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얀데레 그녀의 공대여신-11화 (11/96)

〈 11화 〉 0부 3일차 (1) ­ 자 선수입장~

* * *

...

...

"... 아니, 당신이 정훈 쟤 데리고 와서 상속 포기 시키면 처형 앞으로 있던 상가 우리한테 온다며 뭐야 이게."

"정훈이가 상속포기는 했는데 그 다음 순위가 부모님이셔서... 안주시겠다는데 어떡해, 그땐 당연히 우리앞으로 주실 줄 알았지...

부모 다음이 형제라서 아버지가 이대로 나오시면 우리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그러게 그냥 바로 시설 보내자니깐. 괜히 동정하는 연기 했다가 팔자에도 없는 남의 애 기르게 생겼잖아 지금."

"그 초등학교 입학할 때 까지만 데리고 있다가 형부쪽 친척집에 넘겨보자.

오빠가 요즘 많이 힘들어해서 아버지가 오빠 쪽으로 밀어주려고 언니 재산 갖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거 정리되면 오빠한테 넘겨도 되고.

언니 재산도 받았는데 양심이 있으면 받겠지 오빠쪽도."

"하, 그럼 나는 딱 1년만 참을거야. 그 뒤로도 쟤 해결 안되면 당신 진짜 알아서 해."

"미안해 여보..."

...

...

아침?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꽤 깊게 잤다.

오랜만에 꾼 꿈이 상당히 싸발적이긴 했지만 말이다.

부모님 돌아가신 후 처음 맡겨졌던 이모네 집. 내가 잠든 줄 알고 안방에서 그렇게 내 얘기를 많이 하셨었다.

그땐 철이 없어서 부모님 앞으로 빚이 있는데 이걸 이모, 고모, 외삼촌들이 해결해주니 마니 하는 지랄에 속아서 상속포기를 했었다.

'생각할때마다 빡치네 빚도 있지만 상가랑 재산이 꽤 되는걸 가르쳐줬어야지 좆같은 사람들...

그 어린 나를 두고 돈 생각만 하고 아오'

그래놓고도 다들 나를 맡기는 싫었는지 여기저기 튕겨나가다 대학입시 직전에는 외삼촌네에 있었다.

외삼촌이 매달 세를 받는 건물이 원래는 엄마꺼였다던데 나한테는 옷 하나, 먹는것 하나도 아끼는 아주 쓰레기 같은 분이셨다.

잠들기 직전에는 팔이랑 손이 너무 아파서 자려다가도 움찔움찔 했었는데 수면제가 확실히 잘 듣는지 깊게 잤다.

왼팔은 뼈에 금이가서 엥간하면 무리하게 움직이지 말라고 하셨는데 나중에 일단 석고 틀은 풀고 나가야 할지 고민이다.

침대에 누워 탈출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던 중 흰 방 끝에서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철컥 끼이익...

"선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름이. 손에 검은색 박스를 들고 있는 것 같다.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H라인 스커트. 가슴에는 리본. 오늘도 블랙 화이트.

'입다물고 생긴 것만 보면 진짜 SSS급 미소녀인데...

돈이 많아도 너무 많은 거랑 머리 안에 들어있는게 문제라 어려워서 그렇지...'

들떠보이는 아름이는 산책길을 걷듯 사뿐사뿐 흰 방을 가로질러 침실로 온다.

어제 치료 후 잠옷으로 갈아입고 잤는데 아름이는 오늘도 차려입고 등장하니 상대적으로 헐벗고 있는 느낌이라 조금 이상하다.

어느새 내 옆까지 와서 앉아있는 아름이.

"선배, 어제 많이 힘드셨죠... 점심까지 주무시고...

선배한테 고마운것도 있고 미안한 것도 있고 그래서 어제부터는 약 좀 덜넣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좀 나으셨나요?"

아침인 줄 알았는데 벌써 점심이란다.

애초에 시계도 창도 없으니 시간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긴 하지만.

"응, 덕분에 잘잤어. 오늘은 옆에 안눕니..?"

"어머, 옆에 누워라니...

선배 낮부터 하고 싶으신 거에요...?

저야 좋지만...♥

그래도 우리 곧 점심먹어야 되니깐 일단은 씻으셔요.

머리만 제가 감겨드릴게요..."

'대가리가 꽃밭이네 쌈박하게 미친년.'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얼굴에 홍조를 띄는 아름이.

100% 확실치는 않지만 어제 경우를 보면 아름이가 기분이 좋을 때 그나마 좀 나은 방향으로 뭔갈 바꿔줄 수도 있으니 고분고분 따른다.

어제 점심때처럼 토막나서 앉아있고 싶냐는 이야기를 듣고싶지도 않고...

몸을 일으켜 욕실로 가려 하다가, 교수님께 말로만 구조를 들었지 실제로 본적은 없으니 내가 앞서가면 이상하겠다 싶어 앉아서 아름이가 이끌기를 기다렸다.

그녀가 폰을 조작하자 드러나는 공간.

아직 몸이 좀 불편했지만 아름이가 손을 잡고 앞서걸었기에 따라갔다.

"몸도 제가 씻겨드려요...? 히히..."

"아, 아냐. 내가 해볼게..."

섬뜩한 질문을 회피하고 씻고있자 샤워실 문 앞에 아름이가 갈아입을 옷을 가져다준다.

'오늘은 근데 진짜 그 김실장이라는 사람이 안보이네...? 저런 짜잘한 잡일은 그사람 시켰던 것 같은데...'

씻고나와 아름이와 식사를 마치기까지 특별한 해프닝은 없었다.

다만 내 가설을 확인해보기 위해 물이나 수건을 부탁하니 흰방 벽면안에 있던 냉장고와 캐비넷에서 아름이가 직접 꺼내주었다.

'진짜 오늘은 경호팀이 없는 것 같은데... '

몇번 검증을 해보니 의심은 확신이 된다. 오늘이다.

내가 어제 꽤 다쳤으니 오늘 인력 공백이 생겨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겠지.

'침착하자 정훈아.

일단 조건은 생각대로가 맞는 것 같다.

변수만 최대한 없게 해보자.'

식사가 그렇게 끝났다.

메뉴가 고급스러워보였지만 다른 걸 고민하고 있는 나한테 맛을 느낀다거나 구성을 감상한다거나 하는 사치를 부릴 여유따윈 없었다.

식사가 끝나자 조리복을 입은 남성 두명이 들어와 식기를 정리하고 테이블을 들고 나간다.

"선배, 오늘 왜이렇게 반응이 없어요.

무슨 생각 하시는데요? 아직 아프신가?"

딴 생각 하느라 자꾸 건성으로 대답하니 아름이가 좀 화났나보다.

검지손가락으로 내 볼을 콕 찌르며 무슨 일이냐 묻는다.

"으, 응? 아 몸이 좀 아픈 것도 있고.

어제 일때문에 아름이 너 생각 하고 있었지.. 하하..."

'거짓말은 아니니까...

어제 교수님한테 들은 이야기때문에 어떻게 해야 니년한테서 도망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으니.'

아름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아이 참, 뭐에요 선배, 그 교과서적인 대답은!

그보다 제가 선배한테 드릴 선물이 있는데 눈 감고 두손을 앞에 내밀어 보시겠어요?"

'다행이다. 넘어가주네.'

나는 아름이가 시키는대로 눈을 감았다.

손에 딱딱한 질감의 평평한 무언가가 올라왔다. 아까 본 박스려나.

"선배 눈떠도 돼요..."

내 귀에 속삭이는 아름이.

눈을 떠서 내 손위에 올려진 물건을 확인한다.

'벨트...?'

명품 벨트 케이스 같은 박스에 검은색 가죽이 말려있는데 뭔가 남성용 벨트보다는 짧아보인다.

'여자 벨트? 아닌데, 그럼 나한테 줄 리가 없잖아...'

머릿속을 지나가는 다른 생각

'!!'

마침 내게 이야기하는 아름이.

"선배 목에 맞춘거에요 이거.

커플링이나 시계는 다음에 하고 우선 제가 드리는 선물.

강아지같은 선배한테 딱 어울리지 않아요? 헤헤...♥"

개목걸이가 맞았다.

야동에 나오는 여자배우들이 차는 두껍고 진한 빨간색의 그런 디자인은 아니었다.

버클부분이나 마감은 검은색 남성용 브랜드 벨트 같기도 하다.

그래도 목에 차면 초커라고 하기에는 너무 두껍고 옆에 목줄을 걸기 위한 고리도 따로 빼내어진 디자인.

앞쪽 금속판에 각인이 있는 것 같아 들어서 확인한다.

(아름이만의 선배♥)

'와 씨바 이거 차면 왠지 마음 속 썸씽이 다치는 느낌인데?'

인간 존엄성인지 남자로서의 존심인지는 모르겠지만 내면의 무엇인가가 부서지기 직전이라는 경고를 보낸다.

"선배는 별로에요...?

나름 열심히 고른건데, 어제 선배가 좋을대로 해도 된다고 하셔놓고는... 히잉..."

목걸이를 보고 굳어있는 나를 보고 심기가 불편하셨나보다.

매우매우 어색하지만 최대한 웃는 입을 만들어 달래드린다.

"아니 이런 고급스러운 선물이 처음이라서 좀 당황했네...?

너무 고맙다 아름아...

아름이가 채워줄래...?"

"네! 당연하죠!"

신나서 내 목에 목걸이를 채우는 아름이.

슬쩍 봤을 때보다 더 두꺼웠고 목 뒤쪽 부분에 금속이 닿아 차갑다.

'씨발년 씨발년 씨발년 씨발년...'

되게 별거 아니지만 엄청 치욕스럽다.

개목걸이나 차고 있다는 사실보다 그런 상황에 놓여있는데도 좋은 척 연기를 해야하는 스스로가 불쌍하고 한심해서겠지...

아름이는 내가 목걸이를 차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은지 점심 이후에는 별로 건드리지 않았다.

나는 침대에서 쉬게 두고 옆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거나 휴대폰을 조금 보다가 저녁을 먹은 후에 내가 약을 먹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갔다.

'와 어제랑 그제는 그 개지랄을 해놓고 오늘은 왜이렇게 무난해?

아! 원래 계획보다 어제 홧김에 몇개가 빡세게 바꼈으니까 오늘 좀 쉬게 해주는건가보다.'

아름이 앞에서 약을 먹고 몇분 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아직 여유가 있다.

욕실로 가서 물을 최대로 틀어놓고 빨리 알약을 게워내려 노력한다.

"으으우에엑...!"

쉽게 되지가 않는다.

"윽.. 으우에엑..."

'하.. 진짜 한아름 씨발년... 반드시 탈출해서 경찰에 신고할거다.'

재벌 4세쯤 되면 지구대에 찌른다고 해결이 안될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 증거를 가지고 언론사에 제보해야하나 싶지만 일단은 탈출부터 해야하니 열심히 게워낸다.

20분후...

모든 준비를 마친 나는 다시 침실로 돌아가 눕는다.

'근데 언제 나가야 하지? 아직은 그 요리사들도 있을거고 아름이? 아름이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시간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나가야 할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다.

욕실 수도꼭지로 가서 물방울 떨어지는 시간도 해보고, 맥박도 재봤지만 실제 시간을 모르니 얼마만큼의 시간에 몇배를 한다고 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침대에 누워서 여러번 계획을 점검하고 혹시나 문제가 생겼을 경우, 생길 수 있는 변수는 무엇인지 파악한다.

'어차피 이 안에 갇혀 있어도 그 년 연인놀이 좀 해주다가

사랑을 빙자한 학대나 당하겠지.

한번 해보자. 경호팀 없는 것도 확인했잖아..'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되었을 쯤.

숨겨뒀던 카드키를 꼭 쥐고 침실을 나간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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