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리타 (215)화 (216/237)

“백조궁에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도 있지 않습니까? 간악한 악령이 폐하를 조종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새로운 여인을 궁에 들이시자마자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요? 정체가 의심스럽사옵니다.”

“그 악령이 여인의 모습으로 화해 폐하의 눈과 귀를 흐리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실은 허황된 소문이라 생각해 그간 말씀드리지 않았는데 폐하께서 한동안 궁 밖의 무덤을 파헤치고 다니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머, 끔찍해라.”

“어쩌면 좋아요? 폐하께서 이제는 저하의 무덤까지 훼손하려 드셨으니 궁 안이 발칵 뒤집힐 것이 옵니다.”

“태후께 말씀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시녀들이 각기 의견을 제시하며 소란을 일으키는 동안 창백한 얼굴로 앉아있기만 하던 린드가르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내 외출복을 가져와. 아서에게 가야겠어.”

일이 시급하다 하여도 실내복 차림으로 밖에 나설 수는 없다. 발 빠르게 갈아입을 옷을 꺼내온 시녀들이 시중을 들기 위해 그녀의 주위를 둘러쌌다.

검은색은 좋아하지 않는다. 어두운 색상은 그렇지 않아도 창백한 자신의 피부를 더 우울한 인상으로 보이게 할 뿐이라고 린드가르트는 생각해왔다.

상복을 연상시키는 수수한 검은 드레스. 보는 이들을 여전히 눈물짓게 하는 이 의상을 고집하는 이유는 단순히 동정만을 사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네가 앉아있는 그 자리, 너의 손에 쥐어진 모든 것은 본래 아서의 것이야. 그걸 잊어서는 안 돼.

남편을 대신해 황위에 오른 자. 아서의 형제인 오웬에게 그 사실을 끊임없이 일깨워주기 위해서다.

‘린드가르트가 원하는 대로 해.’

‘싫은 건 하지 않아도 좋아. 내가 할아버님께 말씀드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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