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얀데레 그녀의 공대여신-62화 (62/96)

〈 62화 〉 정연이의 동아리는? (1)

* * *

...

말랑.

부드러우면서 따뜻한 무언가가 볼에 닿는다.

베개는 아닌 것 같은데...

달콤한 향기도 나는 듯 하고 나를 폭 감싸주는 느낌...

'좀만 더 자야지...'

푹 자야 아름이랑 또 열심히 돌아다닐테니까

"언니. 왜 자는 척 하셔요."

"..."

머리위에서 들리는 아름이의 목소리...

그럼 지금 부비고 있는데 아름이 가슴인가?

왜 같은 침대에 있는거지?

"아름아, 왜 내 침대에 들어와있는거야?"

"무슨소리하시는 거에요 언니, 새벽에 도저히 잠이 안온다고 안아달라고 하신건 언니잖아요."

"으으음... 그랬나?"

아름이는 부드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저보다 크시면서 이렇게 어리광이나 부리고, 그래도 이제는 쓰다듬을때 안부끄러워하시네요."

"헤헤... 아름이한테 귀여움 받는거 같아서 좋으니까..."

아름이가 쓰다듬어줄 때마다 코를 간지럽히는 달콤한 향기가 묘하게 중독적인 느낌이다.

"안아주라..."

스읍~

아름이가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나를 품에 꼭 안아줄 때 자연스럽게 잔뜩 냄새를 맡는다.

"하아..."

구체적으로 형용키는 어렵지만 마음이 편해진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아름이가 예전에 나한테서 정후니움을 충전중이라고 했던 게 어떤 기분인지 알 것도 같다.

이 포근함을 놓치기 싫어서 계속 이대로 뒹굴고 싶어지는데...

"언니. 슬슬 하고싶지 않아요?"

"응? 아니.. 이런 아침부터...?"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아까 쓰다듬받을 때부터 여기가 촉촉한게 느껴져서요."

"흐읏..!"

아름이는 내 그곳을 살짝 쓰다듬는다.

"아니.. 아니야..."

"흐음~ 솔직해지시면 기분좋게 해드릴 수 있는데."

"..."

솔직히 좀 고민된다.

어제는 그럴 체력이 안남아있어서 별로 고프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름이가 저번처럼 기분좋게 해줬으면 좋겠다.

남자였을 때는 강렬한 쾌감과 함께 절정을 겪고나면 훅 내려앉는 반동이 왔었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이 없었다.

한계가 어디인지 시험하듯 끝없이 올라가는 기분, 내리막이 없는 롤러코스터에서 두근거림과 짜릿함만이 점점 쌓여가면서 흥분감을 못이기겠는 그런 자극.

"바로 답하시기 어려우시면 언니가 강아지처럼 제 손을 예쁘게 핥아주시면 저도 기분좋게 해드릴게요."

"... 내가 원하는건 아닌데... 아름이 너가 시켰으니까 손만..."

아름이가 기분좋았으면 하는 마음, 그러니까 오직 배려로만 그녀의 손가락을 핥는다.

'아.. 이게 나중에 내 안에...'

상처나 흉터 없이 매끈한 그녀의 손가락을 핥고 있으니 묘하게 더 흥분되는 느낌...

...

...

...

눈을 뜨니까 입에 뭐가 물려있다.

"언니 일어나셨어요?"

'아 시발 꿈?'

입에 물려있는 아름이의 손가락을 일단은 빼낸다.

"바로 깨우려고 했는데 언니가 주무시면서 자꾸 제이름을 부르시길래...

또 무슨 꿈을 꾸시는지 입을 오물오물 하고있는게 귀여워서 그만.. 헤헤..."

"아,아냐... 굿모닝?"

"무슨 꿈을 꾸신거에요?"

"..."

'ㅆㅂ 그걸 어떻게 말합니까 아름씨...'

"어제 싸운 벌로 내일 새터 끝날때까지 섹스를 안해주기로 한게 무의식중에 신경쓰였는지 꿈에서 암캐처럼 손가락 핥으면 보지만져준다길래 핥는 중이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을리가 있습니까 아름씨...'

"그냥... 아름이 너 나오는 꿈이었는데 기억이 잘 안나네..."

"어머, 정말이에요? 흐윽..! 저 감동이에요. 언니가 꿈에서도 저를 생각해주시다니..."

오늘따라 아름이의 반응이 격하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어차피 씻고 옷도 갈아있어야 했기에 내 침(이 맞겠지?) 때문에 번들거리는 아름이의 손을 티셔츠로 닦는다.

"아얏..!"

"헉, 왜?"

아름이의 소리에 깜짝놀라 닦아주던 것을 멈추고 아름이의 손을 확인한다.

손등 바깥쪽 새끼 손가락 옆에 붉은 선이 하나 그여있는 아름이의 손.

가늘게 그여있는 붉은 선을 따라 피가 조금씩 새어나온다.

"붕대 감아뒀어야 했는데 까먹었네요. 별 일 아니에요."

"아니.. 이렇게 베였는데 어떻게 별일이 아니야.. 어쩌다 다쳤어?"

"음... 새벽에 쓰레기를 치우다가 살짝. 괜찮아요 걱정안하셔도 돼요."

어제 기억이 희미하긴 한데, 내가 잠든 사이에 쓰레기 버릴 일이 있었나? 기숙사에 새로 들여온 물건들 포장?

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아름이가 반대쪽 손으로 내 볼을 살짝 꼬집는다.

"진짜 걱정 안하셔도 돼요. 뭘 이런걸 가지고.

언니는 저랑 같이 행복하게 계시면 돼요.

가끔 예쁘게 웃어도 주시고, 사랑한다고는 자주 말해주시고.

언니가 걱정해야될 일, 스트레스 받을 일은 하나도~ 정말 하나도 없어요. 아시겠죠?"

아름이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 있었지만 자꾸 신경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아름이가 괜찮다고 했으니까 믿어야겠지.

"씻고 오셔요. 저도 나갈준비 할테니까요."

"응."

...

' 아 재미없다.'

2일차 첫 프로그램은 방송제였다.

학교에서 진행될 프로그램, 시스템, 새터반들은 알았으니까 이제 학생 자치단체들이랑 동아리 소개들이 섞여있었는데, 나는 다니면서 어디 해보지도 못했고 크게 관심도 없었으니까.

카이스트 방송국에서 만든 영상을 강당에서 틀어주는거라 중간에 슬쩍 튀거나 졸아도 아무말 안하지만 옆에서 아름이가 너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집중해서 보고있었다.

'나도 졸거나 튀기 미안한데 이러면...'

슬쩍 일정표를 꺼내 오후 일정을 보니 더 빡셌다.

반대항 프로그램이랑 동아리 부스 체험, 그것 말고도 또 동아리 공연이랑 응원제...

'새터가 이렇게 뭐가 많았나?'

K 뽕이 가득찬 새내기들한테는 하나하나가 모두 새롭고 신나는 경험이겠지만 그게 덜하니 상당히 강행군이었다.

'즐거워하는 아름이, 행복해하는 아름이만 생각하자...'

아직 영상 내용은 20분은 더 봐야했기에 졸지는 않으면서 딴생각을 하며 버텨본다.

동아리 체험은 또 이것저것 하다보면 입부해달라고 할테고, 아름이는 귀여우니까 다들 데려가고 싶어할텐데...

동아리 면접에서 아름이만 붙고 나는 떨어지면 어떡하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야.

18년도에도 전부 떨어져서 무동(동아리를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4학년까지 살았으니까...

아름이랑 같이 할 수 있는 좀 만만한 동아리를 골라봐야하나..

그나저나 아침에 아름이 반응이 좀 이상하던데 진짜 아무 일도 없는건가.

그리고 꿈...

으으... 꿔도 그런 꿈을.

이때까지 아름이가 나를 원한거지 나는 그런거 별로 안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또 내가 꾼 꿈인데 거기서 아름이 손이나 핥고 그러면 변태같잖아...

미쳤나봐...

"아아...!"

"무슨 일 있어요 언니?"

혼자 잡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다가 아침의 꿈 내용까지 연결됐을때 무의식적으로 너무 크지는 않지만 소리가 나와버렸다.

"아냐, 아냐. 그냥 딴생각 좀 하다가. 미안..."

"언니 오늘 좀 이상하시네요. 무슨 일 없죠?"

"응..."

내가 오히려 오늘 이상하다는 말을 들어버렸다.

후...

그래도 영상이 끝나고 다들 박수치며 일어나는 분위기다.

"1반, 점심 뒤에 동아리 부스는 각자 돌아다니는 활동이니까 우리 점심은 같이 먹자."

­네~

"둘, 셋, 넷... 다있네. 그럼 북측 학식으로."

앞자리에 앉아있던 강진이 반 인원을 쭉 세고 앞장서서 인솔한다.

...

점심을 먹으며 예림과 다른 여학생들과 이것저것 이야기한다.

"정연, 아름, 동아리 어디 갈꺼야?"

"음... 생각해 둔 건 없는데?"

"아름이도?"

"저, 아니 나도. 응."

"근데 둘은 항상 붙어다니네, 성도 둘다 한씨고. 혹시 자매? 아 나이가 같아서 그건 아닌가?"

"친척이야. 그래서 나이는 같긴 한데 아름이가 언니라고 부르는 중이고..."

"에? 그래도 정연이도 나랑 반말하고 아름이랑도 그런데 둘은 언니 동생인거야?"

"으응.. 그렇지?"

"그치만... 언니는 언니인걸요."

아름이가 미소를 띤 채 나를 보며 말한다.

"신기한 관계구나..."

"하하... 어, 슬슬 시간 됐다. 동아리 부스 끝나고 반별 활동때 봐!"

더 있으면 피곤할 것 같아서 먼저 끊고 일어난다.

"어, 응. 둘다 나중에 봐."

...

...

"후우... 무슨 궁금한게 저렇게 많대니."

"그래도... 이렇게 밥먹으면서 편하게 대화하는게 처음이라... 괜찮았어요."

옅은 미소로 여전히 웃고있는 아름이는 저런게 꽤 마음에 들었나보다.

"아름이 너가 좋으면 다른 애들이랑도 자주 밥먹을까?"

"너무 자주는 안그러셔도 돼요.

친구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제일 좋은건 언니랑 둘이 있는거니까..."

아름이의 말에 쑥스러워져서 괜히 앞머리를 정리하는 척하며 부스 쪽으로 간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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