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 IF 아름이의 플렌 C
* * *
바로 한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은 어둠이 가득한 방.
빛을 앗아간 대신 공간감이라도 채워주려는 듯 선명하게 들리는 발소리가 방안에 울리며 적잖게 넓은 곳임을 짐작하게 한다.
"선배~♥"
애교섞인 아름의 목소리가 정연에게 닿았지만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반응이 없는 정연.
"아, 지금은 언니라고 해야되겠네요... 아무튼, 언니만의 아름이가 왔어요."
틱!
새까만 방에서 단 하나의 조명만이 빛을 발하며 아름과 정연을 비춘다.
"언니 너무 귀엽다. 옷도 잘어울리네요."
"...!"
검은색 오프숄더와 청바지를 입은 정연은 아름의 손길이 어깨에 닿자 흠칫하며 몸을 떨었다.
기억은 흐릿하고 정신은 어지러워 여기는 어딘지,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이 목소리의 주인은 누구인지를 고민하고 있었던 정연은 아름과 닿은 직후 그녀가 자신에게 한 일을 단편적으로나마 떠올렸다.
숨을 쉬려고 하면 차가운 액체가 폐를 채우며 괴롭게 죽어가던 감각.
온몸의 신경을 끊어놓듯 전류가 몸을 통과하며 그 자국대로 화상을 남기던 격통.
외부산책시간에 도망치려던 자신을 벌준다며 마취 없이 무릎 아래를 잘라내던 끔찍한 기억이 빛바랜 사진같이, 그러나 확실하게 돌아왔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기억속의 자신은 남성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가느다란 손과 팔이며 흉부의 탱글한 가슴까지 영락없는 여자였다.
'내가 여자...? 아니지, 애초에 남자였던 적이 있나..? 으윽...'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할 때면 바늘로 쿡쿡 찌르는 듯한 두통 때문에 제대로 집중을 할 수 없었다.
마치 그 부분만은 생각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어머, 왜 갑자기 움찔하시나요...? 내일부터는 정연언니랑 다시 바깥도 구경하려 했는데..."
"...정연...? 아냐... 나는 정훈... 으윽..."
눈치가 빠른 아름은 정연의 급 경직된 모습과 눈을 피하며 떨 때부터 이상한 점을 바로 알아챘다.
사실은 그녀는 정연이 아직 또렷한 의식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충분한 [교육]과 [애정표현]에도 자신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그를 위해 버릴 부분은 과감하게 버리기로 결정했던 것이 벌써 몇 주 전의 일이었으니까.
반항하지만 온전한 상태의 선배보다는 많은 부분을 포기하더라도 자신만을 봐주는 순종적인 그녀가 갖고 싶었기에 정연을 텅 빈 인형으로 만들었을텐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잠시 제대로 된 의식이 돌아온 것 같지만 이는 계획을 늦어지는 것 뿐 큰 강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 만한 변수는 아니었다.
문제는 잘 정리되었던 것 같은 자아가 다시 흔들리고 있었다는 것.
"오늘은 우리 강아지 약부터 줘야겠네요...♥"
검은색 정장을 입은 아름은 지휘라도 하는 것처럼 같이 가져온 카트에서 여러 약물이 들어있는 바이알을 꺼낸다.
"또 저번처럼 기절하시면 안되니까, 이번엔 각성제 양을 늘리고..."
약물이 섞이는 모습을 보던 정연은 멎을 생각을 하지 않는 두통과 익숙한 불안감에 얼굴을 찡그리며 몸을 떨었다.
"그러고보니 슬슬 중독 때문에 금단 증상이 오겠네요. 불쌍한 우리 언니... 제가 금방 안아프게 해드릴게요~♥"
알 수 없는 약물을 몇종류나 섞은 아름은 총 모양으로 된 주사기의 약실 부분에 바이알을 밀어넣었다.
"따끔해요~"
틱 하는 소리와 함께 정연의 목에 꽂히는 바늘.
무언가 흘러들어오는 불쾌한 느낌과 함께 불안감이 조금씩 사그라드는 오묘한 감각이 정연을 답답하게 했다.
"옳지. 이제 몸부림도 안치시고 아주 착해요 푸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정연을 쓰다듬어주는 아름.
새빨간 개목걸이와 같은 디자인의 수갑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그녀였다.
"조금만 있다가 다시 올게요. 제 생각하면서 계셔주셔요. 헤헤..."
...
...
다시 불이 꺼진 어둠 속.
시야를 뺏긴 정연은 그만큼 예민해진 온몸이 뇌로 보내는 신호들을 애써 무시하며 약물의 효과를 이겨내려 하고 있었다.
아름이 돌아간 이후 터질 것처럼 뛰는 심장은 온몸에 다시 약물을 보내 곧 이 간질간질한 느낌이 전신을 뒤덮게 만들었다.
마음 속 불안하던 부분도 잠시 해소해주는가 싶었지만 정연은 이내 어둠과 함께 돌아온 불안감에 몸을 떨며 움찔움찔 할 뿐이었다.
조금 전 간신히 떠오른 기억이 점점 흐릿해져가고 잠시 잊고 있었던 다른 기억들이 다시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인간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신음소리를 뱉어내는 음란한 암컷.
선명한 붉은 색의 자궁문신이 잘보이도록 누워 아름의 손길을 갈구하는 발정난 암캐.
그녀의 눈빛 한번에 실금하고 매도당할때는 오르가즘을 느끼던 기억속의 여인이 점점 자신과 겹쳐지며 정연의 의식과 자아를 좀먹는다.
...
"언니~ 잘 계셨어요?"
"..."
아름이 검은 방에 되돌아 왔을 때, 조금 전 생기 가득한 눈으로 애써 그녀의 눈을 피하던 정연은 그 자리에 없었다.
죽은 눈으로 텅 빈 공간을 응시하며 뜨겁게 달아오른 열기를 달뜬 숨으로 뱉어내는,
딱 먹기좋게 익은 탐스러운 과실 같은 여인만이 다리를 베베꼬며 아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 키스해주셔요...♥"
아름은 작은 핑크색 셀로판지를 자신의 혀 끝에 올린 뒤 정연에게 혀를 내보이며 웃었다.
텅 비어있던 정연이 아름의 혀에 올라간 물건을 알아보고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어 겹친다.
츄읍... 푸웁.. 츄릅... 쮸읍... 츄릅...
혀가 닿은 후 오히려 아름이 놀리려는 듯 혀를 다시 빼려고 했다.
이에 그녀를 놔주지 않겠다는 듯 정연 쪽에서 더 강하게 혀를 밀어넣으며 아름의 혀를 맛있다는 듯 탐하고 있었다.
츄릅... 츄르릅...
공허한 방에 끈적한 침과 혀가 뒤섞이는 키스 소리만이 가득 찬다.
"푸흐으... 언니 그렇게 급했어요?"
"더줘... 아니 더 쥬세여... 분홍색 그거... 분홍색 약 주세여어...♥"
아름이 입을 떼어내자 투명한 실이 길게 늘어지다 끊겼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표정의 아름과는 반대로 오히려 정연은 더 답답한 듯 괴롭게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아름이 입을 벌린채 숨을 내쉬던 정연의 혀에 엄지 손가락을 갖다댄다.
"흐으음~ 언니 말대로 해드릴까~ 아닌가~"
"헤에..."
머릿 속에 약 생각만이 가득차버린 정연은 조금 전 아름과 키스할 때 해소되었던 잠깐의 쾌락에 젖어있었다.
아주 잠시라도 머릿속이 하얘지며 불안감, 걱정, 답답함이 없어지는 그 기분 좋은 순간이 행복해서.
그리고 다시 무겁게 내려앉은 기분을 아름이 또 해소시켜주면 좋겠어서.
아름과 몸을 섞었던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몸은 다시 그때의 절정을 원했고
안달난 채로 떨기만 하는 그녀의 보지는 이미 흥건해져 바지 위로도 얼룩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아름은 그런 정연의 혀를 이리저리 문지르며 괴롭히다 뺨을 살짝 입을 맞춘다.
"약만 드리면 되나요 언니?"
아름은 베시시 웃으며 엄지에 아까와는 조금 다른 셀로판지를 붙여 정연의 혀에 문지른다.
"녜헤.. 이거.. 이거 쥬세여... 으흐읏..!"
혀에 닿은 아름의 손으로부터 약물 특유의 씁쓸한 맛이 퍼지자 다시 정연의 불안감이 조금 해소된다.
금단증상으로 떨리던 온몸이 조금은 차분해지고.
온몸의 간질간질한 답답함도...
"에혜...?"
"왜요 언니. 뭔가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쥬인님...이거... 먼가. 먼가 이상해여... 간질간질한게... 안업서져여..."
"푸흐흐... 왜요? 어디가 간질간질하신데요?"
"온몸이... 뜨겁고 간질간질한게 안업서져서... 흑.. 흐흑..."
호칭도 주인님으로 바뀌고 애가 타 촉촉해지던 정연의 눈가는 결국 눈물을 전부 머금지 못하고 뺨을 따라 흘려보낸다.
이미 한참 전에 약이 없어진 아름의 손을 핥으며 생기가 없어진 눈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
이때까지는 항상 약으로 충분히 고양되었을 때 황홀감에 젖어 아름과 몸을 섞었는데, 답답함이 없어지지 않은 정연은 불안감을 넘어 공포마저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약은 이 종류 밖에 없는데... 제가 만져드릴까요?"
"만져줘여... 쥬인님 암캐 너무 힘드러요 흑..."
해맑게 웃는 아름이 정연의 바지를 내린다.
검은색 속옷 위로, 바지에 갇혀져 있던 열기가 싸늘한 방 안의 공기와 만나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아름은 이내 정연의 음부 앞에 무릎꿇고 앉아 촉촉하게 젖어든 보지와 허벅지 사이를 천천히 감상했다.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정연의 허벅지를 훑다가 그녀의 속옷 위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있는 클리토리스를 살살 긁었다.
"으흐읏...! 거기, 거기 안돼여...!"
손톱이 클리토리스에 닿을 때 마다 골반을 튕기며 다리를 모으려 하는 그녀의 허벅지를 누르고,
속옷도 모자라 앉아있는 의자까지 적실 정도로 애액을 뿜어내고 있는 그녀의 보지에 코를 갖다댄다.
"쓰읍... 하아... 너무 좋다 헤헤...♥"
"해주세여... 거기.. 해주세여 쥬인님..."
"뭐를요? 제가 눈치가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배 만져 드리면 되나요?"
뻔뻔한 웃음을 지으며 오프숄더를 살짝 올린 아름은 새하얀 정연의 피부에 새겨진 자궁 문신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우리 언니 예쁘다. 예쁘다."
뻐끔거리고 있는 보지에 닿을 듯 말듯 배꼽 아래부터 천천히 쓰다듬어주는 아름.
"거기 말고..."
"그럼 어디요?"
"보지... 보지... 해주세여...♥"
"그러니까 어떻게요?"
평소처럼 완전히 황홀감에 휩쌓여있지 않은 정연은 최후의 수치심 때문에 외설적인 표현을 직접 하기를 머뭇거렸다.
"싫으시면 다시 바지 입으셔요."
일부러 옆에 있는 바지를 소리나게 다시 집어드는 아름.
정연은 화들짝 놀라며 머릿속에 있던 단어를 뱉어냈다.
"정여니 보지... 쓰담쓰담 해주고 빨아주고 찌걱찌걱 쑤셔주세여어...♥"
"흐음~ 이만하면 합격이네요 헤헤..."
아름의 손길에 스르륵 내려가는 팬티 속에는 입을 앙 다물고 있는 맨들맨들한 정연의 보지가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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