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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하게 울려 대는 숲에 카델이 숨어든 땅굴에도 진동이 번졌다. 카델은 그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열심히 기운을 끌어모아 마왕의 형제들을 죽일 일격을 준비했다. 그러나 그의 마력이 형상화된 순간.
“쿤라……? 어째서…….”
마력에 섞여 있던 쿤라의 기운이 모조리 빠져나갔다. 카델의 의지가 아니었다. 주었던 선물을 빼앗듯 강제적이기만 한 힘에 카델이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제 몸 안에선 여전히 쿤라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런데도 그의 힘을 끌어다 쓰려고 하면, 기다렸다는 듯 기운이 요동치며 반항했다.
자신의 기운을 사용하지 말라는, 무엇보다 분명한 신호. 하지만 왜? 시스템을 경계해서라기엔, 처음부터 이것이 쿤라와 자신의 계획이 아니었던가. 마왕의 형제를 죽이기 위해 지금껏 시스템의 눈치를 살피며 숨죽여 왔던 것이 아닌가.
하이론을 살리기 위해 힘을 사용했던 것이 제약을 만들었대도, 그 제약은 마왕의 형제들을 빼돌린 시점에서 끝났어야 했다. 지금은 시스템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쿤라가 힘을 보태 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여전히 대답 없는 그의 의도를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마음대로 해요. 망할 용가리.”
카델은 사라진 쿤라의 기운만큼 자신의 마력을 끌어 올렸다. 이런 식이면 에밀리아를 상대할 때 불리해지리란 것을 알았음에도, 별 방도가 없었다.
카델의 시선이 에밀리아의 언니를 향했다. 힘을 주어 구부린 손끝이 앙상한 가슴팍을 짚고. 흘러드는 마력을 따라 그녀의 가슴 위로 새빨간 마법진이 떠올랐다. 심장 위에서 발광하는 마법진의 위로 독특한 상형 문자가 새겨지며, 그가 자리한 땅굴 안으로 강렬한 마력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이거면 충분해.’
심장을 불태워 흔적도 없이 소멸시킬 마법. 카델의 눈이 번뜩인 순간, 공간을 휩쓸던 마력이 모조리 마법진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쿠드득. 쿠득.
무언가 짓이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움찔 경련했다. 그러나 길지 않은 반응이었다. 빛을 잃은 마법진은 사라졌고, 심장이 자리했던 가슴은 마법진의 모양을 따라 뻥 뚫렸다. 순식간에 심장을 잃은 그녀의 몸으로 불씨가 튀어 오르며, 시체가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깔끔하고 확실한 죽음. 카델은 부활의 씨앗조차 남기지 않을 마법으로 그녀를 해치웠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시스템 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운명에 순응하십시오.」
붉게 강조된 시스템 창의 문구가 어지럽게 시야를 가렸다. 순응하십시오, 순응하십시오, 순응하십시오. 요란한 경고음이 머리를 울렸고, 기분 나쁜 메스꺼움이 느껴졌다.
그러나 카델은 묵묵히 새로운 마력을 끌어 올릴 뿐이었다.
“모두가 네가 정한 운명대로 살아가진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