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절정의 삼각관계
시간은 흐르고 흘러, 여름은 절정을 맞이했다. 은아의 구멍이 원상태로 돌아왔고, 다시 두 대물을 받아들이려 벌렁거렸다.
가게 문을 닫은 휴일.
세 동거인은 아침에는 어제 먹다 남은 된장찌개를 먹었고, 점심에는 냉묵밥을 먹었다.
그릇에 적당하게 자른 묵, 볶은 김치, 상추, 깻잎, 김, 달래 장을 넣고 말린 북어 머리로 낸 시원한 육수를 부은 다음, 얼음을 동동 띄우면, 시원하게 호로록 먹을 수 있는 냉묵밥 완성이었다.
태철 혼자서 주방에서 뚝딱 만들어내는 음식의 결과물이 너무 좋았다. 태성은 결국 태철의 음식 솜씨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에게 뿌듯한 얼굴로 “맛있죠? 형님 솜씨가 기가 막힙니다.” 하고 조잘대는 은아를 보면 괜스레 속이 쓰리고 비위가 상했다.
자신은 그렇게 해줄 수 없다. 타고나기를 손 솜씨가 없게 태어났고, 남을 위하든 자신을 위하든 오랜 시간 부엌에 붙어 정성껏 음식을 만드는 자체가 적성에 맞지 않았다. 태성은 한집에 같이 살면서 태철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었고, 부족한 면을 계속해서 발견했다.
태성은 음흉한 사람이라 다정은 흉내 내도, 태철처럼 가슴 깊이 우러나오는 다정을 표하지는 못했다. 태성은 답지 않게 여유를 잃고, 날카로워져 갔다.
저녁은 텃밭에서 기른 채소들과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기로 했다. 태철은 흰 원피스를 입은 은아를 붙잡아 선크림을 발라 주었다. 은아는 처음에만 부담스러워했지, 이제는 편하다고 잘도 치마를 입고 다녔다.
“쌈 채소들만 간단하게 딸 거라며.”
태성이 툴툴거려도 태철은 꿋꿋하게 은아의 머리에 밀짚모자를 씌워 주고, 잠깐 사이에 벌레에 물릴까 벌레 기피제까지 뿌려 주었다. 유난은.
태성은 입술을 삐죽이며 태철과 은아를 따라 집 뒤편, 텃밭으로 향했다. 감자, 대파, 상추, 고추, 가지, 토마토 등등 텃밭에 야무지게 여러 가지를 심어 놓았다.
“뭘 많이 심어 놨네. 텃밭이 작은 줄 알았더니, 꽤 크네.”
태성은 텃밭을 돌아다니며 여름 해를 받아 탐스럽게 자란 작물들을 보았다.
“저희 먹을 거 간단하게 심었습니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복숭아, 자두, 매실나무도 심기로 했습니다.”
“농부가 꿈이야?”
“형님께서 자식 대신에 나무를 키워 보자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복숭아랑 자두 좋아합니다. 형님은 매실주 좋아하시고요!”
“완전 부부네, 부부야.”
“저희, 이 마을에서 부부로 통합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내가 정말로 알았겠니?”
태성은 떨떠름한 얼굴로 은아를 보았고, 은아는 뻘쭘해져 입술을 삐죽였다. 태철은 바구니를 들고 상추와 고추, 깻잎, 이것저것을 땄다. 태성은 고추가 있는 곳으로 가, 하나를 뚝 땄다. 장난기가 발동한 태성은 은아의 옷을 들추고, 자신이 딴 고추와 은아의 좆을 비교했다.
“우리 강은아, 고추보다 좆이 작네? 이거를 고추라고 부르면 안 되겠네. 뭐라고 부르지?”
은아는 눈알을 사방으로 돌리고 긴장했다. 텃밭 근처가 산이라 누가 볼 일이 없지만, 그래도 긴장이 되었다.
“태성이 형, 옷 좀…….”
“최태성, 은아 괴롭히지 말고 고추나 빨리 따라.”
“싫은데?”
“혀엉…….”
약한 소리를 내는 은아에 태성은 마지못해 치맛단을 잡은 손을 뗐다. 은아는 태철 쪽으로 가서 붙었다. 태철은 바구니 가득 채소를 따고 집으로 향했다.
“강은아.”
태철의 뒤를 따라가는 은아를 태성이 붙잡았다.
“텃밭 설명 좀 해줘.”
“설명은 무슨. 그냥 봐라.”
“강은아, 안 해줄 거야?”
“아닙니다. 제가 구경시켜 드리겠습니다. 형님, 먼저 가십시오.”
“그래, 알았다.”
태철은 은아를 두고 마당 쪽으로 나갔다. 은아는 잠시 태성을 경계하다가 팔랑거리며 태성에게 다가가 재잘거렸다.
은아는 텃밭을 가꾸는 것을 좋아했다. 작은 씨앗과 모종이 해와 바람, 물, 토양의 양분의 먹고 자라는 것이 신기함을 넘어,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였다. 그리고 먹음직한 채소로 변한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은아는 태철과 함께 가꾼 텃밭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여기는 팬지 꽃이 피는 자리입니다. 유일하게 키우는 꽃입니다.”
“지금은 없네.”
“네, 팬지는 겨울에 피는 꽃입니다. 여름에는 약해서 금방 말라 죽습니다. 날이 추우면 금방 다시 살아날 겁니다.”
“…….”
“저는 팬지 꽃이 좋습니다. 노란색도 예쁘고, 보라색도 예쁩니다.”
“팬지가 왜 좋냐?”
“그냥,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습니다. 다른 꽃보다 팬지가 제일 예뻐 보였습니다.”
“그래? 이거 꽃말이 뭔데?”
“나를 생각해 주세요, 입니다. 9월에 파종할 겁니다. 겨울에 피면, 제일 먼저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래.”
은아는 텃밭을 돌아다니며, 태성에게 채소 하나하나를 설명했다. 태성은 한 귀로 은아의 말을 흘리며, 살랑거리는 은아의 뒤태를 감상했다. 조금 이따가 무를 심을 거라는 은아의 팔을 잡아 자기에게 돌렸다.
“정말이지, 원피스는 잘 산 거 같다.”
“네?”
은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번들거리는 태성의 눈을 보았다. 태성은 은아의 옷을 한 번에 벗기고 흙 위로 넘어뜨렸다. 쨍한 햇볕이 은아의 알몸을 적나라하게 비췄다. 하얀 피부가 빛났다. 태성은 정신을 못 차리고 중얼거렸다.
“은아야, 오빠라고 해봐.”
은아는 답지 않게 긴장으로 몸을 굳히고 일어나지 못했다. 눈알만 여러 번 굴리다가, 태철이 있는 마당 쪽으로 입을 벌렸다. 그러자 태성은 손으로 은아의 입을 막았다.
“조용히 해.”
태성은 은아의 위에 올라타 유두를 빨았다. 은아는 몸을 움찔거리며 자신의 입을 막은 태성의 팔을 잡았다. 태성은 입에서 손을 떼고 말했다.
“밖에서 하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지 않아?”
“밖은 싫습니다. 뒤에 산 있습니다. 사유지라 많은 사람이 다니는 건 아니지만, 가끔 사람이 다닙니다. 누가 보면 어떡합니까?”
은아의 손이 떨렸다.
“아무도 안 봐.”
태성은 은아의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연약하고 예민한 살을 자극했다. 입안이 성감대인 은아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은아는 저를 쨍하게 내리쬐는 해를 보았다. 두 눈이 멀어 버릴 것 같았고, 머리가 멍해졌으며, 열기에 온몸이 달아올랐다. 머리가 온통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태성은 여전히 손가락으로 입안을 휘저으며, 은아의 좆을 물고 빨았다. 어느 정도 좆을 빨다가 뱉어내고, 양손으로 은아의 엉덩이를 잡고 벌린 후, 구멍을 살폈다. 야물게 오므린 구멍을 혀로 핥았다.
“강은아. 이제 구멍에 좆 넣어도 되겠다.”
은아는 강한 여름빛에 압도당해 태철을 부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신음이 나오는 자신의 입을 손등으로 막고 눈시울을 붉혔다. 은아는 태성의 앞에만 서면, 이상하리만치 무기력하게 굴었다. 학습된 무기력이지만, 은아는 몰랐다. 은아는 반항도 못 하고 눈을 감았다. 그 때, 뻐억, 큰 소리가 났다.
“억!”
“이 새끼가! 이 더운 날에 애 옷을 다 벗겨!”
불시에 뒤통수를 맞은 태성은 머리를 문지르며 어리벙벙한 얼굴로 뒤돌아 태철을 보았다. 태철은 흙바닥에 누워 있는 은아를 일으켰다. 몸에 묻은 흙을 털어 주고, 몸을 살폈다. 강한 햇빛에 몸과 얼굴이 벌겠다.
“괜찮냐, 은아야?”
“부끄럽습니다. 옷 좀.”
태철은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 주고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옷을 주워 입혔다. 그리고 은아를 달랑 들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욕조 안에 은아를 넣고, 옷을 벗겼다. 빨갛게 익은 피부에 미간을 찌푸렸다.
“몸 뜨끈한 거 봐라. 너 피부가 약해서…….”
은아는 기가 죽어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에 잔소리하던 태철의 입이 다물렸다.
“왜 나 안 불렀냐?”
“그냥… 목소리가 안 나왔습니다.”
은아는 웅얼거렸다. 태철은 은아의 동그란 정수리를 보며 차가운 눈빛을 빛냈다.
“형님.”
“어.”
“태성이 형에게 뭐라고 하지 마십시오. 태성이 형은 형님 다음으로 유일하신 분입니다.”
“뭐가?”
“형님 다음으로 저를 봐주는 유일한 제 사람입니다.”
“…….”
“저는 형님만 있어도 되지만… 그래도요…. 이 세상에 저를 위하는 사람이 한 명보다는 둘인 게 더 좋지 않습니까?”
최태성이 정말, 너를 위한다고 생각하냐? 물음이 목구멍까지 찼다. 태철은 눈을 찡그리고 애써 말을 삼켰다.
태철은 장작불을 피우고 그 위에 솥뚜껑을 뒤집어 올렸다. 삼겹살을 올리자 금방 치직 소리를 내며 고기가 익었다. 오목하게 파인 가운데로 기름이 빠졌다. 은아는 불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입을 ‘헤’ 벌렸다.
태철은 피식 웃으며 고기를 뒤집고, 솥뚜껑 가운데로 모인 기름 위에 잘 익은 김치를 한 포기 넣었다. 지글거리며 끓는 기름 소리가 났다. 기름이 이리저리 튀며, 김치가 익는 맛있는 냄새가 연기와 함께 확 풍겼다.
은아의 기분이 완전히 풀렸다. 별거 다 한다고 이죽거리던 태성도 잘 익어 가는 고기에 눈을 떼지 못했다. 태철은 고기와 감치를 한입 크기로 자르고, 잘 익은 것을 접시에 담았다. 평상 위에 상을 펴고, 그 위에 쌈 채소와 고기가 든 접시를 올렸다.
“은아야, 고기 먹어 봐라.”
태철은 고기쌈을 싸서 은아의 입에 넣어 주었다. 아기 새처럼 입을 벌려 받아먹었다. 뭐가 좋은지, 태철과 은아는 눈만 마주치면 웃었고, 태성은 입맛이 뚝 떨어졌다.
고기 다음, 후식은 과일. 태철은 복숭아와 자두를 깨끗이 씻어 바구니에 담아 평상 위에 올렸다. 은아는 말랑한 복숭아를 덥석 잡아 껍질을 벗겼다. 단내를 풍기는 복숭아를 한입 베어 물자, 과즙이 팡 튀겼다. 미처 입안에 다 들어가진 못한 즙이 은아의 입, 턱, 목, 손가락, 손목을 타고 흘렀다.
먹는 게 번거롭기는 해도, 복숭아 맛이 좋았다. 은아는 손을 타고 아래로 흐르는 과즙을 입술로 빨았다. 태성의 눈이 멍해졌다. 은아의 몸을 타고 흐르는 액체와 복숭아 속살을 오물거리는 빨간 입술이 태성의 아래를 빨던 모습과 엇비슷했다.
태철은 수건으로 은아가 흘린 과즙을 닦느라 정신이 없었고, 태성은 크기를 키우는 좆을 신경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녁 시간이 지난 지가 언젠데, 이제야 날이 저물어 가기 시작했다. 태철은 평상에 누워 빵빵하게 부른 배를 두드리는 은아 옆에 모기향을 피워 두었다. 저 부른 배를 보니 다른 거로도 더 부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태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철은 부지런히 몸을 놀려 뒷정리를 했다.
“어, 저도 돕겠습니다.”
“괜찮다. 누워 있어라.”
태철은 은아를 두고 설거짓거리를 들고 1층 가게로 들어갔다. 은아는 지는 노을을 감상했다. 그리고 저를 향해 음흉한 마음을 피우는 태성을 모르고, “노을이 참 이쁩니다.” 나른한 소리나 해댔다. 은아가 말을 마치자마자, 태성은 급하게 바지를 벗고 은아의 입에 제 좆을 욱여넣었다.
“으읍!”
은아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태성을 보았다.
“강은아, 빨아.”
태성의 목소리에 위압감이 있다. 은아는 저도 모르게 몸을 굳혔다. 태성은 좆을 빨지도, 뱉지도 못하고 애매하게 있는 은아의 머리통을 잡고 입안 깊숙이 좆을 밀어 넣었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은아는 버둥거리며 태성의 허벅지를 툭툭 쳤다.
“강은아, 왜 반항해?”
태성은 제 좆을 빼냈다. 은아는 마른기침을 하고 태성을 올려다보았다.
“여기… 담장이 낮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볼 수도 있습니다. 밖은 안 됩니다.”
“그래서 하기 싫다?”
차가운 태성의 음성에 은아의 두 눈이 흔들렸다.
“만약, 강태철이 또 감방 가게 되면, 너 돌볼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싫어? 너 혼자 살 수 있어?”
“…저 바보 아닙니다. 어린애도 아니고, 얼마든지 혼자…….”
태성이 은아의 말을 막고 사납게 다그쳤다.
“너 정신병 완치된 거 같아? 그래? 너 개새끼처럼, 강태철한테 분리 불안 있잖아. 이게 은혜도 모르고.”
“화내지 마십시오. 잘못했습니다. 저는 태성이 형, 좋아합니다. 저를 살려 주셨고… 원래 다정하신 분이잖습니까?”
“…….”
“그죠?”
“…….”
“저 싫습니까?”
지독한 애정 결핍. 은아는 간절하게 태성을 보았다.
“미움받기 싫으면, 빨아야지?”
“…….”
“일로 와.”
태성은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은아는 머뭇거리다가 태성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태성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손으로 좆대를 잡고, 입에 귀두를 물고 할짝댔다. 태철이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데, 혀로 깔짝거리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태성은 은아의 머리통을 잡고 제 쪽으로 눌렀다.
“크흑!”
예고 없이 목구멍을 찌르는 좆에 은아가 놀라 바들거렸다가, 이내 목구멍을 열어 좆을 깊숙이 삼켰다. 그리고 빠르게 고갯짓을 하며 열심히 좆을 빨았다. 쯉, 쯉. 빠는 소리가 적나라했다.
태성은 낮은 신음을 흘리고 은아의 머리를 강하게 눌렀다. 그리고 손을 뻗어 은아의 엉덩이를 움켜잡았다. 어떻게든, 구멍 맛을 보는 건데. 너무 착한 척을 했다.
태성은 은아의 입에 정액을 쌌다. 은아는 익숙하게 정액을 삼키고 태성의 좆에 묻은 정액을 핥아 깨끗하게 했다. 그리고 제 옷으로 태성의 좆에 묻은 침을 닦아 다시 바지 안에 넣어 주고는 태성을 올려다보았다. 은아는 태성의 눈치를 보았고, 태성은 은아가 아까웠다.
더 잘 길들여 보는 건데. 태철을 향한 충성심이 너무 강했다. 마음이 이렇게 미칠 줄 알았으면, 어떻게든 잡는 건데. 후회뿐이다. 내 옆에서 망가지든지 말든지, 내가 가졌어야 했다.
“누워. 빨아 줄게.”
“괜찮습니다.”
“너 좆 섰어. 누워, 빨리. 이 꼬라지 강태철한테 보여 줄래?”
은아는 마지못해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느새 날은 완전히 저물어 어두웠다. 한숨이 새어 나오는데, 갑자기 숨이 턱 막혔다.
치마로 인해 은아의 시야가 완전히 막혔다. 태성이 은아의 원피스를 들춰 올려 은아의 얼굴을 가렸다. 은아는 주먹을 꽉 쥐었다. 태성은 은아의 좆을 입에 넣고 빨았다. 이쯤이면 싸는데, 사정이 꽤 오래 걸렸다.
“너 조루잖아. 빨리 싸. 고집부리지 말고.”
태성과 같이 있을 때 마음이 힘들었는데, 정신병 때문이 아니라 태성이 버거워서였나. 태철이 옆에 없으니, 태성을 혼자 감당하기 힘들었다. 모처럼 얻은 평화로운 일상인데, 태성 때문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은아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태성은 은아의 사정액을 삼키고, 뒤처리를 해주었다. 그리고 치마를 다시 내려 옷매무새를 고쳐 주는데, 은아는 눈을 감고 꼼짝도 안 했다.
“아… 너 자는 척 잘하지.”
자신과 같이 있었을 때의 은아를 회상하고, 태성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은아는 계속해서 미동도 하지 않았고, 정리를 끝낸 태철이 은아에게 다가갔다.
“아가, 자냐?”
태철이 태성을 보았고, 태성은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은아는 눈이 빨개졌을까 봐 눈을 뜨지 못했다. 계속해서 자는 척을 했다.
셋은 다시 섹스했다. 이번이 두 번째다.
침대 위에 누운 태성, 그 위에 은아, 은아 뒤에 딱 붙은 태철. 구멍은 여전히 뻑뻑했지만, 처음보다는 수월하게 두 좆을 삼켰다.
그러나 은아의 마음은 어수선했다. 은아는 태성의 가슴 위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숙였다. 태철은 잘도 쳐다보며 매달리더니, 나는 왜? 태성은 자신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 은아의 정수리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하앗! 흐으… 흐응….”
태철과는 다른 거친 몸짓에 은아는 바들거리며 신음했다. 위축된 어깨와 잔뜩 긴장한 등 근육이 태철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태철은 은아의 얼굴을 제 쪽으로 돌리고 눈을 맞추었다.
은아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좋아서 우는 건 아닌 거 같은데. 쾌감에 솔직하고, 거침없는 아이가 아닌가. 그런데 오늘은 영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태철은 은아의 볼을 쓰다듬으며 움직임을 멈췄다.
“아가, 왜 이렇게 긴장했어? 힘드냐?”
은아는 태철에게 입술을 쭉 내밀었다. 태철은 피식 웃으며 새 부리가 모이를 쪼듯 촉촉, 은아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따뜻하고 감칠맛 나게 닿은 입술에 은아는 혀를 내어 입술을 핥고, 애가 탄 얼굴로 태철을 졸랐다.
태철은 큰 손으로 은아의 목을 감싸고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혀가 얽히고 진득한 키스가 한동안 이어졌다. 허리를 움직이던 태성은 제 위에서 키스하는 둘을 보고 김이 팍 샜다. 입술을 깨물고 그들을 노려보다가, 은아의 좆을 잡고 세게 흔들었다. 그리고 강하게 허리를 위로 쳐올렸다.
“으흑!”
은아가 입을 떼고, 태성의 위로 쓰러졌다. 태철은 못마땅한 얼굴로 태성에게 말했다.
“살살 해, 새끼야.”
태성은 태철의 말을 무시하고 허리짓과 좆을 흔드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태철은 한숨을 쉬고, 은아의 목덜미를 핥으며 은아의 긴장을 풀어 주었다. 태성은 제게 기댄 은아의 턱을 아프게 잡고, 자신을 보게 했다. 그리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
‘나 봐.’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마치 귀에 들리는 듯했고, 그 소리에 소름이 오스스 돋았다. 태성을 보는 은아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가슴도 두근두근 뛰었다. 꼭, 그때로 돌아간 느낌이다.
태철이 교도소에 있고, 태성의 집에서 살았던 때. 태성의 좆을 빨았던 때.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은아는 한동안 태성의 눈을 보며 그의 좆을 받다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눈을 질끈 감고 태철에게 말했다.
“형님… 화장실…. 화장실 가고 싶습니다. 형님….”
다급한 외침에 태철은 얼굴을 들고, 태성에게 말했다.
“야, 빼라.”
태성은 눈을 감고 바들거리는 은아를 비웃고는 좆을 뺐다. 태철은 은아의 오금에 팔을 걸고 구멍에 좆을 넣은 채로 그대로 은아를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움직일 때마다 좆이 구멍을 자극했다. 죽었던 좆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하읏! 흐으!”
태철은 은아의 두 발을 땅에 내려 주고, 은아의 좆을 변기 위에 대고 말했다.
“싸.”
“아……”
졸졸졸. 급하다고 난리 친 거와는 다르게 오줌량이 적다. 태철은 의심 가득한 눈으로 벌게진 은아의 귀와 목 뒤를 보다가 은아의 허리를 잡고 좆질 했다.
“으앗!”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은아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은아는 변기 수조 뚜껑을 잡고 몸을 지탱했다. 태철은 은아의 몸 깊숙이 자신을 박아 넣었다. 전립선을 빠르게 치고 빠지는 좆에 은아는 다리를 덜덜 떨었다.
“하앙- 흐응! 흐읏, 흥…. 형님… 형님….”
“그래, 은아야.”
“아, 형님…. 좋… 좋습니다…. 아, 아아….”
태철은 은아를 꽉 안고 그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은아의 좆이 태철의 움직임에 사정없이 흔들렸고, 정액이 변기 위에 흩뿌려졌다. 은아는 제 안을 빈틈없이 채운 태철의 좆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젖힌 채, 신음을 흘리기 바빴다.
사정감이 몰려온 태철은 흐물거리는 은아의 구멍에 사정했다. 뜨끈한 것이 배 속을 가득 채웠다. 은아는 몸을 부르르 떨며 묽은 사정액을 분출했다. 태철은 좆을 빼고 빠르게 은아를 변기 위에 앉히고 다리를 넓게 벌렸다. 타이밍 좋게 태철이 싸질러 놓은 것이 변기 안으로 뚝뚝 떨어졌다.
적나라하고 야하다. 태철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눈빛을 빛냈다. 그리고 은아의 배를 눌렀다. 후드득, 얼마나 많이 싸질러 놨는지, 은아의 구멍에서 떨어지는 좆물이 많았다.
팔짱을 끼고 화장실 문에 기대어 있던 태성은 은아의 구멍에서 정액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이성을 잃었다. 태성은 은아의 손에 제 좆을 들려주고, 은아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은아는 제 손에 뭐가 있는지 모를 만큼 사정의 여운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맥없이 고개를 뒤로 젖히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심호흡에 따라 구멍이 벌렁거렸고, 구멍이 움직일 때마다 깊숙이 싸질러 놓은 것이 계속해서 떨어졌다.
태성은 좆을 잡고 흔드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변기 앞에 바짝 서서 은아의 입에 좆을 물렸다. 태성은 은아의 머리를 잡고 허리를 움직였다. 은아는 무의식적으로 좆을 빨았다. 태성은 다른 날보다 더 크게 흥분했다. 변기 앞에서 서서 은아의 입에 좆질을 하니, 하지 말아야 할 상상까지 하게 되었다.
부도덕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사정감이 몰려와 입에 있는 좆을 빼고 은아의 얼굴 앞에 좆을 흔들었다. 은아의 얼굴 위로 태성의 정액이 뿌려졌다. 얼굴이 하얀 정액으로 범벅되었고, 정액이 은아의 턱을 타고 아래로 떨어졌다.
“아, 씨발.”
태성은 성적 흥분으로 미칠 것 같았다. 은아의 양다리를 잡고 벌려 제 쪽으로 끌었다. 그 바람에 은아의 머리가 변기에 세게 박았는데도, 태성은 신경도 안 쓰고 은아의 구멍에 제 좆을 맞췄다. 구멍에 좆을 박자마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태철이 불같이 화를 내며 태성을 거칠게 밀쳤다.
“이 개새끼가 조심성 없이!”
태철은 은아를 안아 들고 살폈다. 은아는 눈물을 흘리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난리 났네.
태철은 욕실 바닥에 널브러진 태성을 발로 차 밖으로 쫓아내고, 은아를 욕조 안에 조심히 놓았다. 태철은 땀에 젖은 은아의 앞머리를 쓸어 주고 안타까운 눈으로 보았다.
“은아야 괜찮냐?”
“…….”
은아는 눈을 내리깔고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태철의 얼굴에 근심이 태산이었다. 태철은 욕조 안에 따뜻한 물을 채워 넣고, 배스 오일을 넣었다. 손으로 물을 휘저으니, 달콤한 향이 풍겼다. 은아는 킁킁 냄새를 맡으며 우윳빛으로 변한 물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태철은 손으로 물을 떠 은아의 어깨에 끼얹어 주며 은아를 살폈다. 눈물은 그치고, 오르락내리락 요동을 치던 가슴도 진정되었다.
“냄새 좋지?”
“네…….”
“괜찮냐?”
은아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태철을 보았다. 할 말 많아 보이는 눈이었다. 태철은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은아는 자연스럽게 태철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그리고 태철의 허리를 부여잡고 가슴에 얼굴을 기댔다. 태철은 아까 박은 뒤통수를 손으로 매만졌다. 부딪히는 소리가 크더라니. 살짝 부었다.
“부었네. 혹 생기겠다.”
“…….”
“은아야.”
계속 말이 없는 은아가 불안해서, 은아를 부르는 태철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웠다.
“형님, 가슴 빨고 싶습니다. 형님 가슴이 커서 좋습니다.”
“으이구, 이 멍청한 놈아. 그래, 빨아라.”
겨우 한다는 말이 그거냐? 타박하는 말투가 부드러웠다. 은아는 태철의 유두를 입에 넣고 빨았다. 쭉쭉 빠는 모양새가 어린애 같다. 그런데 그 어린애한테 좆이 동했다.
“형님 젖이 좋냐?”
“네. 형님 가슴이 크고 단단하면서도, 계속 만지면 말랑해져서 잡고 빨 맛이 납니다.”
“나 참…. 아가, 좆이 좋냐? 젖이 좋냐?”
“둘 다 좋습니다.”
“하나만.”
“그럼, 좆이요.”
“풉… 푸하하하.”
은아도 태철을 따라 배시시 웃다가 다시 울상을 지었다.
“아가, 왜?”
“형님… 사실은…….”
“그래.”
“저 한 입 가지고 두말하면 안 되는데….”
“어.”
“조금… 버겁습니다…….”
“뭐가.”
“태성이 형이요…. 흐읍!”
눈물을 뚝뚝 흘리는 은아를 보며 태철은 생각했다. ‘한계치에 다다랐구나.’ 이미 예견한 일이다. 언제 못 참고 터질지 보고만 있었다. 태철은 은아가 먼저 태성을 놓기를 바랐다.
“은아야.”
“형님은 괜찮았는데…. 많이 부끄럽고… 힘이 듭니다.”
“은아야… 형이 정리해 줄까?”
“흐으… 아뇨.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내일 태성이 형에게 말하겠습니다. 못하겠다고, 힘들다고. 집 빨리 구하시라고 말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뭐가?”
“그냥요…….”
“은아야, 태성이 버릴 수 있겠냐?”
“…….”
“강은아.”
“아뇨. 못 버립니다. 못 버려요. 그냥… 같이 섹스만 못 하겠다고 말할 겁니다. 섹스만이요…. 섹스만… 으… 흐윽!”
웅얼웅얼 중얼거린 은아는 결국,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참고 참았던 울분이 터졌고, 모르는 척 덮어놓았던 마음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강은아는 최태성의 좆을 빠는 것을 싫어한다. 아니, 태철과 같이하는 게 아닌 이상, 타인과 둘이서만 성적 행위를 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태성의 가스라이팅으로 참고만 있었던 거다. 은아는 태성을 거부할 수가 없다.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을 꾹꾹 숨겨 왔다. 그러나 은아가 참는 것과는 별개로, 태성은 점점 강하게 은아를 옥죄어 왔다.
일상을 뒤흔드는 느낌이 들자, 은아는 더 이상 모른 척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르게 태철이 은아의 곁에 있지 않은가. 은아는 처음으로 태성에게 거부의 의사를 전할 생각이다. 그래도 여전히 불안하고 두려웠다.
태철의 가슴팍이 은아의 눈물로 엉망이었다. 은아는 태철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다가 입에 넣고 빨았다. 애새끼 같은 모습에 안쓰럽다가도, 눈을 감고 유두를 빠는 얼굴이 멍청해 보여 태철은 피식 웃고 말았다.
“아가, 형님 젖 아프다.”
“흐읍…….”
“그래. 빨아라, 빨아.”
다음 날, 브레이크 타임. 은아는 홀로 태성의 카페에 들렀다. 심각한 표정의 은아에 태성은 피식 웃으며 커피를 내렸다.
“편한 데 앉아.”
“네.”
“뭐 마실래?”
“바닐라 라테, 차가운 거요.”
“단 걸 먹어야 할 정도로 씁쓸한 이야기인가 봐?”
“…….”
커피 바 근처에 앉은 은아는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태성은 고개를 저었다. 아이스 바닐라 라테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테이블 위에 놓고 은아의 맞은편에 앉았다.
“마셔.”
“감사합니다.”
은아는 마시지 않고, 잔만 만지작거렸다. 태성은 커피를 벌컥벌컥 마셨다.
“강은아, 되게 진지하네. 표정 좀 풀어.”
“태성이 형, 집 구하셨습니까?”
“아아… 나가라? 쫓아내는 거야? 내 좆질이 마음에 안 들었나 봐?”
“솔직히 버겁습니다.”
“내 좆이?”
“아뇨, 마음이요. 형, 마음을 받아 주기가 이제는 힘이 듭니다. 태성이 형, 저는 형을 좋아하지만, 성애적 감정이 아닙니다. 사랑이 아닙니다. 태철 형님을 보면 좆이 서지만, 형은 아닙니다. 그만, 저 포기하십시오. 저 사랑하지 마십시오. 대신, 저 미워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단호하게 말은 했지만, 테이블 밑에 있는 은아의 손이 떨렸다.
“사랑은 받아 주기 싫으면서, 미움은 받기 싫다? 이기적이네?”
“…저는 태성이 형 좋습니다. 평생 형 보면서 살고 싶습니다. 그냥, 저의 친한 형이 되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어, 안 돼. 그리고 이거, 미련 주는 말이야. 끊으려면 확실히 끊든가.”
“압니다. 그래도 저는 형, 완전히 못 끊습니다. 집 구하실 동안, 저희 집에 있어도 좋지만 거기까지만입니다. 더 이상의 마음 표현은 하지 마십시오.”
“차라리 지금 당장 꺼져라, 가 마음 편하겠네. 강은아, 넌 결국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게 될 거야.”
“아… 태성이 형…….”
“강은아, 그거 알아? 너는 내 오리야. 오리는 제일 먼저 본 동물을 어미로 따른다고. 강태철을 잃어버리고 세상에 던져진 너는 내 오리였지. 강태철이 없는 동안에는 나만 봤어. 그런데도 나 버릴 거냐?”
“형…….”
“나를 버릴 거냐고!”
“태성이 형….”
“강은아, 말해. 나 버릴 거야?”
“안 버립니다. 제 주제에 사람을 어떻게 버립니까? 형은 저 버릴 겁니까? 마음을 안 받아 주면, 저 버릴 겁니까?”
“어, 버릴 거야. 그러면 너에게는 강태철만 남겠지.”
“…….”
“강은아, 너는 그걸 제일 무서워하잖아, 맞지?”
태성은 야비하게 웃었다. 그는 강은아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계속 흔들 생각이다.
“…아뇨. 제가 제일 무서운 건, 태철 형님이 이 세상에 없는 것입니다. 태성이 형, 저와 형님을 흔들지 마십시오. 제가 참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으득, 뼈 소리가 날 만큼 은아는 맞잡은 손에 힘을 꽉 주고, 마음이 약해지지 않게 버텼다.
“하… 어이없네? 강태철 감방에 있을 때는 버리지 말라고 빌빌거리던 게. 이제는 옆에 강태철 있다고 기세등등해져서는.”
“…죄송합니다.”
은아는 고개를 숙였다. 태성은 은아의 정수리를 노려보며 살벌하게 말했다
“강은아, 나는 말이야. 네가 싫다고 하면, 어, 그래. 포기할게, 하고 쉽게 돌아서는 사람이 아니야.”
“…….”
“강은아.”
“같이 섹스 안 할 겁니다.”
“그래.”
“…….”
“…….”
못되다, 성질이나 하는 짓이 모질거나 고약하다.
나쁘다, 옳지 않다.
태성은 못된 놈이고, 태철은 나쁜 놈이다. 둘 다 나쁘고 못됐지만, 다른 점은 태철은 사랑하는 이에게 나쁘게 굴지 않는다는 점이고, 태성은 사랑하는 사람의 상처를 이용해 자신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못된 놈이라는 거다.
태성은 은아를 포기하지 못하고, 은아는 단호하다. 대화가 끊겼다. 태성은 테이블 위에 손가락을 올리고 툭툭툭 쳤다. 긴 정적이 이어졌다. 서로의 입장이 명확하게 반대되어, 더 이상 상대를 설득할 어느 말도 소용이 없다.
은아는 까딱이는 태성의 손가락을 쳐다보다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때,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카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문을 엶과 동시에 훅 들어온 여름의 열기에 태성이 미간을 찌푸렸다. 날 선 목소리로 태성이 말했다.
“지금 장사 안 해요.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문 앞에 써 붙였잖아요.”
“아니, 그게 아니고. 은아야! 국숫집 시비 붙었어! 사장…….”
은아의 귀에 국숫집, 시비, 사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자마자 은아는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쌩하니 카페를 뛰쳐나갔다.
“뭐여? 지금 뭐가 지나간 거여? 은아… 빠르네.”
동네 사람은 은아가 지나간 곳을 어벙한 얼굴로 보았고, 태성은 완전 김이 빠졌다. 헛웃음이 나왔다.
“와, 나는 완전 나가리네. 나가리야. 재고의 여지도 없이 나가리. 허… 그래, 강은아에게는 강태철밖에 없지.”
그런데 눈물이 찔끔 나왔다.
은아와 태성이 사랑을 포기해라, 싫다, 지지부진한 말싸움을 하며 심각해질 때, 태철은 시비를 거는 주취자로 골머리를 앓았다. 지금이 은아 가게의 브레이크 타임이라는 것을 모르는 동네 사람이 없는데, 갑자기 쳐들어와서는 주정이었다.
태철은 삿대질하며 큰소리치는 사내를 같잖은 얼굴로 보았다. 이 동네에서 내 눈을 똑바로 보는 인간이 없는데, 술 먹었다고 용감해져서는. 태철은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삐딱하게 남자의 주정을 들었다.
“느가, 그렇게 잘났어! 잉! 세상이 말여! 나를 무시하고!”
“아이, 그만혀! 여기가 어디라고…. 이 사람이 미쳐 가지고. 강 사장, 이해혀, 이 사람이 술 먹어서.”
주취자를 말리는 사람만 곤욕스럽다. 술 처먹었으면 곱게 집에 가서 처잘 것이지, 소리가 욱하고 올라왔지만, 태철은 사람 좋게 허허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여기서 더 대응해 봤자 싸움밖에 더 나겠나. 마을 사람과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 태철은 이 마을이 참 좋았다. 말 많고 소문이 빠르게 도는 동네지만, 부부라고 소문난 태철과 은아를 따뜻하게 보듬어 준 곳이 아닌가. 이렇게 따뜻하고 오픈 마인드인 곳을 다시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소박하고 정겹고, 동네는 아기자기하니 예쁘다. 봄이면 뒷산에 벚꽃과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고,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진 산의 계곡이 시원하고,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만발이고, 겨울에는 은아 썰매 태워 줄 빙판이 생기는 곳이다. 바뀌는 계절에 맞춰, 변화하는 자연을 따라가며 맞이하는 소소한 행복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곳이다.
태철은 노후까지 이 동네에 있을 계획이었다. 그러니 괜한 소란을 만들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일이 커지면 자신이 전과자라는 것이 알려질 것이고, 껄끄러워질 게 분명했다. 제 외양 탓에 이미 짐작을 하고 있겠지만 말이다.
“경찰 불렀죠?”
태철이 주취자를 말리느라 정신이 없는 남자에게 물었다.
“잉! 불렀제! 근디, 뭐 한다고 이라고 늦는다냐…….”
“아이고, 이 사람아!”
남자 혼자 동동거리는데, 갑자기 마을 사람이 몰려왔다. 우르르 몰려와서 주취자를 말리는데, 그 바람에 더 날뛰었다. 태철은 고개를 뒤로 젖히고 한숨을 내쉬며 화를 삭였다. 저걸 때릴 수도 없고.
“아니이! 내 마누라 이름이 은아여! 네 마누라도 은아지? 은아가 나를! 나를! 버리고오! 어디 호랑말코 같은 놈에게 홀려서는!”
차분히 주취자의 주정을 받아 주던 태철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이게 어디서 은아를 걸고넘어져? 태철은 솟아오르는 화를 가라앉히려 입을 꾹 다물고, 그를 노려보았다. 눈에 뵈는 게 없는 주취자가 깨진 소주병 조각으로 들어 휘둘렸다.
“아니, 나 무시하냐고!”
눈앞을 왔다 갔다 하는 유리 조각에 태철의 눈이 뜨겁게 빛났다. 유리 조각을 쳐낼 생각으로 자세를 잡는데, 순식간에 주취자가 바닥에 처박혔다.
“허억!”
동네 사람들의 탄식과 함께 가게에 고요가 찾아왔다.
은아는 가게 안으로 급하게 뛰어 들어갔다. 마침 경찰차도 은아의 가게 앞에 정차했다. 은아는 경찰차와 모여든 사람들 때문에 더 심각해졌다. 일이 크게 벌어졌구나.
가게에 들어가니, 대낮부터 취한 사내가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테이블과 의자가 나뒹굴고 있고, 소주병이 바닥에 깨져 있었다. 그리고 사내가 태철에게 달려들었다. 은아의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이 개새끼가.”
은아는 쉽게 주취자의 손목을 잡고 꺾었다. 그 탓에 남자는 유리 조각을 떨어뜨렸고, 은아는 팔을 비틀어 뒤로 꺾고 바닥에 엎었다. 무릎으로 주취자의 등을 누르고 한 손으로 뒷덜미를 잡고 눌렀다.
태철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번뜩이는 눈으로 은아를 지켜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네. 은아를 말릴 생각도 하지 않고 오히려 구경했다. 우리 애가 싸움은 기가 막히게 하는데.
쓰읍……. 태철은 검은색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날아다녔던 은아를 회상했다. 그 모습이 예뻐 보여 코트란 코트는 다 사다 줬는데. 추억이네. 태철은 한가한 생각을 하며 여유를 부렸고, 한발 늦게 도착한 경찰과 마을 사람들은 살벌한 은아의 모습에 다들 말을 잃었다. 몇 초간, 정적이 이어졌다.
“으으… 목! 목! 크흑.”
주취자가 고통을 호소했지만, 은아는 더 강하게 목을 눌렀다. 으드득…. 뼈 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려 퍼졌다. 그제야 사람들은 탄식을 내뱉으며 은아를 말리려 태철을 보았다. 태철은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느긋하게 은아에게 다가가 은아의 손등을 툭툭 쳤다.
“아가, 그만해라.”
“…….”
그제야 은아는 손을 풀고 태철을 살폈다.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없다. 걱정 마라.”
“예.”
태철이 다치지 않았음을 확인한 은아는 자연스럽게 태철의 뒤에 서서 뒷짐을 지었다. 느긋하게 은아의 가게에 도착한 태성은 은아를 살폈다. 태철의 뒤에 얌전히 서 있지만, 주취자를 노려보는 눈빛은 살벌했다.
저 모습 오랜만이네. 쟤 별명이 뭐였더라. 아, 늑대 개. 길들어지지 않을 것 같은 살벌한 눈을 하고 태철에게만 꼬리를 흔들어서 늑대 개. 별명하고는. 촌스러운 깡패 새끼들.
자신만 보는 오리인 줄 알았더니, 이제 보니 개다. 개. 평생 개일 거다, 강은아는. 맥이 빠지고 할 말도 없다. 더 이상 말로 구슬릴 자신도 없고. 떡 정은 소용도 없을 거고. 태성은 비참한 기분을 느끼고 터덜터덜 카페로 향했다.
“목! 목이 안 돌아가!”
태철은 목을 부여잡고 소리치는 주취자에게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눈을 맞추었다. 위압적인 풍채에 사내는 입을 다물고 눈만 도르륵 굴렀다.
“목뼈가 부러진 건 아니고. 은아가 많이 봐줬네. 병원 가세요. 치료비는 다 대 줄 거니까. 같은 마을 사람끼리 좋게 해결합시다.”
“…….”
좋게 해결하자면서 눈빛이 살벌했다. 주취자는 아프다는 목을 움직여 고개를 끄덕였고, 병원에 가기 위해 경찰차를 탔다. 그리고 태철은 은아를 가게 안에 두고 경찰과 함께 밖으로 나가 자신의 무고함을 전했다.
“어떻게 됐습니까?”
경찰과 마을 사람을 보내고, 가게 안으로 들어온 태철에게 은아가 물었다.
“잘 해결했다. 걱정 마라. 정당방위 아니냐. 그런데 태성이 놈과 얘기는 잘했냐?”
“…네…….”
“그래, 잘했다.”
“네.”
태철이 머리를 쓰다듬으니, 은아는 좋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