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 기분좋은 밤 술기운이 올라 (2)
* * *
아름이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천천히 배꼽부터 아래로 훑으며 내 속옷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온다.
"흐응..."
"좋으셔요 선배?"
"모, 몰라..."
아름이는 내 클리토리스를 툭툭 치더니 조금 더 아래로 손을 옮겨 검지와 중지로 내 보지 주변 살을 모아 집었다가 풀기를 반복했다.
"왜 자꾸 주변만 만지는거야..."
"벌써 보내드리기는 싫은걸요."
그녀는 조금씩 젖어가는 내 보지를 두손가락으로 아래에서 위로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술 때문에 뜨겁게 달아오른 몸은 평소보다 그녀의 손길을 더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조금만, 조금만 더..."
슥
내 속옷에서 손을 빼내는 아름이.
"왜... 도대체 왜..."
애를 한껏 태워놓고 절정의 문 앞에서 돌아가는 그녀가 미웠다.
"아름이 너무해... 오늘은 잘못한 일도 없잖아. 히잉..."
또 나를 벌주려는 건가 싶어 억울함을 슬쩍 피력해보았다.
"앗, 오늘은 혼내려고 안달나게 한 건 아닌데... 적당히 달아오르면 같이 한 잔 더 마시고 싶어서 그랬어요. 봐주셔요 선배."
"한잔 더?"
술도 조금 깼고 두통도 없어서 무리는 아닐 것 같지만 조금 의외였다.
"네, 따라오셔요."
아름이가 내 손을 잡아 문쪽으로 이끈다.
'어, 근데 호텔인데 방문이 왜 도어락이 아니지?'
아름이를 따라나가니 응접실이라 보통 말하는 넓은 방이 하나 더 나온다.
고급스러운 소파 2개가 마주보고 있고 사이에는 낮은 테이블이 하나,
침실과 마찬가지로 밤바다가 보이는 넓은 창이 한쪽 벽 대부분을 차지하고있었다.
"와..."
"방 좋죠? 가까운 곳에 되게 뷰 괜찮은 방이 남아있더라고요.
좋네요. 너무 시끄럽지도 않고."
대학 진학 전까지 부산에서 살았지만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다.
항상 아래에서 지나가면서 봤던 광안대교와 건물들이 있는 밤바다를 밝게 뜬 달이 비추고 있었다.
그 모습을 높은 곳에서 탁 트인 창 너머로 보는 것은 바로 옆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앉으셔요."
아름이가 가리킨 곳에는 소파와 같은 디자인의 고급스러운 의자 두개와 와인이 놓여져 있는 작은 테이블이 있었다.
와인과 치즈, 그리고 집어먹을만한 몇가지 핑거푸드들.
아름이는 한손으로 능숙하게 와인 보틀을 잡고 글라스에 가느다란 물줄기를 내려주었다.
와인을 누가 따라줄 때는 잔 아랫부분에 손을 올려두는 것이 예의라고 어디서 본 것 같아 어설프게 슬쩍 손을 올린다.
아름이가 그런 나를 보고 살짝 웃어주어 나도 따라 미소지었다.
"짠~"
"아, 응. 짠!"
글라스를 옆으로 살짝 틀어 넓은 부분이 서로 닿도록 갖다댄다.
잔이 통 부딪히며 띠링하는 맑은소리를 낸다.
"선배가 맛있는 곳 소개시켜주셨으니까, 저도 제가 좋아하는 걸로 한잔 대접해드리는거에요."
"저녁도 얻어먹은건데 그러면 괜히 미안하잖아..."
"그러지 마셔요 선배."
"그럼 고맙게 잘 마실게."
검붉은 색의 레드와인.
화사한 꽃 향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다.
아름이가 마시는 것처럼 잔을 살짝살짝 돌린 후 향을 맡고 입안에 와인을 머금는다.
'키스하듯 혀로 맛을 음미하는 거랬나?'
머금은 입 속 와인을 입 구석구석 보냈다가 목 너머로 넘긴다.
"흐음~"
형용키 어려운 맛인데 향을 맡았을 때보다 상당히 묵직한 느낌에 조금 놀랐다.
뒤에 남아있는 향도 꽤 강렬했고.
"입에 맞으신가요?"
"아, 응. 사실 와인은 잘 몰라서 어디서 대충 본 대로 마셔보려고 했는데, 맛있다..? 섬세하게 표현하기가 어렵네 알못이라..."
"그냥 술인데요 뭘. 너무 부담 안가지셔도 괜찮아요.
그냥 맛있으면 맛있다. 별로면 별로다. 그뿐이죠 머."
아름이는 부담가지지 말라고 했지만 어색한 건 어쩔수 없었다.
그래도 점점 먹다보니 입에 감기는 것 같기도 하고.
"선배."
"응...?"
"제가 좋아하는 와인이 되게 여러종류인데 요즘은 특히 이게 생각나더라고요. 왜그런지 아시겠어요?"
"어..."
아름이가 좋아하는 다른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얘가 특히 좋은 이유를 맞출 수 있을리가.
'아름이가 뭘 좋아하지... 꼭 술 아니더라도 음...'
별로 떠오르지 않았다.
굳이 따지면 나를 좋아할텐데.
'그건 답이 아닐테고...;
"가르쳐드려요?"
"응."
"이 와인 향은 되게 가벼운데 맛은 묵직한거 혹시 느끼셨나요?"
"어 맞아. 좀 그런 느낌이었어."
"이 와인, 올드빈티지로 구해서 마셔보면 노즈랑 테이스트가 엄청 따로 놀아요.
플로럴한 향에 딸기, 살구 같은 프루티한 노즈는 부끄럼 많은 소녀같은 느낌인데.
테이스트는 찐득하고 묵직한, 게다가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뒷맛이 쫀쫀하게 풍부한게 완전 야한 그런 맛이에요.
힌트가 되셨을까요?"
"아니, 잘 모르겠는데..."
아름이는 내 볼에 입을 맞춘 뒤 귓가에 작게 속삭인다.
"입으로는 아니다, 싫다, 그만이라고 해놓고서 이미 보지는 흥건하게 적시고 한껏 기대해버린 탓에 발정난 암캐. 저는 한마리 아는데 선배는요?"
"모, 몰라 그런거..."
어제 이미 죽을만큼 수치스러운 일을 경험했기에 오늘은 좀 달달하게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아름이는 날 괴롭히는 걸 왜이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모르시면 여기까지 하고요."
내가 못참을 걸 안다는 듯 미소짓는 그녀가 얄밉다.
"짠이나 해."
"네, 짠~"
다시 와인잔을 청아한 소리를 내며 부딪혔고, 나는 약간은 홧김에 글라스에 남아있는 검붉은 액체를 한번에 들이켰다.
"으으... 한번에 먹으니까 텁텁해..."
와인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고 들이킨 걸까 잔을 내려놓고 1분 정도 지난 시간,
심장이 쿵쾅대고 얼굴에 열이 오르는게 느껴진다.
그런 나를 보고 눈을 크게 뜨는 아름이.
"선배 괜찮으셔요?"
아름이의 입가에 묻은 와인이 달빛을 받아 번들거리며 빛난다.
몸도 열로 달아오르고 눈 앞의 아름이의 입술이 너무나 탐스럽게 보인다.
"아... 존나 따먹고 싶네 한아름."
"네...? 선배 방금 뭐라고.. 읍음.."
아름이가 잔을 내려놓는 그 순간 아름이에게 달려들어 아름이의 입술을 탐한다.
...
...
선배의 혀가 내 혀를 감으며 들어온다.
선배의 숨이 내 코를 간지럽히고 선배가 뱉어내는 신음은 다시 나의 호흡이, 내가 흘리는 신음은 다시 선배의 숨이 되어 서로 쾌락만을 쫒는 뱀처럼 감정과 흥분을 얽히고 설키게 만든다.
"후아... 선배 갑자기 뭐에요. 게다가 방금 하신 말씀은..."
"닥쳐 아름아. 항상 나만 기분좋게 해주다가 또 발정나게 만든 다음에는 괜히 애타게 만들고. 오늘은 내가 잔뜩 괴롭힐거야!
아름이 보지 내가 따먹을거라구!"
눈이 약간 풀려있는 선배는 거친 숨을 들이쉬며 평소의 선배라면 상상도 못할 말들을 뱉어냈다.
'취하면 귀여워지는건 이렇게 되기 전이나 후나 똑같네요 우리선배.'
어제 쾌락을 갈구하며 내 발 밑에 엎드려 복종한 말 그대로 발정난 것 같던 선배를 또 보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살살 괴롭히면서 선배가 또 달라붙기를 기다렸는데,
이틀 연속이 문제였던 건지 술을 동반했던 계획이 잘못된건지는 몰라도 계획과는 다르게 선배가 나를 따먹겠다며 소리치고 있었다.
"어머, 선배 그럼 어떻게 하시려고요?
키스까지는 거칠게 하신 것 같은데 헤헤...♥"
"기분좋게 해줄게. 우,울어도 안봐줄거니까!"
선배는 다급한 듯 팔을 내 허리에 휘감고 다른 손으로는 속옷을 내리려 했다.
"어떡해~ 이렇게 잡혀버려서야 흥분한 선배한테서 도망칠 수 없겠는걸요~?"
선배는 내 브래지어와 팬티를 잡아뜯듯 거칠게 벗기고 입을 가슴에 가져갔다.
"아름이 가슴... 왜 가슴까지 귀여워?
이래놓고 조금만 기다려라 그러면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검은 팬티가 없어지자 드러난 내 작은 핑크빛 균열을 선배의 중지와 약지가 매끄럽게 파고들었다.
"흐읏... 선배 너무 거칠어요."
"아름이 이런거 좋아하잖아. 아니야?"
"맞긴 하지만... 하읏...♥"
엄지로는 클리토리스를 굴리며 보지의 안과 밖을 모두 괴롭히는 선배의 손.
나를 따먹고 싶어서 한껏 흥분한 선배.
게다가 충동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 거칠게 움직이는 입과 손은 나에게 복수하고 싶어하던 서재에서의 선배를 떠오르게 만든다.
'강하게 나오는 선배도 너무 좋아요...'
츄릅 츄르릅
가슴을 빨던 선배의 입술이 다시 내 입을 덮친다.
선배가 했던 공약을 이행하기라도 하는 듯,
내 입안 구석구석을 선배의 타액으로 칠하는 그녀의 혀는 내가 선배에게 범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찔꺽 찔꺽
"헤읏.. 앗.. 헤으응....♥
아앗..! 흣.. !"
절정에 도달한 나는 반사적으로 허리를 뒤로 뺴려고 했지만 선배가 내 보지를 괴롭히면서 다른 팔로는 계속 내 몸을 감고 있었기에 허리를 빼지도 못하고 절정하는 순간까지 선배의 손에 내가 느끼는 부분들을 어루만져졌다.
"이젠 내가 물어봐야겠네. 좋아 아름아?"
다리가 풀려 선배가 잡고있던 팔을 놓아주자 마자 바닥에 주저앉은 것을 봤으면서도 물어보는 짖궂은 선배.
자연스럽게 선배 앞에 무릎꿇은 상태가 되어 선배를 올려다 보려는데 소파 밑에 반짝이는 것이 눈에 띈다.
'아... 저게 있었네요.'
어제처럼 애원하는 선배를 알몸으로 만든 뒤에 입혀주려 했던 고양이귀와 목걸이가 들어있는 은색 케이스.
와인을 마시는 동안 선배가 발견하지 않도록 소파 아래에 숨겨뒀었는데 계획과 달라져서...
!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며 온몸에 기분좋은 소름이 돋는다.
'선배... 저는 진짜 변태가 맞나봐요.'
소파 아래에 손을 집어넣어 선배를 위해 준비했던 케이스를 두손을 모아 공손히 선배에게 바친다.
"응 아름아, 좋았어?
어? 이건 뭐야?"
예상 외의 행동이었는지 내 손바닥 위의 케이스를 보고 되묻는 선배.
"직접 보셔요...
이걸로 발정난 아름이 혼내주셔야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