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 금쪽같은 아름이 (2)
* * *
언니는 내 아래에 깔린 채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잠든 언니를 옆에서 바라볼때면 그냥 그 순간이 너무 좋아. 내가 그렇게 갖고 싶던 언니랑 사랑을 나누고 한 침대에서 곤히 자는 언니를 볼수 있다니..."
같이 죽자던 내가 언니를 보기만 해도 좋다고 이야기해서일까,
언니는 내가 두려운지 떨던 몸은 그대로였지만 조금 더 내 눈을 잘 보고 있었다.
"근데 언니가 잠들고 옆에 누워있다보면 너무 행복하다가도 갑자기 불안해지고 걱정되고 그런다?"
"왜..."
"나는 언니 덕분에 이렇게 기쁜데, 언니한테 그만큼 잘해주고 있나? 나는 언니 그 자체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만큼 언니 마음을 채워주고 나만 바라보게 하고 있나? 또... 지금 이렇게 높이 올라가면 언니를 잃었을때 상실감이 너무 클텐데... 하는 걱정까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잖아..."
언니는 몸을 살짝 일으켜 내 볼에 입술을 맞춰주었다.
순한 양같은 언니를 꼭 닮은 부드러운 입맞춤.
내가 언니를 좋아하는 마음이 넘칠 것처럼 커져서 잡아먹을 듯이 키스하는 것과는 반대로 나를 위로하려는 마음이 담겨있는 것 같아 언니의 입술이 닿은 자리가 시큰하다.
"이성적으로는 아는데... 언니도 내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진짜로 나를 좋아해주는 것 같다고 느끼는데, 마음이 그게 잘 안된단 말이지. 그래서 차라리 지금 언니랑 죽고 싶어."
조금은 차분해졌나 했지만 죽는다는 말에 또 언니는 움찔한다.
죽고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자살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언니 트라우마를 간질간질 건드리는지 언니는 이 얘기를 들을 때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힘들어하는 듯 했다.
"우리 행복하게 같이 산다며. 평생 옆에 있어준다며. 왜, 왜... 갑자기 그러는건데...!!"
"글쎄... 내꺼가 알아서 망가지거나 남한테 넘어갈 걱정을 하기 전에 자기 손으로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이랄까...?♥"
어릴 때부터 그랬다.
갖고 싶은게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내 물건이 생기면 남의 손길이 닿는 것조차 싫었고 잃어버리거나 망가지는 꼴을 보는 것은 최악이었다.
어릴 때는 그 스트레스 때문에 괜히 멀쩡한 물건도 망가뜨리고 그랬는데, 언니한테 그러고 있다니...
"내가 너 말고 다른 사람한테 그럴 리가 없잖아... 오늘 일은 내가 너무 미안해. 저번에 백화점에서도 그렇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안생기도록 내가 노력할테니까... 아름이 너가 불안해하지 않게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 것도 표현할태니까... 제발 죽는다는 얘기도 하지말고, 손목에 이런 것도... 흑... 응...?"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마친 언니는 아까 자해를 했던 손목 위에 감은 붕대를 당긴다.
자연스럽게 이끌린 손을 자신의 뺨에 부비며 애교를 부리는 언니는 자기가 죽기 싫다는 것만큼 내가 내 스스로를 상처입히고 죽고싶다고 이야기하는게 괴롭나보다.
갑자기 많이 미안해지네.
"그래도 언니는 너무 예쁘고 매력적이라서 다른 사람들이 자꾸 꼬일텐데... 우리 다리 한쪽만 자를까...? 아니면 내꺼라고 타투를 잔뜩 해둬야되나...? 언니가 어떤 모습이던 지금만큼, 아니 나때문에 희생을 강요하니까 지금보다 더 사랑해줄게. 계속 불안한데 어떡해..."
언니가 또 흠칫 놀란다.
하지만 예전이랑 다르게 오늘은 겁주려고 하는 뻔한 말이 아니다.
다리... 언니가 불편함을 겪을 것은 안타깝지만 지금 행복한 상태로 동반 자살을 할 것이 아니라면 한쪽 다리만 자르는 것이 가장 확실할 것 같다.
한국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랑 부정적인 시선이 아직 많이 심하기도 하고.
만에 하나, 아니 1000만에 하나라도 언니가 내게서 도망치려는 마음을 먹어도 도망치기 어렵게 되어서 내가 언니 마음을 다시 착하게 돌려놓을 기회도 줄 수 있다.
약간의 불편함만 감수하면 서로 편한 것 아닐까...?
나도 마음이 썩 좋지는 않다.
세상에서 제일, 그리고 나보다도 더 사랑하는 언니 마음을 끊임없이 의심해야하고 손 안에서 사라질까봐 두려워하는 게 더 괴로워 자꾸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지, 처음 같이 죽자는 이야기를 한 이후 오히려 나보다 불안해보이는 언니를 보니 가슴 한쪽이 아파온다.
언니가 슬펐으면 좋겠어서, 언니를 괴롭히고 싶어서 그런 말을 꺼낸게 아니었는데.
술김에 이런저런 얘기를 했었지만 조금씩 원래 정신이 돌아오려는지 오늘 언니한테 했던 일들에 대한 죄책감이 잔잔한 파도처럼 양심을 적셔온다.
"헉... 허어... 허억..."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누군가 목을 조르는 것 같은 느낌에 숨을 쉬기가 어렵다.
"아름아..? 가,갑자기 왜그래?"
당황한 언니가 나를 밀어내고 옆으로 눕히려 하는 것 같은데,
"언니..."
"응, 아름아 혹시 어디 아픈거야?"
"아냐, 그냥 꼭 안아주라... 허읍..."
약간 의아해하는 것 같지만 곧잘 쓰다듬으며 나를 끌어안는 언니.
언니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있으니 천천히 콩닥콩닥 뛰는 언니 심장소리가 들려온다.
그럴 리 없겠지만 괜히 또 박동소리에 언니 마음과 따스함이 전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안정된다.
"아름아."
"응 언니."
"아름이 너가 그렇게 불안하고 걱정되면... 너 원하는 대로 해도 괜찮아..."
"응?"
"근데 아까도 말했지만 죽는다거나 네 몸에 상처입히는 거 말고, 차라리 내가 아픈걸로 해주면... 응. 그래도 아름이 너는 계속 사랑할거라며..."
하아... 이 얼마나 따스한 사람일까.
언니는, 정확히는 선배는 소심하고 마음이 약간 찌그러져 있는 사람이었다.
예쁘게 기대고 자라야 할 기둥을 어릴 적 잃고 친척이라는 사람들한테 당하고 살면서 이리저리 다쳐 모가 나있는 사람.
그렇지만 그 속에서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너무 눈부셔서, 또 아름답고도 귀여워서 마음이 쓰이는 그런 사람.
이기적이고 억지스러운 내 요구마저 들어주려는 언니때문에 부끄러워져 언니 가슴 끝 유두를 살짝 꼬집는다.
"아름아~ 갑자기 그러면...♥"
당황하면서도 날 내치지 않는 언니.
'그래 이런 사람이 날 사랑하는게 아니면 누굴 보고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겠어.'
가을 언니 품에서 앙앙거리고 있던건 아직 괘씸하지만, 방금 술김에 억지스러운걸 강요한 나도 그만큼 나쁜년이니까.
기특한 언니 가슴을 조금 더 놀리듯 튕겨주려는 그때, 조용하던 침실의 분위기가 깨진다.
♩~~
내 벨소리는 아닌데... 언니껀가?
"앗, 미안 아름아 금방 끌게."
언니는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끊으려 했지만 갑자기 흥미가 생겼다.
"누구야?"
"응?"
"지금 전화온 사람 누구냐고."
"예림이. 그 새터반 같은 반 걔."
"받아."
"굳이...? 지금 너랑 있는데."
두번 말하게 하는건 싫은 타입이지만 하고 싶은게 있어서 이번엔 언니한테 앙탈을 좀 부려보기로 한다.
가슴 사이에 있던 입을 그대로 혀를 내민다.
언니의 가슴골 아래부터 천천히, 기본 클래식을 벨소리로 해둔 언니의 전화가 오히려 적절한 배경음악이 된 것처럼 가슴, 목 그리고 볼과 귀까지 핥는다.
"흣, 왜그러는데에..."
언니는 저번부터 귀가 성감대인걸 내게 들켜버렸다.
온몸이 야한 언니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크게 느끼기 힘든 귓볼을 오물오물씹거나 귀에 야한 단어를 속삭여주는 것만으로도 절정직전까지 이르는 모습은 절경이었다.
"한번만 해주라~♥ 귀여운 언니를 보고 싶어서 그러지."
언니는 결국 못이긴척 전화를 받는다.
"스피커폰으로 해줘."
언니가 살짝 째려본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스피커폰으로 전환한 휴대폰을 머리맡에 둔 채로 나를 다시 안아주었다.
정연쓰!
"으응. 예림아 왜 전화했어?"
콘서트 못가서 애들이랑 술먹고 있었지. 너랑 아름이는 뭐하나 싶어서. 너는?
그러고보니 서울 올라오기 전에 새터반 여학생들 단톡방에서 들었던 것 같다.
"아름이랑 친척 생일 때문에 서울 올라왔... 흐읏...!
응? 서울 올라간거야? 마지막에 잘 못들었어.
긴장이 좀 풀린 언니가 편하게 통화를 이어가던 때를 노려 언니의 팬티 위로 콕콕 찌르듯 괴롭힌다.
예상치 못한 순간 보지에 자극이 와서인지 신음소리가 조금 새어나왔지만 아직 예림이는 크게 신경쓰지 않은 듯 했다.
(통화중에 뭐하는거얏..!)
(계속 통화해. 언니는 언니 할 말을 하고, 나는 언니로 할일을 하고. 히히...♥)
당황한 언니는 조금 머뭇거렸지만 내가 통화를 이어가라는 제스처를 반복하니 다시 휴대폰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응. 여기 H 호텔? 에서 생일파티 있어서... 조금 전 끝났어."
와. 그 친척분 되게 리치하신가보네. H 호텔이면 완전 고급 호텔 아니야?
언니는 팬티 위로 쓰다듬는 것에는 어느정도 익숙해졌는지 약간 떨리는 톤의 목소리지만 그래도 대화를 겨우 이어갔다.
너무 힘들어하면 그만하려 했지만 검은색 팬티가 점점 젖어들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아까 술이 묻어 갈아 입었으니 뽀송했던 처음과는 달리, 언니가 다리를 베베 꼬며 뜨거운 신음을 참는게 어려워 질수록 팬티 위로 문지르는 내 손가락에 미끈미끈한 애액이 묻어나온다.
(으음~ 야한 맛 난다...♥ 언니도 말로만 그러고 사실 좋았구나?)
언니는 내게 대답할 여유가 없는지 예림이한테 겨우 대답하고 있었지만 얼마나 버틸지는 뻔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