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화 〉 새빨간 아름이 (3)
* * *
...
아름이는 내가 당황한게 썩 마음에 드는지 벌써부터 들떠보였다.
아름이가 가지고 들어왔던 위스키 뚜껑이 열리고 아름이는 가운 옆에 묶어두었던 줄을 풀어 늘어뜨린다.
창문 앞의 커튼이 열리듯 가슴 부분이 열린 아름이의 몸을 보고 침을 꿀떡 삼킨다.
"계, 계곡주...?"
"아니다, 계곡주는 좀 별로인 것 같네."
갑자기 변덕을 부리는 아름이가 당황스러울 때가 많지만 지금은 나쁘지 않았다.
여자 가슴 사이에 술을 흘려보내는 걸 계곡주라고 하던가?
술을 마시는 거랑 아름이 가슴 사이를 핥는 건 괜찮지만 둘을 동시에 하는 건 뭔가...
뭔가 그렇다.
아름이가 시키는 거긴 해도 왠지 모르게 내가 변태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아름이한테 부끄럽다고나 할까...
차라리 잔으로 마신 다음 알딸딸해서 부끄러움이 없는 상태로 아름이에게 봉사하는 게 낫다.
응. 10배, 20배 낫지.
"미역주... 아 털이 없으면 전복주라고 그러더라 히히..."
사춘기 소녀같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뭐,뭐요...?
계곡주만 해도 변태같아서 좀 그런데, 미역주요...?
아름이는 저런걸 어디서 알아오는지 모르겠다.
요즘 맨날 놀려다녀서 잊고 있지만 원래는 자기도 게임 좋아하고 만화같은 것도 봤다고 그랬으니 빨간 책에서 얻은 지식인건가.
미역주 좋지. 전복주는 더할 나위 없다.
나는 엄청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남자들은 털 없는 보지에 대한 판타지? 같은게 있는 것 같다.
서양 야동 보면 제목에 금방 빽보 노모 이런 식으로 되어있기도 했고...
관리되지 않은 털은 뭔가 너무 야생적인 느낌을 주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아름이의 몸은 100점 만점에 120, 아니 150점을 주어도 부족하다.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온 곳은 나온 매끈한 라인에, 뚜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단발로 바꿀까 하는 고민을 가지게 할만한 스타일까지.
옷을 입은 아름이만 해도 정갈함 속에서 피어오르는 섹시함이 느껴지는데 벗겨놓은 아름이는... 크흑...
봉긋한 가슴 위로 귀엽게 살짝 올라온 유두하며 가슴이랑 깔맞춤을 한 건가 싶을 정도의 보지는 아름이한테 봉사하는 내가 오히려 포상을 받는 것 같다.
다 좋은데, 이렇게 다 좋은데...
굳이 술을 끼얹어서 마셔야 할까...?
풍속점에서 시키는 것 같아서 변태같잖아...
"꼭 해야되는거야...?"
"마음에 안들어 언니?"
"아니... 너무 변태같아서... 그냥 술마시고 평소처럼 하면 안돼?"
"변태같다라... 전날 룸메이트가 입었던 티셔츠 땀냄새로 딸쳤던 암캐년은 누구야?"
"..."
그날 참을걸 하는 생각을 그 날 이후로 456번째 하고 있다.
하루의 실수로 몇 번이나 저 소리를 듣는건지...
"대답."
"나,나지..."
"정하은 앞에서 볼 간수 못해서 '주인님~ 처녀 따먹어 주세요~' 했던 사람은?"
"...저요..."
"보짓물 흘리면서 자기 애액 빨아먹는 년은 또 누군데?"
"......"
"언니, 대답."
"저에요오..."
의식한 건 아닌데 대답을 할 수록 마음이 욱씬욱씬해서 점점 존대가 되어간다.
"한방울도 안흘리면 용서해줄게."
"...!"
안그래도 아름이한테 미안한 경우가 많은 나.
그 중에서도 최악에 가까운 감점사유 덩어리였던 오늘이다.
아름이가 고백하려던 걸 눈치없이 반지까지 삼킬 뻔 하지를 않나...
술기운 때문이었다곤 해도, 아름이가 심부름 다녀온 사이에 가을 언니 품에서 앙앙거리다가 걸리지를 않나...
하나만 있었어도 F를 받았을 정도의 행동을 두개나, 그것도 같은 날에 해버렸다.
그런데 이런 잘못을 아름이가 시키는 대로 술만 잘 받아먹으면 용서라니.
고백은 나중에 해야되겠지만 그래도 아름이가 '용서'를 해준다는 것은 꽤 의미가 컸다.
미역주, 아니 전복주인지 뭔지 해보지 뭐.
"흥미가 생겨? 눈빛이 바뀌네 언니."
"요,용서 해준다고 하면... 미안한 마음도 있으니까 한번 정도는..."
너무 좋아하는 척을 하면 또 아름이가 놀릴테니까 적당히 빼면서...
"자~ 한병 다 마시는거다? 헤헤...♥"
"한 병 다...?"
"내가 마신 만큼은 언니도 먹어야지이~"
내가 기절해있는 사이에 몇잔 더 마신건지 아름이의 혀가 조금씩 풀린다.
침착하게 생각을 해보자.
소주 한명 도수가 17도, 보통 양주가 40도.
아름이가 들고 있는 위스키 병이 700ml 정도 될테니...
소주로 환산하면... 4병, 아니 4병 반이 넘는다.
꿀꺽...
이게 가능할까...?
그냥 병째 준다면 미친 척 하고 한번에 원샷을 때리면 되지만 이건 그런게 아니잖아.
내가 고민을 하는 사이에 아름이는 브래지어를 벗고 있었다.
"팬티는 언니가 내려주라."
아름이를 올려다보며 속옷을 스르륵 내린다.
몇번이나 봐왔지만 볼 때마다 현실감 없는 매끈한 보지.
아름이도 지금 상황이 적잖게 흥분되는지 속옷에 갇혀있던 아름이의 음부도 따뜻한 열기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여기에 혀를 대고 전부 핥아먹는거야...♥"
"으응..."
아름이가 위스키 병을 목 옆에 댄 채 천천히 기울인다.
목 선을 따라 쇄골을 스치듯 내려오는 갈색 액체는 금새 윗가슴에 닿는다.
예쁜 물방울 형태의 가슴을 스케치하듯 두 가슴 사이 계곡을 따라 미끄러져 내려가는 위스키.
분명 찰나의 순간이었을 텐데 처음 보는 광경에 시간이 멈춘 듯 장면 하나하나가 뇌 내 신경에 진하게 자국을 남긴다.
계곡을 빠져나와 어렴풋하게 보일락말락하는 11자 복근과 배꼽까지.
뽀얗게 내밀고 있는 아랫배까지 지나자 금방 내가 혀를 내밀고 있는 높이 바로 위까지 도달한다.
멍하게 아름이의 몸을 보고 있다가 놀란 나는 아름이의 클리토리스 부분을 혀로 찌르듯 급하게 입을 갖다댔다.
"흐읏~ 언니, 놀랐잖아...♥"
츄릅 츄릅 츄릅
내겐 아름이에게 대꾸할 시간도, 반응할 신경도 남지 않았다.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받아마신다.'
그 생각 하나로 일주일을 물 없이 말라비틀어져가던 여행자가 오아시스를 발견한 양 아름이의 보지 주변을 따라 흐르던 위스키를 먹는다.
츄릅 츄릅 츄릅
중간중간 위스키 양이 적어질때 겨우 코로 조금 내쉬고 들이쉬는 숨.
살짝 들이쉴 때 마다 진한 알코올과 오크향 때문에 숨만으로 취해버릴 것만 같다.
그래도 아직까지 한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체감상으로는 벌써 2리터도 마신 것 같은데...
"헤으읏... 흐응..! 언니, 벌써 3분의 1 정도 마셨어. 우리 언니 착하다 헤헤..."
아름이는 기특한 애견을 칭찬하듯 말했지만 그걸 신경쓸 때가 아니고, 아직 3분의 1?
그렇다 해도 소주로 환산하면 1병 반을 핥으며 마셨다는 얘기다.
'아니야, 오히려 그렇게 자각을 할 수록 힘들어질꺼야. 그냥 닥치고 먹자.'
말을 하면서 조금 줄어들었던 유량이 다시 늘어난다.
츄르릅 츄르릅 쮸읍 쮸읍.
혀로 핥아먹는 양에 한계를 느껴 거의 보지를 빨아들이듯이 두 손으로는 아름이 엉덩이를 움켜잡고 입을 보지 앞에 모아서 받아먹고 있었다.
천박하기 그지 없지만 그게 뭐가 중요한데 씨발.
"저,절반쯔음...♥"
아름이도 자극이 강했는지 허리를 조금씩 떨었다.
그래도 벌써 절반.
지금 만큼만 받아먹으면 된다.
혀로 핥을 때마다 얼마만큼이 술과 닿았는지 가르쳐주듯 혀가 화끈거린다.
겨우 입안에 모일 때마다 숨쉬는 타이밍과 번갈아서 목구멍으로 액체를 넘기면 다시 내 식도와 위가 어디쯤 있는지 색칠하듯 속이 뜨거워진다.
도수 40도의 술... 그걸 한병 용량을 받아먹는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내쉬는 숨, 들이쉬는 숨, 입안과 폐에 가득찬 공기까지 알코올로 꽉 찬 채 자꾸 불씨를 툭툭 던지는 것처럼 괴롭다.
츄릅 쮸읍 쮸읍
아름이는 이런 괴로운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쾌락에 젖은 얼굴을 하며 병을 조금씩 더 기울일 뿐이었다.
벌써 90도 쯤 기운 걸 보면 6 70% 이상 먹은 것 같은데,
나로서는 참 다행인게 아름이가 몸을 따라 흘리는 위스키 양을 그렇게 많지 않도록 일정하게 내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보지를 핥아야 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지만, 취기가 차오르며 속이 뜨거워 지는게 괴로울 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양은 아니니까.
츄릅 츄릅
점점 노하우가 생겨 여유롭게 받아먹던 중.
"크훕..! 쿨럭..!"
들이쉬고 다시 받아먹고 그다음 다시 내쉬어야 하는 숨의 순서가 엉키며 기도로 들어간 위스키가 기침을 유발한다.
"콜록. 콜록. 에흐윽..."
자세는 유지한 채로 입을 잠깐 땠을 뿐인데...
내 입술을 지나 턱으로, 목으로 흐르는 가는 물줄기가 느껴진다.
'아... 좆됐다.'
그토록 필사적으로 받아냈던 내 노력이.
천박함도, 화끈거림도, 속옷을 입고있다 해도 보지 부분이 다 드러나게 다리를 벌린 채 쪼그려 앉아있는 불편함도 모두 이겨내며 술 한방울 안놓치려 했던 나다.
핥는 걸로는 모자라서 코박죽이 뭔지 보여주듯 얼굴을 아름이 보지에 박고 받아먹었는데...
"푸흐, 실패했네 언니."
"아아... "
한번 놓치자 마음이 무너져내려서일까.
더는 열심히 마실 의지가 솟지 않아서 그냥 술이 흐르는 대로 둔다.
어깨 주변 가운도 조금씩 젖어들어가고,
턱과 목 아래로 흐르던 술은 아름이 몸에서 술이 흐르던 계곡을 따르듯 가슴 사이를 미끄러져 내려가 배와 음부에 맺혔다 뚝뚝 떨어진다.
침대 바로 옆은 카펫이 깔려 있었지만, 응접실 쪽은 발받침 앞쪽이 새하얀 대리석이었다.
색깔도 투명하지 않은, 갈색의 스카치 위스키라 충격에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나는 얼핏보면 절정의 쾌감에 실금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벌... 받아야겠지?"
아름이가 의문형으로 물었지만 내게 선택지 따위는 없었다.
여기에 대고 '아니'라고 말할만한 용기가 있었다면 내가 애초에 전복주인지 미역주인지를 마시려고 하지 않았겠지.
"으응..."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군 나를 아름이는 침실로 밀어넣는다.
여기서 또...
하지만 아름이는 침대에 다소곳하게 앉은 나를 덮치지 않고 다시 일으켜 세운다.
"언니니까 보여주는거다?"
침실 옆 책장에 툭 하고 나를 밀치는 아름이.
'머지, 벽쿵인가 하는 새로운 설렘 포인트인가?'
하다가 아름이가 내 머리 옆 책을 살짝 당겼다 놓으니 회전문처럼 우리가 기대고 있던 벽이 돌아간다.
"어, 어어..!"
쿵.
등을 기대던 벽이 없어져 엉덩이를 찧은 나를 또다른 침실이 반겨준다.
"뭐, 뭐야 이게..."
"짜잔~ 내, 아니지 이제 우리의 알콩달콩 침실이야♥"
창문없이 사방이 막힌 침실 벽에는 여러 각도에서 찍힌 남자였을 때의 내 사진이 붙어있었다.
그것도 대부분은 나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