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2화 (312/521)

*

“대마법진 탐색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랐네. 곧 자네의 기사단에게도 파견 임무가 내려질 거야.”

황제의 서재.

데릭은 카델의 앞으로 와인이 담긴 잔을 내밀며 말했다.

“그렇습니까. 예정대로 끝나 가는군요.”

와인이라니. 평소엔 방문할 때마다 차를 내주더니, 오늘은 무슨 일로 술을 주는 걸까. 앞으로 지겹게 구를 테니 그 전에 실컷 취해 보라는 의미인가?

달갑지 않은 의심을 하며 와인을 한 모금 마시자, 황제의 시선이 달라붙었다.

“수련에는 성과가 있나?”

“예. 다들 무척 강해졌습니다. 실력도, 내면도.”

“표정을 보니 정말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나 보군. 앞으로 자네의 기사단이 활약할 일이 많을 걸세. 마음껏 실력을 뽐내도록 해.”

“하하, 물론입니다. 성과를 증명할 생각에 벌써 기쁘군요.”

전혀 기쁘지 않았다. 활약할 곳이 많으리란 건 곧 전쟁 내내 신출귀몰하게 쏘다니며 여기저기 지원을 다녀야 한다는 소리로 들렸으니까.

‘역시 이 술은 위로주였나.’

마신 걸 다시 뱉어 내고 싶어졌다. 카델은 찝찝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잔을 내려 두었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데릭은 카델이 내려 둔 잔을 응시했고, 카델은 황제가 본론을 꺼내길 기다렸다. 파견 예정 지역이라든가, 다른 기사단과의 협동이라든가, 쿤라의 근황이라든가.

하지만 이어지는 데릭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이전의 약속을 기억하는가.”

“……?”

“자네가 제국에 충성을 맹세했던 때의 약속 말일세.”

“……예, 기억합니다.”

만약 카델이 제국에 대한 충성을 증명하고, 황제의 밑에서 훌륭히 싸워 낸다면. 가문의 죄를 씻겨 새롭게 태어나게 해 주겠다던 약속이었다.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면, 약속을 지키지.”

“그 말씀은…….”

“자네의 출신을 공표할 준비를 해 두겠네.”

막연하던 약속이 황제의 입에서 되풀이되자, 이번 전쟁이 스토리를 끝맺는 마지막 단추가 되리라는 것이 실감 났다. 그리고 동시에, 미뤄 두었던 의문이 다시금 머리를 내밀었다.

‘황제는 정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그는 자신에게 라이토스가의 남은 생존자들을 보여 주었다. 그러고 나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먼저 운을 떼지 않았고, 카델이 언급하려는 낌새만 보여도 곧장 말을 돌렸다. 대체 그의 의도는 무엇이었던 걸까.

“또한…….”

그렇게 카델이 과거에 대한 질문을 꺼낼지 말지 고민하던 때. 무거운 시선을 옮긴 데릭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네의 조부, 젠가 라이토스의 억울한 죽음을 알릴 것이며, 그로써 라이토스가의 희생을 모두에게 각인시키겠네.”

“예……?”

“따라오게.”

억울한 죽음과 희생.

카델이 그 뜻밖의 단어들을 나열하며 멍하니 곱씹는 동안, 데릭은 서재의 모퉁이를 가린 책장 앞에 섰다. 그가 익숙한 손길로 다섯 권의 책을 건드리자, 낮은 진동과 함께 책장이 밀려났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지하로 이어진 가파른 계단이었다.

끝도 없이 펼쳐진 복도를 걸으며, 카델은 이곳이 그가 처음 황제와 거래했던 장소임을 눈치챘다. 당시에는 눈을 가리고 이동했기에 어떻게 지하로 내려왔는지 알 수 없었는데.

‘이렇게 서재랑 이어져 있는 구조였구나. 굳이 눈을 가리고 데려갈 만하군.’

데릭은 지하실에 들어선 이후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카델 역시 마땅한 질문을 찾지 못했기에, 그저 횃불의 빛과 데릭의 등을 따라 묵묵히 이동할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지하 깊숙한 곳에 자리한 어느 방 앞이었다. 이미 몇 개의 방을 지나쳤으나, 데릭이 멈춘 방문은 앞선 방과는 달리 너저분하게 허물어져 있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문 너머에는, 마찬가지로 엉망인 내부가 펼쳐졌다.

비스듬하게 쓰러진 책장, 엎어진 책상, 널브러진 정체불명의 서류와 깨진 시약병. 누군가의 습격을 받은 것처럼 엉망이었고, 오래 관리하지 않은 듯 곳곳에 거미줄과 먼지가 잔뜩이었다.

카델은 공간을 가득 메운 텁텁한 공기에 기침하며 입을 가렸다. 데릭은 묵묵히 숨을 고를 뿐이었다. 느리게 걸어 나간 그가 엎어진 책상을 일으키고, 그 위를 손으로 쓸었다. 먼지가 잔뜩 묻어 나온 손을 그러쥔 데릭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젠가가 사용하던 작업실이었네. 주변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공간이 필요하다기에, 한 칸을 내주었지.”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기침을 삼키려 애쓰던 카델이 멈칫하며 눈을 굴렸다. 당황한 시선이 데릭을 향했다.

“서재에서 업무를 보다,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 때면 종종 이곳에 들렀네. 그때마다 실험에 몰두한 괴짜 마법사가 반겨 주었어. 젠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지친 마음이 풀어지고, 삶에 의욕이 생겼지.”

데릭은 과거를 회상하듯 폐허나 다름없는 방 안을 찬찬히 돌아보았다. 그에 눈에 비친 것은 텅 비어 쓰러진 책장이 아닌 지식의 창고였고, 코끝에 스미는 것은 쾌쾌한 먼지가 아닌 독특한 시약 냄새였다.

“그때의 나에게 젠가보다 소중한 존재는 없었어. 오직 그만이 온전한 나의 사람이라 할 수 있었지. 당시엔 사방이 적이었고, 나는 무력했으니까. 선황이신 나의 아버지가 마계 전쟁의 피해로 돌아가신 후, 어린 나이에 즉위한 나는 꼭두각시 노릇밖에 할 수 없었거든. 한 번 넘어간 권력은 되찾기 어려웠네. 황제의 역할을 대신하던 숙부님은 어느새 지위와 권력에 심취했고, 나는 성장하고도 여전히 꼭두각시 신세를 면치 못했어.”

데릭은 담담하게 과거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즈음, 카델은 바닥을 어지럽힌 잡동사니 사이로 드문드문 말라붙은 검은 자국들을 발견했다. 오래된 핏자국이었다.

“부패한 황실에 백성은 고통받았고, 나는 그들을 구제하고 싶었네. 젠가 역시 그런 나를 돕고자 했으나, 마땅한 방법이 없었지. 이미 성에는 숙부의 세력들이 곰팡이 핀 창을 들고 활보 중 있었으니까. 그렇게 하루하루를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다, 숙부에게서 좋지 못한 낌새를 발견했네. 마땅히 조사해야 했어. 하지만 내가 직접 움직인다면, 감시하는 눈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지. ……그래서 젠가에게 조사를 부탁했네. 숙부의 뒤를 밟아, 그를 무너뜨릴 만한 단서를 발견하라고.”

핏자국은 여러 군데에 흩뿌려져 있었다. 쓰러진 책장의 뒤편에도, 벽면에도, 황제가 다시 세운 책상에도. 그것은 처참한 살육의 흔적이라기보단, 미치광이의 발악이 남긴 흉터에 가까웠다.

“젠가는 아주 유능했어. 얼마 안 가 숙부의 약점을 발견했거든. 그게 뭐였을 것 같나?”

데릭의 시선이 카델에게 가 닿았다. 그제야 카델은 데릭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볼 수 있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 속에는 뒤엉킨 분노와 후회, 그리고 슬픔이 머물러 있었다.

“나의 숙부는 마족을 소환하려 했네. 이유도 아주 멍청했어. 마족의 피를 모아 영생을…… 그 더러운 목숨을 연명하고자 한 거야. 그게 전부였네.”

“…….”

“아주 치명적인 비밀이지. 알려진다면 숙부는 단숨에 나락으로 떨어질 테고, 뒷배를 잃은 부패 세력들은 숙청의 칼날을 피할 수 없어. 지금껏 내가 벼려 온 칼날이 그들 모두를 심판했을 테지. ……하지만 한 가지, 내가 간과했던 것이 있었네.”

데릭은 격해지는 감정을 눌러 참듯 짧게 숨을 골랐다. 그러나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그것은 그의 앞에 선 카델 때문이었다. 그에게서 젠가의 젊은 시절을, 닥쳐올 시련도 모른 채 사이좋게 우정을 나누던 과거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는 숙부의 비밀을 알아냈음에도 내게 알리지 않았어. 젠가는…… 자신의 목숨보다 제국을 귀히 여겼거든. 숙부의 치부를 드러낸다면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겠지만, 백성들은 황실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을 터. 백성의 믿음을 잃은 황실에 무엇이 남겠나? 아무리 썩은 이파리를 잘라 낸다 한들, 뿌리가 없으면 무엇도 소용이 없지. ……젠가는 그걸 걱정했던 거야.”

부패한 황실의 탐욕스러운 정책에 고통받던 제국의 백성들. 이미 황실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바닥을 쳤을 그들에게, 황족의 마족 소환이라는 이슈는 쉬이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게다가 마계 전쟁의 여파가 남은 시기였다. 전쟁은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앗아 갔다. 가족과 애인, 집과 터를 부쉈다. 그들은 마족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그런데 황제의 핏줄이 고작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마족을 소환하려 하다니. 그 사실이 공표됐다면, 한계까지 내몰렸던 백성들은 저마다 제 손으로 제국을 구제하고자 나섰을 테다. 결국엔 수많은 피를 보게 됐을 테고, 그것은 처음의 목적과 맞지 않은 비극적 결말이었다.

“젠가는 다른 단서를 찾고자 했네. 숙부를 끌어낼 만한 또 다른 명분을.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지. 성공한 것은 젠가가 아닌 숙부였네.”

숙부는 기어코 마족을 소환해 냈어.

그리 말한 데릭이 허탈한 웃음을 뱉었다. 데릭의 눈앞에 있는 것은 더 이상 젠가를 닮은 그의 손자가 아니었다. 젠가 라이토스, 바로 그였다.

*

“그게 무슨 소리야. 침착하게…… 처, 천천히 설명해 봐라, 젠가.”

“내가 네 숙부를 죽였어, 데릭.”

당황해 굳은 데릭의 시야 속에서, 젠가는 태연하기만 했다. 다갈색 눈동자엔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굳은 결의가 비쳤다. 흰 뺨과 엷은 갈색의 머리칼은 피로 얼룩졌으나, 그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미안하다. 일을 그르쳐서.”

차갑게 식은 데릭의 손이 젠가의 어깨를 그러쥐었다. 겁에 질린 얼굴로 아무도 없는 지하의 복도를 연신 돌아보다, 믿기 힘들다는 듯 떨리는 입술을 달싹였다.

“왜 내게 미리 알라지 않은 거야. 숙부가 마족을 소환하려 했다는 증거만으로 충분했어. 그것만 있어도 우린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그래서는 안 돼. 많은 사람이 다치게 될 거야.”

“너는! 그러는 너는 어떻게 될 것 같은데! 빌어먹을……. 한슨과 토피에가 세력을 모을 거야. 널 죽여서 목격자를 없애려 들 거라고. 그 전에 숙부의 죄를 밝히겠어. 전부 숙청하고―”

“내 목숨을 걸고 녀석들과 거래해.”

데릭은 패닉에 빠져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으나, 젠가는 아니었다. 그는 이미 모든 결단을 마쳤고, 모든 계획을 설계했으며, 모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나를 죽이는 대신, 스스로 자리를 내놓고 물러나라고 해.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면 그자와 한패임을 밝혀 가장 치욕스러운 죽음을 안겨 주겠다고 해, 데릭.”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있는 한 그자들에게 물러날 구석은 없어. 사력을 다해 죄를 부정하며 널 끌어내리고, 네 뒤에 있는 날 죽이려 할 거야. 하지만 나라는 변수가 없다면, 녀석들은 마음 놓고 너와 거래할 수 있겠지. 네 숙부를 끌어안고 자폭하는 것보단 지금껏 쌓은 부와 명예를 누리며 조용히 살아가는 게 나을 테니까.”

“젠가, 너 지금…….”

“나만 희생하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어. 넌 피를 보지 않고 권력을 되찾을 수 있고, 백성들은 반란을 일으키는 대신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삶을 누릴 수 있겠지.”

숙부가 마족 소환에 성공하지 못했더라면. 젠가가 숙부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마족 소환이라는 죄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그가 숙부의 뒤를 밟지 않고, 뒤를 밟으라고 부탁하지 않았더라면. 정권이 자신의 것이었다면. 약하지 않았더라면. 당당한 제국의 황제로서, 모두를 지킬 수 있었더라면.

자신은 친구의 목숨을 저울에 올리지 않아도 됐다. 소중한 이의 목숨을 더러운 쓰레기들의 안위와 맞바꾸지 않아도 됐다. 그러니 결국, 전부 자신의 탓이었다.

“네 손에 죽게 되어 다행이다, 데릭.”

“…….”

“마밀 녀석을 못 보고 가는 건 조금 아쉽군. 아니, 차라리 못 봐서 다행이지. 녀석이 돌아와 이 꼴을 봤다면 난리를 쳤을 테니까.”

젠가는 아무렇지 않게 떠들었고, 웃었고, 시선을 맞췄다. 자신의 목에 닿은 서늘한 칼날을 느꼈음에도, 한결같이 담대하게.

“데릭.”

“…….”

“폐하.”

젠가는 일그러진 데릭의 얼굴을 두 눈에 담았다. 어릴 적부터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자주 울음을 터뜨리곤 했던, 결국엔 마지막까지 울음을 참지 못한 오랜 친구의 얼굴이었다.

“역적으로 죽는 것은 상관없습니다. 가장 알리고 싶은 이가 저의 무고함을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의 가족은, 꽤 모진 수모를 당할 테지요. 그러니 만약 저의 가문이 제국에서 설 자리를 잃는다 해도, 그들이 헛되이 죽지 않도록 돌봐 주십시오. 저는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젠가의 마지막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한참을 망설이다 그가 무언가를 말했고, 자신은 끔찍한 비명을 질렀으며, 바닥에는 친우의 잘린 머리통이 굴러갔다.

그 머리를 끌어안은 채 차마 울부짖지도 못했다. 피로 축축하던 옷이 말라붙고, 더는 느껴지지 않는 온기에 절망할 즈음. 바깥에선 기어이 미쳐 버린 자들이 라이토스의 핏줄을 소탕하고 있었다.

젠가가 어딘가에 마족 소환의 증거를 남겨 뒀으리란 의심을 거두지 못한 그들은, 역적의 씨를 말리겠다는 명목하에 가문을 들쑤셨다.

데릭은 분노했으나,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그들을 정면으로 막는 것은 젠가의 죽음을 무용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는 역적이 되어 죽기를 택했으므로.

또한 데릭에겐 여전히 힘이 없었기에, 그가 할 수 있는 대응이라곤 소규모 기사단을 보내 살아남은 젠가의 후손을 빼돌리는 것뿐이었다.

그 결과 데릭은 꼭두각시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꿈에 그리던 권력을 움켜쥐었다. 데릭 오스마의 정권을 바로 세웠다. 은밀히 준비해왔던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하며, 백성들의 고충을 해결하려 애썼다.

그러나 그는 하나뿐인 이해자를 잃었다. 소중한 친우를 잃고, 견고했던 관계를 망쳤다.

“너는 피를 봤어야 했어, 데릭. 젠가가 아닌, 황실의 쓰레기들을 모조리 죽여 피의 강을 만들어야 했다. 왜 그러지 못했지? 젠가의 뜻을 따르기 위해? 아니, 그냥 네가 겁쟁이이기 때문이야. 쉬운 길을 택한 것뿐이라고. 네가 젠가를 희생시켰다. 그건 네 선택이야. 네가 지키지 못한 거야. 그래서 나는, 영원히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다.”

돌아온 마밀은 그를 저주했다. 그가 젠가에게 내어 주었던 공간을 쓰레기통 취급하며 깨부수고, 그가 지배하는 제국을 원망했고, 증오했고, 결국엔 제국에서 이룬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났다.

바라던 미래를 얻었으나, 소중했던 과거가 무너졌다. 많은 것이 곁을 채웠으나, 동시에 남은 것이 없었다.

자신은 구제 불능의 죄인이었다. 친구의 희생을 발판 삼아 권력을 움켜쥐었음에도 죽은 친구의 유언 하나 제대로 지켜 주지 못했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실익을 재고 따지느라 친구의 오명을 벗겨 주지 못했다.

어쩌면 이렇게 살다 죽어 버려, 저승의 문턱에서 젠가의 저주를 받고 지옥에 떨어질지도 몰랐다. 그렇게 삶을 비관하고 자조하며 살았다.

그의 손자인 카델 라이토스가 자신의 앞에 나타나기 전까진, 불행한 최후만을 예감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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