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1화 (41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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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짚은 팔이 떨리고, 숙인 고개를 타고 땀방울이 흘렀다. 카델은 후들거리는 몸에 바짝 힘을 준 채 마법진 위로 마력을 불어넣었다.

바로 아래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발버둥 치는 마족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흉흉한 눈빛은 바로 위에 꿇어앉은 카델을 향하고 있었다. 무수한 적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집중을 유지하는 것은 꽤나 높은 정신력을 요했다.

‘아예 포탈이 열린 위치를 바꾸겠어. 마족이 대기하지 않는 장소에 새로운 문을 연다.’

똑같은 좌표에서 징벌의 문을 보강한다면, 마계로 내려가는 즉시 두 번째 전투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래서는 의미가 없다. 카델은 최대한 적이 덜 밀집된 장소를 찾아, 아군을 안전하게 인도할 생각이었다.

그런 카델의 주위로 여전히 기세를 잃지 않은 적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고위 마족이 빠진 전력은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컸다. 살아남은 기사들은 손쉽게 마물을 베어 내며 카델의 주위를 지켰다.

적린 기사단 역시 지친 몸을 끌고 남은 마물을 정리했으나, 가장 큰 활약을 뽐내는 것은 역시 요정족이었다. 그들이 쏟아 내는 냉기와 얼음 창은 물론, 상당수의 얼음 골렘까지. 하이론의 지휘를 따른 요정족의 전투는 빠른 속도로 지상의 적들을 지워 갔다.

“카델 단장!”

차근차근 안정화되는 전장 속, 의식을 되찾은 모리톨이 카델을 찾았다. 그는 대답도 하지 못하는 카델을 향해 일방적으로 말을 걸었다.

“혼자서 징벌의 문을 재가동할 생각입니까? 그런 거라면 멈추십쇼. 아직 마계에 진입하지도 않았는데 경의 힘을 전부 사용할 순 없습니다.”

“……징벌의 문의 위치를 옮기지 않는다면 곧바로 아래의 적들을 상대해야 합니다. 간신히 피한 전멸의 위협을 다시 겪자는 말입니까?”

“위치를 옮기는 것까지만 하라는 소립니다. 고위 마족은 전부 처리했어요. 나머지는 살아남은 마법사들에게 맡깁시다. 경은 적룡의 힘을 끌어와야 해요. 그러는 동안 자기방어도 해야 하지 않습니까. 이런 곳에서 체력을 낭비한다면, 제가 기껏 지지해 준 전술도 의미가 없어지겠죠.”

모리톨의 차분한 설득에 필사적으로 마력을 불어넣던 카델의 몸에서 조금씩 힘이 풀렸다. 그의 말이 맞았다. 지원군의 합류에 흥분해 마음이 급해졌으나, 미래를 생각한다면 당장은 힘을 아껴야 했다.

카델은 위치를 옮김에 따라 점점 흐릿해지는 아래의 적들을 응시하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모리톨 경은 남은 마법사들을 추려 보내 주세요. 저도 요정족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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