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 3일차 (4) 네 침대에 네 품에 재워줘 24시간을 구속해줘
* * *
서재 바닥에 쓰러져있는 정훈.
전기충격의 고통에 의식을 잃는 그 순간까지 손에서 아름의 휴대폰을 놓지 않았다.
"에구구... 불쌍한 우리 선배."
블라우스를 대충 걸친 아름은 정훈의 손에서 폰을 빼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네 저에요. 내려와서 정리 좀 부탁드려요.
아, 교수님도 같이 와주시겠어요?
이야기 나눌 것도 있고... 저도 좀 다쳐서 말이에요..."
전화를 끊은 그녀는 엎드린 채 쓰러져있는 정훈 위에 앉아 옷을 고쳐입는다.
"선배, 저는 죄 많은 여자네요...
선배가 화내는 걸 보고 싶어서 이런 번거로운 쇼나 하고..."
띵!
잠시 후 서재 뒤쪽에 있는 엘리베이터에서 검은 정장의 남성 두명과 흰색 가운의 남성 한명이 내려 문을 열고 들어온다.
"저때문에 늦은 시간에 고생하시네요."
김실장, 김팀장은 묵묵히 서재를 정리하고 정훈을 들쳐업고 나간다.
"아닙니다, 아름님.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편하게 불러주십시오."
이종국 교수는 괜찮다고 말하며 아름과 함께 그들을 따라나간다.
꽤 다쳤음에도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아름.
침실에 정훈을 눕힐 때 까지 따라가는 그녀는 기분이 상당히 좋아보인다.
침대 앞까지 정훈을 업고 온 김실장은 조심히 정훈을 침대에 눕힌다.
검은 정장의 남성들은 아름에게 고개를 숙인 후 돌아가고 의료가방을 가져온 이교수와 아름이 의자와 침대에 앉는다.
"꽤 다치셨습니다. 아름님"
생각보다 심한 상처에 놀라는 이교수.
"선배가 화가 많이 나셨더라고요.
교수님께서 선배한테 말씀을 잘 해주셨나봐요?
독기랑 의지가 가득 차있었어요."
방긋 웃으며 조금 전 일을 회상하는 아름.
"시키신대로만 했습니다.
정훈씨한테 카드키를 전달하고 구조에 대해 알려드리기만 했습니다."
담담한 그의 대답.
"그런가요.
거짓말은 안하셨으니 마음이 좀 편하실까요...
뭐 사실 그게 중요하진 않으니까요.
어제 그 일도 잘 하셨나봐요? 제대로 되고 있던데요?"
"네, 일정따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시기는 금요일로 그대로 하면 되겠습니까?"
"네 그렇게 해주세요.
흐아암~ 기대되네요. 진짜 얼마 안남았다니..."
그는 대화를 나누면서도 아름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치료를 계속한다.
왼손의 두 손가락은 꽤 많이 다쳐 골절 지지대를 끼워둔다.
입술과 뺨, 이마가 빨갛게 부어올라 약을 바르고 냉찜질용 얼음팩을 건네준다.
"아름님, 팔은 인대가 좀 늘어난 것 같아서 한동안 석고틀에 고정하시는게 빠르고 확실한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많이 불편하실 것 같으시면 압박붕대만 쓰셔도 괜찮긴 합니다."
"그럼 붕대만 감아주셔요.
깁스는 영 불편해서 말이에요.
교수님 팔 말고 또 남은 곳 있나요?"
"아 네, 목에 자국이 남으셨는데 치료하면 빨리 없어지고 통증도 덜할겁니다.
별로 아프시진 않으십니까?"
교수의 말을 듣고 자신의 목을 만지는 아름.
"아 이거요...
이건 그냥 그대로 둬주세요. 별로 아프지도 않고.
무엇보다 선배가 제게 준 목걸이 같으니까요...♥"
아름의 말을 들은 교수는 팔의 압박붕대까지만 감아주고 의료도구들을 다시 챙긴다.
그도 역시 한아름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돌아간다.
피곤한듯 다시 한번 기지개를 켜는 아름
"흐아아~ 피곤하네요 선배.
오랜만에 또 침실에 우리 둘 뿐인데,
오늘도 선배는 의식이 없으시네. 헤헤..."
하품을 한 그녀는 정훈을 바라보다 이불 속으로 들어가 그의 옆자리에 눕는다.
기절한 정훈의 고개를 자신의 방향으로 돌려 마주보게 하는 아름.
두 손으로 정훈의 양 볼을 살짝 꼬집어 당긴다.
"어제 그 고생을 하고도 독기가 안빠진 우리 선배...
그 정도 일줄은 몰랐는데, 제가 그렇게 미우신가요..."
아름은 볼을 잡고 있던 손을 옮겨 정훈의 오른손을 자신의 머리에 얹는다.
"빨리 선배가 '우리 아름이 귀엽네' 하고 쓰담쓰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선배는 집에서 저만 기다리고...
저는 문 열고 들어가면 선배가 기다리는 집을 생각하면서 퇴근하는 거에요."
입꼬리가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 아름은 자신의 손보다 크고 두꺼운 정훈의 손을 양손으로 계속 조물조물한다.
"선배 손 참 크네요. 저번에 거기도 컸고...
근데 또 콕 찌르면 눈물 흘리는 부분은 겁많은 강아지 같아서 너무 사랑스러워요.
용기가 조금만 더 있으면 좋았을텐데...♥"
그녀는 정훈의 손을 자신이 원했던 정훈의 행동을 흉내내며 이끈다.
"아까 블라우스 단추 터졌을 때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선배가 이 손으로 아름이 가슴을 이렇게... 막 이렇게..."
주인은 하루 간격으로 전기 충격을 받은 탓에 의식이 나가있는데, 아름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그의 손은 사정없이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다.
"앗... 흐읏..."
한아름은 정훈의 손을 자위기구마냥 사용하면서 그의 손가락으로 자신의 유두를 튕기거나 손바닥으로 가슴의 아래와 옆을 훑는다.
한번씩 정훈이 잠결에 움찔할 때마다 손에 조금씩 힘이 들어가 그녀에게 예상치 못한 자극이 된다.
그의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몇번 어루만지다 정훈의 손을 떼어내는 아름.
"이렇게 막 해주실 줄 알았는데...
머뭇거리기나 하시고 히잉..."
흥분한 아름은 정훈에게 다가가 그의 품에 안긴다.
"이게 다 기대하게 해놓고선 아무것도 못한 선배 잘못이에요."
정훈의 팔을 움직여 자신을 잠결에 안고 있는 듯한 자세로 만든 후 홍조를 띈 얼굴로 정훈을 올려다본다.
'이틀... 이틀이면 되니까 오늘만 혼자 하는 거예요...'
가쁘게 숨을 쉬는 아름은 자신의 손을 천천히 배꼽 아래로 내려 속옷에 손을 넣는다.
빳빳해진 클리토리스를 건드리려던 그녀는 이미 축축하게 젖어있는 팬티에 살짝 놀란다.
"선배...
선배 냄새 맡으면서 아까 일 떠올리기만 했는데...
울먹이는 선배를 상상하기만 해도 이렇게 젖어버렸어요...♥"
그녀는 클리토리스를 쓰다듬으며 정훈의 품에 얼굴을 파묻는다.
"흐읏... 으읏...."
침실에는 둘 밖에 없지만 그녀는 입 밖으로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를 최대한 참는다.
한번 만지기 시작하자 그녀의 손길을 구걸하듯 애액을 뿜어대는 보지를 쓰다듬으며 아름은 다른쪽 손으로 정훈의 손을 자신의 목에 갖다댄다.
"하아... 아앗... 선배...
또 욕해줘요... 걸레년이라고...
또 이 굵은 손으로...
저를 죽일 듯이 괴롭혀주세요...
불타는 것 같은 눈으로 저만 바라보면서 원망해주세요...
흐읏... 아름이는 선배만 생각하면 젖는 암캐에요...♥"
자신의 목을 쥐고있는 형태로 정훈의 손을 만든 아름은 자신의 보지를 점점 더 격렬하게 훑는다.
"으응... 헤읏..."
손을 빠르게 움직이며 신음을 토해내던 아름은 정훈이 잠결에 움찔하여 손에 힘이 들어가자 눈을 꼭 감으며 절정에 도달한다.
"선배... 봐주세요... 선배 생각하면서...
아름이가 가는 거 봐주세요...
으읏... 하아앗...♥"
눈을 그대로 감은 채 온몸에 전기가 통하듯 찌릿하고 흐르는 쾌감을 만끽하는 그녀.
아름은 눈을 감고있는 정훈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다시 그를 빤히 쳐다본다.
"오늘 자극이 너무 강해서 진짜 빨리 갔네요...
다음에는 선배가 해주시는거에요...?"
아름은 온몸에 힘이 빠진채로 정훈을 꼭 안으며 같이 잠에 든다.
...
...
"... 이런 예시는 정체성에 대한 형이상학의 난제를 쉽게 설명합니다.
본질주의와도 관계가 있는데, 개인의 존재에 연결시키면
'나는 무엇인가'와도 같은 질문인거죠."
뭐지... 꿈인가...
한아름 그 썅년한테 화끈하게 복수하려다 속이 뒤집어지는 경험을 한 것이 마지막 기억인데 지금 나는 새내기때 들었던 수학철학 강의실에 앉아있었다.
"앞의 예시는 판자를 전부 버렸다고 생각하니 테세우스의 배가 하나죠.
그럼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테세우스의 배의 판자가 레고 블록처럼 깔끔하게 분리가 된다고.
처음에 갈색 판자로만 이루어져있던 배가 항해를 계속하면서 새로운 노란색 판자로 갈아끼웁니다.
배를 수리하며 항해하다보니, 항구에 도착할 때 배 전체가 노란색 판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앞과 똑같죠?
근데 이번엔 갈색 판자가 다 선실에 남아있다고 생각해봅시다.
항구에 도착해서 선실의 판자를 모두 꺼내어 조립하니 다시 완전한 배가 한 척 더 만들어집니다.
이 때 테세우스의 배는 무슨 색 배인가요?"
테세우스의 배...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어떤 사물의 정체성은 어떻게 지속되는가를 다루고, 결론적으로 우리는 사회가 우리를 정의하기에 그 정체성을 가진다는 식으로 나름 리포트를 썼던 것 같다.
'갑자기 이런 꿈을 꾸네... 뭐지...'
교수님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지며 눈 앞이 검게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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