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실물로 본 포트는 상상보다 훨씬 기괴한 모습이었다. 암기에 적셔진 놈의 신장은 카델의 네 배 이상은 될 법했고, 직각으로 꺾인 허리와 머리카락 한 올 없는 좁고 둥근 머리통, 얇고 긴 몸체가 언뜻 거대한 곤충처럼 비치기도 했다.
징그럽기를 넘어 두렵기까지 한 외형이다. 하지만 놈의 외관보다 충격적인 것은, 이 축 늘어진 벌레 같은 모습이 놈의 최후라는 것이었다.
‘……벌써 죽여 버렸다고?’
포트는 자신을 가둔 건물 안에 처량하게 쓰러져 있었다. 암기로 빚어진 창날에 온몸이 꿰뚫려, 박제품처럼 바닥에 고정됐다. 조금의 경련도 없는 것으로 보아 죽은 지 시간이 꽤 흐른 것 같았다.
‘내가 찾으러 다니던 동안 이미 처리한 모양이군.’
포트의 시체를 살피는 카델의 표정이 점점 굳어 갔다. 포트는 이미 죽었다. 그 말인즉슨, 더 이상 기사단을 위협하는 존재는 없다는 소리. 그런데도 요젠의 기술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 사실이 가리키는 바가 너무나 명확해 모골이 송연해질 지경이었다.
‘설마 이미 늦어 버린 건…….’
요젠은 제프리를 죽인 걸까. 아니면 죽이는 중일까. 어느 쪽이든 절망적이기만 했다. 바닥에 못 박힌 듯 서서 움찔거리던 카델이 이내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찾아야 해.’
제프리가 죽었든, 죽기 직전이든. 중요한 것은 당장 요젠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제프리에겐 안 된 일이지만, 자신은 만약 그가 죽었더라도 죽음을 추모할 생각이 없다. 죽음의 전모를 밝힐 생각도 없었다. 지금 드는 생각은, 어떻게든 살인을 은폐해 요젠의 안위를 지켜야 한다는 것뿐.
이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가 놀라울 지경이었으나,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한 차례 생각을 정리한 카델이 포트의 시체가 남겨진 건물을 박차고 나섰다.
‘다스토보다 먼저 찾아내야 한다.’
다스토가 먼저 요젠을 찾아내 곤란한 정면을 발견하기 전에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만약 다스토에게 발각당한다면, 요젠은 분명 도망칠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그를 잡지 못할 테지. 누구의 앞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피비린내 나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요젠이 제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심장이 두방망이질 쳤다.
그는 항상 그랬다. 겨우 마음을 열었나 싶으면 눈 깜빡할 새 도망가 거리를 유지하려 들었다. 익숙함이 무섭다면서도 곁을 떠나지는 않아, 그것에 안심하려는 찰나 훌쩍 멀어진 뒷모습을 보여 준다.
그를 잡아 두기가, 온전한 제 사람으로 곁에 두기가 너무도 어려웠다. 어떻게 해야 요젠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건지. 무슨 말을 해야 요젠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는지. 미친 듯이 고민하며 건물 사이를 헤집던 때였다.
“……”
카델의 걸음이 점차 느려졌다. 끊임없이 뛰어 댄 터라 호흡이 거칠었지만, 숨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한 곳에 시선을 고정한 채 조금씩 나아갔다.
그가 바라보는 것은 주변을 둘러싼 무수한 건물 중 하나. 그 아래 힘없이 주저앉은 한 남자였다.
카델이 다가오자 고개를 숙인 채 늘어져 있던 남자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드디어 왔네.”
씁쓸하고도 허탈한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카델은 맥이 풀린 것처럼 요젠의 앞에 꿇어앉았다.
그의 옆에는 단검 한 자루가 나동그라져 있었다. 묻은 것이라곤 포트의 것으로 추정되는 보라색 액체뿐. 잠시 단검을 바라보던 카델이 여전히 고개를 수그린 요젠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의 뺨을 쓸었다. 작게 움찔하던 요젠이 이내 제 뺨을 더듬는 손등을 감쌌다.
“이 안에 있어.”
요젠의 손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카델은 제 손등을 덮은 손의 떨림을 느꼈다.
“이 안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안전하게 있어.”
“…….”
“분신을 설치해 두지 않았거든.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갇혀서, 나오려고 발버둥 치는 걸 무시했어. 그게 전부야. ……내가 놈한테 한 복수가, 그게 전부야.”
요젠의 입매가 일그러졌다. 그는 카델의 손을 강하게 그러쥐며 고개를 들었다. 눈을 가린 붕대는 그의 표정을 읽기 어렵게 만들었으나, 카델은 알 수 있었다. 지금 요젠이 얼마나 큰 절망과 분노, 혼란을 느끼고 있는지. 그가 얼마나 괴로운 갈림길에 섰는지.
“언제든 죽일 수 있어. 지금 놈은 내 덫에 걸린 거나 다름없어. 그런데도…… 그런데도 죽이지 못했어. 죽이지 못하고, 널 기다렸어. 네가 와서, 내가 제프리를 죽이지 않았다는 걸 발견해 주기만 기다렸어. ……말도 안 되잖아.”
카델은 맞닿은 손을 끌어 제 얼굴에 가져다 댔다. 그가 직접 표정을 읽을 수 있도록 한 곳, 한 곳을 정성스럽게 쓸어 내렸다. 그럴수록 요젠의 떨림은 더욱 심해졌다. 언제나 평온하게, 온갖 감정의 바깥에 머물러 있던 그가. 궁지에 몰린 것처럼 불안하게 동요했다.
그리고 카델은, 잃었던 목소리를 되찾았다.
“뭐가 보여? 내 표정에서 뭘 느낄 수 있어? 넌 내 숨소리, 심장 소리, 말투만으로도 전부 알 수 있잖아.”
“……모르겠어.”
“아니. 이미 알고 있어.”
“몰라.”
“애정이야.”
힘없이 빠져나가려는 요젠의 손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그 위에 이마를 대고 기도하듯 속삭였다.
“날 위해 복수를 포기할 필요는 없어. 네가 결국 복수를 택한대도 나는 너를 버리지 않아. 실망하지 않아. 말했잖아, 내 안중에는 너밖에 없다고.”
요젠은 조금씩 바뀌는 자신이 두렵다고 했으나, 그래선 안 됐다. 타인의 행복을 위해 그는 세상을 청소하기로 했다. 그 대가로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 조금씩 곪아 갔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로지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할 생각뿐이었다.
자신의 행복은 안중에도 없다. 오히려 사랑받기를 꺼렸다. 찰나에 가까웠던 시간 동안 그에게 주어졌던 사랑은 요젠을 인간답게 만들었다. 그랬기에 사랑을 회피하는 것이다.
인간으로 산다면 지금까지처럼 기계적으로 사냥감을 물색하고, 가차 없이 죽이고, 고독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을 반복할 수 없을 테니까. 버틸 수 없음을 알기에 코앞의 행복을 포기하려는 것이다.
“날 받아들여 줘.”
그럼에도 요젠은 끝내 애정을 갈구했다. 그의 안에 있는 것은 냉혹한 암살자가 아닌, 인간의 선함에 매달려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였으므로.
“……무서워.”
요젠의 몸이 천천히 기울었다. 그는 부드럽게 카델의 양 뺨을 감싼 채 엄지로 콧등을 쓸었다. 그의 숨결이 지척에서 느껴졌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는데. 그러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했는데. ……네 앞에만 서면 전부 소용이 없어. 넌 유일하게 나를 두렵게 만드는 인간이니까.”
부드러운 입술이 입가를 간질였다. 그리고 조금씩, 카델은 자신을 덮은 암기가 녹아내리고 있음을 느꼈다.
“넌 나를 인간으로 살게 해.”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일이야.”
“변한 나는 아주 성가시고, 형편없고, 나약할 텐데도?”
“……그래.”
그렇게 카델이 온전한 제 모습을 되찾았을 때.
「기사 ‘요젠 바르딕타’의 호감도가 7 상승했습니다.」
「현재 호감도: 77/100」
주변만 더듬던 요젠이 온전히 입술을 겹쳐 왔다. 그리고 카델은 그와 만난 뒤 처음으로, 요젠의 숨소리를 들었다.
조심스럽게 서로의 입술을 깨물고, 뺨과 목덜미를 더듬고, 등허리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뜨거운 열기가 입 안을 헤집었다. 차가운 살갗과는 상반되는 온도가 섬뜩한 쾌감이 되어 심장을 울렸다.
온통 새까만 세상 속에서, 요젠이 존재를 허락한 이는 카델뿐이었다. 오직 그만이 색을 가지고, 자유롭게 그의 세상을 활보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그랬다. 제 안으로 훌쩍 뛰어들어 제멋대로 자취를 남기고는, 다정한 미소를 손에 쥐고서 멈추지 않고 다가왔다.
“카델.”
“……응.”
요젠은 카델이 자신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확인하려 들었다. 맞붙이던 입술을 살짝 떼어 내 호흡으로 벌어진 카델의 입새로 엄지를 집어넣었다. 아래턱을 가볍게 눌러 입을 벌리곤, 진득하게 입술을 훑어 내렸다. 잠시 그 촉감을 음미하던 요젠이 무방비하게 드러난 혀를 집어삼키듯 고개를 비틀었다.
훅 쏠린 무게 중심과 점막을 자극하는 압박감에 카델이 앓는 듯한 신음을 냈다. 그에 살짝 미간을 구긴 그가 더욱 집요하게 카델을 탐닉했다. 그의 손길은 이미 빠듯하게 찬 카델의 입술을 당기며 괴롭혔고, 등허리를 더듬어 그의 작은 반응을 기민하게 살폈다. 어느 부분을 자극하면 카델의 몸이 반응하는지를 기억하고, 조금 더 깊숙이 혀를 놀렸다.
거친 호흡이 서로의 귓가를 울렸다. 적막한 공간을 채우는 것은 오로지 흥분에 달뜬 두 남자의 숨소리뿐. 찌걱거리는 울림이 선명하게 들려오니 자신이 하는 행위임에도 남사스럽게 느껴졌다. 카델은 이 이상 요젠과의 입맞춤을 이어 갔다간 곤란한 일이 벌어지리라 직감했다.
“잠, 깐…….”
이곳에는 부하들도 있고, 그림자 기사단도 있으며, 어딘가를 활보 중일 다스토도 있다. 그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도 된다고 생각하기엔, 아직 카델에겐 한 가닥의 이성이 남아 있었다. 그가 어렵사리 고개를 틀어 입술을 떼어 내자 요젠이 재촉하듯 달려들었다.
“잠깐만…! 멈춰 봐, 요젠. 키스는 일단 이곳을 벗어난 다음에 하자. 여긴 사람들이 너무 많아.”
카델의 입가로 머쓱한 미소가 번졌다. 입 밖으로 꺼내니 믿기 힘들 만큼 부끄러운 감정이 몰려들었다. 요젠은 가쁜 숨을 고르는 카델의 뺨에 간지럽게 입술을 문지르다, 이내 짜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싫어.”
언제나 순하게 제 감정을 억누르곤 하던 요젠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일방적으로 굴었다. 그는 아예 카델을 바닥에 눕혀 둔 채 좀 전보다 거칠게 입술을 문대 왔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탓에 이가 부딪혀 아릿한 통증이 번졌고, 몸을 짓누르는 압박감에 숨쉬기가 불편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카델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이 있었으니.
“너 뭐 하는…… 우읍…!”
그건 바로 요젠의 거침없는 손길이었다. 그의 손은 카델의 형태를 탐구하겠다는 듯 집요하게 몸을 더듬어 왔다. 잘록한 등허리를 쓸고, 움푹 들어간 척추뼈를 따라 지그시 힘을 주고, 납작한 배와 배꼽, 심지어는 가슴께를 문지르기까지 했다.
큼직한 손이 민감해진 몸을 빚듯이 매만지자 내내 요젠에게 휩쓸리던 카델의 눈이 커졌다. 금세 홍당무처럼 달아오른 얼굴로 입술을 달싹인 카델이 요젠의 어깨를 내리쳤다. 서로의 혀로 가득 찬 입안에선 신음에 가까운 투정이 흘러나왔다.
“왜 이렇게 바둥거려. 불편해.”
결국 제 아래서 야단법석을 치는 카델을 버티다 못한 요젠이 낮게 읊조렸다. 그에 겨우 숨 쉴 틈을 얻은 카델이 크게 헐떡이며 빽 소리쳤다.
“그만 만져!”
“왜?”
“왜냐니? 아니, 애초에 왜 그렇게 만지는 건데? 너 설마 여기서 그, 그렇고 그런 이상한 짓을 하려는 거야?”
“이상한 짓?”
“그런 게 아니면 왜 이렇게 만지는데! 괜히 사람 이상해지게…….”
곳곳에 인간들이 가둬진 야외에서 남사스러운 짓거리를 하는 취향은 전혀 없다. 카델이 씩씩거리며 입을 가리자, 그의 얼굴을 더듬던 요젠이 불만스럽다는 듯 미간을 구겼다.
“내 방식으로 널 느끼는 것뿐이야.”
“느, 느끼긴 뭘 느껴!”
“부끄러워?”
“그럼 안 부끄럽겠어?”
“다른 애들이랑 할 때는 얌전했잖아. 그런데 나랑 하는 건 부끄러운 거야?”
기습 공격과도 같은 발언에 카델의 말문이 막혔다. 잠시 멍하게 요젠을 응시하던 카델은, 곧 한층 더 붉어진 얼굴로 마력을 방출했다. 요젠을 떨쳐 내겠다는 듯 강하게 솟구친 바람에 남색의 머리칼이 나부꼈다. 요젠이 자신을 덮친 강풍에 주춤하는 사이, 카델은 온 힘을 다해 그의 밑에서 빠져나왔다.
“완전 변태 아니야!”
진심으로 분개했다는 듯 바락바락 성을 내는 카델 탓에 강제로 입맞춤을 끝내게 된 요젠이 짜증스러운 한숨을 내뱉었다.
“성가셔져도 괜찮다며. 거짓말이었어?”
“당연히 전부 진심이었지만……!”
그게 주변도 신경 쓰지 않고 성가실 정도로 키스를 해 대겠다는 말일 줄은 몰랐다. 게다가 이미 자신과 다른 단원들의 입맞춤을 지켜본 적이 있다고 생각하니, 수치스러움의 한도가 간당간당했다.
“진심이었지만?”
요젠이 헝클어진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타액에 젖은 입술을 손마디로 지그시 훑어 낸 그가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붕대 너머로 싸늘하게 식은 눈빛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 그냥…….”
점점 가라앉는 요젠의 분위기에 카델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자신도 딱히 요젠과의 키스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굉장히 자극적이었고, 색다른 쾌락의 목전까지 다다랐었다. 다만, 적절치 못한 장소에 돌발 선언까지 합해지니 골이 띵해졌을 뿐이었다.
간신히 얻어 낸 요젠의 마음을 다시 잃고 싶진 않다.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우선순위를 정리한 카델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는 싫어. 사람들이 많잖아. 너, 너는 내가 네 아래에 깔려서 헐떡거리는 모습을 다른 사람한테 보여 주고 싶어?”
“…….”
“오는 길에 건물 여기저기 구멍을 뚫어 뒀단 말이야. 다스토 경은 이미 한참 전부터 돌아다니는 중이고. 언제 어디서 누가 튀어나올지 모르는데, 계속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너랑 키스하고 싶진 않아.”
자신 없이 투덜거리는 듯하면서도 본인의 주장은 확실했다. 말이 이어짐에 따라 어디 한번 변명해 보라는 듯 반항적이던 요젠의 태도도 느슨해졌다. 살짝 고개를 숙인 그가 무언가 생각하듯 이마를 문지르다, 이내 맥 빠진 어깨를 으쓱였다.
“알겠어.”
“……정말?”
“그러니까 네 말은, 여기를 벗어나서 아무도 없는 공간으로 들어가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저지하지 않겠다는 거잖아.”
“무슨 짓을 해도……?”
방금 대단히 과감한 발언을 들은 것 같은데. 당황한 카델이 요젠의 앞으로 다가갔으나, 그는 가볍게 몸을 물리며 고개를 돌렸다.
“마족은 죽였어. 네가 준 임무는 완수했으니, 이제 난 내 일의 마무리를 짓고 올게.”
요젠의 말을 정정하려던 카델이 주춤하며 몸을 굳혔다. 일의 마무리.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카델은 아직도 입맞춤의 여운이 남은 입술을 꾹 다물며 주먹을 그러쥐었다.
“……방금 말했듯이 조금만 있으면 기사들이 도착할 거야.”
“오래 걸리지 않아.”
“오래 걸려도 돼. 누가 의심하든 말든, 내가 수습해 줄 테니까. 원하는 만큼 마무리를 짓고 와.”
진심이었다. 이 제한된 상황 속에서 이토록 엉성한 복수로 요젠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다면. 시간이야 얼마가 걸리든 개의치 않는다.
격려와도 같은 단언에 그제야 요젠의 입꼬리가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느리게 고개를 끄덕인 그가 카델을 뒤로한 채 제프리가 있는 건물 위로 손을 올렸다.
그의 손바닥이 닿은 부분을 따라 일정한 파문이 번지고. 요젠은 그대로 스며들 듯 건물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