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얀데레 그녀의 공대여신-91화 (91/96)

〈 91화 〉 금쪽같은 아름이 (1)

* * *

...

좀 전 방에 있던 침대는 뭐고 또 이런 방을 따로...

물어보고 싶은게 산더미 같지만 꽤 넓은 방의 벽들을 가득 채우고 있는 내 사진들 때문에 숨이 턱하고 막힌다.

"이게다 뭐야..."

"너무 부끄러워하지마 언니. 내 눈엔 전부 귀엽고 사랑스러운 순간들인데 히히...♥"

어떻게 안부끄러워하겠어 아름아 라는 말도 하지 못하고 아름이 어깨 너머로 보이는 사진들을 훑는다.

"이게 제일 빠른거야. 우리 처음 만난 캠프 바로 다음달 기숙사에 있던 언니. 아 이때는 선배지만 아무튼."

"헉..."

저번에 아름이가 지나가는 이야기로 내가 계속 1인실을 쓸 수 있었던게 기숙사의 랜덤 배정 덕분이 아니라 자기가 만들어준 결과라고 했었다.

어찌보면 그렇게 지정된 방에 배정받게 할 이유가 이런 것밖에 없긴 하겠지만 실제로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또 달랐다.

2년만에 다시 만났던, 캠프 이후로 그냥 인상에 강하게 남았던 아이 정도로 아름이를 생각한 나와 달리 이렇게나 오랫동안...

"이거 뭔지 알겠어 언니?"

아름이는 바닥에 누워있는 내 귀에 속삭이며 고개를 돌려 바로 옆 벽의 내 사진을 보게 했다.

기숙사 침대에서 옆으로 누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나 같은데...

몸이 이렇게 된지 얼마나 지났다고 예전의 내 몸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창문도 커튼도 전부 닫아놓고 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딸을 쳤었던게 전부 아름이에게 남아있었다는 부분도 당혹스럽고.

"모르겠는데...?"

"언니가... 처음 나로 자위한 날인데...♥"

'???'

오늘 너무 많이 놀라네.

다행히 술기운이 돌면서 무뎌지는 건지 흠칫하는 시간이 줄었다.

"에이, 그건 너무 거짓말이다. 지금이야 사랑하지만, 그때는 아름이 너로 그런 생각을 한 적 없는걸?"

아까 가을 언니가 거짓말로 나를 놀렸던 것처럼 아름이도 아주 그냥 놀려먹으려고 거짓말을 치는 것 같다.

내가 좀 취하긴 했어도 저런 얄팍한 거짓말에 속을 리가.

이래보여도 나름 명문 공대생인데 후훗...

"흐음~ 그럼 이건 알아보려나?"

아름이는 자기 휴대폰을 열어 트O터 앱을 켰다.

스크롤을 쭈욱 내려 원하는 것을 찾았는지 화면을 내게로 돌리는 그녀.

{흐으읏...! 오빠 생각하면서... 만지니까아...흐읍...! 벌써 이만큼 젖었어요...♥}

영상속에서는 얼굴 아래로만 카메라에 몸을 비춘 채 자신의 음부를 훑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잔뜩... 잔뜩 싸주세요... 여기 보지에... 끄흡...}

손이 점점 빨라지며 허리를 부르르 떨고 있는 그녀.

낯이 익다 했는데 트O터 뒷계? 같은 그런거여서 꽤 많이 신세를 졌던 것 같다.

아싸라서 인★이나 페북도 가입만 해두고 잘 안봤지만 트O터는 저런 딸감들 때문에 몇번 들어갔던 것 같다. 보통은 폰O브도 많이 쓰고...

어디서 봤었는지 고민하는 나를 아름이가 으스러지도록 세게 안아준다.

"기억났어 언니?"

"으응... 조금..."

"이거... 나야..."

"으응...? 어? 뭐? 그럼 아까 말한 것도..."

"언니가 내 계정 처음 찾아서 그거 보면서 딸친 날이지...♥"

'아까 그게 거짓말이 아니었다고?'

상황을 천천히 더듬어보려고 할수록 쪽팔림이 발 끝부터 얼굴까지 화악하고 올라온다.

'진짜 아름이로 딸친 날이라서 옆에 걸어둔거였다니...'

"안부끄러워해도 된다니까 또 잔뜩 빨개지네. 오히려 내가 그때 선배 취향에 잘맞구나 싶어서 행복했는걸? 언니한테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려고 얼마나 섬세하게 만져놨는데 크크...'

싱긋 웃고있는 아름이와는 달리 마음이 더더욱 복잡해진다.

저것도 유도된거고, 내 방도 계속 감시하고 있었으면 어디까지가 온전한 내 선택이고 어디부터는 아름이가 유도한거지?

온전한 내 선택이 있었다고 해도 그게 의미가 있나?

아름이가 자기 뜻대로 굳이 안해도 된다고 풀어줘서 그렇게 된걸꺼 아니야.

그럼 결국은 다 아름이 의도대로 2년을 보냈다는 거 아니야?

뭔가 착잡하다.

뜻대로 된 일보다는 안된 부분이 많았던 시간들이긴 해도, 나름 열심히 이것저것 해보려고 했다고 생각하고 그 중에서 운이 좋았다고 느꼈던 것도 있는데.

"혹시 다른것도 건드린 거 있어...?"

아름이한테서 돌아올 대답이 무섭기는 하지만, 오늘만큼 취한 아름이가 아니면 나중에는 얘기해주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오늘 다 물어보고 싶었다.

"음... 너무 많은데... 언니 장학금 짤린 학기 시험 직전에 컴퓨터랑 족보 날린거? 이건 좀 장난이 심했던 것도 같은데 그 전학기 국가장학금은 내 덕분에 받았으니까 봐주라 헤헤..."

"이런 미친... 이게...!"

뜨거운 감정이 올라와서 아름이 가운을 세게 잡았지만 다시 머릿속이 차갑게 식어간다.

아름이를 때리고 싶은 것보다 스스로가 바보같고 무안해서 발끈 했던거라...

"때릴꺼야? 언니가 때리면 오히려 포상일 것 같아. 언니 저번에도 한번 그랬었잖아. 막 목조르고 죽어라고 그러고, 다시 태어나면 따먹어주겠다고 그러구... 내 처음도 언니가 가져가놓고 히히..."

뭐가 그렇게 좋은지 아름이는 신나보였다. 술 텐션인가.

"언니, 사랑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사랑해."

"어, 응?"

몸을 살짝 일으키려 했지만 나를 덮듯 몸을 겹친 채로 내 품에 안기는 아름이 탓에 또 그대로 바닥에 몸을 붙인다.

"아까... 가을 언니가 그렇게 언니가 좋으면 언니랑 사는 대신에 다 포기하고 나갈 수 있냐고 그랬었잖아..."

"어 글치..."

잠깐 잊고 있었지만 확실히 그랬었다.

나중에 아름이한테 꼭 물어보고 싶었지만, 방에 들어서자마자 손목을 그어 피를 흘리고 있던 아름이에 놀랐고, 그 다음은 아름이한테 처음 뺨을 맞아서 놀랐다.

마지막으로는 한껏 가버린 다음에 전복주인가 하는걸 한다고 정신이 없었으니 그런걸 물어볼 생각도 못했네.

"그거는 말야.. 아, 근데 언니는 나 사랑해?"

자주 말해주는데도 여러번 사랑을 확인받고 싶은지 아름이는 저 질문을 참 좋아했다.

"당연히 사랑하지."

"왜? 내가 언니한테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데 왜?"

"그거야..."

아름이는 대답하려는 내 입을 틀어막았다.

"아냐 대답하지마."

자기가 물어놓고 대답하지 말아라고 하는게 웃기긴 하지만 시킨대로 입꾹닫하고 있기로.

"듣기만 하는거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아름이는 내 입을 틀어막았던 손을 치우고 내 몸을 일으켜준다.

바로 옆에 있던 침대에 나를 눕히고 아까와 비슷하게 내 위에 올라타 몸을 겹치는 아름이.

얼굴을 마주보기는 또 부끄러운지 내 어깨에 턱을 올리고 귀에 속삭인다.

"나는 언니가 진짜 좋거든? 사랑한다는 말이 너무 가벼워서 너무, 엄청, 진심으로 같은 수식어를 최대한 붙이고 꾸미는데도 모자랄 정도로 언니가 너무 사랑스러워."

"..."

나도 라고 말하고 싶다.

"언니한테 항상 변태라고 놀리지만... 언니 웃는거만 봐도, 뒤에서 언니 끌어안았을 때 슬쩍 풍기는 언니 냄새만 맡아도 몸이 달아오르고 여기 보지도 안달나고 그런단말야..."

부끄러운지 조금 떨리는 목소리의 아름이는 평소에 자주 나오는 모습은 아니라서 약간은 웃겼다.

소녀같은 부분에 약한건 꽤 봤지만 방금같은 고백? 자백? 은 처음이라.

"근데 그런 언니가 다른 사람 품에 안기고, 다른사람들한테 웃어주고 그런걸 생각하면 마음이 막 시큰거리고... 가슴이 욱씬욱씬하면서 머리카락이 뾰족해지는 느낌이야."

"예전에 언니한테 K 공대 입학이 인생업적이라고 놀렸었는데... 내가 돈이 없어도 언니가 지금처럼 날 사랑해줄까? 언니한테 이렇게 나쁘게 굴었는데 내가 돈이 없고 힘이 없어서 언니가 나한테 반항하면 안되겠다는 공포가 없어져도 지금처럼 나를 바라봐줄까? 아가 가을 언니가 물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어서..."

"..."

저런 생각을...

근데 어떻게 보면 또 평범?하게 살고 있던 나를 납치해서 이렇게 만드는 데에는 아름이의 배경이 필수적인 역할을 하기도 해서 뭐라 말하기가 애매하네. 예전에 아름이한테서 도망치려고 아름이를 때린 적도 있고.

"잠깐의 불안이 내 몸을 갉아먹으면서 가슴 속에 차오르는 것 같아서... 언니도 내가 무서워서 맞춰주는 거지 진짜 속마음은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서... 흐읍... 흑..."

목소리가 점점 젖어들어가던 아름이는 결국 울음을 참지 못했다.

"흑... 흐윽... 언니 우리 죽을까...?"

'예?'

아니 씨발 결론이 왜 그렇게 가시나요 아름님.

"나중에 내 사랑이 언니한테 의심받으면 어떡하지, 내가 또 언니가 나를 좋아해준다고 못믿게 되면 그건 또 어떻고. 그리고... 그리고... 흐읍..."

한번 울음이 터져나와서 그런지 마지막 말을 하기가 배는 힘들어보이는 아름이였다.

"어,언니가... 다른 사람 품 안에서... 나한테 짓던 그런 표정 한다고 생각하면... 끄흑..."

"우리 죽자. 언니도 나 사랑한다며. 서로가 서로의 사랑을 믿고 있을 때 죽는거야. 다른 사람 걱정도 안해도 되고 그치?"

내 귀에 속삭이던 아름이는 얼굴을 내 앞에 가져와 눈을 마주친다.

울먹이던 탓에 촉촉해진 눈가 안에는 붉은 안광처럼 느껴지는 뜨거운 뭔가가 있었다.

"왜 떨어. 무서워? 죽는게 무서운거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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