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암리타 (213)화 (214/237)

무심한 표정으로 유디스를 바라보던 오웬의 시선에 동요가 일었다. 

“폐하…….”

황제의 얼굴을 감히 똑바로 올려다보는 불경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러나 유디스는 시선을 거두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황제의 얼굴을 격렬하게 흔들고 지나간 감정에 압도되었기 때문이었다.

어째서일까. 폐하께서 왜 저런 표정으로 나를 보실까.

황제에게 있어 그녀의 존재는 일개 궁인에 지나지 않았다. 백조궁의 수석 시녀라는 신분을 제외한다면 황제가 구태여 그녀를 기억할 이유도, 연민을 느낄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얼굴에 떠올랐던 감정은 그녀에 대한 것이기보다는 연상되는 누군가를 향한 것이라 여김이 당연했다. 깊이 생각할 것도 없다. 그녀가 황제를 볼 때 누군가를 떠올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같은 이를 생각했을 것이니.

‘설마.’

불길함을 느낀 유디스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다른 이들이 하는 말 따위 상관없었다. 그들은 프리아 님을 잘 몰랐으니까. 다른 시녀들의 말뿐만 아니라 잠시나마 자신의 임무를 대신했다던 본궁 시녀장의 말도, 유폐궁에서 프리아 님의 시중을 들었다 했던 또래 소녀의 말도 흘려들었을 뿐 중히 여기지 않았다.

폐하께서 백조궁을 되돌려놓으신 것처럼 언젠가는 프리아 님을 찾아내 그분이 마땅히 계셔야 할 곳으로 돌려놓으실 것이라는 희망. 그 희망 하나로 유디스는 궁정 생활을 버텨나가고 있었다.

만약 폐하께서 프리아 님을 포기하시기로 했다면?

겨우 찾아낸 프리아 님의 소식이 비보에 지나지 않는다면?

아니야, 그럴 리 없다. 프리아 님이 잘못되시다니 어찌 그런 생각을 떠올릴 수 있지? 제국의 영토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하다 하지 않는가. 미처 살펴보지 못한 은신처가 아직 남아있을 것이다. 어딘가에 분명 프리아 님은 살아계실 거야.

유디스는 그녀가 목격한 황제의 비탄에 젖은 눈빛을 외면하려 들었다.

“저, 저는 이만…….”

말을 채 끝마치지도 못하고 뒷걸음치기 시작했을 때 머리 위에서 서늘한 음성이 들려왔다.

“돌아가 기다려라.”

“예?”

“네 주인이 깨어나면 찾을 것이다.”

황제의 말투는 차가웠으나 흔들림 없이 명확했다. 유디스는 제 귀로 들은 말이 믿어지지 않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프리아 님이 깨어나신다고? 프리아 님이 깨어나 나를 찾으실 거라고? 프리아 님이……!

“폐하?”

그의 단언을 들은 시종장이 근심 어린 눈으로 오웬을 올려다보았다. 사내 후궁 프리아는 이미 사망했다. 그 어떤 명의를 데려온다고 하여도 이미 숨이 끊어진 이를 되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당연한 사실을 황제는 부인하는 것처럼 굴었다.

“폐하, 그리 말씀하시면 저 아이는 오해할 것입니다.”

얼굴에 기쁨이 번져가는 시녀 아이의 얼굴을 딱하단 표정으로 돌아보며 시종장이 오웬을 만류했다.

“무슨 오해를 한다는 거지? 프리아가 아끼는 아이니 반가워할 것 같아 미리 일러준 것인데.”

“송구합니다. 다만…….”

그리 말씀하시면 프리아 님께서 살아 돌아오셨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순수하게 기뻐하는 저 얼굴을 보십시오, 제 주인이 주검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충격을 받겠습니까? 프리아 님은 이미 돌아가셨단 말입니다. 살아 돌아오실 수 없어요.

차마 속마음을 내뱉지도 못하고 시종장은 황제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큰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현실을 부정하고 계시구나. 처음엔 그리 여겨 그저 안타깝기만 할 따름이었으나 일이 이쯤 진행되고 보니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어가는 듯 해 모골이 송연할 지경이었다.

환궁하는 내내 눈물을 훌쩍이면서도 머릿속으로 장례의 규모와 그 절차를 궁리하던 시종장에게 황제가 보인 반응은 나직한 반문이었다.

‘장례식이 왜 필요하지?’

‘폐하, 참담하신 마음 어찌 소신이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선례를 따라 적합한 규모로 추진하겠사오니 살펴보시고 윤허해주시옵소서.’

몇 년 새 형제상, 부친상, 조부상을 연이어 치르다 못해 이제는 아끼던 후궁까지 앞세우게 되었으니 그 마음이 오죽하시겠는가.

침통한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시종장을 향해 오웬이 다시 입을 열었다.

‘가능한 성대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겠어. 본인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말이야.’

‘예, 아쉬움이 없으시도록 준비해보겠습니다.’

‘번잡스러운 건 싫다고 할지도 모르니 하나하나 물어보면서 진행해.’

‘그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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