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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가 코앞이다! 서둘러라!”
얼음 계단의 끝이 보였다. 상처를 무사히 치료한 엑토를 선두로, 모두가 뜀박질에 속도를 붙였다. 이 긴 계단을 오르는 동안 무수한 방해 공작이 있었으나, 그들은 보란 듯이 정상에 다다랐다. 그들의 의지와 지상의 기사들의 필사적인 엄호 덕이었다.
떠오른 상단부에는 바닥과 천장이 멀쩡히 붙어 있었다. 가장 먼저 발을 디딘 엑토가 사주를 경계하고는, 뒤따라오는 이들에게 올라와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
“요젠 경, 부탁하겠네.”
엑토의 말에 요젠이 한쪽 무릎을 꿇고 바닥을 짚었다. 손끝을 타고 퍼지는 암기가 바닥에 스며들고. 그의 기운이 빠른 속도로 성을 훑어 내리기 시작했다.
요젠이 적의 위치를 파악하는 동안, 나머지 기사들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성 상단부의 1층은 고요하기만 했다. 인간이 발을 들였음에도 저지하러 나오는 마족이 없었고, 감지되는 함정도 없었다.
“우리가 계단을 오르는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리 없는데 말이지.”
분명 인간들이 절대 마왕에게 도달하지 못하도록 수를 써 두었을 것이다. 확신하는 루멘에게 답하듯, 탐색을 마친 요젠이 몸을 일으켰다.
“꼭대기까지 살펴보진 못했어. 몇 층 위에 위험한 결계가 쳐져 있거든. 내가 알아낸 사실만 말할게.”
그는 자신을 향한 시선들을 모두 건너뛰곤, 아무도 자리하지 않은 방향을 향해 고개를 움직였다.
“층마다 최소 한 명의 고위 마족이 있어. 이 층엔 저기. 계단 앞을 막고 있는 적 하나뿐이야.”
계단 앞을 막고 있는 적이라니. 요젠의 말을 따라 시선들이 분주히 움직였으나, 위층과 이어진 계단에는 아무도 자리하지 않았다. 그에 기사들의 의아한 반문이 이어지려던 때.
“어떻게 알았지이……. 하나도 안 보일 텐데에…….”
어디선가 맹한 목소리가 들려오며, 허공에 아지랑이 같은 연기가 일렁였다. 점점 부피를 늘리던 연기가 곧 형체를 갖추더니, 어린 소년의 모습이 드러났다.
소년은 어깨를 누르고 있는 묵직한 가방끈을 움켜쥐며 갸우뚱 고개를 기울였다. 정갈하게 잘린 앞머리나 콧등을 덮은 주근깨, 반쯤 풀린 듯한 눈빛이 순박한 느낌을 주는 고위 마족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대도 결코 방심해선 안 됐다. 엑토는 눈짓으로 진영을 지키라 명령한 뒤, 고위 마족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네 이름을 밝혀라.”
“누야. 내 이름은 누야야아…….”
애교스럽게 이름을 밝힌 누야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제게 다가오는 엑토를 응시했다. 그리고 엑토와의 거리가 1미터 내로 좁혀진 순간.
“밟아 버렸구나아…….”
달칵, 장치가 작동하는 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엑토가 디딘 바닥이 벌어지며, 그의 몸이 구멍 아래로 추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