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쌍피-260화 (260/261)

외전 13

헌데 그만큼 전립선이 대차게 문질러지는지라, 거짓으로라도 싫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꺼떡거리며 흔들리는 성기 끝에서 자꾸 정체 모를 물이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게 민망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흐으……, 큭, 읏, 흐…….”

앙앙거리며 높은 신음을 내지르던 아진이 몸을 뻣뻣하게 굳혔다. 눈앞이 새까맣게 물들었고, 귓구멍에선 날카로운 이명이 울렸다. 갈퀴처럼 구부러진 손은 종착지를 찾지 못하고 버둥거리며 흔들렸다.

배 속이 저릿저릿했다. 석주의 귀두가 여태 한 번도 들어온 적 없는 곳까지 들어왔다. 오목한 아진의 가랑이와 불룩한 석주의 성기가 퍼즐 맞추듯 틈 하나 없이 콱콱 척척 들어맞았다.

아진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허공과 천장 그 언저리를 응시한 채 입을 뻐끔거리는데. 석주의 성기가 울컥 부풀었다. 성기 기둥 위로 불룩불룩 올라온 핏줄이 예민한 내벽을 벅벅 할퀴어 댔다.

아진이 눈을 질끈 감았다. 조금만 버티면 끝날 것 같았다. 석주가 사정만 하면 됐다. 사정만. 그리 생각하며 이를 악무는데.

별안간 석주가 내내 감싸 쥐고 있던 아진의 다리를 놓았다. 그러고는 한쪽 팔로는 아진의 아랫배와 골반을, 또 한쪽 팔로는 아진의 허벅지를 감싸 쥔 채 아래로 꾸우욱 내리눌렀다.

엉덩이가 석주의 장골에 딱 달라붙었다. 하물며 허벅지도 납작하게 펴졌다. 그나마 석주의 삽입을 막아 주던 살덩이들이 옆으로 퍼지며 삽입이 전에 없이 깊어졌다.

“히윽…….”

아진의 눈이 부릅뜨였다. 이번에는 정말로 석주의 성기가 뱃가죽을 뚫고 나올 것만 같았다. 실로 배꼽 언저리가 불룩하게 부푸는 걸 눈으로 목도하기도 했다.

“아니, 안…… 큭, 안 돼……, 흣!”

기겁한 아진은 석주의 팔을 떼어 내고 그의 품에서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석주는 아진을 놓아주는 척 살짝 들었다가 다시금 콱 아래로 내리꽂았다.

“아…… 아아…….”

경악으로 부릅뜨인 아진의 눈동자에 아롱아롱 눈물이 맺혔다. 그리고 그것이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아랫배에 닿을 듯 발기해 있던 성기가 투명한 액체를 쭉쭉- 쭉- 힘 좋게 싸지르기 시작했다.

정액도, 소변도 아닌 액체였다. 그저 투명하고 맑았다. 점성도 없었다.

놀란 아진이 아랫배에 힘을 주며 물줄기를 멈추려 했으나 조절이 되질 않았다. 사지에 힘이 지나치게 들어갔다. 목부터 허리까지 뻣뻣하게 굳은 채 뒤로 넘어갔다. 전신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 와중에도 투명한 물줄기는 계속해서 쏘아졌다. 촤아아- 하고 누가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듯한 소리가 났다.

요동치는 내벽에 석주가 아진의 몸을 더욱 세게 껴안았다. 성기가 쥐어짜이는 것 같았다. 귀두부터 뿌리까지 틈 없이 꽈아악 물어 오는 내벽에 정신이 다 혼미했다.

“큭…….”

석주는 숨까지 참은 채 아진의 내벽을 느끼다, 한 박자 늦게 사정을 시작했다.

석주와 아진은 그대로 몸을 겹친 채 소파에 늘어져 있었다. 한동안은 말할 여력도 없어 그냥 색색 숨만 내쉬었다. 항상 힘이 넘치던 석주도 진이 빠졌는지, 한 팔로 아진을 안은 채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아진이었다. 아래가 너무 찝찝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흐으…….”

아진이 몸을 꾸물꾸물 움직여 여태 박혀 있던 석주의 성기를 빼내려 했다. 그러나 사지에 힘이 하나도 없는지라 팔꿈치가 수시로 꺾였다. 아등바등했으나 고작 반 빼낸 게 다였다.

불쌍하기까지 한 움직임을 물끄러미 보던 석주가 그의 허리를 위로 당겨 성기를 빼 주었다. 둘 다 몸이 땀 범벅이라 아진이 미끄러지듯 위로 올라왔다.

펍, 하고 빠진 성기에 아진이 파르르 몸을 떨었다. 동그랗게 벌어진 뒷구멍으로 한 움큼 고여 있던 석주의 정액이 울컥울컥 흘러나가는 게 느껴졌다. 기묘한 상실감에 아진이 목을 움츠리며 신음했다. 석주가 그런 아진의 등을 슥슥 쓰다듬었다.

아진은 그렇게 또 수 분간 쾌감의 잔상에 시달리다, 돌연 눈을 부릅떴다. 축축한 아래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마치 잠자다 실례했을 때. 순식간에 잠이 증발하는 것처럼.

튕기듯 상체를 일으킨 아진이 아래를 살폈다. 소파와 바닥에 축축한 액체가 고여 있었다. 아이스크림이나 정액으로 추정되는 희멀건 탁액도 드문드문 떨어져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투명했다. 누군가가 물을 한가득 쏟은 것 같은 광경이었다.

허망한 낯으로 그것을 보던 아진이 눈썹을 구겼다.

“형, 어떡해요……. 나 오줌 쌌어요.”

그 말에 석주가 복근 힘으로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더럽지도 않은지, 젖어서 번들번들한 소파를 손바닥으로 크게 훑었다.

“뭐 하는 거예요!”

기겁한 아진이 소파 구석에 구겨져 있던 자신의 티셔츠를 집어다 석주의 손을 북북 닦았다.

“……오줌 같지는 않은데.”

석주가 심드렁한 얼굴로 읊조렸다. 그에 아진이 젖은 티셔츠를 펼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이게 뭐예요. 정액인가? 이게 어떻게 정액이지? 나 병원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자못 심각한 아진의 낯에 석주의 얼굴도 가라앉았다. 그가 아진에게 바짝 붙어 앉았다. 그리고 아진의 무릎을 가만가만 매만지며 물었다.

“아파?”

“고추요?”

“응.”

“아뇨.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석주가 심각한 얼굴로 아진의 성기와 고환을 조물조물 매만졌다. 아진은 흠칫 놀라긴 했지만 그의 손을 뿌리치진 않았다. 야릇한 의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디가 부러진 건 아닌가, 찢어진 건 아닌가 하는 걱정만 가득한 손길이었다.

한동안 아진의 것을 만지작거리던 석주가 이내 답을 내놓았다.

“괜찮아 보이는데.”

제가 비록 의사도 아니고, 그쪽 분야와 관련하여 깊은 지식도 없지만 아진의 몸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특히나 성기를 비롯한 아래쪽은 더 잘 알았다. 두 번의 생 내내 물고 빨던 것인데 모르면 그게 더 이상했다.

“괜찮겠죠?”

“병원 가 볼까?”

“아뇨! 남세스러워서 어떻게 가요. 형이랑 떡 치다가 오줌 쌌는데, 오줌 같지 않아서, 혹시 문제가 있을까 봐 왔다. 그렇게 말하라고요?”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을 텐데.”

“아무튼 싫어요.”

“그래, 그럼. 일단 며칠 더 있어 보자.”

석주가 아진을 달래듯 그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쾌락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발그레한 뺨이 몹시 귀여웠다. 고작 오줌 좀 싼 거로 걱정하고 부끄러워하는 것도 그랬다. 이렇게 어리면서 자기가 옛날 사람이라느니, 어른이라느니…….

속으로 웃음을 꾹 삼킨 석주가 아진을 추슬러 안으며 물었다.

“씻을까?”

욕실은 넓었다. 한옥 특유의 나무 냄새가 자욱하게 났고, 욕실이 놓인 모서리 두 쪽은 모두 다 창이었다. 창밖으로는 가로등 조명을 쬐고 있는 소나무가 보였다. 눈이 풍성하게 덮인 모습이 흡사 크리스마스트리 같았다.

석주는 욕조 턱에 팔을 괸 채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눈과 바람이 아니면 미동도 없는 풍경에 마음이 다 평온해졌다. 서울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차와 건물 빛으로 눈이 다 따끔한데. 이런 걸 보면 아진의 말마따나 제가 정말 옛날 사람이긴 하구나, 싶었다.

석주가 입가에 알 듯 모를 듯 한 미소를 띠는데. 어째 품 안에 있는 아진이 찰방찰방 자꾸 분주하게 움직여 댔다. 원래 아진은 섹스 후에 진이 다 빠져 제가 손수 씻겨 줘야 하는 게 부지기수였다. 헌데 오늘따라 산만했다.

석주가 아진의 어깨 너머로 슬쩍 턱을 내밀고, 그가 무엇을 하는지 훔쳐보았다.

놀랍게도 아진은 자신의 성기를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자위를 하는 건 아니었고, 만져 보고, 살펴보고, 들어 보고 하며 무언가 확인하는 듯했다. 아마 아까 그 소변 같으나 소변이 아닌 액체로 심란해진 것이리라.

아무래도 성기는 사내에게 무척이나 예민하고 중요한 신체 부위이니 신경이 쓰일 터였다. 타인에게는 그깟 좆, 정도로 정의될 수도 있지만 본인에게는 퍽 소중한 거 아니겠나.

시무룩한 고양이처럼 머리와 어깨를 늘어트리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석주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웃음을 참는 데에 사력을 다해야 했다.

조용히 가슴을 들썩이던 그가 욕조 아래에 놓인 컵에서 얼음 하나를 빼냈다. 아진은 욕조에 앉아 있는 걸 좋아하면서도 힘들어해서 이렇게 곁에 얼음을 두어야 했다.

석주가 얼음을 아진의 입으로 가져갔다. 아진은 심각한 얼굴을 하고서도 그것을 받아먹었다. 하얀 뺨이 볼록하게 부풀었다. 그것을 본 석주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에 아진이 고개를 들고 석주를 바라봤다. 동그랗게 뜨인 눈에 왜 웃냐는 의문이 가득했다. 석주가 그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으며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괜찮을 거야. 문제 있으면 내가 모를 리 없지. 다른 것도 아니고 네 고추인데.”

“……그럴까요?”

“그럼.”

석주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진이 그를 빤히 쳐다봤다. 석주가 그런 아진의 뺨과 관자놀이에 쪽쪽 키스했다. 그제야 아진의 만면에 스며 있던 그림자가 사라졌다.

아진이 꾸물꾸물 몸을 돌려 석주를 바라봤다. 석주가 그의 허리를 감싸 미끄러지지 않게 고정했다.

아진은 석주의 잘생긴 얼굴을 한참 동안 응시하다, 버릇처럼 석주의 등 뒤로 손을 넘겼다. 근육이 멋지게 도드라진 등을 찬찬히 쓸어내리다 보면 이질적인 요철이 손에 걸려 온다.

총상의 흔적이었다.

아진은 손끝으로 그것을 조심조심 쓰다듬다 물었다.

“아파요?”

얼음이 치아에 부딪히며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음절 사이에 섞여 났다.

“아니.”

석주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진은 시시때때로 총상을 만지며 이렇게 묻는다. 이미 수십, 수백 번 아프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아진은 계속해서 물었다. 그게 걱정과, 관심과, 미안함으로부터 말미암은 것임을 알아서 석주는 감사함과 동시에 송구했다.

“……아플 것 같은데.”

석주의 부정에도 아진의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잠깐 아진의 어깨 너머를 직시하던 석주가 별안간 아진의 엉덩이 살을 꽉 움켜쥐었다.

“그렇게 계속 만지면 또 발기한다.”

그 말에 아진이 눈을 몇 번 끔뻑였다. 그러다 석주의 코끝을 아프지 않게 쭉 잡아당겼다가 놓으며 핀잔 섞인 감탄사를 흘렸다.

“……으이구.”

옅게 웃은 석주가 아진의 동그란 어깨에다 쪽쪽 키스했다. 아진은 간지럽다며 웃다가, 이내 흥미를 잃고 늘어졌다. 가뜩이나 섹스에 지쳤는데, 고추가 어찌 된 건 아닐까 걱정까지 했으니 피곤할 만도 했다. 석주가 그런 아진의 입에 다시 얼음 하나를 넣어 주었다.

그것을 받아 문 아진은 손가락을 피아노 치듯 움직이며 찰방찰방 손장난을 쳤다. 그것을 보던 석주가 물 아래에서 올라와 그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이 사이사이 얽히고, 손바닥이 틈 없이 맞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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