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얀데레 그녀의 공대여신-73화 (73/96)

〈 73화 〉 또다른 아름이 (1)

* * *

벌써 새터가 끝났다!

개강, 그러니까 첫 강의를 듣기 전에 아직 4일이나 있는데 뭘 하면서 보내지?

지금은 일단 너무 피곤해서 자고 싶은데...

술을 많이 마시긴 마셨어.

그래도 이 띵~ 하는 멍한 기분이 다른 고민들을 잊게 해주는 것 같아서 기분 좋은 그런 느낌이야.

새터에 다시 오다니...

원래는...

어디서 마셨더라...

소주가 빨리 취해서 좋긴 좋아...

...

쿵.

"언니, 저 왔어요. 출발하시죠 실장님."

"흐헙..!"

아름이가 차 문을 닫는 소리에 놀라며 깬다.

'머야 금새 졸았나?'

"언니 이제 방으로 돌아갈까요?"

"으응? 응. 빨리 돌아가자."

"근데 생각해보니까 기숙사 방은 방음이 잘 안돼서 돌아가도 언니가 원하는 그런거는 못하겠네요... 아쉬우시겠다."

아... 그러고보니 술마시고 돌아가면 해준다고 그랬었지.

멍하게 있다보니 그런 중요한 사실을 잊어버렸다.

'아씨... 지금은 피곤하긴 해도 내일되면 또 생각 날 것 같은 예감이...'

"언니가 너무 원하시면 차 돌려드릴게요."

"아.. 으..."

"대신 언니가 원하신 거니까 오늘 밤은 제 말 다 들어주셔야 해요...♥"

"...해줘..."

"네? 기숙사로 가자고요?"

"더 못참겠으니까... 오늘 해줘..."

아아아아..!!!

아까 자위하다 들킨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천천히 반복재생 되는 기분이다.

아까의 기분이면 쉽게 말했을 텐데 뒷풀이를 하고 와서 다시 수치심이 리셋된건지 내 입으로 뱉고 나니 또 얼굴이 화끈거렸다.

"네 그러면 그렇게 해요. 언니가 원한거에요?"

아름이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내 턱을 잡았다.

츄릅 스읍 츄릅

반사적으로 아름이 쪽을 돌아보자마자 내 입술을 아름이에게 빼앗긴다.

천천히 내 입안 구석구석을 핥는 것도, 강하게 입 안쪽까지 혀를 밀어 넣는 것도 아닌, 그녀는 내 혀가 사탕이라도 되는 냥 혀를 튕기고 휘저었다.

아름이의 혀가 내 혀에 녹아드는건지, 내 혀가 아름이의 혀에 녹아드는 건지 모를 만큼 야한 소리를 내다보니 숨이 가빠왔고, 그녀는 그런 내 볼을 슬쩍 훑고는 침으로 끈적한 은빛 실을 늘어뜨리며 입을 떼어냈다.

"후으.. 후아... 흐으..."

"평소랑 다르게 혀만 괴롭혀도 잘 느끼시네요 우리 언니."

"아니... 실장님도 있는데..."

아름이는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래서 싫었어요?"

"아니... 싫었던 건 아니지만..."

"좋지는 않았고요?"

"...좋았어..."

"이제 두번씩 안되물을 거에요. 무조건 솔직하게 말해주셔요."

"응..."

그러고보니 아까 내 입으로 해달라고 말했는데도 차가 원래 가던 길에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

애초에 기숙사가는 길이 아니었던 것 같은...

창 밖을 슬쩍 보고 다시 아름이와 눈이 마주치자 아름이도 내 생각을 읽었는지 씨익 웃는다.

"눈치채셨네요 언니."

"이씨... 애초에 기숙사로 갈 생각 없었지?"

"당연하죠. 언니가 그렇게 안달나서 저를 원해오는데 어떻게 그냥 주무시게 두겠어요. 남자였으면 진짜 보자마자 덮쳤을텐데... 헤헤..."

'그 말은 계속 자는척을 하고 있었어도 어차피 다른 곳으로 갔을 거란 건데 괜히 아름이한테 또 놀아나게 됐다는 얘기네'

이 빚은 제대로 달아둘 것이다.

아름이한테 복수... 는 힘들겠지만...

혹시 만족을 못시켜주면 업보 스택에 넣어둬야지.

"도착했습니다 아가씨, 정연님."

실장님이 차를 멈춘 곳은 익숙한 건물의 지하 주차장이었다.

"빨리 가요 언니."

"응."

"실장님은 내일 낮에 봬요. 혹시 일 있으면 연락 드릴게요."

"네, 그럼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띵!

마침 엘리베이터도 딱 타이밍 좋게 도착한다.

"..."

단 둘밖에 없는 엘리베이터 속, 내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있는게 혹여나 아름이에게 들릴까 싶어서 괜히 아무 노래나 흥얼거린다.

"흐흐후~♪ 뚜르뚜루~♪"

"..."

아름이는 다른 생각이 많은걸까, 안절부절 못하는 나와는 다르게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띵!

최고층에 도착해서 멈춘 엘리베이터.

아름이랑 지내던 집은 한 층 아래였는데, 아름이도 취해서 헷갈린걸까?

아름이가 머쓱해하지 않도록 내가 아래층을 다시 누르려는 찰나, 아름이가 거칠게 내 손을 잡아 이끈다.

"어? 우리 잘못 온 거..."

평소의 아름이 답지 않게 터프한 걸 넘어서 살짝 아프려고도 했지만, 입을 꾹 닫은 채 앞장서서 걷는 아름이의 의도를 짐작할 수가 없어서 그냥 닥치고 있는 쪽을 선택한다.

원래 우리가 쓰던 층만 해도 한 층에 10개 가까이 되는 집들이 복도를 따라 쭉 있었는데, 최고층 복도는 현관이 2개 밖에 없었다.

그러고보니 펜트하우스인가 뭔가로 최고층 구간은 구조가 다른 집들이 있다는 걸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띡 띡 띡 띡!

철컥

도어락이 열리기 무섭게 나를 휙 잡아당긴 아름이는 나를 집 안에 밀어넣듯 들여보내고 곧바로 따라들어와서는 내 얼굴을 잡았다.

"차에서 내린 뒤로 왜 아무말도 없이 무섭게..."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냐고 물으려는 내 의도는 아까 차에서보다도 훨씬 빠르게 나를 덮친 아름이에게 보기좋게 막혀버렸다.

"후읍..!"

내 혀를 녹인 다는 것도, 입 안을 밀고 들어오겠다는 것도 아닌, 내 숨과 입안의 쾌락을 전부 빼앗고 싶어하는 폭력적이라고까지 느껴지는 키스.

나보다도 작고 가녀린 아름이일텐데, 눈을 감은채로 여지껏 느껴본적 없는 일방적인 입맞춤을 하는 아름이를 감히 밀어낼 생각을 하지 못한다.

서로 주고 받는 숨이 점점 뜨겁게 젖어들어가고,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한 채로 입안에서 느껴지는 기분좋음만을 갈구하게 되어 몸이 늘어지려는 경계에 도달하자 아름이는 겨우 내게 숨을 돌려주었다.

"아니 언니, 왜이렇게 꼴려. 씨발 이러니까 남자들이 뻑이가지."

"어어어...?"

돌려받은 숨이 너무나 소중해서 열심히 펌핑을 하여 뇌로 보내고 있던 나인데, 아름이의 말에 내 폐와 심장도 놀랐는지 생각이 잠시 얼어붙었다.

'방금 아름이가 나한테도 반말한거야?'

"하아... 진짜 미치겠어. 언니는 언니 얼마나 꼴리는지 모르지? 언니 몸 하나하나가 그냥 음탕한 미약에 쩔어가지고 남자새끼들 자지 빨딱빨딱 세우는 인간 발정제 같은 거 알아? 그래놓고 얼굴은 또 청순해서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얼굴로 섹스 섹스. 내가 진짜 뭘 만들어놓은 건지 모르겠네."

5252 너무 진도가 빠르다고 아름쿤!

머야머야머야머야?!

아니 아름이가 가끔 적극적이기는 한데...

가끔, 아니지 꽤 자주 먼저 리드해주기도 하고.

저번에는 주인님이라고 해달라고도 했고. 근데 그건 롤플레잉이잖아.

나를 노예라고 부를때조차 반말은 하지 않던 아름이다.

내가 나이가 얼마나 된다고 동생한테 반말을 들은게 쇼크라 하겠냐마는,

아름이한테 들으니까 그 놀라움이란게 온다.

"저.. 그 아름아...?"

"왜 언니?"

"그.. 반말하기로 한거야...?"

"뭐라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동생이 언니한테, 연인이 자기 사랑한테 반말하면 안되나?"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냥 닥치고 따라와 오늘 잔뜩 해야되니까...♥"

이런 말 하면 좀 여자, 아니 정확하게는 암컷이 된 것 같아서 좀 그렇지만,

이렇게 리드하는 아름이한테 끌려다니는 것도 아주 나쁘지는 않을지도...?

...

아름이가 날 잡아 이끈 곳은 아주 큰 방이었다. 저번 시설의 침실 정도가 아니라 그 큰 하얀 방만한, 왠만한 큰 집 거실 보다도 훨씬 크지 않을까 싶은 그런 방.

그런 방 한가운데에 사람 네 명은 옆으로 누워도 될 크기의 침대가 떡하니 있으니 누가 봐도 저기서 오늘 끝까지 갈 것 같다는 느낌이 머리를 강렬하게 스친다.

'오늘 진짜, 진짜 하는구나..."

"후드티 벗어, 아니 벗겨줘 언니?"

"아, 아니 내가 할게..."

평소에는 이정도로 끌려다니지는 않았는데 아름이가 훨씬 적극적이니까 그만큼 소극적이게 되는 것 같다.

나도 솔직히 빨리 하고 싶었기에 속옷만 남긴 우리 둘은 침대 에 누워 서로의 향기와 체온을 느끼고 있었다.

"스읍... 하아... 언니 냄새 너무 좋아...♥"

"부끄럽게... 우리 그래도 한번 더 씻고 하는게..."

"술마시기 직전에 샤워해놓고, 그냥 부끄러운 거잖아. 자기는 나 없을때 내 티셔츠로 보지 쑤셨으면서."

"흐읏..."

내 목덜미에 얼굴을 부비며 귀에 속삭이는 아름이.

아름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살랑살랑 귀를 간지럽히는 그 이상야릇한 느낌에 손발을 꼼지락 거리며 겨우 답한다.

'존대로 매도하는 아름이도 좋지만, 이런 아름이도 흥분되네...'

"언니 사랑해."

"응? 갑자기?"

"언니는 나 안 사랑해?"

"아냐, 나도 사랑하지..."

"언니가 나랑 있으면서 앞으로 기분 좋은 일, 행복한 일, 재미있는 일이 가득할 거라고 확신해주고 안심했으면 좋겠어. 이때까지 못 해본 것도 잔뜩 하고..."

이 때 내 눈을 바라보며 갑작스럽게 사랑을 이야기하는 아름이의 목소리에는 흥분감과 함께 약간의 씁쓸한 슬픔도 묻어있었지만 사실 이날의 나는 그걸 그렇게 잘 알지는 못했다.

"오늘은 언니 하고 싶은대로 해줘. 내가 리드는 많이 해봤으니까.

언니 마음대로 나한테 시켜도 되고, 하고싶은 대로 잔뜩 해주라..♥"

"그럼 보지 핥아달라고 해도 돼...? 영상에선 되게 기분좋아보여서..."

오늘 낮에 봤던 야동에서 배우들은 되게 기분좋아 하던데 궁금해서...

아름이가 이런건 싫어하려나...?

"어머, 야동에서 본걸 자기 연인 시키는 거야? 언니 변태는 변태다."

"역시 좀 싫지...? 미안..."

"아니 당연히 해주지 히히...♥"

반말모드 아름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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