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얀데레 그녀의 공대여신-63화 (63/96)

〈 63화 〉 정연이의 동아리는? (2)

* * *

"언니 뭐부터 볼까요?"

"어... 시간이 넉넉하니까 입구쪽부터 하나씩 봐도 괜찮지 않을까?"

"그래요 그럼... 맨 앞의 여기는 뭐하는 곳일까요?"

동아리별 부스는 말 그대로 봄학기 리쿠르팅을 위해 새내기들에게 각 동아리를 홍보하고 학기 초에 있는 지원기간에 자신들의 동아리에 가입하도록 하기 위한 활동이었다.

5000명이 되지 않는 전체 학부생에 동아리 수는 80개가 넘었기에 대부분의 동아리들은 인원을 더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

동아리 명부에 기록된 부원 수에 따라 지원금이 추가 지급되기도 하고, 여러개의 동아리를 동시에 가입하는 학생들도 많았기에 실제로 일을 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사람이 어느정도 있어야 했기 때문에.

"어서오세요, 후배님들. K­공대 댄스 동아리 Lu나틱입니다!"

"Lu나틱! Lu나틱!"

어수선한 모습의 선배들이 비품을 정리하다 말고 우리를 반겨주었다.

"어... 여기 부스는 어떤걸 하나요...?"

기대가 살짝 담긴 눈빛으로 먼저 물어보는 아름이.

"아! 그, 우리는 매시 정각이랑 30분에 저기 옆에서 짧게 공연하는 형태로 홍보를 해서 부스에서 따로 할 건 없을거야.. 하하. 와줬는데 미안하네."

"아니에요. 혹시 안내 책자 같은거라도 있을까요."

"물론이지 자. 아 또 우리동아리에서 활동하면 4AU 이수해야하는 체육 중에 2AU를 인정해줘. 동아리 활동도 하고, 체육 학점도 받고, 외부 공연도 해보고. 어때 솔깃하지 않니?"

"호오..."

"뒤에 있는 후배님은 혹시 새터에서 장기자랑 했던 친구 아니야?"

아름이에게 동아리 설명을 하던 선배가 갑자기 내게 말을 걸어왔다.

"예?! 맞긴 한데..."

"새내기들 말고 고학번들 사이에서도 난리야, 너네 학번에 그 정하은도 있다며, 그런데 거기에 비견될만한 K­공대 스타 탄생 아니냐고 그러던데?"

"하하... 감사합니다..."

"춤추는거에 관심있으면 동아리에서 다같이 하면 좋지. 학교 내 행사만 해도 연 4회 이상은 무대에 설 수 있을텐데..."

"아... 네..."

추가로 이것저것 알려주려는 그 선배에게 다른 부스도 봐야겠다고 적당히 둘러댄 뒤 아름이 손을 잡고 빠져나왔다.

"후우..."

"역시 우리언니, 벌써 다들 알아보는군요 후후..."

뿌듯하다는듯 싱긋 웃는 아름이에게 뭔가 받아치고 싶었지만 정말 자랑스러워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어서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별로..."

"흠... 확실히 정기적으로 공연을 해야하는 건 너무 언니한테 부담을 주는 면이 있네요. 다른 동아리도 더 알아봐야겠어요."

"그러게. 근데 아름이 너라면 나는 저런 동아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약간 의외네."

"어제 강당에서 있었던 일때문에 아직 마음에 담아두신 건가요...?"

"꼭 그것때문은 아니지만 그게 관련이 없다고도 보기 어렵지...?"

"죄송해요. 언니가 그런걸 못버티면서 저한테 더 집착하길 원했던 것 같아요...

그게...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지금 언니는 너무 매력적이라서... 제가 조금만 방심하면 저는 여기 둔 채로 훨훨 날아가버릴 것 같아서..."

또 아름이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려오기 시작한다.

확실히 어제 싸운 뒤로 제대로 전부 풀어내지 않고 넘어갔으니 아름이도 내게 하고싶은 말이 많았을 것이다.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들을 척척 처리하고 내가 계속 시달려왔던 트라우마와 콤플렉스를 조금이나마 풀어내는데에도 도움을 준 내가 본 누구보다도 똑똑하고 당당한 그녀가 나와 관련된 일이라면 왜저렇게 불안해하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그 건물에서도 내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썼었지...'

"언니가 그런 걱정 하지 말라고 했는데, 언니 곁에 쭉 있어달라고, 또 언니는 항상 제가 1순위라고 해주셨는데도 이게 참 마음대로 되지가 않네요...

언니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어도 자꾸 사람들이 더 꼬일텐데, 언니를 자랑하고 싶으면서도 저만의 언니로 남아있었으면 하는게 자꾸 부딪히니까... 으으...

미안해요... 자꾸 힘들게 해서."

저번에 정하은이랑 마주친 뒤에도 내가 자꾸 여기저기 흘리고 다닌다고 혼났었는데, 집착이 점점 심해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크게 무리는 아니긴 하지만...

나중에 좀 더 깊게 이야기해봐야 할 문제지만 지금 아름이한테 필요한건 그런 딱딱한 정답이 아니라 내가 그녀와 함께할거라는 확신과 믿음일테니까.

조금 걷다보니 진정이 된 것 같아 아름이랑 팔짱을 낀 채로 다른 동아리도 더 둘러봤다.

...

"안녕하세요 후배님들, K­공대 수영 동아리 GA오리입니다!"

"와아~!"

"저희 GA오리에 들어오셔서 매일 아침 7시에 상쾌한 수영 후 1교시를..."

이른 아침 매일 수영훈련을 해야했기에 도저히 무리일 것 같아서 패스.

...

"어서오세요, 미식,요리동아리 맛의 궁극입니다!"

미식동아리답게 부스에서 떡볶이를 나눠주면서 홍보하고 있었다.

"아름아 이건 어때?"

"미식은 좋지만... 굳이 동아리에서 해야할까요. 노는건 몰라도 식사는 언니랑 둘이서 오붓하게 먹는게 좋은데..."

"음... 그래...? 아쉽구만"

아름이의 취향이 아니라 패스.

...

"K­공대 애니메이션 감상 동아리 Shangri­La 입니다. 동방에 라노벨, 블루레이, 만화책도 있고 무엇보다 전동 마작테이블까지!

혹시 후배님들은 어떤 애니 좋아하시나요? 아니면 만화나 소설?"

일본노래가 흘러나오는 부스 안에 뭔가 흔한 비주얼의 선배 여럿이 책을 보며 앉아있었다.

나도 원래 만화도 좋아하고 그래서 친근하게 다가가보려 했는데 왠지 다가가기 어려운 아우라가...

"아름아... 가자..."

"네.. 언니..."

...

"축구 동아리 타이푼입니다! 매니저도 뽑고 있습니다. 2AU도 받으시고 KP 전을 위해서 다같이 훈련도 하고..."

"굳이 운동 동아리 매니저를 할 필요는 없겠지?"

"네 뭐.."

패스.

...

"봉사 동아리 D딤돌입니다. 정기적인 교외 봉사활동과 함께 여러 친목활동도 진행하고 있으며..."

"아름아 저기는 한번 외부활동 나가면 소주를 궤짝으로 먹더라... 위험해..."

"어머, 잔뜩 취한 선배를 자주 볼 수 있으면 좋은 동아리 같은데..."

"안돼. 패스."

...

"칵테일 동아리 MIX 입니다. 어서오세요 후배님들!"

"여기도 술 많이 먹는 동아리래요?"

"옛날 새터반 동기중에 이 동아리 한 애가 있는데 1주일에 회식을 5번 하더라고..."

"아쉽네요... 괜찮아 보였는데..."

...

"언니가 너무 까다로우신 것 같아요."

"그치만, 아름이 너랑 할거면 둘 다 즐길 수 있고 부담도 덜가는 그런 똘똘한 동아리 하나를 제대로 해보고 싶은걸."

"그 마음은 저도 같지만..."

그 외에도 여러 체험형 부스를 돌아다녔다. 마술 공연을 하고 있는 곳도 있었고 밴드, 아카펠라 동아리, 수학문제연구회, 유도, 검도, K­공대 응원단, 행사 기획단 등등.

다들 각각의 장점이 있었지만 묘하게 아쉬운 부분도 있었기에 후보로 몇개 생각해두고 아름이랑 또 다른 동아리 부스를 구경하러 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처음 댄스 동아리 선배가 말해줬던 것처럼 기사도 나고 에타 HOT 게시판에 올라간 영향이 있긴 있었다. 100%는 아니지만, 동아리 안내 팜플렛을 받고 얘기를 하다보면 그래도 한 6~70% 정도는 새터 제로투 혹시 맞냐고 물어보는 걸 보면...

'꼬여버렸구나~ 내 새로운 캠퍼스 라이프~'

어쩌겠는가 이미 벌어진 일인데.

씁쓸한 뒷맛을 삼키며 아름이랑 계속 걷는다.

"이러고 있으니까 꼭 쇼핑하는 것 같네 아름아."

"헤헤... 저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네요. 저는 자꾸 권하고 선배는 힘들어하는게 딱 남녀 커플 같은 느낌?"

"에이.. 아름이 같이 완벽한 여친이면 안힘들지. 세바퀴는 더 돌 수 있어."

사실 너무 피곤하지만...

진짜 아름이가 한 비유대로 아름이는 쇼핑 온 여친처럼 이런 과정도 즐거워하고 있는 것 같아서 괜찮은 척 웃어보인다.

"우리 저 앞에 사람들 많은 부스 하나만 더 보고 쉬러 가죠."

"오케이..."

...

­아슬아슬해서 딸 법도 한데...

­아니 진짜로 이길 수 있는 새내기가 한명도 없나?

남학생들이 부스 앞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인기 부스.

북적북적한 새내기들 사이를 뚫고 들어가 뭘 하고 있길래 이 부스에 이토록 많은 사람이 몰리는지 확인한다.

"언니, 뭐하는 거래요?"

"어... 게임 이벤트...?"

[ OPTEAMUS 배 새내기 TEKEN 매치! ]

이제 보니 학생들 무리 가운데에 서로 마주보게 설치된 모니터 두개와 조이스틱으로 선배 한명, 새내기 한명이 플레이하고 있었다.

'근데 이게 이렇게 인기 있을만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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