춤했다. 자신을 딜도라고 소개했을 때와 같은 눈과 목소리였다. 싫다고 말하고 싶은데, 태철이 아주 흥미진진하다는 얼굴로 자신과 태성을 보고 있었다. 이러면 은아는 약해진다. 결국, 태성에게 선물을 달라고 말했다.

태성은 좋다고 자신의 방에서 리본을 묶은 작은 상자를 가지고 왔다. 은아의 손에 쥐여 주면서 신신당부했다.

“은아야, 환불 안 돼. 상자 열면 그냥 써야 하는 거야. 알지?”

‘모르겠습니다.’ 소리가 목 끝까지 차고 왔지만, 입을 다물고 리본을 풀고,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의 내용물을 보고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떴다. 스테인리스로 된 은색의 가늘고 긴 막대였다. 쇠꼬챙이처럼 생겼다.

“이게… 뭡니까?”

“우리의 성생활을 풍요롭게 해줄 요. 도. 플. 러. 그.”

“네? 그게 뭡니까?”

은아는 순수한 눈망울을 빛냈고, 사용 용도를 아는 태철은 빵 터졌다.

“푸하하하하… 쓰읍.”

그리고 군침이 돌았다. 재미가 있을 거 같기는 한데. 엉엉 울면서 싸지도 못하고, 드라이로 절정을 느낄 은아가 상상되어 오랜만에 태철의 음심이 고개를 들었다. 변태는 태성만이 아니었다.

“아, 이게 재밌기는 하겠네.”

태철은 요도 플러그를 집어 들고는 이리저리 살폈다. 은색으로 반짝 빛나는 것이 태철의 가학성을 자극했다.

“그렇지. 그렇지? 은아야, 태철이가 재미있겠다는데? 하고 싶지?”

“…….”

은아는 저것의 사용법을 듣지 않아도, 자신을 괴롭힐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태철의 반응이 구멍에 애널 플러그를 꽂았을 때와 같았다. 그놈의 플러그, 지긋지긋하다. 그러나 재미난 것을 본 것처럼 눈을 빛내는 태철을 보니, 싫다고 하고 싶지는 않다. 결국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태철은 욕조 안에 은아를 집어넣고, 몸을 씻겼다. 얼굴도 씻기고, 목도, 가슴도, 팔, 다리, 좆까지 꼼꼼하게 씻겨 주는데, 은아는 입을 굳게 다물고 눈썹을 아래로 내렸다. 요도 플레이를 하는 것이 싫다고 몸으로 말하는 모습이었다.

감정 표출이 다양하지 않은 은아다. 무조건 태철이 하는 거면 다 좋다고 하는 은아다. 오랜만에 보는 심란한 표정에 웃음이 실실 삐져나왔다. 골려 주고 장난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했지만, 태철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요도 플러그를 어떻게 쓰는지 조곤조곤하게 말했다.

“네에? 뭐라고요? 그걸, 어디에 넣는다고요?”

격렬한 은아의 반응이 재미가 있다. 태철은 웃음을 참고, 은아의 작은 좆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엄지로 귀두를 살살 쓸다가, 손톱을 세워 요도 구멍을 긁었다.

“흐읏!”

갑작스러운 자극에 몸을 떨었다. 태철은 고개를 숙여 은아의 좆을 입에 물었다. 혀로 장난치듯 입안에서 굴리며 농락을 한 후, 밖으로 뱉었다. 발기해서 조금 커졌다. 태철은 피식 웃고는 본격적으로 은아의 좆을 빨았다.

쭈웁. 쭈웁. 빠르고 강하게 빨았다. 자극이 강했다. 은아는 허벅지를 달달 떨며 자신의 아래에 박힌 태철의 머리카락을 잡았다. 고개를 왔다 갔다 하는 움직임에 따라 은아의 손과 팔이 절로 움직였다.

“하으… 하아… 아으… 아응…. 형님… 쌀 거… 쌀 거 같습니다.”

태철의 머리카락을 잡은 은아의 손끝이 하얗게 변했다. 태철은 은아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빠르게 좆을 빨았다. 은아는 엉덩이를 들썩거리다가 태철의 입에 정액을 쌌다.

“빨리 싸네. 그걸 넣으면, 빨리 못 쌀 거다.”

태철은 정액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

“하아… 하아…. 저, 빨리 싸는 거 싫습니까?”

은아는 빨개진 얼굴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아니. 귀엽고, 사랑스럽다. 은아야.”

태철은 은아의 볼을 툭툭 두드렸다. 그리고 사정 직후라, 예민해질 때로 예민해진 은아의 귀두를 혀로 핥았다.

“하으읏!”

은아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몸을 들썩였다. 태철은 은아의 좆 뿌리를 가볍게 잡고, 혀를 뾰족하게 세워 요도 구멍을 쑤시듯이 깔짝거렸다. 은아는 신음을 흘리며 태철의 양어깨를 부여잡았다.

“이렇게, 이 안에 넣고 쑤실 거다.”

“하아… 안 됩니다. 그걸 어떻게 넣습니까? 무섭습니다. 아픕니다!”

“안 아프게 해줄게. 왜, 싫냐?”

태철이 눈을 위로 치켜뜨고 은아와 눈을 마주했다. 아래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태철의 얼굴에 은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어? 이 각도로 보는 모습도 섹시하시고, 멋지시다.’

“은아야, 싫어?”

낮은 목소리로 조용하게 물었다. 그러면 은아는 완전 KO패 당한 것처럼 백기를 들 수밖에 없다.

“아뇨.”

“푸흡… 그럴 줄 알았다. 그럼, 하는 거다?”

“네에…….”

샤워를 끝내고, 은아를 안은 태철이 안방으로 들어왔다.

“뭘 이렇게 오래 씻어?”

미리 침대 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태성이 미간을 좁혔다. 태철은 은아를 침대 위에 올려놓았고, 태성은 나른한 얼굴로 침대에 누운 은아를 응시했다. 상기된 볼과 쪼그라진 붉은 좆, 바짝 발기한 젖꼭지.

“아니, 씻으라고 보냈더니 섹스를 했네?”

“좆 안 넣었다. 은아가 겁먹어서, 긴장 풀라고 한 발 뺐다.”

“어, 그래. 잘했어.”

태성은 대충 대꾸하고, 일회용 알코올 솜 포장지를 뜯었다. 그리고 요도 플러그와 은아의 좆을 소독했다. 시트 위에 누워 나른한 눈을 끔벅거리던 은아가 화들짝 놀랐다. 좆에서 느껴지는 화한 느낌이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뭐, 뭐 하십니까?”

“소독.”

은아는 마른침을 삼키고, 자신의 옆에서 좆을 빤히 쳐다보는 태철에게 손을 뻗었다.

“손. 손잡아 주십시오.”

“그래.”

태철은 은아의 손을 깍지 껴 잡았다. 태성은 은아의 좆에 젤을 잔뜩 뿌리고 흔들었다.

“은아야, 넣는다.”

태성은 요도 입구에 요도 플러그를 갖다 댔다. 차가운 금속의 느낌에 은아가 흠칫거렸다.

“괜찮다.”

태철은 들썩이는 은아의 가슴을 토닥이며, 은아의 유두를 손톱으로 긁었다.

“하읏! 흐으…….”

태철은 유두를 자극했고, 태성은 요도구에 천천히 플러그를 집어넣었다.

“아으… 이상합니다. 하아… 아픕니다…. 아파요…. 찌릿합니다. 흐으… 빼십시오.”

은아는 혹여나 잘못될까 봐 잔뜩 굳어서 징징거렸다.

“쓰읍… 참아. 기분 좋게 해줄게.”

은아의 좆보다 긴 것이 쑥쑥 안으로 들어갔고, 은아는 완전히 겁을 먹어 버렸다.

태철은 잘 들어가는 플러그를 유심히 보다가, 은아의 입에 손가락 두 개를 집어넣었다. 입안을 휘저으며, 여린 내벽을 자극했다. 입안이 성감대인 은아는 몸에 힘을 풀고, 흐응 콧소리를 냈다.

‘단순한 강은아.’

태성은 픽 웃었다. 그리고 플러그를 계속해서 넣었다. 그리고 거의 다 집어넣었을 때, 은아가 허리를 튕겼다. 전립선을 치는 것에 찌릿하고 전기가 올랐다.

“으흥!”

“아, 여기야?”

태성은 손을 멈추고 은아를 보며 눈을 반짝거렸다. 태철은 입에서 손가락을 빼고 플러그 끝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하으윽! 흐응- 하읏.”

은아는 몸을 비틀며 앓았다.

“와우, 반응 좋네? 은아야, 내 선물 마음에 들어?”

두려움과 쾌감이 오묘하게 섞여 정신이 혼미해졌다. 은아는 손을 내려 제 좆을 더듬었다. 딴딴하게 발기했고, 그 긴 것을 다 삼켰다.

“흐으… 저 망가지는 거 아닙니까?”

“안 망가져. 그리고 은아야? 내 선물은 원 플러스 원이야.”

태성은 뒤에 숨겨 놓았던 애널 플러그를 꺼냈다. 하얀 여우 털이 달린 꼬리 애널 플러그. 은아는 질색했다.

“은아야, 원하니? 두유 원트?”

“아뇨.”

이번에는 단호하게 말했다.

“비켜 봐.”

은아의 옆에서 관망하던 태철이 태성의 팔을 툭툭 쳤다. 태성은 순순히 자리를 비켜났고, 태철은 은아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태철은 은아의 다리를 활짝 벌리고, 붉게 발기된 좆과 플러그 끝부분을 잡았다. 좆대를 단단히 잡고, 플러그를 빙글빙글 돌렸다.

“흐으읏……!”

은아는 발발 떨며 태철의 팔뚝을 잡았다.

“형님, 돌리지 마십시오. 이상합니다.”

“이상해?”

“네.”

“이상한 게 아니라, 기분이 좋을 텐데?”

태철은 피식 웃으며 마치 구멍에 좆을 박듯이, 플러그를 요도 구멍에 쑤셔 박았다 뺐다를 반복했다. 태철은 은아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천천히 움직이다가 빠르게 쑤셨다.

“하아악, 흐악…. 하윽……! 흐윽!”

은아는 태철과 눈도 못 마주치고, 동공을 이리저리 흔들며 울먹였다. 전립선을 치는 감각은 익숙한 쾌감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전히 달랐다.

공포가 들어 있었다. 아무리 큰 태철의 좆을 구멍에 넣어도 망가진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좆이 망가질 거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오줌이나 정액만 싸질렀던 작은 구멍에 쇠막대가, 그것도 매끈하지 않고 울퉁불퉁한 쇠막대가 좆 구멍에 들어올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처음 구멍에 딜도를 꽂았던 때처럼 무섭고 아팠다. 은아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퐁퐁 올라왔다.

“아… 아픕니다아…….”

은아가 징징거렸다. 태철은 움직임을 멈추고 은아의 좆을 살폈다. 프리컴이 좆 구멍에서 밀려 나오고 있었다.

“엄살은. 좋은 거 같은데. 아니냐?”

태철은 속눈썹에 맺힌 은아의 눈물을 혀로 핥았다. 짭짤한 눈물 맛. 몇 번 할짝이자, 은아는 징징거리는 입을 다물고 긴장을 풀었다. 태철은 입술을 내려 은아의 입술을 핥았다.

쉽게 열리는 입술. 작은 입안에 혀를 넣고 입천장을 야릇하게 핥고, 치열 뒤쪽을 혀로 긁었다. 혀를 옭아매고 진득한 키스를 이어가며, 은아의 혼을 빼놓았다.

그리고 슬그머니 은아의 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구멍 안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이상하다고, 아프다고 울더니 엄청 흥분했다. 어린이날이라 그런가, 은아의 어리광이 늘었다. 태철은 손가락의 수를 늘리며 구멍을 넓혔다. 혀를 섞는 소리와 구멍을 쑤시는 질척이는 소리, 태성이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동시에 났다.

태철은 입술을 떼고 은아와 눈을 맞췄다. 성욕으로 젖은 은아의 눈이 태철의 눈에 가득 담겼다.

“하아… 강태철.”

“어.”

태철은 은아의 좆을 잡고 흔들며, 구멍도 동시에 쑤셨다. 앞과 뒤에서 전립선을 자극하며, 은아를 더욱 흥분시켰다. 양손을 빠르게 흔들며 좆을 살폈다. 시뻘겋게 물든 좆. 이쯤이면 쌀 시간이다. 아니나 다를까, 은아가 다급하게 태철에게 말했다.

“하웅…. 싸고… 싸고 싶어…. 으응… 빼 줘…….”

“아니, 오늘 너는 못 싼다.”

태철은 좆과 구멍에서 손을 빼고, 단호하게 말했다. 태철의 눈을 본 은아의 등줄기에 소름에 돋았다. 저 눈빛, 자주 보던 눈빛이다. 누구 하나 죽일 듯, 흥분 가득한 눈. 싸움판에서나 봤던 눈빛을 침대 위에서 볼 줄이야. 은아는 오늘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을 짐작했다.

은아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다물었고, 태철은 은아의 양 허벅지를 잡아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리고 제 좆을 구멍에 넣었다.

쑤욱. 구멍은 무리 없이 좆을 먹었지만, 전립선을 치고 지나가는 것에 은아가 입을 크게 벌리고 벙긋거렸다. 신음도 나오지 않았다. 싸고 싶지만, 좆 구멍이 막혀 시원하게 분출하지 못했다. 태철이 한 번 싸면 최소 세 번 이상 싸는 은아다. 지금 상황이 당황스러우면서 괴로웠다.

태철은 은아의 허벅지를 꽉 잡고 좆을 박았다. 쾅쾅 소리가 나올 정도로 거친 움직임이었다. 초반부터 몰려오는 강한 쾌감에 은아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억억거렸다.

“으억. 흐억… 으윽…. 태… 흐… 태…….”

은아는 태철의 이름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힘없이 몸이 흔들렸고, 태철은 거칠게 은아를 몰아붙였다. 옆에서 둘을 지켜보는 태성은 속으로 탄식했다.

‘저 새끼, 눈 돌았네? 갑자기 왜? 그럼, 나, 언제 껴? 아, 재미 좀 보려고 했더니, 남 좋은 일 시키는 거 아냐?’

은아의 입이나 구멍에 좆을 넣을 타이밍만 찾고 있던 태성은 속이 탔다. 태철의 좆질이 너무 격렬했다. 살벌하기까지 한 상황에 ‘태철아, 잠시만, 은아 입에 내 좆을 넣어도 되겠니?’라고 물을 수도 없었다. 태성은 침대 옆 의자에 앉아 허망한 눈으로 은아를 바라보았다.

은아의 눈과 입에서 물이 질질 나왔다. 태철은 그것을 닦아 주지도 않았다. 태철은 여느 때와 다르게 크게 흥분했다. 좆 구멍을 막은 채로 망가진다고 징징거리는 은아 때문에 숨겨 놓았던 가학성이 고개를 들었다.

저에게 매달리고, 자신 때문에 울고, 더 나아가 망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태철은 은아 한정 다정하고 착한 사람이지, 본성은 잔악무도한 놈이었다. 태철은 사정감을 애써 참으며 씹질에 열중했다.

은아의 눈이 뒤로 넘어가고, 입에선 꺽꺽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태철은 심상치 않은 은아의 반응에 더 강하고 빠르게 좆질을 했고, 은아는 허리를 위로 크게 튕기며 온몸을 달달 떨었다. 은아는 사정없이 강한 절정을 맞이했다.

태철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은아를 관찰했다. 눈물, 콧물, 침을 흘리고, 얼굴이 완전히 풀어졌다.

‘진짜 망가진 거 같다.’

태철은 은아가 절정을 느낄 여유를 주지 않고 은아를 꽉 끌어안고 좆질을 했고, 곧, 구멍 안에 정액을 뿜었다.

태철은 은아를 놓고 태성에게 손을 뻗었다.

“그거, 줘.”

“뭐? 아… 이거?”

태성은 풍성한 여우 털이 달린 애널 플러그를 태철에게 건넸다.

“야, 그거 진짜 여우 털이야. 봐, 봐. 때깔이 죽이지 않냐. 하얀 꼬리가 은아랑 딱이다. 내가 이거 보자마자 이거는 은아랑 찰떡이다…….”

“조용히 좀 해.”

태철 천천히 구멍에서 좆을 뺐다. 그러자 구멍에서 태철의 정액이 주르륵 흘렀고, 태철은 흐르는 정액이 아까워 애널 플러그로 구멍을 막았다. 태철은 은아의 모습을 감상했다. 빨간 것을 넘어 검붉어진 좆과 좆 구멍을 막고 있는 플러그, 여우 꼬리, 하얀 나체, 기절하지 못하고 눈만 끔벅이는 은아. 태철은 침을 꿀꺽 삼키고, 은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은아야, 힘드냐?”

“빼 줘…….”

은아가 미약하게 말했다.

“싫어.”

태철은 딱 잘라 말하며 은아의 몸을 뒤집고 엉덩이를 위로 치켜들었다. 은아는 온몸의 힘이 완전히 빠져서 태철이 끄는 대로 끌렸다. 맥없는 은아의 모습에 태성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 사달을 일으킨 태성도 걱정이 될 정도였지만, 태철은 별 반응하지 않았다.

“야, 은아 괜찮냐고.”

“어, 괜찮아. 은아, 이 정도로 약하지 않다.”

태철은 은아의 입에 자신의 좆을 물리고 머리를 움직였다. 은아는 엎드린 채, 엉덩이만 쭈욱 위로 빼고는 억지로 태철의 좆을 빨았다.

“이런 거 좋지? 은아야. 입 구멍이나, 뒷구멍이나 거칠게 쑤셔 주는 거 좋아하잖아? 응? 좋지?”

“커흡… 크흑….”

은아는 반항도 못 하고 태철이 제 머리를 잡고 흔드는 대로 움직였다. 다정하지만, 섬뜩할 정도로 강압적인 목소리에 은아뿐 아니라 태성까지 태철의 눈치를 봤다. 태철은 손을 뻗어, 은아의 하얀 엉덩이를 손에 쥐었다. 엉덩이 사이의 하얀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태철은 부드러운 여우 꼬리를 손으로 사라락 쓸었다.

“진짜, 여우 새끼네.”

태철은 사나운 눈을 한 채로, 입꼬리만 위로 올렸다. 태성은 태철의 눈치를 살피며 은아의 뒤에 자리 잡았다. 은아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꼬리 끝을 잡았다.

“야… 나도 박으면 안 되냐?”

태성은 포기를 모른다. 태철이 지금 살벌한 분위기를 풍긴다고 해서 절대로 자신의 뜻을 굽힐 인간이 아니었다.

‘아니, 내가 어떻게 판을 깔았는데? 무서운 건 무서운 거고, 할 건 해야지?’

태성은 은근슬쩍 단단하게 발기한 좆을 흔들었고, 태철은 무감한 얼굴로 태성은 빤히 쳐다보았다.

“…….”

“야, 내 덕에 너도 재미 보고 있으면서….”

“……해.”

“응!”

“하아… 은아야, 혀를 써야지. 물고만 있으면, 내가 못 싸잖아? 응?”

태철은 태성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은아의 뒷목을 살살 쓸어 주며 거칠게 허리짓을 했다.

“엉덩이 똑바로 들어. 좆에 플러그 박혀 있잖아. 좆 뚫리고 싶냐?”

태철은 은아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고는 껄껄 웃었다. 저 미친놈. 태성은 혀를 차며 꼬리를 잡아당겼다.

퐁, 애널 플러그가 빠지고, 태철의 정액이 주르륵 시트 위로 떨어졌다.

“와아…….”

태성은 정액 범벅인 구멍을 손바닥으로 비비다가 뿌리 끝까지 좆을 넣었다.

앞뒤로 씹질을 당하는 은아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태철은 은아의 입에 사정했다. 그리고 은아의 상체를 들어 올리고 입을 맞췄다. 손으로 목구멍을 눌러 주며, 삼키지도 못하고 입안에 머금고 있는 정액을 넘기게 해주었다. 과감하게 몰아붙이는 태철의 입술에 은아는 꼴깍, 태철의 정액을 삼켰다.

한동안 혀를 섞었다. 은아가 흘린 눈물이 입술에 닿아 달기만 하던 키스가 짭짤해졌을 때, 태철은 입술을 떼고 은아를 살폈다. 은아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흐물거렸고, 좆은 터질 듯 검붉어졌다. 태철은 태성에게 은아의 몸을 밀었다.

“잡아. 앞으로 못 쏠리게.”

태성은 은아의 어깨와 허리를 감싸 안았다. 태철의 정액으로 은아의 구멍 주변은 하얀 점액질로 범벅이었고, 태성을 미치게 만들었다. 태성은 발정 난 개새끼처럼 좆질을 했다.

태철은 여전히 꽂혀 있는 플러그를 본격적으로 쑤셨다. 은아는 벌벌 떨며 태철에게 손을 내밀었다. 태철은 은아의 손은 잡아 주지만, 플러그를 뽑지 않았다.

“아악! 하지 마아…. 싫어… 하지 마……. 아으윽!”

말도 못 하고 멍하게 있던 은아의 입에서 기어코 비명이 나왔고, 태철은 은아의 뒤의 태성에게 턱짓했다.

“쌀 거야?”

“하으… 어. 쌀 거 같은데?”

태성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태성이 사정할 기미가 보이자, 태철은 장난을 그만둘 준비를 했다. 그리고 태성이 은아 안에 정액을 사출하자마자, 플러그를 뽑았다.

은아의 좆에서 진한 정액이 힘없이 줄줄 흘러나왔고, 뒤이어 소변까지 지렸다.

은아의 얼굴이 푹 아래로 꼬꾸라졌다. 태성은 천천히 좆을 뺐고, 태철은 기절한 은아의 입술을 찾아 물었다. 아랫입술을 자근자근 씹다가, 어깨를 꽈악 깨물었다.

으득, 소리가 났다. 정신을 잃은 은아는 바르르 떨었다. 그럼에도 태철은 계속해서 어깨를 물었다. 그리고 뒤의 태성을 노려보았다.

“저… 짐승 새끼…….”

강태철, 스스로 목줄을 준 개새끼인 줄 알았더니, 주인까지 잡아먹을 짐승 새끼다. 에잇. 이 자식들이랑 자면, 뭔가 뒷맛이 깔끔하지 않고, 텁텁하다.

태성은 툴툴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어버이날 쓸 태철의 선물을 생각하며 음흉하게 웃었다.

‘우리 은아, 오늘 고생했으니까, 복수해야지?’

태성은 가뿐한 몸으로 잠에서 깼다.

“흐음~! 좋은 아침.”

태성은 어제 제대로 은아의 구멍에 좆질을 했다. 비록 은아가 반 정신을 놓은 상태이기는 했지만, 딜도가 아닌 인간으로서 자유 의지를 가지고 하는 씹질은 얼마나 상쾌한가. 태성은 충만함을 느꼈다.

오늘 기분도 좋은데, 시내 나가서 외식하자고 할까? 태성은 입가에 미소를 걸친 채 방 밖으로 나갔다. 주방으로 향하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 조깅 후 식사 준비를 해야 할 태철이 보이지 않았다. 늦잠인가? 어제 그렇게 거칠게 섹스를 했는데, 아무리 돌 같은 강태철이라도 피곤하겠지. 태성은 혀를 차고 안방으로 향했다.

똑똑. 노크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야, 들어간다.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직도 자고 있어? 장사 안 해?”

문을 열자마자 태성의 눈에 보인 것은 침대 위에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태철과 은아였다. 은아는 태철의 허벅지 위에 앉아, 가슴팍에 얼굴을 기대고 있었고, 태철은 은아의 등을 토닥이며, 어제 자신이 물어 멍을 낸 어깨를 할짝거렸다.

“아침부터 둘이 껴안고. 염병이다?”

“아프대.”

태철이 근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태성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은아에게 다가갔다. 은아의 볼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고, 어제 많은 눈물을 쏟아낸 두 눈은 부어 있었다.

“은아야, 어디가 아파?”

“좆.”

태철이 대신 말했다.

“흐응, 작작 좀 쑤시지.”

태성은 걱정 가득한 눈으로 은아의 이마를 쓸었다. 뜨끈뜨끈하다. 색색 뱉어내는 숨도 뜨거웠다.

“해열제는?”

“먹였어.”

“오늘 장사 못 하겠네?”

“어.”

태철은 은아를 조심히 침대 위에 눕혀 두고, 침대 밖으로 나왔다. 이마에 오른 열을 내리려, 얼음주머니를 만들 생각이었다. 태철과 태성은 같이 거실로 나왔다. 태성은 눈을 가늘게 뜨며 태철에게 말했다.

“야, 은아 안 약하다며?”

“…어제는 내가 눈이 돌아서… 됐다. 빨리 일이나 하러 가라. 밥 차려 줘?”

“됐어. 병간호나 잘해라.”

태성은 대충 시리얼에 우유를 말아먹고 집을 나갔다. 처음으로 혼자 출근하는 아침이다. 그동안 태철, 은아, 태성은 같이 아침을 먹고 같은 시간에 출근했다. 긴 시간 그랬던 것도 아닌데, 너무나 익숙해졌다. 하루 혼자 출근한다고 이렇게 쓸쓸한 감정이 들다니. 태성은 멀지도 않은 거리를 터덜터덜 걸어갔다.

가게 앞에 도착한 태성은 문에 붙여진 종이에 시선을 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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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아가 정갈한 글씨로 예쁘게 써 놓았다.

태철과 은아는 자신이 사는 마을에 많은 정을 주고 있었다. 은아가 마을에서 편하게 살기 바란 태철은 억 소리 나는 마을 발전 기금을 냈고, 마을 잔치도 여러 번 열어 주었다. 그것도 모자라, 마을의 해결사 노릇도 하고 있었다.

한번은 학교 폭력을 당하는 치킨집 사장 아들의 학교를 찾아가 폭력을 행사하는 아이들에게 “친하게 지내라, 지켜본다.”라고 간단하게 한마디 한 적이 있었다. 그 후 치킨집 사장 아들은 평화롭게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고, 치킨집 사장과 은아는 절친이 되었다.

이런 식으로 태철은 마을 사람들의 안위를 위해 뒤를 몇 번 봐주었다. 일종의 재능 기부다. 조폭 짬 어디 안 간다.

태철과 은아가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데에는 마을 사람들의 오픈 마인드도 한몫했지만, 태철의 재능 기부와 돈의 힘이 있었다. 전직 조폭, 강태철은 돈과 힘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홀리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멍청하게 구는 은아조차도.

은아는 태성이 언제까지 이 마을에 있을지 모르지만, 자신들처럼 태성도 마을 사람들과 잘 지내기를 바랐다. 은아는 마을 주민 중 하나가 법적 분쟁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바로 태성을 소환했다. 그리고 귀여운 꼼수를 부렸다.

「태성이 형, 마을 사람들 인심도 얻으면서 커피도 팔고, 재능도 기부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돈 욕심 없지 않습니까?」

안 그래도 좁은 바닥. 서로서로 잘 지내면 좋지, 라고 생각한 태성은 고개를 끄덕였고, 카페는 커피집 플러스 무료 변호사 사무실이 되었다.

점심시간.

폭행 시비가 붙었다가 태성 덕에 일이 잘 해결된 짜장면집 사장은 종종 점심시간마다 태성에게 공짜로 짜장면과 군만두를 선물로 주었다. 그래서 오늘도 태성은 카페 구석에 앉아 우걱우걱 짜장면을 먹었다.

“하, 오늘은 재미가 없네.”

태성은 꾸역꾸역 짜장면을 먹다가 젓가락을 던지듯이 짜장면 그릇에 놓았다.

‘법률 상담할 때는 은아가 옆에서 태성이 형 멋지십니다, 이렇게 추켜세워 줘야 일할 맛도 나는데.’

혼자가 아닌 셋이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태성은 결국, 일찍 가게 문을 닫았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태철과 은아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태철은 따뜻한 죽을 한술 퍼 은아의 입가에 대 주었고, 은아는 불퉁해져서는 입을 꾸욱 다물었다.

“아가야도 아니고 떠먹여 주는 거야? 우리 은아, 아가네?”

시무룩했던 태성의 얼굴이 폈다.

‘은아 얼굴 보니 좋네.’

태성은 은아 맞은편에 앉아, 은아의 얼굴을 구경했다.

‘많이 아픈가? 얼굴이 불퉁하네. 그런데 은아야, 왜 세모눈을 뜨고 나를 보니?’

“강은아, 화났어? 눈이 왜 세모가 됐어?”

“…….”

“은아야, 고집 그만 부리고 입 벌려라. 죽 먹어야지.”

열 때문에 눈이 풀려 있으면서 자기 화났다고 힘겹게 세모눈을 뜨는데, 태철의 눈에는 마냥 귀엽게 보였다. 그건, 태성도 마찬가지.

둘 다 은아를 보며 웃었고, 자신을 보며 실실 쪼개는 태철과 태성의 반응에 은아의 머리에 열이 올랐다. 결국.

“고추 아프다고!”

춉! 은아가 태철의 뺨을 쳤다. 손바닥 전체로 때린 게 아니라, 손가락으로 볼을 가볍게 쳤다. 그래서 짝도 아닌 춉, 귀여운 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태철은 완전히 충격을 받아 버렸다. 아니, 우리 충성스러운 은아가 내 뺨을 때렸다고? 꿈인가? 믿기지 않아 눈을 끔벅끔벅 뜬 태철이 은아를 보았다. 믿기지 않은 건 태성도 마찬가지였다. 둘 다 어리벙벙하게 은아를 보는데, 은아가 소리쳤다.

“모!”

흥분해서 발음이 다 엉겼다. 뭐도 아닌 모다. 적반하장식으로 뻔뻔하게 대꾸하는 은아에 태성은 ‘섹스하는 것도 아닌데, 은아가 반말을?’ 하고 놀라다가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어머? 얘네 싸우네?’

푼수처럼 웃음이 실실 삐져나왔다. 태성은 입꼬리 단속을 해야 했다.

“너… 크흡…. 너희… 푸흡… 너희 싸우니?”

태성은 입을 가리고 있지만, 눈은 웃고 있었다. 태철의 눈이 서늘해졌다.

“닥쳐라.”

“내가! 싫다고! 아프다고! 하지 말라고 했잖아!”

은아가 소리쳤다. 사실, 어제 은아는 무서웠다. 버겁다고 하면 바로 그만두고 제 안위를 먼저 살피던 태철이 거칠게 몰아세웠다. 그런 섹스는 몇 번 있었지만, 어제처럼 힘들지 않았고, 은아도 즐겼었다.

그러나 망가진다는 생각이 든 것은 처음이었다. 흉물스러운 요도 플러그를 좆에 꽂고, 입은 태철의 좆, 구멍은 태성의 좆을 동시에 받았다. 어떻게 섹스가 끝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리고 오늘, 소변을 볼 때마다 성기가 따끔거리고 몸에는 힘이 들지 않았다. 몸이 아프니 신경질이 올라왔고, 무엇보다 기분이 나빴다. 좆이 망가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겁도 먹었다.

다시 섹스 못 하면 어떡해. 멍청한 은아의 예민함이 머리끝까지 차올랐고, 형님 아닌, 부부가 된 태철에게 자연스럽게 신경질을 부렸다.

그런데 태철과 태성은 은아의 마음도 모르고 실실 쪼갰다.

“너, 싫다고 하면서 거칠게 하는 거 좋아하면…….”

“모!”

톡! 태철의 입이 다물어졌다. 은아가 태철의 머리를 손으로 쳤기 때문이다. 아직 이성이 남아 있는지, 세게 치지는 않았다. 퍽 소리가 아니라 톡 소리가 났으니까, 고양이 솜방망이도 이 정도로 약하지는 않을 거다.

“너, 형님한테…….”

태철은 아까보다 더 당황해서 어버버거렸고, 은아는 자랑스럽게 손가락에 낀 반지를 턱 내밀었다.

“우리 결혼했는데! 부분데!”

“부부? 아…….”

태철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반대로 태성의 입꼬리가 내려갔다.

싸우다가 왜 염병을 떨어? 계속 싸우란 말이야!

“그래. 예전처럼 형님, 아우도 아니고, 부분데. 화나면 때리고 반말도 하는 거지. 허허! 은아야, 때리고 싶으면 더 때려라.”

‘얼씨구?’

태성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야, 그럼, 이거 가정 폭력이야…. 작작 해, 이놈들아.”

태성이 뭐라 하든 태철은 은아를 향해 제 양 뺨을 번갈아 보여 줬고, 은아는 잘생겨 보이는 태철의 얼굴에 바보같이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다.

“강태철.”

은아는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응, 은아야.”

태철은 은아를 살폈다. 짐짓 예민한 얼굴을 했지만, 마음이 많이 풀린 게 눈에 보였다. 태철은 속으로 웃으며 은아를 향해 입술을 쭈욱 내밀었고, 은아는 마지못해 쪽, 입술을 부딪쳤다.

“에잇!”

얘네 또 염병이야. 태성은 신경질을 내며 제 방으로 들어갔다.

태성이 신경질을 내며 방 안으로 들어가든 말든, 은아와 태철은 또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졌다.

은아는 태철에게 답삭 안겨, 얇은 티 한 장으로 절대 가릴 수 없는 태철의 가슴 근육을 손으로 더듬었다. 엄지로 유두를 둥글게 굴리다가 얼굴을 내려 혀로 핥았다. 은아의 따뜻한 혀가 옷 한 장을 사이에 두고 태철의 가슴에 진득하게 달라붙었다.

태철은 혀로 입술을 축이며, 옷이 다 젖도록 쭉쭉 빠는 은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주로 불안하거나 아플 때 하는 행동이었다. 갓난쟁이일 때 어미 젖을 못 먹고 커서 그런가. 성적인 의도가 다분한 혀 놀림에도 태철은 안쓰러움이 앞섰다. 태철은 한술 더 떠, 윗옷을 벗고 맨 젖꼭지를 은아의 입에 물렸다.

“제대로 빨아 봐라.”

은아는 가슴에 얼굴을 처박고 젖꼭지를 혀로 할짝이다가 입술로 빨았다. 젖꼭지가 벌겋게 달아오를 때까지 빤 은아는 흥분으로 더워진 숨을 태철의 가슴을 향해 내뱉었다. 얼굴을 천천히 들어 올려 욕망이 그득한 눈으로 태철을 올려다보았다.

‘박아 주세요.’라고 말하는 듯한 눈. 태철은 난감했다. 당장이라도 좆을 박아 넣고 싶지만,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었다. 아직 몸이 뜨끈했다.

“고추 아프다며?”

태철이 은아의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작은 주제에 바짝 선 좆이 태철의 손에 잡혔다. 요도구를 손톱으로 살짝 긁자, 은아가 엉덩이에 힘을 주고 허리를 뒤로 휘었다.

“흐으… 아파…….”

“그런데 이렇게 세우냐? 쯧, 오줌 싸는 것도 아프다면서.”

“하아… 나 못 참아….”

“안다.”

쾌감에 약해 만지면 만지는 대로, 쑤시면 쑤시는 대로 픽픽 싸지르는 은아를 태철은 누구보다 더 잘 안다. 그런데 이 작은 구멍으로 정액이 나오면 은아는 아프다고 또 징징거리겠지. 태철은 은아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태철이, 너 때문에 섰어. 고추랑 구멍이 간질거려. 좋아지고 싶어. 그런데 싸고 싶지 않아.”

은아는 태철의 고간에 엉덩이를 대고 뭉근하게 허리를 돌렸다.

“하아… 흥, 흐으….”

은아의 입에서 거친 호흡이 뱉어졌다. 결국 태철은 난감한 기색을 지우고, 은아를 들어 안방으로 들어갔다. 은아를 조심히 침대 위에 눕힌 태철이 은아의 바지를 벗기며 말했다.

“약속해라.”

“뭘?”

“기분 좋게 해줄 테니까, 죽 먹어라. 약도 먹고. 알았냐?”

“어, 알았어. 해줘.”

은아는 휑한 다리를 활짝 벌렸고, 태철은 엄지로 요도구를 막았다.

“싸지 말고 가 봐라.”

“어떻게?”

“어제는 잘만 가더만.”

“못 싸면, 망가지는 거 아니야?”

순진한 눈으로 물어 오는 말에 태철의 가슴이 요동쳤다.

“망가진다는 말 좀 하지 마라. 진짜로 망가뜨리고 싶으니까.”

“진짜?”

은아는 태철의 왼뺨을 느리게 쓸었다.

“나, 망가뜨릴 거야?”

“아니. 평생 아프지 않게 지켜 주고, 보살펴 줄 거다.”

저절로 말이 툭 나왔다. 그만큼 진심이었다. 소유욕과 정복욕으로 엉망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불쑥불쑥 튀어나왔지만, 진짜로 망가진다면 태철은 가슴 아파 못 산다. 태철의 가학성이 깃든 욕망의 기본 바탕은 사랑이고, 바다보다 넓은 애정이었다.

“나는 너를 너무나 사랑한다, 멍청아. 못 싼다고 해서 망가지는 거 아니다. 그리고 너는 너무 많이 싼다.”

“그럼, 어제처럼 힘들게 하지 마.”

“안 한다. 절대.”

태철은 한 손에 다 가려지는 좆을 꾹 잡은 채로, 손가락 하나를 은아의 구멍에 넣었다. 흥분으로 잔뜩 풀어져 쑤욱 들어갔다. 벌렁거리며 태철의 손가락을 물었다 풀었다 반복하는 요망한 구멍을 보자, 음심이 잔뜩 묻은 좆이 꿈틀거렸다. 태철은 은아의 손을 잡아 제 바지 안에 집어넣고 좆을 잡게 했다.

“구멍에 못 쑤시니까, 흔들어라.”

“어.”

은아는 태철의 말대로 착실하게 좆을 흔들었다. 태철은 손가락을 두 개 더 집어넣고, 총 세 개의 손가락으로 은아의 전립선을 푹푹 찔렀다. 막힌 구멍 사이로 억지로 프리컴을 내보내는 바람에 요도 구멍을 막은 태철의 엄지가 미끌미끌했다. 태철은 혀를 차며 은아의 구멍을 빠르게 쑤셨다. 찌걱이는 소리가 야릇했다.

“흐읏, 하응, 하앗! 흐응, 으으응….”

찰박, 찰박. 물소리는 태철이 은아의 좆과 구멍을 희롱할수록 더 커 갔다.

“뒤로 싸는 거냐? 물소리가 커진다. 나는 우리 은아가 앞으로 말고, 뒤로만 쌌으면 좋겠는데.”

정신없이 쑤셔지던 은아가 태철의 말에 신음과 함께 웃음을 흘렀다.

“풋. 하읏, 그… 흐으… 그건, 태철이가 잘해야지.”

“그래, 맞다.”

구멍을 쑤시는 팔에 힘이 들어가고, 근육이 크게 화를 내며 꿈틀거렸다. 성난 근육의 힘을 그대로 맛본 은아는 허벅지를 달달 떨었고, 발가락도 오므렸다. 은아의 변화를 기민하게 눈치챈 태철은 강하게 손을 털었다. 이윽고, 은아가 허리를 위로 치켜든 채로 발발거렸다.

“으학. 학, 악, 흐악, 하아악!”

은아의 눈앞이 깜깜해졌다가 다시 밝아졌다. 은아는 모든 기력을 다 소진해 털썩 침대 위에 쓰러졌다. 다른 때보다 더 큰 쾌락이었다. 은아는 싸지도 않고 큰 절정을 맛보았다.

‘싸지 않고 가는 건 좋구나.’

은아는 숨을 헥헥거리며 멍한 얼굴로 생각했다.

태철은 은아의 좆을 잡은 손을 풀었다. 투명한 점액질이 속에 묻어났지만, 정액은 없었다. 오히려 앞보다 뒤를 쑤시던 손이 더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태철은 싸지도 않았는데, 발기가 풀려 쪼그라든 좆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이제는 뒤로만 싸라. 알았냐?”

“하아, 하아, 으응…….”

태철은 땀에 젖은 은아의 머리칼을 정리하며, 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탈력감에 손 하나 까딱할 기운도 없으면서, 은아는 미약한 손길로 태철의 좆을 흔들고 있었다.

“골 때리는 놈. 안 흔들어도 된다.”

“태철이도 질질 싸면서.”

은아는 천천히 손을 빼내 쿠퍼액으로 범벅인 제 손을 태철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이거는 질질 싼 게 아니지. 진짜 싸는 거 보여 줄게.”

태철은 은아를 침대 헤드에 기대게 하고 바지를 벗었다. 붉고 큰 좆이 위용을 자랑했다. 은아는 무심결에 침을 삼켰다. 그러나 좆을 세우지는 않았다. 어제 두 대물에게 혹사를 당했고, 오늘은 신경질을 부린다고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좆을 세울 기운이 없었다. 그에 반해, 태철도 덩달아 굶었지만 쌩쌩했다.

태철은 무릎을 꿇고, 은아 바로 앞에서 좆을 흔들었다. 은아는 나른한 눈으로 태철의 수음을 눈으로 좇았다.

험악하지만 잘생긴 태철. 목을 긁는 낮은 신음을 흘리는 태철. 손, 팔의 핏줄이 멋진 태철. 좆이 존나 큰 강태철. 이 모든 태철은 은아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크흑… 하아….”

태철은 사정감이 몰려오자, 은아에게 다가갔고, 은아는 자연스럽게 좆 가까이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태철은 은아의 얼굴에 사정했다. 태철은 자신이 싼 정액을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은아의 얼굴 전체에 정액을 발랐다. 은아의 속눈썹까지 정액이 달라붙었다. 태철은 웃었다.

“예쁘네.”

“…….”

“예쁘다, 강은아.”

“태철아.”

은아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강태철. 강태철.”

은아는 계속해서 태철의 이름을 읊조렸다.

“이제는 형님보다 태철이가 편한가보다?”

“결혼했으니까.”

“그럼, 여보라고 해야지. 색시야.”

“여보… 색시 좋아….”

“그래. 색시야.”

“여보. 태성이가 오버하면, 태철이가 중간에서 막아 줘야지.”

“푸흡…….”

“맞아, 아니야?”

“맞다. 태철이가 잘못했다.”

“그래. 태철이가 잘못했지….”

칭얼칭얼. 반말에 자기가 원하는 걸 말하는 모습. 충성심 따위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간 태철은 은아의 강한 충성심 때문에 부부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았다. 색시라고 은아를 부르고 싶었지만, 극존대를 쓰는 은아를 보면 그 말이 쏙 들어갔다. 그런데 오늘은 형님, 아우가 아닌, 진짜 부부 같다.

“색시야.”

태철은 한 번 더 은아를 불렀다.

“응.”

성적인 흥분으로 반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은아는 작년부터, 태철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충성을 버리고 부부의 정을 채우고 있었다. 그게 몸이 아픈 오늘에서야 완전히 툭 튀어나왔을 뿐이다.

은아는 가물가물 넘어가는 눈으로 태철을 바라보다가 결국 잠에 못 이겨 두 눈을 감았고, 제 정액을 달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은아 덕에 태철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느꼈다.

다음 날, 기력을 회복한 은아는 눈을 뜨자마자 요도 플러그를 불태워 버리겠다고 태성의 방문을 두드렸고, 태성은 여우 꼬리까지 태워질까 봐 순순히 요도 플러그를 건넸다.

“은아야, 지금은 꼴 보기 싫을지 몰라도, 나중에 생각날지도 모른다? 일단 놔두면 다 쓰게 되어 있어.”

“절대, 안 씁니다. 태철아, 이거, 태울 거야.”

은아는 세모눈을 뜨며 말했다.

“은아야, 철은 잘 안 녹는다. 분리수거 해야 한다.”

“그럼, 여보가 잘 버려 줘.”

“그래.”

태철 덕에 다행히 요도 플러그의 화형식은 막을 수 있었지만, 요도 플레이는 이렇게 영영 그들을 떠났다. 대신 태성은 어린이날의 즐거움을 가슴속에 남기고, 다가올 어버이날을 기대했다.

‘내일이 어버이날인데, 은아 섹스 안 할 거 같은데? 아, 어떻게 꼬드기지? 어린이날 복수하자고 하기에는 쟤네 너무 깨가 쏟아지는데….’

태성은 식탁 의자에 앉아, 은아와 태철을 관찰했다. 태철은 아침 식사를 준비했고, 은아는 태철의 옆에 붙어 치댔다. 태성의 눈에 많이 바뀐 그들의 분위기가 바로 보였다. 야릇한 형님과 아우 같았는데, 오늘은 진짜 부부 같았다.

은아는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가며 태철에게 애교를 부렸고, 태철은 더 느끼해졌다. 무엇보다, 서로 ‘여보, 색시’라고 부르며 꼬순내를 풀풀 풍겼다.

“여보, 태철아.”

“응. 우리 색시.”

은아는 태철의 등에 딱 붙어, 머리를 비비며 앵겼다. 태철은 그런 은아에게 비키라고 말하지 않고, 어기적어기적 걸으며 식탁 위에 밥과 국을 올렸다.

“은아야, 밥 먹어야지.”

“응.”

‘은아, 이제 아예 반말이네.’

“은아야, 좆은 이제 괜찮냐?”

태성이 밑반찬을 주워 먹으며 아니꼽게 말했다.

“네, 괜찮습니다.”

‘나한테는 존댓말을 하시고.’

“그래, 오늘은 장사할 거지?”

“이왕 쉬는 거, 어버이날까지 쉬기로 했다.”

태철이 콩나물국을 떠먹으며 말했다.

“아, 그래?”

태성은 머리를 굴렸다. 콩나물국을 후루룩 마신 후, 말문을 열었다.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너는 곰곰이 생각하지 마라. 무슨 요상한 짓거리를 하려고 서론을 떼냐?”

태철이 태성의 개수작을 막으려 했지만, 태성은 꿋꿋했다.

“그게 아니라. 내가 너희 관계의 변화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개소리.”

“봐, 잘 들어 봐. 너, 작년에 은아 구멍에 좆 반도 못 넣었었지?”

“…그건 아파하니까…….”

“봐아! 내 덕에 좆 다 넣었지? 나 아니었으면, 지금까지 좆 다 못 넣었을걸.”

‘태성이 형 아침부터 개소리를 하시네.’라고 생각하며 태성의 말을 한 귀로 흘리던 은아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리고 태철을 바라보았다.

“틀린 말은 아닌 거 같지?”

“…….”

작년의 태철은 은아에게 뒤를 대 줄 만큼 섹스 욕심이나 정복욕이 없었다. 하해와 같은 사랑만 있었다. 그런 태철의 색욕을 완전히 일깨워 준 건 인정하기 싫지만, 태성이었다.

“그리고 너네 사귀게 된 것도 내 덕이지. 내가 강태철, 너 감방에 안 처넣었으면, 너희 사귈 수 있었을 거 같아? 좆질도 삽질하는데, 사귀는 것도 삽질했겠지.”

“…….”

태철은 대꾸 없이 묵묵히 태성의 말을 들었다. 태성의 개소리를 계속 듣다 보면, 꽤 그럴듯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런데 지금 소리는 사실이라, 개소리라고 치부하기도 힘들었다.

“거봐! 내 말 하나도 틀린 거 없지?”

동의하는 듯한 태철의 반응에 태성은 의기양양해져서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너희 사랑과 섹스의 큐피드 같은 존재야.”

“네? 큐피드요? 형이요?”

은아는 머리를 흔들었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다. 진짜 큐피드 같기도 하고…. 태성의 개소리에 완전, 적응했다.

‘홀려라, 홀려라. 내 개소리에 빠져라.’

태성은 생각했다. 자신의 말에 긴가민가하며 정신없어하는 은아와 태철을 향해 야릇하게 웃었다.

“그리고 너희 지금 분위기가 어떤지 알아? 여보, 색시라고 부르면서 난리잖아? 갑자기 하루아침에 왜 호칭이 바뀌었을까?”

“…….”

“나는 이렇게 생각해. 다 나의 요도 플러그 덕분이다. 나의 이 개수작에 너희의 관계가 레벨 업 되었다. 아니야?”

태성은 마지막 한 방을 날렸다. 태철과 은아는 ‘맞는 거 같다.’라고 동시에 생각했다.

사실, 태성은 은아와 태철의 사이가 무르익는 것이 별로 달갑지 않았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개수작을 부릴 때마다 돈독해지는 둘의 관계에 수작질을 멈춰야 하나 고민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곁에 붙어 있으려면, 자신의 위치와 상황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인정해야 한다. 둘이 천년의 사랑을 하든지 말든지, 자신은 은아의 곁에서 같이 밥 먹고 얘기하고 섹스라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인생은 심플하게 살아야 해. 안 되는 건 바로 포기하고. 그게 정신 건강에 좋다고!’

역시, 태성은 남들과는 다른 정신세계를 가졌다.

“그래서 말인데.”

태성은 이제야 장황한 서론을 끝으로 본론을 말했다.

“그런 의미로 내일 어버이날인데. 은아야, 선물 안 줄래?”

“선물…….”

큐피드 얘기를 하다가 왜 갑자기 어버이날을 들먹이는지. 태철과 은아는 하나도 알 수 없었지만, 일단 태성의 말을 들었다.

“은아야, 나는 네 어머니 같은 태성이 형이야.”

이름은 하난데 호칭은 여러 가지다. 큐피드, 딜도, 엄마, 친한 형.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은아는 멍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머니 같은 태성이 형, 가지고 싶으신 선물이 뭡니까?”

“그게…….”

“뭐, 가슴팍에 카네이션이라도 달아 줘?”

겨우 이성을 차린 태철이 태성의 말을 막았다.

“아하! 우리 태철이도 선물이 받고 싶구나~!”

‘강태철, 잘 걸렸다.’

태성이 씨익 웃었다.

“은아야, 태철이 선물을 줘야 하지 않겠어? 강태철은 네 아버지 같은 존잰데?”

“태철이는 이제 제 아버지 아닙니다. 여보입니다.”

은아가 단호하게 말하며, 손가락에 낀 반지를 보여 주었다.

“태성이 형 말대로 우리 관계가 레벨 업 되었습니다. 우리는 진짜 부부입니다.”

‘아, 이게 아닌데?’

태성은 순간 당황에 머리가 정지되었다.

“개수작 그만 부리고, 닥치고 밥이나 먹어라.”

“…….”

“색시야, 많이 먹어라. 점심 뭐 해줄까? 말만 해라.”

“버섯 전골 먹고 싶어.”

은아와 태철은 다시 그들만의 세계에 빠졌고, 태성은 망연자실했다. 내가 입 아프게 그렇게 떠들어 댔는데, 하나도 안 먹혔어!

‘아, 어쩌지? 아… 아하!’

태성은 남은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 먹으며 눈을 굴렸다. 그러다 번쩍 떠오른 생각에 은아와 태철 모르게 씨익 웃었다. 그날이 있었지? 세 달 정도 남았지만, 어쩔 수 없다. 존나게 버티자! 못 먹어도 고다! 아니, 먹어야지! 먹기 위해 고다!

태성은 의지의 한국인이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은아 멸치국숫집과 카페 은아 문 앞에 “오늘, 내일 쉽니다!”라고 적힌 종이가 붙여졌다.

세 남자는 장을 보러 나왔다. 때마침 오일장이 열렸다. 은아는 한 손에 핫도그, 한 손에는 태철의 손을 잡고 다니며 장을 구경했다. 태성은 장 본 것들을 담은 쇼핑 카트를 끌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은아는 태철과 조잘조잘 이야기하느라 바빴다. 태성의 존재는 완전히 잊혔다. 내가 짐꾼도 아니고. 태성은 투덜거리며 앞서가는 은아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은아야, 나도 핫도그.”

태성은 입을 벌렸다. 은아는 뒤돌아 자신이 먹던 핫도그를 태성의 입에 물려 주었다. 태성은 핫도그를 한입 크게 베어 물고, 다시 그들의 뒤를 따랐다.

자신들의 세계에 푹 빠져 사는 은아와 태철. 그리고 이렇게 간간이 너희 뒤에 내가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태성. 셋은 나란히 걸어가지는 않지만, 같은 공간에서 있는 서로가 익숙했다.

자신들이 먹을 것과 고양이 사료까지 야무지게 산 세 남자는 천천히 걸어 집으로 향했다. 은아와 태성은 따사로운 봄의 햇살을 받으며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끽했지만, 태철의 신경은 갈수록 예민해졌다.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 결국 태철은 참지 못하고 은아에게 물었다.

“아가, 이상한 거 못 느끼겠냐?”

“네? 뭘?”

뒤에서 조잘거리는 태성의 수작을 받아 주고 있던 은아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몰라?”

“뭐 이상해?”

은아는 인상을 쓰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이상한 구석을 발견하지 못했다.

“왜? 왜?”

여태껏 뒤에 서 있던 태성이 은아의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 태철은 순진한 얼굴을 한 은아를 빤히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날이 더워져서 내가 예민해졌나 보다.”

“여보, 태철아, 괜찮아? 날이 덥지? 5월인데, 벌써 해가 뜨거운 걸 보니 여름이 빨리 오려는 모양이야.”

“풉, 그래.”

맹한 은아의 반응에 태철은 피식 웃어 버리고, “그래, 날이 너무 덥다.” 쉽게 동조했다.

‘우리 애, 이제 완전 일반인 다 됐네.’

태철은 은아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아 주며 생각했다. 태철은 집 밖으로 나온 후부터 시장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지금까지 감시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찰칵, 찰칵,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도 들었다.

태철은 누군가 자신들을 미행하는 것을 알아차렸고, 은아도 같은 것을 느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은아는 하나도 몰랐다. 뒤에서 쇼핑 카트를 질질 끌며 무겁다고 투덜대는 태성처럼.

은아는 많이 변했다. 자신에게 하는 것 외에 일상에서도 많이 둔해졌다. 타인의 시선을 제일 먼저 눈치채고 모든 것을 경계하던 사람이 은아였다. 조폭 일 할 때는 경비견 같은 기질이 강했었다. 태철보다 먼저 위험을 감지해 태철을 지켰었다.

그런데 그런 은아가 이제는 위협이 되는 인물인지도 모르는 인물의 감시를 받으면서도 아무런 낌새를 감지하지 못했다. 태철은 그런 변화가 좋았다. 지금의 은아는 딱, 그 또래의 청년 같았다. 위험은 자신의 선에서 가볍게 저지할 수 있다.

태철은 곁눈질로 자신들의 근처에서 서행하는 차를 곁눈질했다. 오전에는 조심성이 묻어나던 미행이 이제는 점점 과감해졌다. 이렇게 대놓고 관찰해도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한 듯했다.

‘자존심 상하게 누굴 바보로 아나.’

어느새 대문 앞에 도착했고, 태철은 은아를 대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은아야, 먼저 집에 들어가라.”

“왜?”

“쓰레기봉투 안 샀다. 금방 사서 올게.”

“같이 가.”

“더워서 땀 뻘뻘 흘리면서. 먼저 올라가서 씻고 있어라. 최태성, 너는 장 본 거 정리하고.”

태철은 은아와 태성이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자신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던 차 문을 기습적으로 열었다. 너무나 쉽게 열리는 문에 태철은 도리에 당황했다가, 어이가 없었다. 미행하면서 문도 안 잠그고.

“뭐, 뭐야!”

운전석에 앉은 미행자가 소리쳤다. 태철은 아랑곳하지 않고, 조수석에 올려놓은 카메라를 잡았다. 그리고 차 안으로 들어가 차 문을 닫았다. 미행자는 심상치 않은 태철의 모습에 도망가려 문고리를 잡았다. 그러나 태철이 더 빨랐다. 태철은 한 손으로 남자의 목을 움켜잡고, 차창으로 쾅 소리가 나게 밀었다.

“너, 뭐냐?”

태철이 이를 악물고 말하며 사나운 기운을 뿜어냈다. 태철의 기세에 미행자는 바들바들 떨며 컥컥거렸다. 졸린 목 때문에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미행자는 태철의 손을 양손으로 부여잡으며 말했다.

“커헙! 크흑…. 이… 이거 좀 놔…. 갑자기… 왜.”

“갑자기? 내가 병신으로 보이냐. 내 뒷조사 제대로 안 했어? 감히 이렇게 허술하게 미행을 해!”

남자의 목을 더 꽉 잡은 태철이 카메라를 확인했다. 카메라 안에는 온통 태성, 은아, 태철의 사진뿐이었다.

“누구 미행하는 거냐?”

“크흑… 큽… 흐으….”

“묻는 말에만 대답해. 죽고 싶지 않으면. 누구 사주야?”

태철은 더욱더 손에 힘을 주었다. 남자의 얼굴이 터질 듯 붉어지다가, 그것을 넘어서 보랏빛으로 변했다. 남자는 이러다 정말로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쉰 목소리로 다급하게 소리쳤다.

“크흡… 마… 말할게! 말할게! 이… 크흐… 손 좀….”

태철은 눈이 뒤로 넘어가는 남자를 빤히 보다가 손을 풀었다. 남자는 자유로워진 목을 부여잡고 크게 기침을 해댔다.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급하게 숨을 마시며 힘겹게 호흡했다. 태철은 남자를 짜증 섞인 눈으로 응시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빨리 말해. 누가 시켰어.”

“그… 하아… 그게… 최… 최태성! 크흑… 콜록콜록!”

인내심이 다 한 태철이 다시 손을 들자, 남자는 급하게 태성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다시 미친 듯이 기침을 해댔다.

“뭐? 최태성? 제대로 얘기 안 해!”

“하아… 그… 그게!”

목숨의 위협을 느낀 남자는 바로 사주자를 말했고, 태철의 표정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태철은 미행자로부터 모든 사실을 다 들었다. 그리고 사주자에게 미행을 들키지 않았다고 보고하라고 미행자를 협박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집으로 들어갔다.

샤워를 다 끝내도록 오지 않는 태철을 기다리던 은아는 현관문이 열리자, 바로 문 앞으로 뛰쳐나갔다.

“왜 이렇게 늦었어?”

삼십 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은아의 얼굴에 걱정이 그득 묻었다. 태철은 그런 은아가 사랑스러워 뺨을 매만졌다.

“쓰레기봉투가 근처 슈퍼에 안 팔아서 먼 곳까지 갔다 왔다.”

태철은 손에 든 봉투를 들어 보여 줬다.

“응.”

은아는 별말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태철은 덜 마른 은아의 머리칼을 손으로 훑었다.

“머리, 덜 말랐네. 방으로 들어가자. 머리 말려 줄게.”

“응.”

휘이잉. 태철은 침대 위에 은아를 앉히고, 드라이기로 은아의 머리칼을 말렸다. 따뜻한 바람과 다정한 손길에 은아는 몰려오는 졸음에 고개를 꾸벅였다. 태철은 은아의 옆얼굴을 살폈다.

“자지 마라. 밥 먹어야지.”

“으응… 바람이랑 손이 좋아.”

“네 머리카락이 비단처럼 부드럽다. 좋다.”

“으응. 태철아, 아무 일 없지?”

“왜?”

“아까 표정이 마음에 걸려.”

‘영 감이 사라지지는 않았나 보네.’

태철은 은아 몰래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진짜 더워서 그랬다. 여름이 빨리 오려는 모양이다.”

“응. 그럼, 우리 복숭아 맛없어져?”

“글쎄. 하늘에 맡겨야지.”

“복숭아 맛있어졌으면 좋겠어. 우리 첫 복숭아잖아. 벌써 탁구공만 한 열매가 달렸어.”

“맛있을 거다. 우리가 열심히 키우고 있으니까.”

“응.”

태철은 식탁 위, 가스버너 위에 보글보글 끓는 전골냄비를 올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은아와 태성은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것을 반짝이는 눈으로 보았다. 벌써 오후 세 시다. 식사가 늦었다. 허기가 지니, 더 군침이 돌았다.

오늘의 메뉴는 은아가 좋아하는 소고기 버섯 전골이다. 넓적한 전골냄비에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새송이버섯, 팽이버섯, 청경채, 알배추, 양파, 파와 조물조물 양념한 소고기를 넣고, 육수를 부어 끓였다.

태철은 은아의 앞접시에 버섯과 소고기를 덜어 주었다.

“은아야, 간장소스에 찍어서 먹어 봐라.”

“응!”

은아는 태철의 말대로 버섯과 소고기를 한데 집어 소스에 찍어 입에 넣었다. 맛있어서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맛있어!”

“그러냐. 천천히 먹어라.”

태철은 뿌듯하게 웃으며 자신의 앞접시에 버섯을 덜어 먹었다. 그리고 태성. 아무도 잘 먹으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혼자 소스에 찍어 야무지게 먹었다. 알배추가 달아 더 맛있었다.

“크으…….”

감탄사를 내뱉은 태성은 절로 술 생각을 했다. 버섯 전골에 소주가 빠질 수 있나. 태성은 잔 세 개를 챙기고,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냈다.

“다들 한 잔씩 해.”

태성은 소주잔에 소주를 따르고 태철과 은아에게 건넸다. 각자 잔을 받아 들고 잔을 부딪쳤다.

짠. 술이 들어간다. 쭉, 쭉쭉쭉쭉.

시원한 술과 맛있는 전골이 꿀떡꿀떡 목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전골의 내용물을 다 집어 먹고도 아쉬워, 칼국수 면을 넣고 끓여 먹었다. 그렇게 소주와 함께 신나게 먹고 나니 이미 해는 졌고, 술병이 식탁 위에 널브러졌다.

“이번에 여름 휴가 갈 거냐?”

풀린 눈을 한 태성이 어눌한 말투로 물었다.

“글쎄. 은아야, 이번에 여름 휴가 갈까? 어디 가고 싶은 데 있냐?”

태철이 제 품에 안겨 있는 은아의 머리칼을 정리해 주며 물었다. 술에 취한 은아는 자신의 자리에 있지 않고, 어느새 태철의 무릎에 앉아 있었다.

“여보오…….”

은아는 태철의 가슴팍에 머리를 비비적대며 말끝을 흐렸다. 태철은 은아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낮게 속삭였다.

“그동안 일만 한다고 제대로 해외여행 한 적 없잖냐. 해외로 가자. 동남아? 유럽?”

“은아, 거기 좋아했는데.”

둘의 대화에 태성이 끼어들었다. 태철이 고개를 들어 태성을 보았다. 태성은 먼 과거를 회상하느라 아득한 눈을 했다.

“어디?”

“거기. 이탈리아 밑에 있는데. 어디더라…. 아. 몰타.”

태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태철이 감방에 있는 동안, 은아와 태성은 여러 나라에 여행을 갔었다. 은아가 태철에게 어디어디를 갔다고 편지를 썼기 때문에 태철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태철과 은아는 일 때문에 중국이나 태국, 스위스에 간 적은 있지만, 딱 일만 하고 바로 한국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둘이 여행을 한 적이 없다. 물론 국내 여행도 마찬가지다. 이제야 평범한 듯 살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태철과 은아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었다.

은아는 태철과 평범한 삶을 살기 전, 태성과 먼저 평범한 일상을 공유했다. 처음으로 누리는 평범한 일상. 같이 여러 자격증을 따고, 여행을 다니고, 번화가에 놀러 다녔다.

태성이 은아에게 개새끼 짓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은아에게 여러 평범한 경험을 안겨 준 사람이다. 그런 경험과 기억들 덕에 태성이 은아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은아, 에곤 실레 좋아한다, 몰랐지? 오스트리아에서…….”

태성은 부글부글 속이 끓는 태철을 보지 못하고, 계속해서 은아와 어디를 갔고 어떤 여행지를 좋아했는지 말했다.

태철은 출소하자마자 해외에 다녀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자신이 모르는 은아와 태성의 추억이 생각 외로 깊고 많았다. 태철은 뒤늦게 질투심이 올라왔다. 태철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만취해 사리 분별을 못 하는 태성은 태철의 살벌한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은아가 몰타 또 가고 싶다고 했었다. 중세 유럽 같다고 좋아했어.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되는 8월에 가자. 어때? 비행기 표는 내가 끊을게.”

“최태성.”

태철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

“은아 잔다. 너도 자라.”

태철은 은아를 안고 벌떡 일어났다. 태성은 갑자기 냉랭한 바람이 부는 태철을 어리벙벙한 얼굴로 보다가 입을 열었다.

“뭐야? 질투해? 강태철, 네가? 왜?”

“…….”

“은아는 너밖에 없잖아. 나 아직도 은아한테 칼빵 맞은 데가 욱신거려. 그런데 무슨 질투를 해.”

“…….”

“야, 나 미워하지 마. 사실…….”

“…….”

“사실, 나는 너희 좋다. 그래서 이제는 별로, 너희 사이에 고춧가루 뿌리고 싶은 마음 없어. 그냥, 이대로. 이대로 있는 것도 좋아. 가끔 같이 섹스도 하고. 작년에는 이렇게 사는 게 한심하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지금은 그동안, 왜 아등바등 살았나 싶다. 너희랑 이렇게 같이 사는 것도 참 행복한데.”

태성은 평상시라면 절대 꺼내 놓지 않을 속마음을 드러냈다.

“나 너무 미워하지 마라. 나는 너희 진짜 좋아하니까.”

“…최태성.”

“어.”

“은아와 나는 너, 안 싫어한다. 네가 무슨 짓을 해도 가족처럼 계속 봐주고 있지 않냐.”

“…….”

“은아는 너를 어머니라고 여기고 있고, 나는 너를 내 친형제처럼 아꼈다. 너는 은아보다 먼저 내 가족이었다. 잊지 마라.”

태철은 안방으로 들어갔고, 태성은 남은 소주를 입에 털어 마셨다. 그리고 피식,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오늘은 즐거운 어버이날, 그러나 개수작을 부릴 수 없는 태성에게는 슬픈 날이다. 태성은 서랍 안에 짱박아 놓은 태철의 선물을 아련하게 보다가 밖으로 나왔다. 북엇국 냄새가 태성의 코를 때렸다. 은아와 태철은 아침 먹으라고 태성을 부를 참이었다.

“오셨습니까? 술 많이 드셨는데, 숙취 괜찮습니까?”

“어, 괜찮아.”

“이제 깼냐? 빨리 와서 앉아라.”

“어.”

태성은 자연스럽게 태철, 은아와 같이 식탁 의자에 착석해 한술 떴다.

“으허… 좋다.”

속이 풀리는 느낌이다. 태성은 국에 밥을 말아 먹었고, 태철은 태성을 향해 말했다.

“오늘 점심은 외식이다. 간장게장 먹으러 갈 거다.”

“웬 게장?”

“동네 사람이 개업했다고 해서. 팔아 주러 가자. 싫으면 너는 빠지고.”

“싫어! 갈 거야, 나도!”

“알았다. 그나저나 최태성, 오늘 어버이날인데. 부모님 뵈러 안 가냐?”

태철이 태성을 떠보았다. 은아도 태성의 눈치를 살폈다.

“뭐, 누가 달가워한다고.”

“사랑받는 막내라며?”

“내가 어머니 혼외자인 거 알고는 다들 경계하기 시작했지. 아버지는 나 싫어하시고, 어머니는 나쁜 사람이고.”

태성은 가족이 쉬쉬하고 있는 비밀을 아무렇지 않게 떠들었다. 태철과 은아는 할 말을 잃고 태성을 보았다.

“…….”

“반응이 왜 그래? 알고 있었잖아? 유전자 검사 해봤냐고 물어볼 때는 언제고? 그런데 나, 은아에게만 말한 비밀인데, 강태철 어떻게 알았냐?”

“은아가 말한 거 아니다. 내가 원래 정보가 빠르다.”

“그래, 어련하시겠어.”

“그래도 어머니는 만나러 가라.”

“싫어. 낙선하고 난 이후로는 나한테 아예 관심 끊었던데? 쓸모없다고 여기신 모양이야. 내가 그렇게 가족으로 인정받으려고 애썼는데. 다 필요 없네.”

“아닐 거다. 그래도 가족 아니냐. 만나 뵈러 가라. 너 기다릴지도 모른다.”

“싫어. 버렸다가 다시 줍고. 진짜 가족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

태성은 고개를 아래로 처박고 북엇국을 우걱우걱 먹었고, 태철은 말하지 못했다.

점심, 출출해질 즈음에 세 남자는 집을 나와 새로 오픈한 게장 집을 찾았다. 태성은 슬리퍼를 직직 끌며 태철과 은아의 뒤를 쫓았다. 그러다 슬리퍼 끈이 뚝 떨어졌다.

“에이, 이게 뭐야…. 야!”

태성이 앞서가는 태철을 불렀다. 태철과 은아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태성을 돌아보았다.

“뭐냐?”

“나, 슬리퍼 좆 됐다.”

태성은 너덜거리는 슬리퍼를 발가락으로 가리켰다.

“하아… 최태성 가지가지 하네.”

태철은 인상을 팍 썼고, 은아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태성이 형은 여기 계십시오. 여보랑 저만 게장 먹고 오겠습니다.”

“우리 강은아, 장난하니? 강태철, 저 근처에 신발 가게 있네. 슬리퍼 하나 사 와.”

“하아…….”

“태철아, 같이 가자.”

“됐다. 금방 갔다 올게. 기다려라.”

“응.”

태철은 태성을 노려보며 신발 가게로 향했고, 은아는 슬리퍼 살펴보며 태성과 조잘거렸다.

“태성이 형은 참, 버라이어티하십니다.”

“내가 뭐? 아, 운동화 신고 오는 건데.”

태성은 제 슬리퍼를 보며 빙글빙글 웃는 은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은아야, 그거 아니? 이렇게 화창한 날에 우리 둘만 있네?”

“풉… 태성이 형.”

이 형, 또 시작이네. 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리고 보이는 광경에 눈이 날카로워졌다.

공이 통통 튀며 도롯가로 떨어졌고, 한 아이가 그 공을 잡으려 도로로 뛰어갔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차 한 대. 근처에 아이를 구할 어른은 없었다. 은아밖에.

“아가!”

은아의 몸이 태성이 말릴 새도 없이 앞으로 튀어갔다. 은아는 빠르게 달려 아이를 잡았다. 태성도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뛰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끈 떨어진 슬리퍼 덕에 발이 꼬여 앞으로 꼬꾸라졌다.

쿠당!

태성은 코앞에 다가온 차에 도망가지 못하고 아이를 안은 채 굳어 있는 은아를 향해 팔을 뻗으며 소리쳤다.

“은아야!!!”

엎어져서 은아를 애처롭게 부르는 태성, 너무 빨리 달려오는 차 때문에 피하지 못하고 아이를 품에 안고만 있는 은아.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을 보고 은아에게 달려가는 태철.

‘저 병신. 저거 진짜 딜도 됐네?’

쓰러진 태성에게 슬리퍼를 던지며, 태철은 생각했다.

퍽. 그런 태성의 머리에 슬리퍼가 떨어졌다. 태성은 슬리퍼를 흘깃 보다가 소리쳤다.

“은아야!! 살아!”

태철은 차가 은아를 덮치기 전, 아슬하게 은아를 품에 가득 안았다. 차는 그제야 급정거를 했다.

끼익! 차가 멈추는 소리와 쿵! 차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한적한 마을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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