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521)

드류는 카델의 용모를 훑어보며 미심쩍다는 듯 턱을 문질렀다.

“용병단이라고? 용병이라기엔 너무 비실비실해 보이는데. 토끼 한 마리도 못 죽일 것처럼 생겼어.”

“개소리를 지껄이는 걸 보니 역시 인간이 덜 된 모양이로군.”

이건 카델이 한 말이 아니었다. 뻣뻣해진 고개를 휙 돌리니, 어느샌가 카델의 옆으로 다가온 반이 무표정한 얼굴로 드류를 응시하고 있었다. 삐딱한 자세와 날 선 눈빛이 불온하기 짝이 없다.

“방금 뭐라고 했지?”

예상에도 없던 신경전의 전조. 드류와 충돌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질겁한 카델이 다급히 반을 잡아끌었다.

반은 자신의 단장이 ‘비실비실해 보인다’는 모욕을 들은 것에 심히 분노한 듯 내내 싱글거리던 미소를 싹 지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카델은 전혀 타격이 없었다. 아직 거울을 보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몸이 반보다 왜소하다는 것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죠. 의뢰비는 후불로 받을 테니, 한번 맡겨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손해 볼 일은 없을 텐데요.”

“흐음.”

급히 주제를 돌리며 생글거리자, 드류가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다. 다행히도 길지는 않았다.

그는 손을 올려 기사들에게 검을 거둘 것을 명령했고, 특유의 거만한 눈빛으로 카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좋다. 맡겨 보도록 하지. 목표 장소는 마을 입구에서부터 800미터 떨어진 숲을 지나면 나오는 평원이다. 높은 울타리로 봉쇄된 데다 저 두 놈이 길을 알 테니, 찾아가는 데 어려움은 없을 거야. 그래. 자네 용병단의 이름은 뭐지?”

“적…린 용병단이라고 합니다.”

“적린? 처음 듣는군. 타지에서 온 건가?”

“뭐…… 그런 셈이죠.”

앞으로 수도 없이 말하고 들어야 할 예비 기사단의 이름이 이렇게나 부끄러워서야. 카델은 얼굴에 오르는 열을 식히려 애쓰며 힘겹게 웃어 보였다.

그 순간, 낭랑한 알림음과 함께 눈앞으로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메인 퀘스트 ‘저주받은 땅’ 수락 완료!」

「퀘스트를 클리어하여 스토리를 진행하십시오. 보상이 주어집니다.」

「실패 시, 기사 ‘반 헤르도스’를 잃습니다.」

여유롭게 시스템 창을 읽어 내리던 카델의 입꼬리가 짧게 경련했다.

‘……음? 뭘 잃는다고?’

⚔️

퀘스트 실패 페널티로 기사를 잃는다니. 세상에 그런 끔찍한 게임이 존재한다면, 출시 즉시 쫄딱 망해 자취도 찾지 못하게 될 것이다!

터무니없는 페널티에 분개하기를 잠시, 카델은 빠르게 평정을 되찾았다. 황당하긴 하지만, 이것은 진짜 게임이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게임과 똑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또 다른 삶에 가까웠다.

그러니 이 페널티 또한 모종의 예언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가 의뢰를 성공하지 못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반은 운명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물과 싸우다가 죽을 수도 있고, 기습당해서 죽을 수도 있지. ……아니. 어쩌면 잃는다는 게 그런 의미가 아닐지도.’

기사로서의 반 헤르도스를 잃는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깟 튜토리얼용 퀘스트 하나 이겨 내지 못하는 단장에게 어떤 비전이 있겠는가. 반이 실망해서 용병단을 뛰쳐나간다고 해도―사실상 2명밖에 없으니 용병단보다 듀오에 가까운 상태지만― 할 말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퀘스트를 성공시켜야겠군. 하나뿐인 기사마저 잃으면 내 미래는 없다고.’

어떤 식으로 새로운 기사를 영입할 수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다. 새로 들어오는 기사가 반보다 좋은 능력치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기대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목표는 오로지 클리어!

야무지게 쥔 주먹 위로 힘찬 의지를 불어넣으며, 카델이 시선을 움직였다. 현재 그는 주점에서 만난 두 명의 사내, 론과 바빌을 따라 ‘저주받은 땅’을 향하는 중이었다.

오는 길에 들은 정보에 의하면, 목적지인 스모그 평원은 무려 6개월간 스트라 자작의 골치를 썩인 마물 서식지라고 했다. 마물을 처치하겠다고 나선 무인들이 죽거나 도주하며 나날이 악명만 드높아져, 최근에는 돈을 줘도 나서는 이들이 없을 정도라고.

“곧 숲 초입에 진입할 거요. 스모그 평원으로 갔던 용병들이 하도 들쑤셔 대서 웬만한 마물들은 씨가 말랐겠지만, 그래도 긴장은 풀지 마쇼.

그리 말한 바빌이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동행인이 늘어났다고는 하나, 여전히 사지로 떠밀리는 암담한 마음은 지울 수 없는 듯했다.

“단장, 숲에서 마물이 나오면 제가 처리할게요. 단장은 힘을 아껴 두세요.”

반이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속삭였다. 그는 여전히 카델 몫의 짐 가방과 본인의 가방, 천으로 꽁꽁 싸맨 대검까지 짊어진 상태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보다는 그가 힘을 아끼는 편이 나을 것 같았지만. 설득할 자신이 없어 카델은 얌전히 웃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난 어떻게 싸워야 하는 거지. 카델 라이토스는 마법사니까 검을 휘두를 필요는 없을 테고. 마법…… 마법은 어떻게 쓰는 거야?’

퀘스트를 처리해야 할 상황이 닥치자 뒤늦게 문제점이 떠올랐다. 시스템은 먼저 나서서 뭔가를 설명해 주는 일이 없었다. 카델이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얻어 내거나 성취하면, 그 결과를 확인시켜 주는 데에서 그칠 뿐. 그러니 전투법 또한 스스로 터득해야 하리라.

숲에 진입한 카델은 높게 우거진 초목 사이를 헤치며 자신의 능력치를 확인해 보았다.

<카델 라이토스>

칭호: [6성 마법사], [적린 용병단장]

마법 속성: -

보유 장비: -

보유 기사: 반 헤르도스

기사단 코스트: 3/10

보유 자본: 3 실버

진행 중인 퀘스트: ‘저주받은 땅’

명성도: 2/100

대체적으로 처참하고 별 볼 일 없었다. 실망스럽게 목록을 훑어 내린 그가 ‘마법 속성’의 위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자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마법 속성 배분>

보유 포인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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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0/100

얼음: 0/100

번개: 0/100

바람: 0/100

대지: 0/100

빛: 0/100

암흑: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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