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 정연이는 답답해 (3)
* * *
"흐흐.. 히힛.. 흐흐히..."
바보같은 웃음이 자꾸 새어나오는걸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아아... 얼마나 길었던가.
이 3일간 아름이가 벌이랍시고 해주지 않겠다고 하니까 오히려 생각은 그쪽으로 더 많이 쏠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저녁만 되면 피곤해서 쓰러지듯 잠들어버리니 오늘 아침에는 돌아버릴 지경이었는데.
방금 느낀 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은 묘한 느낌, 확실히 정답에 가까워진 것 같다.
'장하다 한정연, 역시 자기주도학습이지..!'
다시 천천히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보지 근처로 가져간다.
부드럽게 질구를 검지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다가 이번에는 아까보다 조금 더 깊게 손가락을 질 속으로 삽입한다.
"흐으읏...♥"
아까처럼 몸이 딱딱하게 굳은 상태로 찌릿한 자극이 오는 것이 아니라 축 처진 신경에 움찔거리는 신호를 넣어준 것만 같은 느낌.
내가 저번에 가버렸을 때의 아름이 손길을 최대한 흉내내며 손가락을 조금씩 이리저리 움직여본다.
레즈 야동 속 언니야들도 클라이맥스에 이르고 있는지 서로 가쁜 신음을 뱉어내며 달뜬 몸을 열심히 괴롭히고 쑤시고 있었다.
"하아... 하앗...♥"
처음에는 약점을 찔린 것처럼 힘이 안들어갈 뿐이었는데 내 손길에 점점 익숙해지니 아까 클리토리스를 건드렸을 때처럼 몸이 따뜻하게 달아오르며 허리의 떨림이 더 자주 온다.
"으으... 흐으으...!"
...
[기모찌이~! 핫...♥, 하읏..!]
"..."
야동 속 언니들이 옷을 벗기도 전부터 몸을 건드렸는데 저 언니들이 보지에서 끈적한 애액으로 웅덩이를 만들고 오일을 잔뜩 묻힌 손길에 서로 허리를 바들바들 떨며 분수를 뿜어내는 그 긴 시간동안 나는 저렇게 가지 못했다.
분명 아까보다 훨씬, 진짜 몇배는 더 정답에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을 한껏 받으며 스스로를 위로했건만, 애초에 정확하게 가버린다는게 뭔지 모르겠다.
아름이의 손길이 닿기만 해도 나는 앙앙 울면서 하트눈을 띄우기 바빴으니까...
"씨발씨발!! 씨발!! 뭐가 문젠데! 왜 나만!! 씨발!!!! 쎽쓰!"
눈동자를 까뒤집은채 바보같은 얼굴로 절정에 이른 영상속 언니들이 만족했다는 듯 서로를 핥고 쓰다듬으며 영상이 끝난다.
검은 휴대폰 화면에 당황한 표정의 내 얼굴이 비쳐 홧김에 휴대폰도 옆으로 던지고.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에 분노가 치밀어올라서 침대 옆 벽에 샷건을 치며 갈 곳 없는 분노를 쏟아낸다.
쿵 쿵!
내가 주먹으로 친 벽 너머에서 다시 두번 쿵 쿵 하고 소리가 되돌아온다.
닥쳐라는 뜻이겠지.
다들 멀쩡하게 사는데 나만 왕따당하는 건가 싶어서 좆같다.
기분도 찝찝하고 하니 일단 씻고 와서 다시 해야겠다.
...
쏴아아...
따뜻한 물을 하염없이 맞으면서 멍을 때린다.
뭐가...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내가 너무 남자들이 상상으로만 생각하는 여자 자위대로 해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남자였을때의 나라면 충분하다 못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고민고민을 하며 오르가즘을 찾아나갔지만,
꼭 절정에 이르러야겠다는게 역으로 스트레스가 되어 나를 못가게 한걸지도?
게다가 표지는 괜찮았던 레즈 야동 속 여자 배우들은 생각만큼 꼴리지가 않았다.
나는 이제 막 달아오르려고 하는데 영상 속에서는 벌써 발정난 암캐마냥 허리를 튕기고 있으니 그 어긋난 템포가 오히려 불쾌하게 느껴지기 까지 헀다.
또 내가 보는 눈이 달라진건가, 별로 안예쁘고 안섹시해서...
눈은 좀더 크고 날카로운 고양이상인데 헤실헤실 웃었으면 좋겠고, 몸은 저렇게 여기저기 살이 붙은게 아니라 매끈하게 빠졌으면,
또 저렇게 천박한게 아니라 좀 뭔가, 그, 아... 설명하기 어렵네.
아름이 같은 그런 배우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헉...!"
무슨 생각을 한거야 방금.
요소 하나하나를 따지며 왜 자위가 제대로 안되는지 고민하는 스스로도 병신같고 나름 내린 결론이 아름이가 보고싶다는게 심란하다.
"모든 지식의 보고 구O한테 여쭤봐야지 뭐..."
물을 끄고 몸을 대충 닦고 나왔다.
진작에 검색을 해볼걸, 왜 혼자 낑낑댔는지 모르겠다.
이제 막 성에 눈뜬 소녀가 된 기분이라 좀 어색하지만,
그것보다 못했으면 못했지 더 나을게 없는게 나의 상황이다.
[여자 자위 방법]
'검색어가 너무 노골적인가...?'
싶지만 더 적절한 검색어가 떠오르지 않아 그냥 글들을 하나하나 쭉 읽는다.
[아무도 안 알려준 즐거움, 여자들이 직접 말하다.]
[박사의 저널, 남녀는 흥분되는 방식이 다르다.]
[은밀하고 신비한 여자의 자위방법!]
정도의 여성지 칼럼들 정도가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은 정보를 주었다.
남초 사이트에서 망상글을 싸재낀 것들이나 사춘기 소녀들을 위해 자위는 자연스러운거고 이상한게 아니에요.
천천히 자신의 몸에 익숙해지고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해요 하는 성교육 자료 따위는 내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런거 말고 기분좋게 만지고 하앙하앙 하고 가버릴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호오... 불을 끄고 안정된 상태에서 하는게 도움이 된다..."
마음이 급해서 들어오자마자 일단 눕고 시작했는데, 단순히 자극으로만 가는 건 힘드니까 그럼 무드? 를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한다.
커튼을 치고 불을 끄거나 해서 어둡고 안정된 상태에서 조용한 음악이나 반찬을 준비하고...
보지를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균열이 갈라지기 시작하는 부분의 동그랗고 작은 위치, 아까 만졌던 음핵을 살짝 눌렀다가 뗐다가 하거나 비벼주면서 몸을 달아오르게...
허리가 살살 떨릴 것 같이 기분이 좋아지면 베개를 허벅지 사이에 껴서 보지를 만질때 같이 비벼지면 더 기분 좋다는 익명의 여성분이 제보한 팁도 있었다.
자위가 익숙치 않으면 야동을 보면서 하는건 좋지 않다고 했다.
본인의 몸이 어디가 기분좋은지 어떤 느낌이지를 천천히 즐겨야 감도가 오르는데 영상 속 내용에 집중한다고 오히려 자위를 방해한다나?
'어렵구나 젠장...'
박사의 저널에 따르면 성관계나 흥분의 과정에서 남성은 시각적 자극에 지배적인 영향을 받지만 여성은 복합적인 외부 자극이 흥분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오.. 이것도 들어본 것 같기도...?"
진화유전학적으로 어쩌고 저쩌고 수렵생활을 할 때부터 생긴 경향이라는데 아무튼, 꼭 자위에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읽어본 결론은 남자랑 다르게 여자는 청각, 촉각, 후각등의 복합적인 자극이 어우러져야 더 성적 자극이 흥분으로 잘 이어진다는 것이다.
삽입자위를 처음부터 하면 기분이 별로 안좋고 괜히 찝찝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아름이가 이미 몇번 내 그곳을 만져서 그런가 아까 손가락을 넣어보니 오묘한 기분좋음이 있었다.
'준비는 완벽...!'
복합적인 자극과 상상이 중요하다.
아름이라면 분명 저번에 나랑 했을때 썼던 목줄을 기숙사에도 뒀을텐데...
이러면 안되지만 아름이의 옷장을 이리저리 뒤져보고 아름이의 책상도 티가 안날 정도로만 열심히 헤집어놨는데 그런용품? 은 전혀 안보인다...
"아름이가 이럴 리가 없는데... 기숙사에서 분명 하려고 했을거란 말이야..."
뭔가 이런 생각이 겹치고 쌓일수록 나만 발정난 년이고 아름이는 오히려 순수한 소녀같아지는 것도 같지만...
아니다. 분명 아름이가 목줄이니 딜도니 하는걸 숨겨놨을 것이다.
안그러면... 그건... 너무하잖아...
책상도 옷장도 아니면 매번 그런걸 들고다닌단 말인가.
아니면 진짜 그런 생각이 없는?
기분이 짜게 식는다. 에이씨.
괜히 시간을 허공에 버린 병신.
옆방에 가서 다른 여자애들은 뭐하는지 물어나 보려고 이불을 대충 구석에 밀어넣고 다시 일어난다.
"아얏...!"
되는 일이 없을 때는 콤보로 꼭 그렇더라.
전에 기숙사에 살때는 한번도 침대 밑 서랍에 발을 찧은 적이 없는데 나가면서 발가락을,
어..!
등잔 밑이 아니라 그냥 밑이 어두웠구나.
침대에서 쓸 그,그건 용품이니까...
침대 서랍에 있는게 자연스러운 걸지도...?
...
"찾았다...!"
작은 은색 케이스 안에는 고양이귀랑 검은색 가죽목걸이가 들어있었다.
분명히 처음 보는 물건인데도 묘하게 낮익은 목걸이랑 고양이귀...
어디서 봤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대충 야동에서 봤겠지 하고 빨리 물건을 꺼내본다.
'아름이가 쓰는 딜도나 그 진동기..? 그런게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있지만 중요한건 자극이 아니라 무드라고 했으니까 고양이귀도 차고 목걸이도 거울을 보면서 내 목에 스스로 채워본다.
작게 각인이 새겨진 은색 플레이트가 앞으로 가게 하니 쓰여진 글귀가 눈에 띈다.
"발정난.. 암고양이.. 노예.. 하트."
아름이가 나한테 쓰기 위해 준비한건지 사과의 의미로 스스로가 차려고 한건지 몰라도 아름이한테 무릎꿇고 복종했던, 내 처음을 주었던 그날이 떠올라 아랫배가 두근대는 것처럼 떨려오는게 느껴진다.
"흐으..."
불도 끄고 작은 조명 하나만 벽을 보게 한 뒤.
가장 중요한 복합적 자극과 상상에 도움을 줄...
"하씨... 이건 너무 변태같은데..."
혹시 몰라서 폰을 켜고 김실장님한테 슬쩍 톡을 보내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빨리 하고 밥먹은 담에 뒷풀이 가면 되겠다.'
[실장님! 저 정연이에요! 혹시 지금 어디 계신가요?]
아름이가 곧 올 것 같으면 그냥 그만두고 같이 저녁 먹을 준비를 하고, 어차피 아름이도 뒷풀이에서 봐야하면 밥은 대충 먹고 혼자 해피타임에 충실하면 되니까...
띠링!
역시 성실한 실장님 금방 답을 주셨다.
[지금 업무 때문에 대전 밖입니다. 밤은 되어야...]
눈치가 조금 부족하신지 장문으로 보내셨지만 핵심은 첫줄에 넣어주신 센스.
밤은 되어야 오신다는 것 같으니 아름이의 옷장 아래 서랍을 슬쩍 연다.
다른 집에서 생활할 때는 빨래통에 넣어두면 하루만에 비워졌지만, 학부생 기숙사 안이라 실장님도, 다른 직원들도 같이 없어서 3일에 한번 하기로 한 빨래가 옷장 아래에 쌓여있었다.
인간으로서의 선을 넘는 것 같지만서도... 이미 내 손은 아름이가 어제 입었던 티셔츠에 가있었다.
"스읍... 하아 하...♥"
항상 아름이에게서 나는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향기에 살짝 섞인 시큼한 땀냄새.
아름이랑 잔뜩 몸을 겹치고 가버렸던 그날 방안을 가득 채운 암컷 냄새가 연상되어 보지가 살짝 젖어오는게 느껴진다.
다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채 아름이와의 그날 밤을 떠올린다.
상상을 더해 고양이귀를 한 채로 암고양이 노예라고 쓰여진 목줄을 거칠게 당겨지는 나를 상상한다...
[언니, 아 아니지. 발정나서 보짓물이나 질질 흘리는 언니를 둔 기억은 없으니까요.]
상상 속의 아름이는 싸늘하게 말하며 발등으로 내 보지를 툭툭 건드린다.
그런 상상속의 자극과 비슷하도록 오른손으로 천천히 축축해진 질구 주변을 쓰다듬고, 아름이의 티셔츠에 코를 갖다댄 채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쉰다.
[주인님 냄새 때문에 발정나서 여기 이렇게 젖은 거에요? 귀여워라...]
매도 후에는 꼭 다정하게 달래주던 아름이를 상상하며, 아름이가 해줬던 것처럼 천천히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쿵쿵 울리며 안달내는 자궁을 달래준다.
[가게 해달라고 말하면 가게 해줄텐데... 아직 영 솔직하지 못하시네요 우리 노예]
조금씩 애액과 함께 차오르는 쾌감.
냄새와 내 망상 속의 다정한듯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손가락을 찌걱찌걱 움직이며 아까 더듬었던 질 속을 조금 더 어루만진다.
"헤으응..."
척추 속 신경을 찌른 것 같은,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 기분 좋은 부분.
G스팟이라고들 말하는, 아름이가 건드렸던 그 부분을 찾은 것 같다.
아까 질 속에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넣어봤을 때 힘이 빠지던 느낌이랑은 비슷하면서도 강도가 전혀 달랐다.
"하아... 하아..."
운동을 할 때 숨이 가빠지는 것처럼 계단을 오르듯 점점 올라가는 흥분감.
조금만 더 만져달라고 뻐끔대는 보지를 중지와 약지를 깊게 눌러 구석구석 달래주는 동시에 아름이의 티셔츠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신음이 새어나오지 않게 입술을 꾹 깨문다.
"쥬인님... 암고양이 보지... 달래주셰여..."
"보지... 아름 주인님 전용 보지..."
부끄러운 말을 할 때마다 자기 애완견을 흐뭇하게 보는 것 같은 너무나 귀여우면서도 야한 아름이의 눈빛이 떠올라 흥분이 배가된다.
"정여니 보지... 하읏... 주인님 꺼니까..."
"흐읏...! 하응...♥"
눈을 꼭 감은채로 티셔츠를 꼭 깨물고 온몸을 짜릿하게 관통하는 쾌감을 느낀다.
댐에 가둔 물을 흘려보내는 것처럼 쌓여왔던 것들이 조금씩 새어나온다.
"쥬인님... 시오후키... 해주세여... 정여니 보지... 아름님 전용 보지... 잔뜩 망가뜨려주세여엇...♥"
번쩍!
어둡던 눈 앞의 벽이 갑자기 밝아져 보지를 쑤시던 손가락을 그대로 둔 채로 몸이 얼어붙는다.
"아 네 실장님, 지금 기숙사에 들러서. 어. 훗...
그냥 제가 따로 갈게요 푸흐흐...♥"
쿵.
잠깐 열렸던 철문이 다시 쿵 소리를 내며 닫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