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 IBIZA에 놀러간 듯이~ (3)
* * *
"그 우리 2차 원래 바 가기로 했는데 아름이 온다고 안가기로 했으니까. 그거 대신이다 생각해. 가을언니 마음에 들어?"
"어... 고마워 은정아 근데, 굳이 공연을 불러서 볼 것 까지는..."
확실히 옛날 가수들이나 연예인들이 대기업 회장님들 생일파티에 MC나 초대가수로 불려가면 몇 곡 부르고 엄청난 돈을 받았다는 카더라가 있긴 했다.
근데 생일 선물로 아이돌 공연을 선물했다기에는 가을언니가 엄청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는데...
"응? 공연을 왜 봐. 얘들이랑 떡쳐야지."
'응...?'
"야 니들, 오늘 언니들이 만족 못했다 그러면 다 죽는거야. 알겠어?"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지~ 너가 리더였나? 애가 패기있네 아주 좋아."
내 귀를 의심했다.
진짜 무슨 호빠 선수들을 출장으로 부르듯 아이돌을 생일선물로 데려왔다는 은정 언니.
처음 인상과 다르게 얌전히 계셔서 첫인상만 그렇지 사람 자체는 순한 맛인가 생각했는데...
순하기는 개뿔 타바스코 소스로 샤워를 한 듯한 매운 언니였다.
"우리 맨날 여자들끼리 모여서 놀면 음기가 너무 세져서 안돼. 이 젊은 애들 양기를 딱 보충을 해줘야 피부도 좋아지고 사람이 활력도 돌고 응?"
은정 언니는 자기 옆에 앉은 남자의 바지 위로 자지를 훑으며 먹잇감을 노리는 표범 같은 표정을 지었다.
(원래 은정언니 저러셔...?)
(저도 이런 자리에서는 처음 뵀어요. 평소엔 얌전하신데...)
가을 언니는 처음에는 조금 당황하다가 은정언니가 태연하게 설명을 붙이며 욕구를 채우자 망설이는 듯 했다.
'어이어이 가을쿤. 지지 말라구!'
"은정아 이거 탈 안나는 거 맞냐?"
예상외로 제일 처음 반응을 보인건 요즘 좀 사리고 계신다는? 아영 언니였다.
"당연하죠 언니, 얘들도 체크 싹 해서 올려보낸거고, 애초에 우리 H 미디어에서 앞길 싹 닦아줘서 이만큼 큰거라 애들 마인드도 착해요. 그치?"
"네 부대표님."
"부대표님은 너무 딱딱하다. 나 아직 26이야 누나~ 해봐."
"네 누나."
멤버들은 남친 흉내라기보다는 거의 충견 같은 느낌으로 언니들을 깍듯하게 모시고 있었다.
'신기한 장면이네 정말...'
아이돌 컨셉의 호빠가 아니라 진짜 아이돌을 호빠 호스트처럼 다루는 젊은 재벌들이라니...
이런걸 찍어다가 어디 언론사에 찔러야 1면을 장식할텐데...
츄릅 츄르릅...♥
"푸흐.. 야 혀 좀 더 깊게 넣어봐...♥"
은정언니가 먹어도 탈 안나는 아이들? 이란걸 보장해주고 나니, 아영언니는 삼일 넘게 굶다가 겨우 밥 한끼 먹는 사람처럼 옆자리에 앉은 멤버와 입술을 겹쳤다.
"이야 아영언니 많이 굶었구나?"
이렇게 가운데 테이블을 두고 빙 둘러앉은 상태에서는 뭔가 서로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또 이상했다.
당황한 나를 두고 아영언니의 질척한 침소리로 가득 차는프라이빗 룸.
가을 언니도 처음에야 망설이는 것 같았지만 눈빛을 보니 진한 키스를 하고 있는 아영언니나 옆자리 남돌이랑 서로를 훑고 있는 은정언니를 부럽다는 듯 보고 있고...
뭔가 불편하다.
내가 올곧은 선비 마인드라서 재벌이라는 년들이 이렇게 문란하게 놀아서 되겠냐는 게 아니고.
살면서 클럽은 거녕 헌팅포차도 안가본 나한테는 이런 욕구 가득한 끈적한 공기 속에서 여럿이 함께 있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
내 모든 경험은 아름이랑 단 둘일때 이뤄졌으니까 그 괴리가 더욱 크기도 하고...
그래도 뭔가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
초등학생 때 첫 야동을 본 것처럼 심장이 쿵쾅대고 죄지은것 같은 마음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름아."
가을 언니가 일어나 우리 곁에 오시며 말을 건넨다.
"미안. 이제 막 성인인데 너무 안좋은거 많이 보여주네."
"아, 아니에요."
"그 케이크랑 언니가 너희랑 다른 애들 다 주려고 준비한 거 있거든? 정비서랑 같이 가서 바람도 쐬고 있다가 와. 불편하게 해서 마음이 안좋네."
"아뇨 진짜 괜찮아요. 아름이랑 갔다올게요."
"네 정연언니랑 다녀올게요 편하게 계셔요."
중간에 자리를 비우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둘 다 여기서 이걸 즐기기도 그런 난처한 상황이었는데 가을 언니가 적당한 핑계를 주셔서 슬쩍 나갔다 오기로 했다.
아름이랑 같이, 자연스럽게...
"푸하... 어이 거기 둘 머야?"
한참 진한 키스를 나누고 계시던 아영 언니가 우리를 멈춰세웠다.
"아. 어.."
"가을 언니 케이크랑 선물 가지러 잠깐 다녀오려고요."
당황해서 어버버 거리는 나 대신에 깔끔하게 답하는 아름이.
'아름이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흐음... 두명이나 갈 필요는 없지 않나?"
"..."
"..."
예상치 못한 반박에 아름이랑 서로를 마주보고 다시 벙 쪘다.
애초에 왜 우리를 막는건데...
"아름이만 갔다오고, 정연이는 여기서 언니들이랑 놀아야지. 왜 언니들이랑 있기 싫어?"
"아니.. 그런 아닌.."
"네 언니 저 혼자 다녀올게요."
내가 필사적으로 변명을 찾는동안 아름이는 나름의 계산이 끝났는지 혼자 다녀오겠다고 답했다.
"정연 언니, 저 돌아올때까지 얌전히... 아니 가만히 계셔요..."
"어 당연하지. 빨리와."
"하... 벌써 술을 꽤 드신 것 같아서 걱정이네요... 언니 술마시면 야해지는데...♥"
"응...? 머라고?"
"아니에요. 신경쓰지 마셔요."
아름이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방을 나섰다.
맹수 우리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
아름이가 떠나니까 눈치만 보던 다른 언니들도 슬쩍슬쩍 멤버들 몸에 손을 갖다댄다.
"야, 니들도 술마셔."
"이야 서윤이가 애들 술도 먹이는거야?"
"우쒸 우리만 취하면 억울하잖아 언니."
"아 넵.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언니들도 취기가 오르신건지, 아름이 앞이라서 어느정도 의식을 하시고 계셨던건지는 몰라도 멤버들이 다 한잔씩 마신 후로 점점 수위를 높여갔다.
...
"야, 니들도 그거해봐 그 내O자들에서 꼬탄주 하는거."
"아영언니 뭘 또 그런걸 시켜요."
"안보고 싶어 그럼?"
"아니 뭐... 굳이 하면 말리지는 않고..."
세상에 꼬탄주라니.
수많은 소녀팬들이 손 한번 잡아보고 싶어서 팬싸인회 티켓이 들어있는 엘범을 수십장씩 사는 선망의 대상 TBS를 갖다놓고 꼬탄주라니...
"너희들 중에 누가 제일 거물이냐?"
멤버들도 이건 조금 예상 밖이었는지 서로 눈치를 보며 망설이고 있었다.
하기야 간단한 성접대는 여기 언니들도 꽤괜찮은 미인들인데 자기들 입장에서도 그리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건 좀 기출유형 밖인지라...
"제, 제가 해보겠습니다!"
은정 언니 옆에 있던 리더 (이름이 머였더라)가 손을 번쩍 들었다.
"오오~ 사이즈에 자신 좀 있나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낄낄대며 웃는 언니들 사이에서 잔뜩 긴장한 채로 바지를 내리는 그를 보고 있으니 기괴한 것을 넘어 불쌍할 지경이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벌벌 떨며 바지를 내린 자지는 고개를 숙인채로 시무룩해져 있었다.
"자기~ 아까는 빳빳하더니 영 힘을 못쓰네?"
"죄,죄송합니다. 이게, 아.. 노력해보겠습니다."
"누나가 도와줄게 자."
은정 누나는 태연하게 자지를 손으로 스윽스윽 훑더니 귀두를 입에 물었다.
'아니 다른 언니들 앞에서 저렇게...?'
가을 언니도, 서윤 수아 언니도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듯 자기 옆에 앉은 남자를 어루만지고 계셨다.
아영 언니는 재밌어보인다며 자기 옆자리에 앉은 멤버한테 쟤가 실패하면 너가 대신 하는거라고 하고 계시고...
아아 어지럽다...
내가 원래 남자라서 그런지, 언니들은 남자 몸을 건드리며 꼬탄주를 시킨 다음 깔깔대시지만,
그렇게 썩 재미있지는 않았다.
내 옆에 앉아있는 애도 그런 내 분위기를 알아챈건지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려하진 않고.
...
...
꼬탄주도 말고 왕게임도 하고, 중간중간에 은정언니는 애무도 시키면서 나름 즐겁게 즐기시는 것 같았다.
'아아... 아름아 빨리와...'
"거기 우리 막내 애인이 별로 못 즐기는 것 같은데?"
한껏 흐트러진 모습의 아영 언니가 내 쪽을 보며 말씀하셨다.
처음에 깔끔하고 쎈 언니 이미지는 커녕 번져있는 립스틱과 흐트러진 옷은 퇴폐미가 느껴지는 듯 했다.
"아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괜찮기는. 야 리더, 저기 앉아있는 애는 원래 표정이 저렇게 띠껍냐?"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그 순간 짝 소리를 내며 내 옆자리로 걸어온 리더가 내 옆에 앉아있던 멤버 뺨을 때린다.
"승호야. 표정 풀어라시잖냐. 왜이렇게 딱딱하게 굴어."
"어머, 얼굴은 건드리지 말고 얘."
은정언니가 놀라며 내 옆에 앉는다.
"승호랬나...?"
"예..."
"여기 온게 마음에 안들어?"
"... 아닙니다..."
은정언니는 아까와 같은 말투로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그렇지 않았다.
익숙한 싸늘한 공기.
아름이한테 겪었던 일들은 언니 버전으로 다시 체험하는 것 같아서 영 껄끄럽다.
"아이돌 하기 싫어? 야 얘 원래 뭐하다 왔다 그랬지?"
"승호 공고 다니다가 들어왔습니다."
"그래 다시 보내줄까? 그만할래? 영 안맞는것 같네."
"아닙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하면 내가 다 믿어줘야 하나? 야. 너가 잘나서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아?"
"..."
"너희 데뷔한 년도 앞뒤 1년씩 해서 데뷔한 팀이 서른 다섯 팀이야. 그 중에 한손에 꼽게 해줬으면 감사한 마음이 있어야 되는거 아니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좆도 없는 새끼 좋은 옷 입히고 예쁘게 화장 시켜서 무대 세워준게 누구 덕인 것 같니?"
"부대표님께서 많이 힘써주셨다고..."
"부대표 말고 누나. 다른 소속사 애들은 뭐 바보라서 가만히 있었을까? 너네 대표가 그렇게 잘부탁드린다고 그러고 니네 리더가 개처럼 굴러서 지금 그자리 만든거야."
"..."
"착각하지마. 네 재능이나 노력으로 만든게 아니라, 우리같은 사람들 관심이 우연히 닿아서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준거니까."
"......"
바로 옆에서 은정언니가 승호라는 막내를 혼내는 모습에 다른 언니들 눈치를 살피고 있었는데 다들 별 신경 안쓰는 듯 했다.
마침 눈을 마주친 아영언니가 옆자리를 툭툭 치며 이리로 오라고 말씀하시는 듯 했다.
"막내 애기 왜이리 떨어. 은정이가 무서웠어?"
"아, 아뇨. 그냥 갑자기 분위기가 그래서..."
"돈 받아 쳐먹은 개새끼가 시킨대로 예쁘게 못짖으니까 저렇게 혼나야지. 개돼지 새끼들이 자기 위치를 제대로 몰라요."
"아 네..."
멀어서 대화가 제대로 안들렸지만 곧 은정언니가 양주 보틀을 그대로 저 남자 머리에 들이 부었다.
조금 울먹이는지 어깨가 떨리던 그는 약간 움찔한 후 그대로 바닥에 고인 술과 은정언니의 발 끝부터 핥으며 올라간다.
발가락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청소하듯, 종아리와 허벅지에 붓으로 선을 긋듯 올라가는 그의 혀는 이내 언니의 치마 앞에서 멈춰선다.
"자 멍멍아, 주인님 앞에서 어떻게 하랬지?"
"멍...! 멍!"
약간의 존심이었을까 자신들을 사랑해주는 소녀팬들에게 미안한 마음때문에 걸리는 양심이었을까.
딱딱하게 굳어있던 그도 5분을 채 못 버티고 흐느끼는 충견이 되어 은정 언니 앞에 복종하고 있었다.
"가을아 슬슬 방 가자."
"언니 벌써? 아직 아름이도 안왔는데?"
"아름이 오면 정연이 얘랑 놀라고 그래. 언니 심심하다."
"알았어..."
아직 밤은 길었다.
문제는 이 날 있었던 일 때문에 내가 심하게 혼났다는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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