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얀데레 그녀의 공대여신-51화 (51/96)

〈 51화 〉 첫 싸움 (1)

* * *

"자~ 1반 대표의 순서까지 모두 끝났습니다. 자기 반을 위해 용기있게 앞에 나왔던 대표들에게 박수 부탁드립니다."

­와아!!

"대표들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주세요.

이제 아까 설명드렸던 대로 반별 활동시간입니다.

혹시 오늘 아침에 도착했거나 몸을 움직이기에 지금 옷이 불편하겠다 싶은 학생들이 있을 수 있으니, 기숙사 방에 들렀다가 프락터들이 안내해주는 곳으로 11시 반까지 오시면 됩니다."

왼쪽 앞이었던 우리반 자리로 돌아가는데 반응이 꽤나 뜨겁다.

"한정연! 한정연!"

"정연아, 새터에서 하려고 연습해온거야?"

"와, 정연이 무대에서 춤추는거 너무 섹시하더라."

몇몇 남학생들은 아까 정하은이 올라올 때 12반에서 봤던 것 같은 팬 모드가 되었고, 아까는 자기들끼리 수군대던 여학생들이 갑자기 살갑게 다가와 말을 건다.

'부담스러워...'

"오~ 정연이~ 마지막 순서라 긴장됐을텐데 완전 쩔었어~"

"아까 바빠서 인사를 못했네. 새터 1반 여프락터 김지아야. 편하게 지아언니 해도 돼.

정..연? 어, 정연이 무대 위에서 너무 예쁘더라.

다른 반 프락터들이 우리반 대표 쩔었다고 톡에서 난리도 아니야."

프락터들도 내가 했던 것에 대한 반응이 꽤 괜찮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나보다.

의도치 않게 대표로 나가게 되었는데 좀 부담스럽긴 해도 인싸가 된 느낌이라 나쁘지 않은걸.

나는 나가서 뭘 해야하는지도 제대로 몰랐는데 아까 아름이 덕분에...

'아 맞다 아름이...!'

내 차례부터 임기응변으로 넘긴 다음에 아름이한테 어떻게 달랠지를 고민하려고 했는데...

원래 내가 앉아있던 제일 앞에서 둘째줄 중간 자리에서 따끔거리는 시선이 다시금 느껴진다.

"다, 다들 고마워요. 이제 방 가죠...?"

"아 그렇네, 자 1반. 남자들은 나랑 같이 소망관으로 가고 여학생들은 지아랑 아름관으로 가면 돼. 우리는 앞쪽이니까 여기 옆문으로 나가자."

내 근처에 몰려있던 애들이 방으로 가기 위해 슬 흩어진다.

"아름아~"

나는 내 원래 자리로 돌아가 그 옆의 아름이에게 안긴다.

"...됐어요."

'많이 삐졌나본데?'

"에이~ 우리 아름이 또 왜이래~

언니 열심히 했잖아 쓰담쓰담 해주라~"

아름이를 끌어안은 채로 아름이 볼에 내 볼을 문댄다.

"...싫어요. 저리 가셔요 언니."

반응이 영 좋지 않은데.

그래도 처음 잡혀갔을 때나 평소의 톤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싸늘하고 냉랭한 목소리라기보다는 속상한 마음을 굳이 티내지 않으려 하는 목소리다.

"자 1반 출발~"

반이 기숙사로 가기 위해 다같이 일어서서 이동해야 했기에 옆에서 아름이를 안은 채로 반 무리들과 조금 떨어져 따라가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는 우리 아름이가 너무 좋은데, 아름이는 언니한테 뭐가 그렇게 속상한 일이 있었을까~?"

"자꾸 우리 아름이, 우리 아름이 하지마요.

정하은 그 개좆같은 년이랑 하하호호 이야기하면서 웃어주는 언니는 둔 적 없어요..."

'금방 풀릴만한 삐짐이 아닌데 이건.'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신가요. 제가 바보도 아니고 여기서 무대 위면 거의 바로 앞에서 봤는데.

그 년이 처음 무대 올라갈때도 살짝 웃고있었고, 그년이 이것저것 이야기하는 동안 제대로 내치지도 않고 다 듣고 계셨잖아요...!"

"그, 그건..."

"그러다가 그 씨발년이 언니랑 어깨동무하고 저한테 손 V 내밀었는데, 그것도 그때 바로 밀어내는 것도 아니고 저랑 눈 마주친 다음에서야 놀라면서 내치셨잖아요.

제가 그렇게 강조했는데...

그년이 저를 미워하니까 언니도 해코지 당할 수 있다고, 또 언니가 해코지 당할까봐 걱정하는 거 말고도 언니가 입으로는 그렇게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제가 그 년한테 당한 게 있고 그 년이 싫다는데 거리를 좀 둬야겠다는 생각이 별로 안드시나봐요?"

"..."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처음에 정하은이 내게 말을 붙였을 때 꺼져라고 이야기했다면 아까보다는 훨씬 적은 대화가 오갔을 것이다.

꼭 꺼져라는 말이 아니더라도 그녀가 내게 이것저것 물어볼 때 대답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금방 돌아갔을 지도 모른다.

아름이가 내게 해준 말들은 기억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가까이서 본 모습이랑은 거리가 좀 있는 설명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위기감을 느끼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내가 많이 잘못한거 같기도 하고...'

"제가 안보고 있었으면 둘이 아주 알콩달콩 재밌게 놀아났겠네요.

제가 빠져드릴까요? 언니는 저보다 '실제로 보니까 더 미인'인 그년이 취향이신 것 같은데.

제O투 댄스도 저한테만 보여줘야죠.

수백명 되는 동기들 앞에서 그런 춤이나 추고...

그냥 댄스만 한거면 몰라 노출도 일부러 하신거잖아요.

언니 미워, 싫어,

최악이에요."

내가 잘못한 건 맞지만 자꾸 쏘아붙이는 아름이한테 조금 서운하고 억울한 면도 있다.

애초에 내가 원해서 올라간 것도 아니고, 조금 벙쪄있는 사이에 다른 반 대표들 중에서는 제일 먼저 올라온 게 그 정하은이어서 일이 이렇게 된 것 아닌가.

'아름이가 나를 일어서게 해서 무대 위로 올려보내지만 않았어도 안생겼을 일들인데 나한테 너무 뭐라하는 거 아닌가?'

평소 같았으면 다 내 잘못이다 하고 받아들였겠지만, 엄청난 긴장과 부담감 속에서 상당한 심력을 소모하고 돌아온 내게 이러는 아름이에게 서운함이 점점 쌓인다.

'내 행동이 잘못이면 아름이도 잘못한 거잖아.

이게 다 내가 잘못한거야?

그리고 자기때문에 억지로 그런 장기자랑도 하고 내려온건데 수고했다고 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나도 억울한 거 많아 그러면."

아름이에게 딱딱한 말투로 되받아친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인지 아름이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애초에 내가 올라간다고 해서 올라간거야?

아름이 너가 말걸어놓고 부산을 다녀왔느니, 뭐 고깃집이 어떻고 숙소 뷰가 어땠고 하면서 말돌리다가 갑자기 반지타령 하면서 일어나달라고 했다가 그렇게 됐잖아.

나는 설명도 제대로 못듣고 올라간건데,

아름이 너 때문에 그런 고생을 하고 왔으면

'언니 고생하셨어요'

로 시작해야되는거 아니야?

정하은 걔랑도 너가 대화를 다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먼저 말걸거나 한 것도 아니고 다른반 대표들 올라온게 좀 뒤였잖아.

나처럼 누가 장난쳐서 올려보내진 사람들도 아니니까...

나도 좋아서 그러고 있던 것도 아니고 걔가 일방적으로 그런건데, 내 얘기는 들어볼 생각도 안하고 너가 빠져줘야겠다느니, 알콩달콩 놀아났다느니 하면서 비꼬기나 하고.

나도 서운하단 말이야."

"저, 저는 언니가 쪽팔려서 못하겠다고 할 줄 알았단 말이에요..!

계속 아싸처럼 살았다고 하셔서 부담스러워서 못하겠다고 저한테 안길 줄 알았는데...

혹시 무대 위는 겨우 올라가더라도 언니 차례되면 긴장해서 막 어버버하다가 울면서 내려올 줄 알았는데,

몰라, 아무튼 언니 잘못이에요.

그렇게 다른 남학생들한테 흘리고 다니시고.

언니는 벌받아야 해요.

저 언니랑 새터 끝나기 전까지 안해줄거에요.

애걸복걸해도 소용없어요."

"뭐.!?!

내가 그런거 힘들어하고 부담스러워 하는거 다 알면서도 그런 장난을 치고, 게다가 오히려 울면서 내려올 줄 알았는데 그랬던 거였어?

나도 안해. 애초에 기숙사잖아 그리고!

그게 왜 나한테 벌이야.?

아름이 너가 더 힘들걸?

두고봐, 누가 제발 해달라고 애원하는지."

........

아름과 정연이 기숙사로 걸어들어가며 말다툼을 하는 동안, 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 있는 한사람.

"푸흐흐... 역시 자기가 하고싶어서 올라올만한 성격이 아니었어..."

정하은의 한쪽 귀에 꽂힌 이어폰에서 아름과 정연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리 아름이 평소에는 예민하고 눈치가 빠르던데 그 언니에 관한 일이면 머리가 뜨거워지기는 하나보네. 자켓에 도청기 붙여놓은 것도 눈치못채고 계속 싸우고 있고 말이야..."

하은이 정연과 어깨동무를 하고 아름을 향해 미소지었던 것은 단순히 도발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정연을 팔로 휘감으며 정장 자켓 가슴주머니 쪽에 도청기를 하나 붙여놨던 것이다.

"그나저나 재밌는 걸 들었네.

둘이 그렇고 그런 관계야?

안해주는게 벌이라고 하는 걸 보면 평소에는 거의 매일...?"

하은은 상상만 해도 자신의 음부가 축축히 젖어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확실히 백화점에서도, 오늘 강당에서도 아름이 보인 반응은 친한 친척언니가 자신이 싫어하는 대상과 말을 나눈 것에 대해 보일 반응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훨씬 질투와 독점욕이 강하게 섞인,

마치 연인을 뺏길까봐 안절부절하는듯한 귀여운 반응.

"그 언니 순한 강아지인 줄 알았는데 완전 여우였네."

'어? 잠깐?'

하은은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가벼운 절정을 겪은 듯 허리를 움찔하며 떨었다.

"이거... 그 언니는 그러면 아름이 보지도 빨고 신음도 듣고 둘이 같이 가버리기도 하고 다 한거네...?"

야한 몸을 드러낸 아름이를 떠올린다고 그냥 지나갔었지만, 곱씹어보니 괘씸했다.

그냥 아름이가 엄청 좋아하는 언니였으면 아름이 앞에서 강간만 하고 폐인으로 만든 뒤 놓아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의, 오직 나만의 아름이랑 벌써 뜨거운 밤을 보낸 사이라고 생각하니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아름이는 내꺼잖아...

지금은 귀엽게 밀당하고 있지만 결국은 나만 바라보게 될거였잖아...♥

그년은 뭔데 우리 사이에 껴서 방해하는거야...?"

죽여야한다.

이름이 한정연이었나?

죽이는 것은 이미 확정된 사실이고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 신경 한가닥 한가닥이, 뇌세포 하나하나가 모두 깨닫고 반성할 수 있도록 차라리 죽여달라고 할만큼의 고통을 선물해준 뒤에야 죽음을 허락할 것이다.

"아름이를 만진 손, 아름이 신음소리를 들은 귀, 아름이의 몸을 본 눈 전부 잘라낼거야...

아름이랑 같이 절정한 그 보지도...

헤헤... 그년 강간하면 간접적으로 아름이랑도 한거네?

아름이가 원할때까지 아름이 처녀는 지켜주려고 했는데... 그년이 뺏어갔잖아.

그러면 아름이 대신 그년 따먹으면 되는거잖아?

흐흐.. 크흐.. 푸흐흐..."

하루라도 빨리 아름이 앞에서 정연을 강간하고 싶어졌다.

아름이와 닿았던 모든 부위는 잘라내고 토막내어 다시는 그런 생각조차 품을 수 없도록 고통을 느끼게 할 것이다.

아름이 앞에서 내게 강간당하는 정신적 충격과 마취도 없이 몸의 일부분이 날붙이에 의해 절단되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내가 억지로 몸에 밀어넣을 약물 덕분에 내 아래에 깔려 달콤하고 야릇한 신음을 뱉어내는 정연을,

그리고 그런 정연을 바라보며 한껏 일그러진 아름이의 얼굴을 상상하니 아랫배가 큥큥하고 떨려온다.

"하아.. 아름아...♥

나 진짜 널 엄청 사랑하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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