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 Cafe Eun-A (3/15)

3. Cafe Eun-A

태철과 은아는 보통 아홉 시에 출근한다. 두 시간 동안 오픈 준비를 하고 열한 시에 가게 문을 여는데, 오늘은 태철과 은아 둘 다 늦잠을 잤다. 대충 아침을 때우고 급하게 오픈 준비를 했다. 분주한 와중, 초인종이 울렸다.

“뭐지? 형님, 제가 나가 보겠습니다.”

은아는 홀 청소를 멈추고 급하게 마당으로 나왔다. 대문을 열자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은아의 눈이 커졌다.

“강은아. 오랜만이다?”

“어! 검사님!”

최태성이었다. 은아는 떡을 들고 있는 태성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전보다 길어진 머리카락과 캐주얼한 옷차림. 대검에 있어야 할 사람이 왜 이곳에 있지? 의문투성이였다.

“검사님이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그리고 손에 떡은 뭡니까?”

“오픈 떡이야. 받아.”

은아는 얼떨떨하게 떡을 받았지만, 얼굴에는 반가움과 기쁨이 있었다.

“강은아, 나 봐서 좋아? 반가워?”

“네, 엄청 반갑습니다. 전화번호도 바꾸시고, 저에게 전화도 안 하시고. 무슨 일이 있나 걱정했습니다.”

“진짜?”

“네, 진짜 걱정했습니다.”

“정말?”

“네. 검사님은 제 어머니 같으신 분입니다.”

“어머니라…….”

태성은 은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의 볼을 매만졌다. 은아는 익숙하게 태성의 손길을 받으며, 슬쩍 태성의 눈치를 살폈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에 태성의 눈이 아득해졌다.

“그런데, 검사님. 혹시 카페 은아가 검사님 가게입니까?”

“어.”

“진짜요?”

은아의 눈이 커졌다. 멍청한 얼굴에 태성의 날카로운 인상이 단박에 풀어지고 미소가 생겼다.

“그런데, 강은아. 나 계속 밖에 놔둘 거야? 오랜만에 봤는데, 물 한 잔이라도 주지?”

“어? 네? 네! 들어오십시오.”

은아는 빠르게 가게 안으로 들어가 태철을 불렀다.

“형님! 밖에 누가 왔는지 보십시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어?”

은아의 성화에 주방에서 나온 태철은 가게 안으로 들어온 최태성 때문에 얼굴이 굳어졌다.

“뭐냐? 네가 여기에 왜 있어.”

“이사 떡 돌리려고. 우리 이제, 이웃사촌이야. 내가 옆 가게 ‘카페 은아’ 주인이거든.”

안 좋은 예감은 항상 들어맞더라. 태철은 짜증이 났다. 평온한 일상이 깨어질 게 분명하다. 저놈 때문에.

“씨발, 너 무슨 생각이냐? 여기로 왜 왔어?”

고운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태철은 시비를 걸듯 사납게 소리치며 태성에게 성큼 다가갔다.

“어? 형님, 싸움은 안 됩니다. 착하게 살기로 저랑 약속하셨습니다.”

심상치 않은 태철의 반응에 은아가 다급하게 태철의 팔을 잡았다.

“검사님은 제 은인입니다. 형님, 아시죠?”

은아는 태철과 태성의 눈치를 보며 그를 달랬다. 그러자 태철의 기운이 조금 수그러들었다. 오늘 장사는 물 건너갔다. 육수는 내일 써야겠다.

“은아야, 오늘은 장사 접자.”

“네?”

“장사할 맛이 안 난다. 그리고 저놈하고 할 말이 많네.”

“아, 네. 알겠습니다.”

태철은 짜증 가득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태성에게 고갯짓했다.

“앉아라.”

“어. 은아야, 나 마실 것 좀.”

“아, 네!”

태성은 태철의 맞은편에 앉아 뻔뻔하게 은아에게 마실 것을 요구했다. 은아는 재빨리 주방 쪽으로 갔고, 태철은 경계의 눈빛을 하고 물었다.

“네가 여기 왜 왔냐?”

“나 검사 그만뒀어.”

“왜?”

“그냥, 뭐랄까. 적성에 안 맞더라?”

“웃기시네. 너처럼 검사직에 잘 맞는 인간도 없다. 권력, 감투, 이런 거 좋아하잖냐?”

“네가 나에 대해 뭘 알아?”

“잘 안다. 한때, 친형제처럼 크지 않았냐? 내가 네 양부모보다 널 더 잘 안다.”

“친형제는 무슨. 그거 깨진 지가 언젠데? 촌스러운 깡패 놈….”

“그래, 네가 나를 배신했지.”

“쳇. 그놈의 배신 소리 왜 안 나오나 했다. 그래도 내가 미리 알려 줘서 삼 년 형으로 끝난 거야. 고마운 줄도 모르고….”

태성은 투덜거렸다.

“너, 굳이 이 촌 동네로 기어들어 온 이유가 뭐냐?”

“내 마음이지. 너도 여기 기어들어 왔잖아.”

“이 새끼가!”

태철이 버럭 화를 냈지만, 태성은 여유롭게 웃으며 태철의 속을 긁었다.

“강은아가 싸우지 말라고 했는데?”

“하… 간판 뭐냐? 은아가 혹시 내 은아냐?”

“왜 아니겠어? 맞아, 강은아.”

“미친 새끼. 무슨 생각이냐?”

“나, 은아 좋아한다.”

태성은 마침 얼음이 동동 뜬 냉커피를 가지고 온 은아를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 은아는 사랑 고백에도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런 은아의 반응에 태철은 웃음이 났고, 태성은 착잡한 심경을 애써 숨겼다.

“강은아.”

“네, 검사님.”

“나 검사 그만뒀다. 이제 형이라고 불러. 태성이 형.”

“아, 네. 태성이 형.”

태성은 너무 능글맞고, 은아는 바보고, 그 둘을 지켜보는 태철은 험악하다.

“은아야, 나 사기당했다?”

“사기요? 무슨 사기요?”

태철의 옆에 앉은 은아가 놀라서 물었고, 태성은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시내 쪽에 아파트 전세 하나 얻었었거든. 어제 이삿짐 넣으려고 보니까, 이미 사는 사람이 있더라고.”

“헉! 어쩌다가 사기를 당하셨습니까? 집은 다시 구했습니까?”

“그래서 말인데…….”

“야.”

불길한 느낌에 태철이 태성의 말을 끊었다.

“사기당한 거 맞냐?”

“내가 거짓말을 왜 해?”

“전직 검사가 전세 사기를 당해?”

“살다 보면 그런 거지. 그래서 말인데, 은아야.”

“네, 검사님.”

“너네, 방 남는 거 있어?”

“없다.”

“있습니… 아…….”

은아와 태철의 말이 겹쳤다. 은아는 태철의 눈치를 보았다.

“은아야.”

“형님, 안 됩니까? 최 검사님… 아니, 태성이 형은 제 어머니 같으신 분입니다. 그리고 제가 형 집에서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은혜 갚고 싶습니다.”

은아는 태철이 교도소에 있는 동안, 태성의 집에서 살았다.

“어머니는 얼어 죽을….”

“그렇지. 내가 은아 엄마지.”

태성이 당당하게 말했다. 태철의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터지기 직전이었다.

“은아야, 최태성이 좋냐?”

“예, 저를 살려 주셨고….”

“나 감방 가 있는 동안, 서로 좆 빨아 줬지. 누가 어머니 같은 놈 좆을 빨아? 강은아, 너는 은혜를 좆 빨아 주는 거로 갚냐?”

은아의 말을 가로막고 험악한 얼굴로 태철이 말했다. 은아는 주눅이 들어 고개를 숙였다. 그런 은아의 모습에 태성의 미간이 구겨졌다.

“아버지 같은 인간이랑도 사귀는데, 뭐 어때?”

“너는 정상도 아닌 애 구슬려서 입에 좆을 물리고 싶냐? 그리고 너는 은아가 내게 어떤 존잰지 알면서. 내 자식 같은 놈에게 좆 빠는 걸 시켜? 너는 그것만으로도 나에게 배신자고 원수다.”

“내가 좆 빨게 시킨 거 알면서도 너, 가만히 있잖아? 다른 놈이었으면 골백번도 더 죽었을 텐데. 나도 너를 제일 잘 알아. 나 미워해도, 너는 아직도 나를 친형제라고 생각하잖아? 아니야? 정에 약한 놈. 이래서 고아들이 안 돼.”

태성은 태철을 비웃었고, 태철은 죽일 듯이 태성을 노려보았다. 태성의 말대로 태철은 그에게 정을 품고 있었다. 지금은 애증으로 변했지만, 태철은 한번 품은 정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촌스럽고 정에 약한 인간이었다.

태성과 태철은 같은 보육원 출신으로, 유년 시절을 친형제처럼 서로 의지하며 보냈다. 태철은 태성을 친형제처럼 여겼다. 그건, 태성도 마찬가지였다. 가족에게 버려진 둘은 서로를 가족으로 여겼고, 본성이 그리 착하지 않다는 공통점에서 죽이 잘 맞았다.

태철은 태성에게 의리와 우애가 있었다. 자신을 감방에 넣었지만, 여전히 태성을 믿어서 소중한 은아를 부탁했다.

은아에게 몹쓸 짓을 했지만, 그놈의 정 때문에 계속 봐주었다. 다른 놈이었으면 은아에게 좆을 빨게 시킨 것을 알자마자 바로 죽였을 텐데. 태성을 성질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몸이 아닌 말로 싸웠다. 태철에게 태성은 밉지만, 완전히 미워할 수 없는 존재였다.

태철은 자신이 코끼리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장기간 족쇄에 발이 묶이면, 그것을 풀 수 있는 어른이 되어도 벗어나지 못하는 멍청한 코끼리 말이다. 그는 어린 시절 묶인 정 때문에 태성을 죽이지 못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묶여 어떻게 풀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 멍청함은 은아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힘들 때 도와준 태성에게 정을 주었고, 그 정에 묶어버렸다.

태철과 은아는 멍청한 아빠, 아들 코끼리고, 태성은 못된 조련사다.

“형님, 저 이제 괜찮습니다. 비정상 아닙니다. 안 아픕니다.”

“내 말은…….”

은아가 태성과 태철의 대화를 끊고 다급하게 말했다. 은아는 태철의 입에서 나온 ‘정상도 아닌 애’라는 말에 심란해졌다. 저를 환자로 볼까 봐 걱정되었다. 태철은 빨개진 은아의 얼굴에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태성과 대거리를 더 하면 은아가 울 판이었다.

별말 안 한 거 같은데 은아의 눈망울이 그렁그렁했다. 하… 대가리가 아프다. 태철은 한숨을 푹 내쉬고, 은아의 눈가를 쓸었다.

“은아야, 우냐?”

“저, 병신 아닙니다. 이제 약도 안 먹습니다.”

“알아, 알아.”

“좆 빨아 준 거는… 제가 해줄 게 없기도 했고…. 잘못했습니다.”

기어이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태철도 안다. 은아가 저처럼 정에 약하고, 태성이 그 약함을 이용해 은아를 구슬린 것을.

“강태철이 강은아 울리네?”

태성은 빈정거리며 은아에게 손수건을 건넸다.

저 얄미운 놈. 태철은 태성을 노려보았다.

“알았다, 알았어. 같이 살아. 넌, 집 구하면 바로 나가. 은아야, 그만 울어라.”

태철은 손수건에 눈물을 찍어 바르는 은아를 착잡하게 보다가 마지못해 허락했다.

“태성이 형. 그럼, 짐은 어디 있습니까?”

은아는 태성을 바라보며 울어서 빨간 눈을 반짝였다. 태철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만히 의자에 앉았다.

은아가 원하면, 같이 살아야지. 그리고 어떻게서든 제 발로 나가게 해야지.

“가게 창고에 넣었어. 오늘 장사 안 한다며? 지금 짐 옮기자. 카페로 가. 커피 내려 줄게. 강은아, 내가 내리는 커피 좋아하잖아?”

“형님, 지금 짐 옮겨도 됩니까?”

은아는 태철의 눈치를 보았다.

“그래, 너 알아서 해.”

“그럼, 나갔다 오겠습니다.”

“어휴, 같이 가. 야, 최태성, 나도 가.”

태철은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아에게 어깨동무하는 낯선 외지인을 보고 동네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그들의 뒤를 따라가면서 이글이글 불타는 눈을 감추지 못하는 태철 때문에 경악했다. 동네 사람들은 슈퍼에 모여 아이스크림을 사는 양 연기하며, 흥미 가득한 눈으로 카페 안으로 들어가는 그들을 유심히 보았다.

뭐여? 치정이여? 은아가 저 사내놈한테 웃는데? 바람이여? 전 애인이여? 오매, 싸움 나는 거 아녀? 볼만하겄어!

태철은 온종일 불퉁했다. 소파에 앉아 빈방에 짐을 들이는 태성을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 태성이 말하지 않아도 검사직까지 그만두고 여기 온 이유를, 태철은 잘 알 거 같았다.

‘은아 입에 좆을 물리고 싶어서 왔겠지. 은아, 이 멍청한 놈은 알아도 심각하게 생각 안 하는 것 같다만. 어휴.’

태철의 속은 타들어 가는데, 은아는 “어머니 같은 검사님과 같이 살게 되어 마음이 든든합니다.” 뻘소리나 하고 있었다. 태철은 은아가 자신만큼이나 태성을 의지하는 것을 잘 알아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이제 검사도 아닌데, 그냥 묻어 버려?’

나쁜 생각을 하는 태철을 빠르게 눈치챈 태성이 그에게 말했다.

“아, 태철아.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우리 아버지 아직 정정하시다. 전직 장관. 그리고 어머니도…. 어쨌든 나 물로 보지 말라는 얘기야. 내가 양자지만 사랑받고 큰 막내야, 막내. 그리고 너 감방 가면, 우리 은아 누가 지키냐?”

“씨발…….”

저 꼴은 언제까지 참고 봐줘야 하나. 태철은 열이 받아 죽을 지경이었다. 은아만 아니면, 그놈의 미운 정만 아니면, 벌써 죽였을 텐데. 태철은 애먼 가슴만 주먹으로 툭툭 쳤다.

이렇게 세 사람은 같은 집에서 살게 되었고, 은아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삼각관계가 시작되었다.

태성은 침대 위에 누워 잠이 오지 않는 눈을 끔벅거렸다. 초여름의 밤. 너무 덥다. 지금부터 더우면 한여름에는 어떻게 살라는 건지. 한숨이 나왔지만, 태성의 한숨을 더 짙게 만드는 건 더위 때문이 아니었다. 방문을 뚫고 들려오는 소리 때문이었다.

답답함을 못 이기고 방문을 열고 나오자, 은아의 신음이 적나라하게 들렸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소파 위에 앉았다. 은아의 신음을 안주 삼아 먹는 맥주 맛은 거지 같았다.

태성이 은아와 태철 집의 객식구가 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눈칫밥을 일주일이나 먹었다는 소리다. 태철은 대놓고 태성이 못마땅하다는 티를 냈고, 어떻게든 쫓아내려고 했다.

태철은 태성이 새우 알레르기가 있음을 알고도 모르는 척 새우를 넣은 음식을 일주일 내내 만들었고, 가운데에 낀 은아만 안절부절못했다.

태성은 이런 핍박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 대단한 깡패, 강태철이 이렇게 유치한 놈이 되었다는 것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태성의 인내심이 바삭 부서진 건 바로 태철과 은아의 섹스 때문이었다.

“아, 씨발. 이 새끼들은 저녁 먹고 나면 무조건 씹질을 하네? 방음은 좆도 안 되고.”

태성은 앙앙거리는 은아의 신음을 들으며 부글거리는 속을 잠재우려 시원한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술기운이 돌아 정신이 점점 몽롱해지고, 몸이 둔해지는데도 청각은 예민했다.

은아의 신음이 너무 잘 들렸다. 은아가 원래 저런 신음을 냈던가. 자신이 은아의 좆을 빨 때, 은아는 어떤 얼굴과 소리를 냈지.

태성은 눈을 감고 회상했다. 태성이 펠라를 해주면 은아는 눈을 꼬옥 감고, 손으로 입을 막아 신음을 삼켰다. 그래도 빨면 빠는 대로 좆을 세우고 사정했다. 그 조그만 좆에서 정액이 나오면 참 귀여웠는데.

사정 후 여운으로 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은아는 항상 태성에게 당부했었다. 형님께는 절대 말하지 말아 달라. 그러고는 태성의 좆도 성심성의껏 빨아 주었다.

사람들은 최태성의 겉모습만 보고 그가 젠틀한 미남이라고 판단하지만, 사실 태성은 싸가지 없는 또라이에다가 음침하고 음흉한 인간이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못된 놈이다.

최태성은 태철과 같은 보육원에서 자랐다. 그때는 최태성이 아니라 강태성이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삐딱하게 구는 태철과 달리 눈치가 빨랐고, 어른들에게 싹싹하고 붙임성이 좋게 굴었다. 그래서 열두 살, 은아가 보육원에 들어오기 일 년 전, 운 좋게 좋은 집으로 입양 가게 되었다.

입양 가기 전까지 태성은 태철과 마찬가지로 그를 자신의 형제로 여겼다. 태철이 나이 많은 형에게 맞고 오면 같이 싸울 정도로 태철을 좋아했다.

그러나 태성이 입양 간 후, 그들의 인생이 갈리기 시작했다. 강태성에서 최태성으로 이름을 바꾼 그는 검사가 되었고, 태철은 밑바닥을 구르는 조폭이 되었다. 하지만 조폭과 검사가 되었어도, 그들은 종종 만났다.

태철은 태성에게 항상 “한번 형제는 영원한 형제. 절대 의리를 저버리지 않겠다.” 말했고, 태성은 겉으로는 촌스럽다고 툴툴거렸지만 태철의 말에 동의했었다. 그들은 자주 만나 서로의 일이 더 잘될 수 있도록 도왔다.

태철은 태성에게 정보를 물어다 주었고, 태성은 태철의 불법적인 일을 눈감아 주기도 했고, 사건을 축소시키기도 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우정을 다졌고, 종종 술자리를 가지고는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항상 태철의 뒤를 지키는 은아가 태성의 눈에 밟혔다. 태철이 은아를 제 옆에 앉히고 이것저것 참새 같은 입에 먹을 것을 집어넣을 때는 배알이 뒤집혔고, 은아가 얌전히 음식을 받아먹으며 수줍게 웃을 때는 가슴에 불길이 일었다.

태성은 은아에게 마음이 있는지도 모르고, 점점 태철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태성은 태철에게서 강하게 풍기는 수컷 냄새에 거부감을 느꼈다. 자신의 암컷을 빼앗기지도 않았는데, 본능적인 위협감을 가졌다.

그래서 사사건건 태철을 걸고 넘어갔다. 그래도 태철은 태성을 봐주었다. 자신의 형제니까.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그들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태성은 자신이 양자라는 것에 콤플렉스를 가졌다. 그래서 양부모의 사랑을 갈구했다. 가족들은 태성을 집안의 막내로 예뻐했지만, 태성은 채워지지 않는 애정에 목말라했다. 자신의 양부모에게 인정을 받고 싶었다.

원래도 잘나가는 검사고, 다른 형제보다 뛰어났지만, 부족했다. 애정이 너무나 고팠다. 태성은 큰 한 방이 필요했고, 안타깝게도 강태철이 희생양이 되었다.

아마, 태성이 은아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태철을 배신하지 않았을 것이다. 본능적으로 태철이 없어야 은아를 가질 수 있다고 느낀 태성은 인정 욕구 때문이라고 변명하며 태철을 배신했다.

그래도 마지막 의리로 태철에게 미리 그를 배신할 것임을 알려 주었다. 그래서 태철이 미리 대비할 수 있었다. 괜히 십 년 형이 삼 년 형으로 준 게 아니다.

형제를 빵에 집어넣는 행동은 배신이었지만, 태철은 태성을 이해했다. 배신자라고 생각했지만, 태성이 양부모에 대한 인정 욕구가 강한 것을 알아 어느 정도 용서했다. 태철은 의리가 강한 촌스러운 깡패였다. 그런 촌스러운 인간이 은아의 일에는 눈이 돌았다. 그래서 태성을 미워하게 되었다.

태성은 은아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몰랐다. 간혹 은아의 말간 얼굴이 떠올랐고, 가끔 은아가 꿈에 나타나기는 했지만, 자신이 은아를 좋아한다고 상상도 못 했다. 그건 태철도 마찬가지라,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기는 줄도 모르고 제일 믿는 태성에게 은아를 부탁했다.

얼떨결에 은아를 부탁받은 태성은 처음에는 은아가 혹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태철에 대한 미안함과 의리로 매일 전화해서 잘 사냐고 물었다.

이틀에 한 번은 꼭 집에 들러 사는 꼴을 확인했다. 말로만 귀찮아 죽겠다고 했지만, 한 시간 기다려서 포장해 온 음식을 은아에게 주기도 했고, 자비로 고용한 가정부를 보내 주기도 했다.

태성이 나름 신경을 써 주었지만, 은아의 상태는 점점 안 좋아졌다. 강은아는 여름이 된 지가 오래인데도 여전히 겨울옷을 입고 다녔고, 밥도 제대로 먹지 않았으며, 태철의 걱정만 했다. 맹목적인 충성이 부럽고 눈꼴사나워 보기가 싫었지만, 태성은 꼬박꼬박 은아의 안위를 챙겼다.

그러다가 일이 터졌다. 태철이 태성에게 부탁한 건 잘한 일이었다.

평소 은아에게 전화를 거는 건 태성 쪽이었는데, 처음으로 은아에게서 전화가 왔다. 은아는 횡설수설하며 터무니없는 이유를 대고 태성에게 자신의 집으로 와 달라고 했다.

-검사님, 제 집에 오실 수 있으십니까?

「왜?」

-그… 전등이 떨어졌는데, 바닥에 떨어져서 깨졌는데…. 그… 전등이 깨지면, 불도 못 켜고 어두워서…….

「뭔 소리야?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저, 그게…….

「전등 갈아 달라고? 바쁜 사람한테….」

-검사님. 저, 목매달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야, 집에 붙어 있어. 바로 갈 거니까, 아무 짓도 하지 말고…. 야! 전화 끊지 마. 끊으면 죽어.」

-네.

은아는 태철 없이 혼자 살 자신이 없어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 전등에 목을 매달았지만, 전등이 떨어지는 바람에 살았다. 죽음에 가까워져서야 태철 때문에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태성에게 전화했다. 살고 싶어서. 살려 달라고.

태성은 전화기에 대고 아무 말이나 지껄이며 은아의 집으로 달려갔다. 집 꼴은 엉망이었고, 은아의 꼴은 더 엉망이었다. 은아는 목을 맨 줄을 여전히 목에 감은 채 침대에 앉아 있었다. 태성은 왜 죽으려고 했냐고 물었다.

답은 간단했다. 태철이 없어서. “이거 또라이네.” 하고 나무랐지만, 심란해졌다.

병원에 가서 상태를 확인했고, 정신 병원 입원 치료를 권유받았다. 태성은 당장이라도 은아를 병원에 넣고 싶었으나, 태철이 보고 싶다고 우는 은아 때문에 억지로 태철에게 면회 갔다.

은아는 태철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태철도 사랑을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커플의 탄생 속에서 태성은 자신도 몰랐던 사랑을 자각했다. 면회실에서 파랗게 멍든 얼굴로 태철을 보고 우는 모습에 완전히 반했다. 바보 같은 반함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우는 꼬락서니를 보고 반하다니. 그 후로 태성은 태철 못지않게 은아를 챙겼고, 병원에 있는 은아를 매일 찾아갔고, 항상 은아 생각을 했으며, 은아가 퇴원하자마자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은아는 손이 많이 갔다. 약 먹는 시간을 잊어 상태가 안 좋아졌고 자주 아팠다. 태성은 침대에 누워 꼼짝도 못 하고 앓는 은아 때문에 병간호에 도가 텄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다정이란 다정은 다 흉내 냈다. 결국, 은아의 입에서 태성이 어머니 같다는 소리가 나왔다.

「저에게 어머니가 있었으면, 검사님 같았겠죠?」

은아는 침대 위에 누워 태성의 병간호를 받으며 말했다.

「하… 내가 남잔데, 어머니?」

「태철 형님은 아버지 같으시니까, 검사님은 어머니입니다.」

「강태철 사랑한다며?」

「네.」

「그런데 아버지 소리가 잘도 나오네. 너 그거, 애정 결핍이다.」

「네, 압니다. 저 고아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상상했습니다. 만약, 나에게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었다면 어떤 모습이실까. 아버지는 태철 형님 같을 거고, 어머니는 검사님과 비슷할 거 같습니다. 이렇게 아프면 밤새도록 병간호를 해주고, 밥을 잘 못 먹으면 걱정하고, 직접 죽을 한 숟갈씩 입에 넣어주고, 아프지 말라고 잔소리하고…. 또 이렇게 다정하게 머리로 쓰다듬어 주실 것 같습니다.」

「…….」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죽지 않게 지켜 주시지 않습니까? 검사님은 제 생명의 은인입니다. 검사님 덕에 제가 지금 살아 있는 겁니다. 살아가면서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은아는 열에 들떠 몽롱한 눈으로 말했다. 그 눈빛에 태성도 몽롱해져, 준비하지 않은 고백을 했다.

「네 어머니 되기 싫어. 나는 너 사랑하거든.」

「…….」

「진짜로.」

「…죄송합니다. 안 됩니다.」

은아는 갑작스러운 고백에 멍청한 얼굴을 했다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럴 줄 알았어. 네 사랑에는 맹목적인 충성도 섞여 있으니까. 넘볼 수가 없겠지?」

「네.」

그런데 포기하기가 싫다.

「그런데, 강은아. 나는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야. 계속 들이댈 거야.」

「…….」

「일단 자. 자고 나아. 다 나으면 날 사랑하게 만들게.」

이때만 해도 태성은 천천히 은아의 마음을 돌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태성은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되었고,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친아들처럼 여겼던 양아버지의 시선이 차가워졌고, 형제들은 태성을 경쟁자로 보며 경계했다. 애정이 고파졌고, 불안해졌으며, 사라졌다고 생각한 애정 결핍이 고개를 들었다.

결국, 태성은 못된 놈을 자처하며 무리수를 강행했다. 은아가 낫자마자 자신의 고백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은아를 내쳤다.

「네가 내 고백을 거절해서 내가 너를 볼 낯이 없어. 일단, 떨어져 지내자. 죽지 말고, 강태철이 출소할 때까지 잘 살아 봐. 약도 꼬박꼬박 챙겨 먹고. 알겠지?」

태성은 은아를 은아의 집에 데려다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은아는 갑작스럽게 바뀐 태성의 태도에 얼떨떨했다.

「검사님? 저는 지금 혼자서 생활하기가 힘듭니다. 도와주십시오. 고백 거절해서 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래, 너는 누군가에게 의지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지.’

은아의 절박한 목소리에 태성은 속으로 비웃었지만, 안타까운 척 연기했다.

「고백받아 줄 거야? 아니잖아. 너는 너무 뻣뻣해. 강태철 몰래 나랑 사귈 수도 있는데. 어휴, 네가 싫으면 나도 어쩔 수 없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를 벼랑으로 몰았다. 은아는 매달렸다. 태철이 나오기 전까지 살아야 하는데, 혼자 있으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본인 스스로 통제가 힘든 상태였다. 병원에는 있기 싫었다.

은아는 원하는 거 다 해주겠다고 말했다. 태성은 절박하게 매달리는 은아에게 다리를 벌리라고 했다.

은아는 멍청하게 사전적 의미로만 받아들여, 진짜 다리를 벌렸다.

「이러면 됩니까? 그런데 뭘 하시려고요? 이게 답니까?」

「그게 다겠어? 네 구멍에 내 좆을 넣겠다는 의미지.」

「네?」

「그럼, 그 작은 좆으로 박게?」

「아니, 그게 아니라… 섹스는 형님하고만 하고 싶습니다. 대딸은 안 되겠습니까?」

「흐음…….」

「진짜, 그건 안 됩니다. 검사님은 제 어머니 같은 분이십니다. 제게 잘해 주셨잖습니까? 저랑 섹스하려고 잘해 준 게 아니라는 거 압니다. 그냥, 절 도와주려고 하셨잖습니까? 네?」

「아니, 내가 너를 사랑해서 그래.」

은아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가 태성의 제안을 수락했다. 은아는 태철에게 미안했지만, 태철은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다. 왜? 자주 3P를 했으니까.

은아는 자신이 성적으로 개방적이라고 착각했다. 그래서 남 좆 빠는 것 정도는 별거 아니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건 태철이 옆에 있어서 남이 자신의 몸을 만져도 신경을 안 썼던 거지, 태철이 없으면 은아는 겁쟁이였다. 그런데 은아는 그것을 몰랐다.

태철은 은아의 성교육을 핑계로 3P를 시작했지만, 나중 가서는 은아에게 품은 욕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스리섬을 했다.

사람이 한 치 앞을 못 본다고, 태철은 정말이지 몰랐다. 은아를 향한 욕정을 숨기려 했던 3P가 태성의 좆을 빨게 되는 결과를 낳으리라는 것을 정녕, 몰랐다.

그 후로 은아와 태성은 서로의 좆을 빨아 주게 되었다. 은아가 자신의 좆을 빨아 주자 태성은 다시 은아에게 잘해 주었고,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같이 자격증을 따고 여행도 다니면서 일반인처럼 살게 했다.

은아는 매사 태성의 눈치를 보았지만, 다시 본래의 모습을 찾았고, 태성에게 많은 의지를 했다. 자신의 입에 좆을 물리기는 했지만, 깊게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태철이 없는 현실이 너무나 힘들어서, 단순하게 태성의 좆을 빠는 행위는 은혜를 갚는 것이라고 여겼다.

은아는 유사 성행위를 시키는 태성에게 무서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 외에는 태성이 자신에게 너무나 잘해 줘서 태성에게 이리저리 휘둘렸다.

은아는 태철처럼 정에 약했고, 태성이 저를 살려 줄 거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태성이 은아에게 자신의 비밀을 얘기함으로써 은아는 태성에게 동정을 느꼈다.

그렇게 은아는 태철이 출소하기 전까지 태성의 ‘가스라이팅’과 ‘그루밍’이라는 덫에 빠져 있었다.

태성은 은아와의 일을 회상했다.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 보고, 태철과 자신을 비교했다. 그리고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 은아와 잘됐으면, 꼬이고 음침한 자신의 속내에 은아가 저렇게 밝게 웃지 못했을 거라는 사실 말이다. 태성은 자신이 은아에게 가했던 행동이 그루밍임을 확실히 인지했다.

그루밍의 사전적 의미는 길들이기다. 그루밍 성범죄자는 친분을 활용해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신뢰를 얻는다. 그리고 피해자가 스스로 성관계를 허락하도록 만든다.

태성은 전형적인 그루밍 성범죄를 저질렀다. 은아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고, 태철은 그것을 알았다. 그러나 문제 삼지 않고 참았다. 어쨌든 태성은 은아의 은인이고, 태철이 출소하기 전까지 은아가 정상적으로 살 수 있게 잡아 준 사람이니까.

태성도 태철이 자신을 봐주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짜증이 났다. 자지러지는 은아의 신음을 들으니 더 미칠 것 같았다. 삼 년 동안 자신이 은아를 지켰는데, 뭔가 억울하고 답답했다. 눈물이 나기도 하고 이상했다. 이렇게 짜증이 날 줄 알았으면, 억지로라도 구멍을 벌리고 좆을 넣는 건데.

사랑이 사람을 나쁘게 만들었다.

“아, 열 받아. 강태철. 개새끼.”

상사병에 죽을 거 같아서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작은 동네까지 내려왔는데, 갈수록 몸에 화만 쌓여 갔다. 태성은 은아의 신음을 들으며 다시 한번 더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은아가 태철이 아닌 자신을 사랑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도 해봤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상상해도 태철을 이길 수 없다. 그리고 태철만큼 은아를 행복하게 해줄 자신도 없다. 사랑은 파멸되고 서로 괴로웠을지도 모른다.

그래, 이제 결론이 선다. 태성은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았다. 태철이 원하든 아니든 간에 태철과 은아를 공유하는 것이다. 태성은 절대 태철을 이기지 못하고, 은아는 태철을 절절하게 사랑한다. 그러나 은아를 잘 구슬리면 스리섬은 가능하겠지. 태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에게는 삼각관계가 오히려 안정적일 수도 있다.’

이것이 머리 좋고 못된 최태성의 결론이었다.

태성은 남은 맥주를 목구멍 안으로 털어 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취기에 비틀거리며, 은아의 신음이 들리는 방문을 열었다.

은아는 태철의 위에 올라타 스스로 제 구멍에 좆을 넣었다. 구멍 입구에 대고 조금씩 안으로 밀어 넣었다. 뻐끔뻐끔. 느리지만, 야무지게 오물거리는 구멍에 태철의 눈이 살벌하게 빛이 났다.

“하으…. 형님, 왜 이렇게 무섭게 보십니까?”

“오물거리는 게 귀여워서.”

“흐아… 형님, 좋습니다.”

좆을 반 정도만 넣었을 뿐인데, 내벽을 가득 채우고 전립선을 눌렀다. 은아는 상체를 숙여 태철을 끌어안고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좋아 죽을 것 같았다.

“하앙, 하응. 흐응, 형님, 형님. 좋습니다, 형님.”

태철은 제 좆이 안으로 다 들어가지 않게 한 손으로는 은아의 둔부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제 좆을 잡고 자세를 유지했다. 제 욕심보다는 은아가 우선이었다.

태철은 살벌해지는 눈을 가라앉히고 은아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 때, 방문이 열렸다. 태철은 은아의 얼굴을 제 어깨에 묻게 하고 방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지그시 노려보았다. 태성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침대 쪽으로 다가왔다.

“뭐 하냐?”

태철은 은아가 들을세라 입 모양으로 말했다. 태철의 좆을 받기에 여념이 없는 은아는 쉴 새 없이 좋다는 신음을 흘릴 뿐, 침입자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꺼져.”

풀린 눈, 비틀거리는 걸음걸이, 풍기는 술 냄새. 딱 보니 술 처먹었네. 취했으면 밤이나 처자지. 여기는 왜 쳐들어와?

“방음이 안 되네.”

태성은 은아가 듣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태철은 황급히 두 손으로 은아의 귀를 막았다. 다행히 은아는 태철의 커다란 좆 때문에 다른 것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은아는 몰아치는 자극에 연신 엉덩이를 흔들었다. 태성은 봉긋하고 하얀 은아의 엉덩이와 태철과 이어진 접합부, 좆의 움직임에 따라 딸려 나오고 들어가는 내벽을 흑심 가득한 눈으로 보았다.

“구멍이 예쁘네.”

“나가.”

태철은 살벌하게 태성을 보며, 허리를 쳐올렸다.

“흐앗! 하응… 흐응, 형…….”

강하게 쳐올린 좆에 은아는 움직임이 멈추고 자지러지는 신음을 흘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벽이 수축하며 좆을 강하게 물었다.

“크흑… 아가야, 쌌냐? 좋아?”

태철은 제 품 안에서 절정을 느끼는 은아의 등을 토닥거리며 태성을 비웃었다. 태성의 얼굴이 한없이 일그러졌다. 절망감이 태성의 몸을 휘감았다.

태성이 절망을 하든 말든 태철은 신경 쓰지 않고 은아의 얼굴, 귀여운 정수리, 여기저기에 입을 맞추고 행복감을 주체하지 못했다. 행복해 보이는 태철의 모습에 태성의 눈에 불길이 올랐다. 태성은 침대 위로 올라와 태철의 가슴팍에 기대어 있는 은아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아 세우고, 아래로 눌렀다.

“흐윽!!”

갑작스럽게 태철의 좆이 구멍 안으로 다 들어왔다. 태철의 좆이 너무 커서, 평소에는 야금야금 좆의 반만 먹었다. 한 번도 좆 전체를 먹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좆이 다 들어오다니.

태철의 좆이 은아의 좁은 안을 억지로 벌렸고, 구멍 입구도 한껏 벌어져 찢어지기 직전이었다. 좆은 은아의 전립선을 뭉개고 결정까지 닿았다.

은아는 정액을 싸지르고 경련을 일으켰다. 아래에서 전해지는 고통과 절정에 목소리도 나오지 않아 입을 벙긋거리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 좆을 강하게 잡아먹는 은아의 좁은 살덩이에 태철도 정신이 나갈 것 같았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은아를 먼저 살폈다. 태성에게 화낼 생각도 못 하고, 은아를 달래기에 여념이 없었다. 태철은 은아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은아야, 괜찮냐?”

“으으…….”

은아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눈만 끔벅거렸다. 태철은 들썩거리는 은아의 가슴팍을 두드리며 달랬다. 태성은 자신에게 신경을 못 쓰는 태철을 비웃으며 은아에게 다가갔다.

태철과 이어져 있는 구멍에 손가락 두 개를 넣고, 세게 위로 잡아 올렸다. 뚜둑. 살이 찢어지는 소리가 방안을 울렸고, 은아의 동공이 크게 확장했다.

“너 이게 무슨!”

태철이 막기도 전에 태성이 재빨리 바지 밖으로 좆을 꺼내 억지로 손으로 벌려 놓은 구멍 안으로 좆을 넣었다.

“으아악!”

태철 못지않은 큰 성기가 은아의 구멍 안에 가득 들어찼다. 태철의 좆도 버거워하는 은아가 좆을 두 개가 먹었다. 장기가 터질 것 같았고, 구멍이 너무 아렸다.

은아는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눈을 까집고 경련을 일으켰다. 태성은 눈을 감고 은아의 좁은 구멍을 느꼈다. 강태철 때문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만족스러웠다.

은아 구멍은 따뜻하고 부드럽구나.

“씨발!”

태철은 태성의 복부를 힘껏 발로 찼고, 태성은 무방비한 상태에서 보기 좋게 침대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발길질이 강력했다. 급소를 찼는지 숨 쉬기가 힘들었다.

태성은 메마른 기침을 하고 태철을 노려보았다. 태철은 침대 위에 은아를 눕히고 천천히 성기를 뺐다. 성기에 피가 묻어났고, 구멍은 찢어지고 그새 부어올라 엉망이었다.

은아는 한없이 눈물을 흘리기만 했다. 태철의 눈이 돌았다. 태철은 씩씩거리며 태성의 멱살을 잡고 방 밖으로 나왔다. 그를 거실 구석으로 던져 내팽개치고, 태성의 목을 잡았다. 강한 악력에 숨 쉬기가 힘들었다.

“크흑… 역시 강…태철. 힘, 크흐… 좋네….”

“이 개새끼야…. 씨발… 넌 나중에 봐.”

태철은 태성의 배에 주먹을 꽂아 놓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계속해서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은아에게 다가갔다.

“은아야, 내 말 들리냐? 정신 차려 봐라.”

볼을 톡톡 두드리며 얼굴을 자신 쪽으로 고정했다. 은아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리며 쉽게 초점을 잡지 못했다.

“은아야, 괜찮다. 괜찮아.”

가슴을 토닥거리며, 은아의 온몸을 주물렀다. 뜨거운 태철의 손이 차갑게 식은 은아의 몸에 닿을수록 은아의 잔떨림도 잦아졌고, 흔들리던 눈동자도 초점을 찾아갔다.

“은아야, 형님 봐라. 괜찮냐?”

“하아… 형님…….”

“그래, 나다.”

“형님… 아픕니다.”

은아는 얼굴을 무너뜨리고 칭얼거렸다.

“그래, 안다. 자자.”

자면, 아픔도 잘 못 느끼겠지. 태철은 서랍에서 수면 유도제를 꺼내 은아의 입에 넣었다. 은아는 거부감 없이 태철이 주는 알약을 삼키고 태철을 보았다.

“눈 감아. 일단 자. 아무 걱정 하지 말고.”

“네.”

태철은 은아가 빨리 잠에 빠질 수 있게 가슴팍을 두드렸다. 거칠었던 은아의 숨소리가 일정해졌다. 은아는 잠에 빠졌고, 태철은 가슴을 두드리는 것을 멈추고 은아의 다리를 벌려 구멍을 살폈다.

그새 피딱지가 올라왔다. 태철은 손가락을 구멍에 넣고 안을 살폈다. 피딱지가 벌어져 피가 나왔다. 꽤 많이 찢어졌다. 나으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하… 이 씨발…….”

혹여나 다칠까 야금야금 먹었던 구멍이 아닌가. 그런데 이 꼬라지로 만들어?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다.

태철을 몸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를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젖은 수건으로 은아의 몸과 구멍을 깔끔하게 닦았다. 그리고 찢어지고 부은 곳에 연고를 발라 준 다음, 곱게 이불을 덮어 주고 불을 끄고 방으로 나왔다.

“이 개새끼야.”

태성은 아까 던져진 그 자리 그대로 누워 있었다. 태철은 사나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태성의 배를 발로 찼다.

“이 미친 새끼야. 술을 처먹었으면 곱게 잠이나 자지, 이게 뭐 하는 지랄이야!”

“은아 구멍이… 좋더라…. 너는 그걸 혼자 처먹고 있었냐?”

“이거 완전 또라이네?”

“너도 또라이… 크흑!!”

태철은 한 손으로 태성의 멱살을 잡고 끌어 올려 벽에 밀어붙이고는 목을 졸랐다. 다른 손으로는 얼굴을 잡아 뭉갰다. 태철은 솥뚜껑만 한 손으로 태성의 얼굴을 한 번에 잡고 으깨듯 힘을 주었다.

눈, 코, 입이 완전히 짓눌렸다. 숨을 쉬기 힘들었다. 태성은 처음으로 무력에 의한 무력감을 느꼈다.

그간 조폭들을 많이 상대해 왔다. 쫀 적도 없다. 유도 유단자라 싸움에서 진 적도 별로 없다. 그러나 태철의 강한 악력에 태성은 속수무책으로 잡혀 바둥거렸다.

태성은 코와 기도가 막혀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는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혔다. 흉기 없이 고작 손으로 사람을 죽이겠다. 두려움에 온몸이 떨렸다.

“내가 이때껏 참은 건, 은아 때문이다. 그런데 네가!”

태철이 천둥과 같은 큰 울림으로 소리쳤다.

“커헉! 크흡…….”

얼굴에 피가 몰렸다. 기도가 막히고, 눈이 뒤로 넘어갔다. 그리고 정신이 점점 몽롱해졌다. 태성은 태철의 손을 잡고 손톱으로 긁으며 버둥거렸다.

“내가 아직까지 너를 친형제라고 생각했다. 병신같이…. 네가 내 첫 가족이라 마음이 약했어. 내가 없는 동안, 네가 은아에게 한 짓을 다 알고 있다. 은아가 너를 좋아해서, 너 건들면 은아가 슬퍼할까 봐! 봐주고 있는데!!”

태성의 숨이 꼴깍꼴깍 넘어갔다. 경련을 일으키고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얼굴을 잡은 태철의 손바닥이 축축해졌다. 태철은 손을 놓았고, 태성은 바닥으로 맥없이 쓰러졌다. 입을 크게 벌리고 급하게 공기를 들이마셨다. 태철은 헐떡거리며 살려고 버둥거리는 태성을 차갑게 노려보았다.

“최태성. 너는 이제, 내게 벌레다. 험한 꼴 보기 싫으면, 당장 짐 싸서 나가라.”

태철은 차갑게 말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태성은 굳게 닫힌 방문을 보다가 허탈하게 웃었다. 진짜 죽을 뻔했다. 자신은 태철의 상대도 못 된다. 허무했다.

다음 날, 오후 즈음에 은아의 눈이 뜨였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얼굴이 태철이다. 좋아서 히죽 웃는데, 태철의 표정이 영 좋지 못했다.

“형님, 아침부터 안 좋은 일 있으십니까?”

“어휴…….”

갈라지고 가라앉은 은아의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더 착잡해지는 태철이다.

“아가, 괜찮냐?”

“네? 아…….”

은아는 눈을 굴리다가, 뒤로 손을 뻗어 구멍을 더듬었다. 구멍이 부었고, 구멍 안도 아팠다.

“아프냐?”

“네, 아픕니다. 구멍도 아프고, 아랫배가 너무 아픕니다.”

“쯧… 진통제 먹을래?”

“네. 그런데, 형님, 기억이 잘 안 납니다. 어제, 제 구멍에 좆이 두 개 들어왔던 겁니까?”

“어…….”

“와… 들어가기는 합니다.”

이 상황에서도 은아는 신기하다는 듯 눈을 빛냈다. 상황의 심각성을 하나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씹… 들어가기는. 다 찢어졌다.”

“그럼, 형님과 섹스 못 합니까?”

“아이고, 은아야.”

어제 무슨 일을 당했는데 말간 얼굴로 이런 소리나 하는지. 태철은 가슴이 답답했다.

“최태성, 그 새끼가 너한테 무슨 짓을 했는데. 화 안 나냐?”

“별로, 화 안 납니다.”

“뭐? 나는 이렇게 화가 나서 미칠 거 같은데.”

“형님도 그렇고 태성이 형도 그렇고, 저에게는 다 소중하신 분들입니다. 제가 미워서 그렇게 하신 게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화 안 납니다.”

“너, 최태성, 그 새끼한테 세뇌당한 거다.”

“아닙니다. 형은 어머니…….”

“그 소리 좀 그만해라.”

태철은 은아를 끌어안고 씩씩거렸다. 이 멍청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은아는 씩씩거리며 분을 삭이는 태철의 등을 쓸어 주며 슬쩍 말했다.

“그래도 형님 좆이 다 들어갔습니다. 다음번에는 형님을 완전히 만족시켜 드릴 수 있습니다.”

“아이고, 머리야.”

이걸 긍정적이라고 해야 하나, 바보라고 해야 하나. 은아는 태철밖에 몰랐다.

바보보다는 긍정이 낫겠지. 우리 애 너무 긍정적이다.

은아의 아침을 챙기려 밖으로 나온 태철은 소파에 누워 있는 태성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태철의 인기척을 느낀 태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안 갔냐? 내가 가라고 했잖아. 죽고 싶냐?”

“사람 쉽게 안 죽어. 강은아, 괜찮아?”

어제 태철에게 죽을 정도로 당해 놓고는 기억 안 난다는 듯,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태철은 태성에게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다.

“꺼져라. 죽이기 전에.”

“강태철. 내가 아는 강은아는 말이야, 나한테 화 안 났을걸? 그러려니 넘어갈 아이야.”

“이 씹! 나 빵에 있는 동안 너, 은아에게 무슨 짓 했냐? 애가 저렇게 바보 같을 수가 있어?!”

“쟤 원래 바보야.”

“…….”

“부정은 안 하네. 하아… 은아 깼지? 사과하고 싶은데, 들어가도 되나?”

태성은 방 쪽으로 다가갔고, 태철은 그런 태성을 막아섰다.

“못 들어가. 그리고 여기서 나가. 마지막 경고다.”

둘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누군가 말리는 사람이 없었으면 해가 지도록 서로의 눈만 볼 판이었다. 다행히, 밖으로 나온 은아 덕에 눈싸움이 멈췄다.

“두 분 여기서, 뭐 하십니까?”

“눈싸움. 강은아, 몸은 어때? 괜찮아? 사과하고 싶은데, 받아 줄래?”

은아는 싱긋 웃는 태성을 빤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절뚝거리며 소파에 앉았다. 태성은 좋아 보이지 않는 은아의 몸 상태에 인상을 구겼다가, 금세 표정을 풀고 은아의 맞은편에 앉았다.

태철은 은아의 뒤에 서서 등받이에 손을 올린 채 태성을 노려보았다. 태철이 자신을 죽일 듯이 보든지 말든지, 태성은 여유로운 낯짝을 은아에게 들이댔다.

“강은아, 다자간 연애라고 아니?”

“다자간 연애요?”

“그래, 폴리아모리.”

“폴리아모리? 처음 들어 봅니다. 그게 뭡니까?”

“두 사람 이상을 동시에 사랑하는 거야.”

“아… 그렇습니까?”

“이 새끼가 사과한다면서 뭔 뻘소리야? 은아는 너 안 사랑한다. 나를 사랑하지. 개소리 그만하고 사과나 해라.”

태철이 버럭 화를 냈다. 태성은 태철 쪽으로 눈길도 주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은아는 나를 어머니 같은 존재로 여기고, 나에게 애착을 가지지. 그지, 은아야?”

“네, 저는 태성이 형을 좋아합니다. 어머니 같으십니다.”

‘어머니 같기는. 어떤 어미가 아들 구멍에 좆을 집어넣어? 무슨 개소리를 하려고 저렇게 서론이 장황하지?’

태철은 이를 부득 갈고, 태성을 노려보았다. 태성은 태철과 눈을 마주하고, 마치 약을 올리듯이 씨익 웃었다.

‘저 새끼는 목을 졸라도 겁을 안 먹네. 내가 그동안 저놈에게 많이 물렁했지.’

태철은 혀를 찼다.

“은아야. 내가 네 좆도 빨아 주고, 만져 주면 좋다고 쌌잖아. 기억나지?”

“네.”

“봐, 인간은 한 사람을 깊게 사랑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애착과 성욕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그리고 결핍과 외로움은 끝이 없다? 사람은 완벽하지가 않아. 결점이 너무 많아. 둘은 불안정할 수가 있어. 너도 알잖아? 강태철이 없으면, 너는 내가 필요해. 아니야?”

“맞…습니다.”

“강은아, 너는 강태철이랑 평생 살고 싶잖아, 안 그래?”

“네, 저는 형님과 평생 살 겁니다.”

“그래. 그런데 사람 일은 모른다? 그러니까, 셋이서 연애를 해야 해. 만약, 한 명이 사라지면, 다른 한 명이 사라진 사람의 빈자리를 채워 주는 거야. 어때?”

“…….”

“사이비냐!”

태철이 큰소리를 냈고, 태성은 태철을 무시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

“나, 너, 강태철. 이렇게 사귀자고. 이 관계가 너에게 큰 만족과 안정감을 줄 거야. 그리고 태철이 없다고 죽으려고 했잖아, 그런 너를 살린 건 나야.”

“씨발. 못 들어주겠다. 개소리 집어치워라. 그냥, 은아 구멍에 네 좆 넣고 싶다는 거 아니냐? 날 이길 자신이 없으니까, 셋이서 섹스하자고 꼼수 부리는 거 내가 모를 줄 아냐! 뭘 그걸 그렇게 돌려서 말해?”

“그리고 너는 너무 강태철만 봐. 네가 태철에게 집착하면, 질릴 거야.”

태성은 태철이 옆에 없는 양 뻔뻔하게 말했다.

“이 새끼가 내가 뻔히 눈 뜨고 있는데, 내 앞에서 개수작을. 너 일로 와. 좀 맞자. 사과하라고 앉혀 놨더니.”

태철은 결국 못 참고 태성에게 달려들었고, 은아는 다급하게 태철을 잡았다.

“형님, 화내지 마십시오. 진정하십시오.”

“은아야, 저 새끼가 하는 소리는 다 개소리다. 뭘 진지하게 듣고 있어? 어떻게 좆을 빨게 만들었나 했더니, 이런 식으로 수작을 부렸어!”

“형님, 태성이 형에게 궁금한 게 있습니다.”

“야, 은아가 궁금한 게 있다잖아. 조용히 하고, 우리 은아 말 좀 듣자. 그래, 은아야. 말해.”

“태성이 형, 이렇게 길게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자간 연애 이런 거 너무 어렵습니다. 그리고 저는 태철 형님처럼 태성이 형을 사랑하지도 않습니다.”

“…….”

“그런데… 태성이 형. 만약, 제가 싫다고 하면, 우리 관계는 어떻게 됩니까?”

“이걸로 디 엔드. 완전 끝이야.”

태성은 은아를 차갑게 보았다. 은아는 태성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고, 태성을 잃을까 두려움을 느꼈다.

태철은 은아에게 항상 말했었다. 자신이 죽어도 따라 죽지 말고 살라고. 은아는 태철의 말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태철 없이는 살아갈 자신이 없다. 눈물이 났다.

그런 은아에게 태성이 나타났다. 태성은 은아를 알뜰히 챙겨 주었고, 은아는 태성만 있으면 태철이 죽어도 태철의 말대로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태성이 자신을 살린다고 생각했다. 태성을 놓을 수 없다. 그래서 태성과 하는 성행위가 두렵고 버거워도 군소리하지 않았다.

“그럼… 형이 원하시면, 그리고 형님께서 허락하시면 구멍은 대 줄 수 있습니다. 대신 형님이 있을 때만입니다. 이건, 괜찮습니까?”

은아는 겨우 무서움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

“하… 씨발…. 최태성 이 개새끼….”

태철은 은아가 무슨 생각으로 하는 말인지 다 알 것 같아 화가 났다. 그렇다고 은아를 나무랄 수는 없었다.

“태성이 형은 생명의 은인입니다. 생명의 은인에게는 목숨을 바칩니다. 그리고 형은 제 사람입니다. 한번 제 사람은 영원한 제 사람입니다. 형님께 그렇게 배웠고, 이게 제 의리입니다.”

“하…….”

태철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은아는 자신을 닮았다. 태성을 미워하지만, 정을 주었다는 이유로 미워하지 못하는 마음까지 똑 닮았다.

“태철 형님. 태성이 형이 저와 자고 싶다고 하면, 형님과 함께 자고 싶습니다. 형님에게 달렸습니다. 형님이 싫으면, 안 할 겁니다. 어떻게 할까요?”

“저놈과 하는 거 괜찮냐?”

“네. 저는 형님만 제 옆에 계시면, 뭐든 좋습니다.”

은아는 곧은 눈으로 태철을 바라보았다. 태철은 머리가 복잡했다. 이대로 은아와 태성의 관계를 끊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섣불리 끊어 버리면, 은아의 불안증이 또다시 발동할지도 몰랐다.

은아는 정신병을 앓았다. 이제 겨우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아이를 뒤흔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곁에 있으면 괜찮다고 하니 그 말을 믿어 볼 생각이었다.

“하아… 씨발…. 다자간 연애, 그런 거 다 집어치우고, 스리섬 하자는 얘기지?”

“야, 내가 지금까지 얘기한 게… 하…. 연애하자니까 무슨…. 아니다. 그래, 같이 자자. 섹스. 셋이서 섹스해! 섹스!”

태성은 질린 얼굴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소리쳤다. 솔직히 이 멍청이들에게 다자간 연애니, 폴리아모리니, 아무리 얘기해도 통하지 않겠지. 욕망을 적나라하게 전시하는 게 더 좋다. 그리고 연애보다는 좆질이 더 급하기도 했다.

“형님, 고민되십니까? 형님이 싫으면, 안 합니다.”

“해. 재밌을 거 같네.”

“네?”

“뭐?”

허락할지 몰랐다. 태성의 눈이 커졌고, 은아도 놀랐다.

“진짜 하라고?”

“어, 연애 말고 섹스.”

“넌 뭐 소유욕도 없어? 은아를 나와 공유하고 싶어? 나는 좋기는 한데, 약간 이해가 안 가네?”

태성이 무슨 꿍꿍이냐는 얼굴로 태철을 보았다. 그런 태성의 의심을 은아가 일축했다.

“태성이 형, 괜찮습니다. 저희 사귀기 전에도 종종 스리섬 했습니다.”

“뭐?”

“스리섬은 재미 아니냐? 뭘 큰 의미를 둬?”

“바란 거기는 한데… 어이없네.”

태성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태철에게서 은아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을 보았다. 은아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는 믿음이 태철에게 있었다. 본격적인 시작도 하기 전에 진 느낌이었다.

태성은 태철을 물로 봤다. 태철은 성적으로 문란하고, 스리섬은 재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처음 은아의 성교육을 시켜 줄 때도 스리섬을 하지 않았나.

태철은 자신이 몸이 닳고 닳았음을 인정했다. 그래서 은아에게 정절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마음을 중요하게 여긴다. 마음만 제게 있으면, 흔들리지만 않으면 3p든 4p든 상관없다. 그저 유희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제 좆을 품은 채 다른 이의 좆을 무는 은아는 어떤 얼굴을 할까? 타인의 좆을 받으면서도 나에게 절절한 사랑을 말하겠지? 태철의 아랫배가 근질근질해졌다.

그리고 강태철은 태성이 말하는 관계를 이용할 생각이다. 그래서 태성에게 똑똑히 보여 줄 작정이다. 네가 아무리 은아를 구슬려도 나만 볼 것이고, 아무리 은아의 구멍에 좆질을 해대도, 생체 딜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진저리가 쳐져 스스로 나가떨어지게 만들 계획이었다.

‘최태성, 이제 그만 네 지긋지긋한 짝사랑 끝내줄게. 네 개수작에 맞장구쳐 주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고, 마지막 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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