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 0부 1일차 (3) 자 흑역사 드가자~ 드가자~
* * *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재작년 캠프에서 내가 그녀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었는지.
2년이나 지난 일인데 다 생생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 않은가, 2년이면 군대 영장 나온 동기가 전역해서 다시 복학할 만큼의 시간인데...
무슨 일이었냐면... 왜 다들 그런 적 있지 않은가, 뭔가 자기는 남들과 다른 것 같고 왠지 모르게 주변에 으스대고 싶은 시기.
보통은 중2병이라고 말하는 그 시기가 나한테는 조금 늦게 찾아왔었다. 부끄럽지만... 대학교 들어가기 직전의 19세때부터, 그것도 2학년 때 학과 진입을 하기 전까지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말이다......
“왜 그러시나요, 선배? 처음 듣는 타이틀이라 좀 어색하신가요...?”
다 알고 있지만 놀리듯 일부러 내게 물어보는 아름이.
처음 듣다니, 전혀 맞지 않는 말이다. 지금의 나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가끔 만난 학교 후배나 캠프에서 만난 학생들한테 저런식으로 나를 소개한 것은 다름아닌 나 자신이었다.
‘하... 얼마나 우스웠을까 그땐 멘토 학생들에게 이미 K 공대에 합격하고 1년이나 학교를 다닌 나는 존경스럽고 부러운 존재일 거라 생각해서 토크 하나하나에 허세를 부렸는데...
왜 너는 19살에 중2병이 오냐고 이정훈 씨발놈아! 나는 병신이다 진짜 개병신이야...
아름이가 보기에 얼마나 바보같았을까…’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형의 집행만 기다리는 사형수처럼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다.
“썩 나쁘지 않았어요.”
내 귀를 의심했다.
‘......응...?’
잘못 들은건가 싶어 고개를 들고 그녀를 쳐다본다.
‘별 것도 아닌게 제 앞에서 으스대는 걸 일주일이나 보니 죽여버리고 싶었어요’
같은 대사가 나올 타이밍인 줄 알았는데 썩 나쁘지 않았다는 아름이.
살아온 세계가 너무 달라서 그런지 오늘 그녀의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사실 어떤 부분이 화나는 거고 어떤 부분이 재미있었다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래도 당장은 괜찮은 걸지도...?
“의외에요...? 오늘 하루종일 제 눈치만 살피시다가 드디어 눈을 맞추시네요. 다시 말해드릴까요?
썩 나.쁘.지. 않.았.다.고.요.”
아름이는 마지막 문장을 한 글자에 한번씩 내 이마를 톡 톡 치며 또박또박 말했다.
“그, 선배가 또 뭐라고 했었더라? 잠깐만요…”
슈트 자켓 안주머니에서 작은 다이어리를 꺼내는 그녀. 유명 명품브랜드의 패턴이 커버에 있어서 척 보기에도 상당히 비싸보인다.
“원래 다이어리 잘 안쓰는데 선배가 캠프 첫날에 휴대폰이랑 노트북 같은 전자기기는 1주일동안 사용 금지라고 걷어가셔서… 귀찮지만 여기 적어뒀어요, 음... 아, 찾았다!”
다이어리 중간을 펼쳐 페이지 가득 있는 깨알같은 글씨들을 보여준 후 읽는 아름이.
“오리엔테이션 끝나고 처음 학식 먹으러 가는 길에 ‘아름이는 나중에 우리학교 와서 졸업까지 하면 뭐하고 싶어?’하고 물어보셨네요, 제가 아직 별 생각 없다고 말씀드리니까 그러면 안된다고, 사람이 비전이랑 꿈이 명확하지 않으면 결국 제자리걸음이라고. 지금부터라도 생각해둬야 나중에 헤메지 않을거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선배는 남들처럼 대기업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 안하시고 벤처 창업 하실건데 그때 성공하면 간단한 서류업무 자리라도 주신다고 미리 자기 라인 타두면 좋을거라고 그러셨네요. 잘 돼가시나요? 헤헤...♥”
내 죄를 다 안다고 생각했던 건 나의 오만이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들으니 재작년의 나는 더 쌈박하게 미친놈이었다.
그냥 지나가는 고등학생한테 말했다고 해도 지금 돌이켜보면 한달동안 이불킥 할만한 허세 멘트인데, 그걸 아름이한테 날렸으니.
‘아… 죽고싶다.’
“음, 아 맞다. 이때는 제가 선배를 선배라고 안부르고 멘토님이라 했었네요? 초중고 다 달라서 선배님은 아니지 않냐고 제가 여쭤보니까, 어차피 K공대 써서 붙어서 올거니깐 미리 미래의 자신을 응원하는 기분으로 캠프동안은 선배라고 편하게 해달라고 하셨네요.
어머, 이 날 제가 아래에 별표 하고 ‘병신같은데 귀여움.’ 하고 써뒀나봐요, 정확한데요?”
아름이는 왼손에 다이어리를 들고 비어 있는 오른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왠지 모르게 익숙해서 넘어갔는데 아름이랑 나는 한번도 같은 학교를 다닌 적이 없는데 선배라고 하는 것이 맞지 않기는 하다. 캠프에서 옆 조 멘토가 하는 멘트를 보고 멋있다고 생각해서 우리 조 애들한테도 선배라고 해달라고 시켰나보다.
“둘째 날 낮에 학과 설명회 끝나고 오후 팀별 활동 사이에 쉬는시간에는 ‘아름이는 집이 어디야? 아~ 용산쪽?, 아름아 너네 학교도 잘사는 애들이 막 자기들끼리만 어울리고 하는거 있어? 나 학교 다닐때는 그게 엄청 심해서 어후~ 말도 마라.
그래도 그런 애들 사이에서 20등 안에 들고 조기졸업을 한 이 선배가 또 악바리 근성의 현신 아니겠냐.
부자인 애들은 뭔가 그 재수없는 분위기가 있어, 쉬운 길만 걸어놓고는 으스대는 꼴도 그렇고. 고난과 역경을 딛고 지금도 달려가고 있는 이 선배같은 사람이 우리 K공대의 자랑이지 않을까?’
라네요, 선배.”
어지럽다. 이거 다 꿈이라고, 내가 기숙사에 들어가는 길에 트럭에 치여서 지금 의식을 잃은 중에 겪는 허상이라고 누가 말해주면 좋겠다.
‘그땐 재벌들 사는 한남동이 용산구인지 몰랐지… 애초에 나는 부산사람인데… 내가 아는 용산은 전자상가랑 달동네 있는 사진 밖에 없었다고. 맞아... 아름이가 나랑 비슷한 포지션인 줄 알고 그랬던 거 같다.
와 근데 나 저런말을 태연하게 잘도 했네 미친 멘트 프리스타일 대회가 있었으면 너가 짱먹었을 거다 정훈아.’
얼굴이 옅게 빨개진 단계를 넘어 주황빛으로 피가 몰려있는 정훈.
나는 아름이 얼굴을 보지 못하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내 앞에 일어선 아름이는 그런 내가 너무 귀엽다는 듯이 양 볼을 꼬집었다가 품에 안는다. 그리곤 다시 자리에 앉아 내 볼을 조물거리는 그녀.
“왜 이렇게 얼굴이 빨개요?, 부끄러워요 선배…?”
이런 예쁜 여자가 안아준다니, 평소 같았으면 이 순간을 최대한 즐겼겠지만 머리에 피가 너무 많이 쏠리고 오늘 토막나는 건 아니면 내일 회쳐지는건가 고민하고 있는 내게 이걸 즐길 여유가 있을리 만무하다.
“선배도 어느정도 기억이 나신 것 같으니까 뒤에는 몇개만 더하고 끝낼게요? 이날 저녁에
... ...
마지막날에 ‘공부 열심히 해서 내후년에 학교에서 만나자!’하고 사진찍고 헤어졌네요 우리.”
‘몇 개만 더 한다며, 몇 개만 더 한다며, 몇 개만 더 한다며!!! 나 저렇게 미친 멘트가 많았어? 아... 정훈아, 이건 나도 쉴드가 안된다. 이번 생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음 생에는 훈남 영앤리치로 태어나서 예쁜 여자들 많이 만나보자. 바이바이, 내 목숨.’
앞의 몇개를 듣고 이제는 진짜 알만한건 다 기억이 났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보다 더 엄청난 멘트가 나와서 또 소리지를뻔 했다.
그렇게 놀랐어도 아까 아름이가 닥치고 있어라고 한 걸 잘 기억한 내 뇌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손이 묶여있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갓 20살의 나, 비트코인으로 번 돈을 H전자 고점에 잘못 넣었다가 한달을 기도메타니, 어차피 결국 대한민국의 대장은 H그룹이니 하다가 막 손절을 치고 나왔던 시점이었나보다.
아름이 앞에서 ‘H그룹은 이제 재벌 3세까지 내려왔는데 재벌 1, 2세나 뭔가 개척해본 경험이 있는거지 3세부터는 날 때 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현실 감각이 없다. 그런 오냐오냐 도련님 부회장이랑 빡대가리 경영진들이 기업을 굴리니깐 회사가 규모만 있지 비전이 없다.’라고 신나게 물고뜯었다.
H그룹 욕을 1절, 2절, 3절, 뇌절에 명절까지 한 뒤에는 아름이한테 주식해본 적 있냐고, ‘우리 시대는 결국 규모의 경제 시대라서 근로 소득으로 부자될 생각을 하면 안된다. 알바를 하던 빠르게 취업을 하던 해서 만든 시드를 투자로 불리던가, 아니면 나처럼 확실한 아이템으로 창업을 할 사람만 진짜 부자가 될 수 있다.’ 같은 개소리를 했다.
‘진짜 부자’라니, 재벌 앞에서 찐 흙수저인 내가 한 말이라고 믿고싶지 않다.
이 외에도 지금보면 다 멍청한 소리지만 나름 멋있어보이려고 지어낸 ‘대학생활 이렇게만 하면 된다! 13가지’라던가,
지원을 7개나 해놓고 다 떨어진거면서 ‘대학은 공부하러 다니는거지 놀거면 K공대를 왜 오냐’고 하며 말한 동아리 관련 정보라던가,
그냥 인기가 없어서 그때까지, 아니 지금 22세까지도 모쏠아다면서 ‘사랑은 내 미래를 위해서 지금은 잠시 접어두려고’하는 멘트라던가!
아름이가 하나하나 읽어줄때마다 점점 더 어지러워진다.
‘그래도 썩 나쁘지 않았다잖아, 원래 엄청 심심해하던 아름이니깐 약간의 여흥이 되지 않았을까? 광대같은 느낌으로다가…
...아냐… 그것도 한두번이지, 내가 한두번만 그런 것도 아니고 H그룹 욕은 사실 바꿔보면 패드립이랑 똑같은 거잖아. 나같으면 이미 드럼통에 시멘트랑 같이 부었을거야…
오늘은 대화만 하고 싶다고 했으니깐 일단은 살려주려나…? 그래도 죽이긴 죽일 것 같은데… 아 모르겠다. 그냥 죽어라고 그러면 대가리 박고 존나게 빌면 반병신 만드는 정도로 넘어가줄 지도 모르니깐, 거기에 희망을 걸자.’
뇌 안에서 정훈1,2,3과 토론이 끝나고 다시 아름이를 슬쩍 쳐다보자, 아름이가 웃으며 말한다.
“제가 오늘 하고 싶었던 얘기는 여기까지, 원래는 다음 진도를 빼려고 했는데, 계획을 바꾼게 더 괜찮은 것도 같아요.
하실 말씀 많으시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미안해요. 너무 길어지면 선배도 내일 피곤하니깐 한 두, 세개 정도만…?
앞으로 얘기할 일은 많으니까요...♥”
“죄, 죄송, 아! 아니지,미, 미안해 아, 아름아…”
덜덜 떨며 그녀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다.
“내, 내가 그때 미쳐서.. 아 그게 변명은 아니지만, 그냥 내가 나쁘고 머, 멍청한 새끼라서 그래, 어.
“그만.”
“내가 자, 자격지심도 심하고, 그, 그, 머냐, 어, 사실 어, 엄청 찌질하고, 와, 완전 빡대가리에…”
“그만이라고 했어요. 선배.”
“흡! 흑. 윽, 흑, 끅…! 흑...”
무서워서 울음이 나온다. 어릴 때 부터 눈물이 많긴 했지만 최근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아름이가 너무 무서워서, 이제 곧 죽는다고 생각하니 그게 너무나 두려워서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아름이는 그런 나를 다시 꼬옥 안고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하지만 이미 그녀가 너무 두려워 울음이 쉽게 그치지 않는다.
“후… 선배, 우리 오늘 뭐한거에요, 그렇게 제 얘기를 길게 들었는데 아직도 모르시는 거에요? 명문대생 맞아요?
왜이렇게 멍청하지 오늘? 선배 안죽여요. 미워해서 여기 잡아다 묶어둔 것도 아니고요.”
“꺽, 흡, 흑, 지, 진, 짜..? 헙, 흑. 나, 아, 안. 죽일, 흑, 꺼, 야?”
아름이는 울면서 되묻는 내 얼굴을 잡고 자켓 안 주머니에서 엄청 고급스러워보이는 손수건을 하나 꺼내서 내 눈물과 콧물을 닦아준다.
“이거 제가 제일 아끼는거라 원래 오라버니들이 빌려달라고 하셔도 안드리는 건데, 선배니까 쓰는 거에요? 어차피 더 이야기하기 어려울 거 같으니깐 선배 물어본 그것만 답하고, 오늘은 쉬어요 우리.”
더러워진 손수건을 티테이블 구석에 걸쳐두고 아름이는 다시 자리에 앉는다.
“제가 학교 다니면서 같은 학교 애들 수준 안맞고 좆같다고 했었죠? 선배도 지금 저한테 했던 말들 때문에 제가 그 질려버린 병신들한테 화나듯 선배한테 빡쳐서 지금 이렇게 한걸까봐 울고 계신거고요. 맞아요?”
“응…”
“선배, 화도 어느정도는 급이 맞아야 나는 거에요. 선배 한두살짜리 애기가 선배 손가락 깨물었다고 화내요? 그냥 웃어넘길 거잖아요.
선배한테 설명하려니깐 어렵긴 한데, 그 제가 호랑이라고 치면 중학교 때 애들은 들개정도.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꽤 잘사는 동네긴 하니깐."
"그리고 영재고에서 만난 애들은 늑대나 여우 정도는 돼요. 자기들이 사회에 나가면 지나가는 초식동물들은 간식거리로 볼 그런 인간들.
그러니까 처음에 와 늑대는 저렇게 우네 하고 신기했던 건데 2주 지나니깐 다 눈 깔고 깨갱소리밖에 안내서 질려버린 거고요.
선배는 음… 강아지, 그래 하룻강아지 정도 딱 되겠네요. 지방에서 친척집들 이리저리 내쳐지고 눈치보며 살다가 서류상 소년가정이라 특별전형으로 과학고 붙고.
거기서 또 조기졸업 해서 마찬가지로 정원 외 사회적 배려대상자로 합격. 그런 사람이 제 앞에서 온갖 허세를 떤다고 그게 화가 나겠어요?
돈이 뭔지, 사회가 뭔지, 경제가 뭔지 하나도 모르면서 재미로 가상화폐 했다가 그 돈으로 주식 사서 잃고, 아무 구체적인 계획도 없으면서 나중에 창업하면 대박날 꿈만 꾸는 주제에 저한테 미리 자기 라인이네 뭐네 말하고,
20살 선배는 살면서 자랑할만한 일이 K공대 합격, 딱 그것밖에 없는 그런 사람이잖아요. 뭐 그건 지금도 비슷해보이긴 한데…”
뼈를 때리는 아름이의 말에 계속 닥치고 듣기만 한다.
“다른 멘토들은 자기 조에 있는 저희 학교 애한테 대충 들었는지 프로그램 끝나면 저한테 따로 말걸거나 하는 사람 전혀 없던데. 선배는 아싸라서 그런 얘기가 있었는지도 몰랐죠?”
‘아, 그래서 다들 밥먹을 때 수근대면서 우리 조 반대쪽 테이블로 간거야? 나는 또 다른 멘토들끼리 회의할 게 있는가 했지’
“오히려 그래서 괜찮았어요. 아까 말했듯이 썩 나쁘지 않았어요. 옆에 들개며 늑대 여우는 다 배 까고 누워서 깨갱소리나 내고 있는데 이제 겨우 걷는 강아지가 자기 똥오줌도 못가리면서 꼬리 빳빳하게 들고 멍멍 짖는게 귀엽잖아요?
음… 얼굴도 솔직히 잘생긴건 아니지만 이만하면 낙제점은 아니니깐 턱걸이로 합격♥!
그렇게 일주일 보내고 돌아가니깐 집에서도 자꾸 선배 생각만 나서 2년이나 더 그 좆같은 학교에 있다가 이제야 만났는데, 선배는 제가 복수하려는 걸로 착각하기만 하고!”
아름이는 내 머리를 콩 하고 때리는 시늉을 한다.
“울음 그쳐요. 선배 오해한 게 길어서 내일 좀 더 이야기해야 되겠지만, 다시 말해드릴게요, 선배 안죽이고요, 이거 복수 아니고요, 저 선배 사랑해요...♥”
'휴… 응…?
'당신은 제가 화낼만한 급조차 되지 않습니다' 라는 내용은 이해했는데 마지막에 뭐라고? '
'다시 되물었다가 아름이의 심기를 건드리면 큰일나니 계속 닥치고 있어야지.'
“많이 울어서 힘드실텐데 여기까지 해요. 알약이랑 주사 중에 선배가 하나 고르시면 편한걸로 해드릴게요.”
‘일단 아름이가 나를 죽일건 아니랬으니 독약이나 사형집행용 약물은 아니겠지. 옛날부터 알약은 잘 못 삼키니까 주사로 하자.’
“주사로…”
철컥 턱
아름이 뒤의 철문이 열리며 흰색 가운을 입은 중년 남성이 바이알과 권총모양의 무언가를 아름이한테 건넨다. 아름이는 바이알을 흔들고 권총모양의 약실 부분을 옆으로 열어 집어넣는다. 그리고는 내 목 옆쪽에 총구 부분을 갖다댄다.
“따끔해요~♥”
틱!
채혈침 튕기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따끔하는 감각과 무언가 목쪽으로 흘러들어오는 느낌이 난다. 아까 바이알 안에 있던 액체가 주사되고 있나보다.
“오늘 고생 많았어요. 내일부터 바빠질테니 푹 쉬셔요…”
주사를 마친 아름이와 흰색 가운을 입은 남자가 나가고 검은 정장의 남성들이 들어와 자리를 정리한다.
“으… 으으…”
갑자기 엄청나게 졸음이 몰려온다. 의지로 참아보려 하지만 온몸에 힘이 안들어가고 천천히 눈이 감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