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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도 훨씬 빨리 작동하게 됐어.’
마왕 성의 꼭대기. 에밀리아와 함께 그녀의 처소에 도착한 셀레브가 마른침을 삼켰다. 처소의 중심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자리했고, 그 중앙에 에밀리아가 서 있다.
에밀리아는 격렬하게 진동하는 방 안에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중얼거림을 따라 마법진이 차근차근 발광했다. 그 신비롭기까지 한 모습을 지켜보던 셀레브가 거칠게 머리를 털었다.
‘작동이 빠르든 늦든, 달라지는 건 없어. 어차피 놈들은 에밀리아도, 빌어먹을 평화의 돌도 얻지 못할 테니까.’
마법진이 눈부시게 물들며 발동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그러나 에밀리아는 마법진을 마저 발동하는 대신, 얌전히 내리깔았던 눈꺼풀을 들고 주문을 멈췄다. 짧은 들숨과 옅은 미소. 다음 순간, 대량의 마기가 성안을 휩쓸며 그녀의 음성이 성내에 있는 마족들의 머리를 울렸다.
[1분. 가치를 증명할 자신이 있다면 그 안에 올라와요. 만약 욕심을 부려 발을 들인다면 날개 없이 추락하게 될 겁니다.]
인간도, 성 바깥의 마족도 들을 수 없는 에밀리아의 속삭임. 그 분명한 신호에 성을 뒤흔드는 소란에도 숨을 죽이고 있던 고위 마족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 사이에는 성의 하층. 지하 계단과 이어진 비밀스러운 공간에 머물던 고위 마족도 자리하고 있었다.
“후우…….”
로렌스 하이웨일. 가르엘의 검에 심장을 꿰뚫려, 본래라면 죽었어야 할 고위 마족. 그가 터뜨리듯 숨을 몰아쉬며 눈을 부릅떴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는 흉터가 말끔히 사라진 가슴을 쓸어내렸다.
“올바른 선택이었군.”
가르엘에게 죽임을 당하리란 강한 확신이 머릿속을 꿰뚫던 순간. 로렌스는 자신의 모든 회복력을 거둬 심장의 재생에 쏟아부었다. 이미 죽었어야 할 심장에서 미세한 생명력을 붙들고, 체내의 모든 기운을 끌어 심장의 부활에 힘을 모았다. 그리고 그 결과. 로렌스는 당당히 황천의 길목에서 돌아왔다.
“기운의 대부분을 소모했지만…… 됐다. 당장 올라가야 해.”
지금은 안전한 곳에서 재정비를 할 때가 아니었다. 어서 에밀리아가 있는 최상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런 몸으로 인간들을 상대해야 할 테니.
“……다시 조카를 볼 일은 없겠군.”
이 치욕을 씻을 방도가 사라졌다는 건 아쉬웠으나, 그깟 반쪽짜리를 없애기 위해 부귀영화를 누릴 기회를 놓친다는 건 말이 안 됐다. 비소를 머금은 로렌스가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