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리타 (214)화 (215/237)

‘폐하께서 기거하시는 곳입니다. 프리아 님께서도 생전에 자주 찾으셨지요.’ 

복잡한 통로를 걸어 숨겨진 황제의 내실로 기르를 안내하며 시종장은 설명을 덧붙였다. 혼자서 세간살이를 옮겨놓느라 꽤 고생을 했다는 시종장의 넋두리가 이어졌으나 기르의 머릿속은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프리아를 위해서라면 늙은이의 남은 목숨 따위 얼마든지 주어도 아깝지 않다. 살려낼 수만 있다면 불구덩이라 한들 뛰어들 각오가 되어 있었다. 악마와 계약하여 영혼을 내어주고 그 대가로 프리아를 지상으로 불러올 수 있다면 진작에 그리했을 것이다.

연금술사라 불리우며 긴 생을 살아왔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돌을 금으로 변화시키려 들지 않았다. 돌은 금이 될 수 없으며 맹물 또한 포도주로 바뀌지 않는다. 한번 멎은 심장 또한 영원히 다시 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이를 사랑했기에 허튼 희망을 안겨줄 수 없었다. 노력하에 생은 연장될 수 있으나 언젠가는 반드시 끝이 온다고 가르쳤다. 다른 이들보다 앞서 떠나게 되리라는 선고를 프리아는 담담히 받아들였다.

* * *

‘있잖아, 기르. 나중에 말이야.’

정확하게 지칭하지 않아도 그때가 언제를 의미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다. 입버릇처럼 가볍게 프리아는 자신의 사후를 입에 올리곤 했다.

‘1년에 한 번? 너무 많나? 그럼 5년에 한 번, 아니 10년에 한 번은 들러줬음 좋겠어. 그때쯤이면 최소 세 권은 나와 있지 않을까?’

집필 속도가 느리기로 유명한 기사 문학가의 신작을 잊지 않고 챙겨달라 요구하는 소년의 얼굴에 어둠은 없었다.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만 대공께서 먼저 구해다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형님들 취향을 어떻게 믿어? 아직도 내가 아이들 보는 책이나 읽는 꼬맹이인 줄로만 알고 계시는걸.’

‘나이차가 상당하시니까요. 제 눈에도 그렇습니다.’

‘열셋이나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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